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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ㅣ 아포리즘 시리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평점 :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우 행복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우리를 이루는 것, 즉 인격에 좌우된다.
얼마전에 EBS오늘읽는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삶이 불쾌한가> 라는 교양입문서를 읽고나서 쇼펜하우어에게 관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그가 쓴 정통철학서를 찾아 읽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그를 염세주의자로 가볍게 오해하는 대중서들을 읽기도 안내키고 그러다가 쇼펜하우어의 본고장 독일에서 직접 대중을 위해 기획하고 엮은 책이 번역되어 나온 것을 알게 됐다. 더구나 번역자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서 원전을 포함한 다수의 독일 철학서를 번역했다니 이보다 더 믿을만하겠나 싶어졌다. 냉큼 읽기 시작했다.
엮은이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는 브레히트, 아도르노, 벤야민 등 세계적인 지성들의 책을 소개해온 독일의 유명 출판사 ‘주어캄프’ 편집자 출신으로 쇼펜하우어의 핵심을 담은 266개의 문장을 엄선했다. 번역자는 쇼펜하우어를 ‘연민과 온정의 철학자’로 명명하며 독자들이 익혀야 할 쇼펜하우어의 숨겨진 정수를 전달한다. 이 책은 총 7부 구성으로 1, 2, 3부는 한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추구해야 하는 행복과 가치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4, 5, 6부는 자연물을 포함한 타자와의 관계에서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 지침을 담고 있다. 마지막 장인 7부는 인간의 필멸성과 끝내 우리가 맞이할 죽음을 바라보는 쇼펜하우어만의 아름답고 차분한 통찰로 끝맺는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철학서를 읽기도 어려운데 그 핵심을 담은 문장만 골라 놓은 책을 읽는 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하여 배경지식을 좀 갖추고 읽는 것이 좋을터, 그럴때 나는 책 뒤편의 작가연보와 해설을 꼼꼼이 읽고난 후 본문읽기를 시작하는 편이다. 이 책도 그 순서로 읽었더니 한결 나았다. 특히나 '연보'가 상당히 긴 편이라 쇼펜하우어의 일생을 꽤많이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읽은 순서에 따라 해설[연민과 온정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라는 글에 대해 먼저 정리하고 난후 본문을 정리하려 한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는 근대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이성주의 철학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상가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헤겔의 관념론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지의 형이상학을 주창한 인물로 중요하다. 그의 글은 나중에 생철학, 실존철학과 수많은 작가들, 그리고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은 19세기의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사상가들 중 한 명인 쇼펜하우어의 전체 저작인 [충분근거율의 네 겹의 뿌리에 대하여],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자연에서의 의지에 대하여], [윤리학의 두 가지 근본 문제], [소품과 부록](국내 번역에서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그리고 편지에서 행복, 진리, 삶의 의지, 마음의 선함, 현명함, 구원과 관련되는 주제를 다룬 핵심 문장을 정선해서 실은 것이다. (p. 197~198)
쇼펜하우어는 좀 천재적인 면이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언어를 빠르게 익혔고 30세 이전에 이미 자신의 철학의 정수를 담은 대표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했으며 잠시 대학강단에 섰지만 이내 철학은 그렇게 배울 수 있는게 아니라며 은둔의 철학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평생 쉼없이 공부했고 연구했고 사유했고 그 결과물을 글로 써서 세상에 알리려고 노력했다. 대개의 비운의 천재들이 그러했듯이 쇼펜하우어의 역작들도 당시엔 인정받지 못하다가 수십년이 지난 후에야 새롭게 발견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이성 비판이 이룬 결과가 피히테, 셀링, 헤겔 같은 철학 교수들에 의해 왜곡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쇼펜하우어는 칸트가 범한 오류를 지적하며 그의 오류를 보완하는 자신의 이론을 제시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이 논문을 '일시적이고 헛된 이념을 좇아 사라져가는 자기 세대의 사람들이 아니라 후손들과 인류를 위해'썼다며 대담한 선언을 했다. (p. 199)
대개의 천재들이 그러했듯 쇼펜하우어도 사회성은 좀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 저서가 근대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외면받은 것은 번번이 오해받은 '의지'개념 탓이기도 하다. 쇼펜하우어 철학에서 의지는 이성의 힘이 아니라 삶에의 맹목적 본능, 충동, 욕망 등을 가리킨다. 그는 인간만이 이 진리를 반성적, 추상적으로 의식할 수 있고, 인간이 실제로 이것을 의식할 때 철학적인 사려 깊음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에게 현상은 표상을 의미할 뿐 그 이상의 무엇도 아니다. 어떤 종류든 모든 표상, 즉 모든 객관은 현상이다. 쇼펜하우어는 표상이 아니고 표상과는 전적으로 다르다는 의지를 사물 자체로 본다. 모든 표상, 모든 객관은 의지가 현상으로 나타나 가시화된 것, 즉 의지의 객관성이다. 의지는 모든 개체 및 전체의 가장 심오한 부분이자 핵심이다. 의지는 맹목적으로 작용하는 모든 자연력 속에 현상하고 숙고를 거친 인간의 행동 속에서도 현상한다. (p. 200)
EBS오늘읽는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 삶이 불쾌한가>를 쓴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쇼펜하우어의 이 책은 제목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반이상 이해한 거라고. 그가 말하는 '의지' '표상' '현상'등에 대한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도 아닌 일반 대중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역자가 전공분야라 위 정도의 문단으로 잘 요약해줄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부록에 불과한 [소품과 부록]이 뜻하지 않게 세속적 성공을 거두면서 쇼펜하우어의 명성이 점차 높아져 갔다. 사람들은 이제 뒤늦게 쇼펜하우어의 주저에 관심을 가졌다. 마치 눈사태가 난 것처럼 사람들은 쇼펜하우어에 새삼 열광했다. 그 전에 36년 동안 극단적인 냉대를 당하던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에세이집은 출판사의 예상과는 달리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널리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무명의 시간을 보낸 쇼펜하우어가 좌절과 시련을 겪고 은둔생활을 하면서 갖게 된 삶의 지혜가 문장 속에 고스란히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p. 205)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개념인 '의지'말고 우리식대로 편하게 말하는 그 의지로 표현하자면 쇼펜하우어는 의지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평생 누가 알아주건말건 자신의 철학을 우직하게 발전시켜 나갔고 끝내 빛을 보게 되었으니.
그의 견해에 의하면 도덕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보는 동고同苦에서 성립한다. 쇼펜하우어는 이것이 바로 도덕과 윤리의 토대라고 주장한다. (p. 205)
쇼펜하우어 철학에서 이 '동고'라는 개념은 핵심적이다. 이 개념만 알아도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해 염세주의니 비관주의니 냉소주의니 하는 말은 못할것이다. 그의 철학에는 온정과 연민이 흘러넘친다. 그는 '동고'를 중요시하므로.
일반적으로 다양한 신앙을 가진 종교인들이 대개 이 세계를 비참한 눈물의 골짜기로 보지만, 그들은 시공간의 세계 바깥에 존재한다고 믿는 어떤 것에 대해서는 도덕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자비로운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초월계를 맹목적이고 목적도 없으며 도덕과 무관한 힘이나 충동으로 보았다. 그것이 현상계에 나타날 때는 맹목적인 충동으로 나타나며, 현존하는 실체나 각 대상물은 그 충동이 구현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면서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통합하는 주된 열쇠가 이성이며, 윤리의 기초는 합리성이라는 칸트의 견해를 반박한다. (p. 206)
나중에 본문에서도 다시 언급되겠지만 쇼펜하우어는 보이지도 않고 알수도 없는 세계보다는 지금 살고 있는 현실에서의 삶을 중요시했다. '지금 여기'를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동양철학을 깊이 연구한 철학자의 내공이 보인다고도 할 수 있겠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이란 어차피 불행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보면서도,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를 즐기고 인생의 향유를 삶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위대한 지혜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오직 현실만이 실재하며, 다른 모든 것은 단지 사고의 유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p. 211) 쇼펜하우어는 중요한 것은 현재라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근심은 종종 무익하고 과거에 대한 미련은 항상 무익하다고 설명한다. (p. 212)
그렇다고 과거를 모르는 것처럼 뻔뻔하게 미래가 없는 것처럼 무작정 살라는 말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이긴 하지만 과거도 현재였고 미래도 현재가 되므로 지금 현재를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은 단순한 쾌락이나 비관하고는 다른 의미다. 본격적인 철학서도 아니고 이 짧은 해설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명문장들을 읽기전에 해설을 꼼꼼히 이해해보려 노력한 후 읽는다면 훨씬 더 가치 있게 본문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본문은 그야말로 쇼펜하우어의 명문장들의 향연인데 차례에서 볼 수 있는 소제목들이 그 핵심을 또 추려낸 문장들이라고 볼 수 있다.
1.우리의 요구와 통찰력 사이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 생각하자면 '우리의 행복은 우리를 이루는 것에 달려 있다'라고
2. 우리 자신은 우리 행위의 수행자이다 라면 그러니 '자신만의 믿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해야 한다'라고
3. 원형, 의식하기, 보다 높은 예술 을 알고자 한다면 '그대 스스로를 위해 생각해야 한다'라고
4. 자연의 목소리 속에 있는 세계의 중심 을 이해한다면 '회복은 자연의 산물이다'라고
5. 자신과 타인과의 교제에 관하여 생각해본다면 '객관적인 목적만을 추구하는 사람만이 위대하다'라고
6. 내적 충동과 실제로 성취된 시간 속엔 '우리에게는 두뇌보다 더 현명한 무언가가 있다'라고
7. 우리 참 존재의 불멸성에 대해 생각하면 '죽음이란 삶을 담는 커다란 저수지다'라고
주제적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함께 제시되어 있는 것이 차례속 소제목들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명문장들 속에서도 내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몇가지 추려보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수입을 적게 또는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나라가 가장 행복하듯이, 사람도 내적인 부가 충분하고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필요한 것이 적거나 전혀 없는 자가 행복하다. 외부로부터의 공급은 비용이 많이 들고, 종속하게 만들고, 위험을 초래하고, 성가신 일이 생기게 하며, 결국에는 자신의 토양에서 나오는 생산물을 나쁜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사람, 일반적으로 외부로부터 어떤 점에서든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p. 55)
쇼펜하우어는 '행복이란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자꾸 되뇔 필요가 있다.' (p. 25) 라고 말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의 가치와 무가치가 결정된다면 비참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웅이나 천재의 삶도 그의 가치가 명성에, 즉 타인의 갈채에 의존한다면 역시 비참한 삶이다. 오히려 모든 존재는 그 자신 때문에 살아가고 존재한다. 그 때문에 또한 무엇보다도 그 자체로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p. 66)
쇼펜하우어의 문장들을 읽다보면 불교적 해탈의 논리가 자주 엿보인다. 스스로도 동양철학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아무리 장서가 많더라도 정리되지 않은 도서관은 책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아도 정리가 잘된 장서만큼 효용이 없다. 지식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풍부한 지식이라도 자신의 사고로 철저히 다듬은 지식이 아니라면 양은 훨씬 적어도 다양하게 숙고한 지식만큼 가치가 없다. 알고 있는 지식을 모든 방면으로 조합하고, 모든 진리를 다른 진리와 비교해야 비로소 자신의 지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하고, 그 지식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알고 있는 것만 면밀히 숙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중에서 면밀히 숙고한 것만 정말로 안다고 할 수 있다. (p. 70)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와닿은 문장이었다. 나는 책을 읽고 다른 책들과 비교하며 내 생각을 정리해서 서평쓰는 일에 그야말로 진심이다. 내가 이걸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어느땐 하루종일 손목이 저리도록 정리하고 있는 나를 보며 스스로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래야 책을 읽은 것에 만족이 느껴진다. 내 행복의 한가지 방법이다. 그 방법을 대단한 철학자가 맞다고 해준 것 같아서 꽤많이 위안이 됐다.
개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당신은 내 주인이 아니라 나의 짧은 생애를 지옥으로 만든 악마다' 개를 쇠사슬에 묶어두는 자는 누구든 이런 봉변을 당해도 싸다! (p. 102)
쇼펜하우어는 개를 쇠사슬에 묶어놓고 기르던 귀족이 개에게 친한척 손을 내밀었다가 물렸다는 에피소드에 위와같은 말을 덧붙였다. 쇼펜하우어는 평생 독신으로 반려견과 함께 살았다. 그는 동물에게도 연민과 온정을 넘치게 생각하는 철학자였다. 당시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 외의 모든 생명체에 대해 무시했던 것과는 달리 말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하나의 오점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p. 107)
자연에 속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생명체들과 달리 인간만이 행하는 행동들이 있다. 쇼펜하우어는 그때 이미 '인류세'를 예감했던 것일지도.
우리는 타인을 자기 행동거지의 모범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와 타인의 처지, 상태, 사정이 같지 않고 따라서 두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해도 둘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충분히 숙고하고 날카롭게 통찰한 후에 자신의 성격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독창성은 실천의 문제에서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행하는 일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 (p. 125)
바람직한 행동을 모범삼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거의 생각없이 따라는 하는 모방에 대해서 하는 말이다. 인간은 모두 독자적으로 스스로 숙고하여 행동해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곧잘 '이게 내 것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을 느낀다. 그 대신에 우리는 가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말은 우리가 가진 것을 잃어버리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측면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때 잃어버리는 것은 재산, 건강, 친구, 애인, 배우자, 아이, 말, 개 등 무엇이든 상관없다. 대체로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러한 것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p. 128)
질문의 전환이라니, 좋은 방법인것 같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이런 질문의 전환을 스스로 하며 산다면 삶이 조금은 더 편안해 질 것 같다.
접촉하는 모든 사람의 가치와 존엄성에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말라. 그가 가진 의지의 열악함이나 지성의 협소함도, 개념의 불합리도 고려하지 말라. 전자는 그에 대한 증오심을, 후자는 그에 대한 경멸감을 일깨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의 고뇌와 고난, 불안과 고통만 눈여겨보아라. 그러면 항상 그에게 마음이 끌릴 것이다. (p. 146)
쇼펜하우어는 '동고'가 넘치는 온정과 연민의 철학자가 맞다!
삶의 모든 과정은 단 한순간만 '존재한다'일 뿐이고, 그다음에는 영원히 '존재했다'가 된다. 우리는 밤마다 하루씩 다 빈곤해진다.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이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이토록 짧게 끝나는 생에 분노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현재를 즐기고 그것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것이 가장 위대한 지혜라는 이론을 펼 수 있다. 다시 말해 오직 현실만이 실재하며, 다른 모든 것은 단지 사고의 휴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가장 위대한 어리석음이라 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 순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꿈처럼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것은 결코 진지하게 추구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p. 188)
수천 년간의 죽음과 부패에도 아직 아무것도 소실되지 않았다. 자연이 나타내는 내적 존재 그 어떤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매 순간 기분좋게 외칠 수 있다. '시간, 죽음, 부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함께 있다' (p. 194)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나는 맥락없이 좋은 문장들만 나열한 책이 오히려 어려운 사람이구나;;;
소설적 서사가 됐건 논리적 맥락이 되었건 읽으며 앞뒤 전후로 이해해가는 과정 속에서 깨달아지는 책이 편한 나로서는 아무리 명문장이라 하더라도 툭툭 끊기는 이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시집을 못 읽나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에 대한 염세주의라던가 비관주의 라던가 하는 오해를 없애기위해서라도 이런 책이 널리 읽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문장 몇개 만으로도 그의 철학이 얼마나 따듯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흥행?!을 기원하며 이만.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