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조제핀
클로에 알메라스 지음, 이정주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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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2024년 볼로냐 라가치상 토들러(영유아) 부문 스페셜 멘션을 수상한 클로에 알메라스 작가의 그림책 <기린 조제핀>이다.


영유아 도서로 출시되긴 했지만, 삶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깊이 있는 작품으로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읽기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된다.


기린 조제핀은 호기심이 가득한 기린이다.


그런 조제핀의 여정을 함께하는 시간은 세상을 탐험하고, 다양한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단순하지만,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깊이 통찰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그림책이기에 아이들과 꼭 읽고 싶었다.




"조제핀이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감탄하는 것이랍니다."


이 문장은 현상학에서 강조하는 에포케와 지향성을 연상시킨다.


판단을 중지하고 순수한 의식을 가지고


대상을 바라보는 현상학적 관찰은


조제핀이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와 같다.




조제핀은 미리 규정된 지식이나 편견 없이 세상에 열려있고,


모든 존재를 감탄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며


존재 본질에 접근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조제핀이 세상을 관찰하는 것은 단순한 지각을 넘어선다.



조제핀과 세상의 모든 것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과 관계 속에서 비로소


서로의 의미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제핀은 모든 것에 감탄하며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 코칭의 관점을


조제핀의 여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조제핀은 세상의 위아래, 안팎, 멀고 가까움을 탐험하면서 세상을 인식한다.



아이들은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주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세상과 나를 구분하고, 세상에 반응하는 나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깨닫는다.



조제핀이 자신의 긴 목으로 하늘을 향하고,


발굽으로 땅을 딛는 모습은


자신의 신체를 통해 세상과 연결하려는


조제핀의 '존재 방식'을 포현하는 것으로 보였다.




<기린 조제핀>을 깊이 읽어나가며 우리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던지는 철학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조제핀의 여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세상과 깊이 관계 맺고,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세상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감탄하는 조제핀을 만나며,


자신에 대한 감탄,


세상에 대한 감탄,


상황에 대한 감탄,


미래와 가능성에 대한 감탄,


행동과 배움에 대한 감탄 등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배웠다.



조제핀의 태도를 삶으로 가져와 내면의 힘을 키워가는 귀한 시간이었다.






#기린조제핀 #클로에알메라스 #주니어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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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에게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 그림책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마법 같은 순간
조숙경 지음 / 예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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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에게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제목이 긴 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다소 길게 느껴지는 제목임에도 이 책에 머물게 된 이유는 제목 속에 담겨있는 걱정, 응원, 지지 등 사랑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된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내면에 잠재된 아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섬세함이 담겨있다. 



100일 된 아이와 흑백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함께 그림책을 읽어나갔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통해 정서적 소통을 이어오고 있기에 이 책이 더 특별하게 여겨졌던 것 같다. 




아이의 감정 발달과 관계 형성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기도 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시기에 그림책을 함께 보는 것은 아이는 감정에 대해서 알아가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엄마로서 아이의 상황을 알아차리게 되는 귀한 시간들이었다.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에 담겨 있는 순간, 순간들이 나와 아이의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에 공감하며 읽게 되었다. 











작가는 그림책이 지는 변치 않는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깨닫게 된다. 



동일시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성장하고 성숙해진다. 



그것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내면의 성숙을 돕는 그림책은 '삶의 통찰'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그림책을 어린아이들이 읽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아직도 많긴 하지만, 그림책의 가치를 알고 있는 어른들이 늘고 있다. 



그것은 복잡한 현실 속에서 지친 이들에게 치유의 과정을 제공하고 회복을 돕는 그림책이다. 



저자가 딸에게 그림책을 소개하고 싶은 이유도 이러한 부분들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 주변에서 그림책으로 삶의 활력을 높이고 있는 분들을 보고 있기 때문에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님께도 종종 읽어드리고 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짧은 시간에 큰 울림과 통찰을 주는 그림책은, 딸의 성장과 독립을 응원하는 엄마가 주고 싶은 선물이었다. 



인생의 파도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 뒤집어지게 되었을 때,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줄 귀한 선물을 전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내가 모아둔 인생 그림책을 전달하고 싶다. 



삶의 지혜와 깊은 감동으로 울림과 성찰을 전달하는 그림책을 아이에게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림책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조숙경 #예미 #이제막스무살이된딸에게들려주는그림책이야기 #그림책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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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왜 자꾸 심술이 날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295
레이철 브라이트 지음, 짐 필드 그림, 김영선 옮김 / 국민서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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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난 왜 자꾸 심술이 날까?> 그림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



가끔 심술이 날 때가 있다. 


아이들도 심술을 부릴 때가 있다. 



다양한 감정 그림책을 보고 있는데 


심술에 대한 그림책은 다양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과 <난 왜 자꾸 심술이 날까?> 그림책을 읽고,


심술쟁이가 되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전하고, 


아이들은 언제 심술이 났었는지도 나눠보고 싶었다. ===========================








책표지에서 낙타의 뾰로통한 느낌을 주는 표정이 귀엽게 느껴진다. 



"난 왜 자꾸 심술이 날까?"



제목부터 감정을 인식하고 알고 싶어 하는 커다란 질문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은 왜 심술이 난 걸까?



우리는 왜 심술이 날까?




나도 예상치 못한 감정의 파도 속에서 '이유 모를 심술'과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유가 없다고 대부분 생각했지만, 



심술이 날 때  내가 원하는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을 때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아이들과 주인공 커디에게 감정 이입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오아시스에 가서 물놀이하는 특별한 날!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아침을 시작하는 낙타들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그런 낙타들 중 잠들어 있는 작은 낙타, 주인공 커디는 아침부터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심술을 부린다. 



낙타들은 커디가 익숙하다는 듯이 행동하는 걸 보니 커디가 짜증 내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인가 보다. 



어쩔 수 없이 길을 떠났지만, 온통 짜증 나는 일 투성이라 이야기하는 커디다. 



날은 너무 뜨겁고, 힘들고, 당장 쓰러질 것 같았다. 



심술부리는 커디를 두고 결국 낙타들은 오아시스로 가버린다. 







고집부리다 예상치 결과를 마주한 커디를 보면서 아이들은 어떤 생각들을 할까?




"커디 불쌍하다"



아무리 심술부렸다고 해도 혼자 남겨지는 것은 너무 무서울 거라며 커디가 느꼈을 감정을 이야기한다. 



"커디가 심술을 부려서 혼자 남겨진 거야"



커디의 행동을 보면서 동생이 떠오른다며 혼자 남겨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었다. 



"진짜 두고 간거 아니에요.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걸요"



'설마 진짜 혼자 두고 가겠어?'라는 마음으로 어른들이 진짜 두고 가지 않았을 거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만약 지금 커디라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





커디의 상황을 통해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 같은 솔직한 감정들을 마주해보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 나타난 '날쥐 존'은 심술이 가득한 커디와는 달리 미소와 긍정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존은 통해 커디가 달라지는 모습을 통해 '미소'라는 단순한 행동에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다. 




"기분이 안 좋을 때 재미있는 걸 보면 기분이 풀어져요."



아이들은 존과 커디의 이야기를 보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툴툴대고 심술부리고 싶어요."



이 문장은 주인공의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데 모순된 감정과 자기 조절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으로 두고 싶은 부분이었다. 




 존이 커디에게 심술을 고치는 방법으로 제시한 '미소 짓기'를 듣고 커디는 "그런 건 절대 안 한다!"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커디는 자신이 심술을 부리는 것이 좋은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안되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소 짓는 것 같은 쉬운 방법으로 '심술쟁이' 이미지를 바꾸고 싶지 않거나, 억지로 감정을 바꾸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단순히 '나쁘다', '하면 안 된다'라고 치부할 것이 아닌,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못해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지 헤아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커디가 심술을 부리니까 무엇이 좋았을까?"



"다른 낙타들이 신경 써줬어요"



"안 가고 싶어 했는데 안 가게 되었어요"






"커디가 심술을 부렸을 때 커디 마음속에서 뭘 바라고 있었을까?"



"오아시스까지 편안하게 가고 싶었어요"



"관심을 받고 싶었어요"



"마음대로 하고 싶어 했어요"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는 코칭 철학과 비슷하다. 



커디가 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자체가 마음속에 변화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존의 도움으로 변화해가는 커디를 보면서 나의 변화 성장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사랑을 표현하고 긍정적인 이야기와 생각을 하는 것에 




아이들을 보며 스펀지 같다고 한다. 



무엇이든 잘 흡수하는 아이들이기에  따뜻한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감정의 파도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어야겠다. 








#난왜자꾸심술이날까 #레이철브라이트 #국민서관 #심술 #미소 #감정 #행복 #낙타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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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매일 두뇌 운동 Plus+ : 놀이편 (스프링) - 기억력 향상과 치매 예방을 위한 하루 10분 매일 두뇌 운동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베이직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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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요즘 시니어분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여러회기로 꾸준히 만나다보면 어떤 활동을 해야하는지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 



함께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워크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찾아보다가 발견한 책이 <하루 10분 두뇌 운동 Plus_ 놀이편>이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하루 10분 두뇌 운동 Plus_ 놀이편> 외에 언어편과 시지각편도 함께 출시가 되었다. 



이중 놀이편을 선택했던 이유는 



그림책과 연계해서 활동을 하다보면 



빠르게 활동을 마무리하신 분들이 계신다. 



다른 분들이 마무리하기를 기다리시는 시간에 



활용하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언어편과 시지각편도 



치매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놀이가 함께 포함되어 있으니 



시니어분들과 활동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머님과 함께 놀이편을 활용 해보았는데 



어머님은 번호 순서대로 점을 이어 그림을 완성하는 활동을 제일 좋아하셨다. 





숫자를 따라 순서에 맞게 선을 그리고 색칠하는 과정을 통해 손의 미세한 조작 능력과 함께 소근육과 대근육을 사용하게 된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고, 다양한 색을 사용하면서 인지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기도 하다. 



직접 만든 결과물을 보고 성취감도 느끼시는 것 같았다. 






어르신들께 치매 예방 책자를 나눠드리면 집에 두고 펼치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활동 전과 후 여유 시간을 통해 한 두장씩 하실 수 있도록 안내드리고, 수업 시간에도 활용해봐야겠다.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과 함께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 되시길 바란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리뷰단 #도서무상지원 


#하루10분두뇌운동Plus놀이편 #치매예방 #베이직콘텐츠랩 #베이지북스 #놀이 #시니어놀이 #시니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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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인생그림책 45
배유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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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개인적인 주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때의 나는 야생동물처럼 불안하고 긴장된 눈빛으로 늘 두리번거리며 살았다"

-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그림책 작가의 말 중에서


이 한 문장을 읽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배유정 작가의 신작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는 단순한 그림책의 영역을 넘어,


가장 깊은 내면을 건드리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며 심오한 자기 탐색의 여정으로 이끈다.


내면의 불안과 고요하지 못한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문장은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길을 잃고 방황했던 모든 이들에게 날카롭지만 공감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되는 그림책이었다.


존재 코칭을 통해 타인의 내면을 마주하고 있는 코치로써 강력한 통찰의 시간으로 다가올 거라는 기대가 들었다.




배유정 작가의 특유의 매력은<안녕, 파라다이스>그림책 등 전작을 통해 이미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무겁거나 추상적일 수 있는 주제들을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게 풀어내는 독보적인 역량을 선보인다. .]



'어떻게 이런 주제를 이토록 쉽게, 하지만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을까?'



배유정 작가의 그림책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림책을 펼칠 때마다 그때그때,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을 겪을 수 있는 마법 창고 같다.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는 '초록색 공'을 통해 '나'라는 존재의 다양한 모습을 은유적으로 만날 수 있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이기도 하고,


주체할 수 없이 날뛰는 감정이기도 하고,


감추고 싶은 욕망의 덩어리기도 하다.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색채가 불안과 긴장된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그림 속 고릴라가 작은 공을 응시하는 모습에서부터 긴장과 함께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게 된다.


시각적인 자극으로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달하여, 내면의 소용돌이를 섬뜩하리만큼 생생하게 재현해 내고 있다.






공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숲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의 공간이 아님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숲을 헤매는 공의 여정은 내 안의 무의식을 만나는 느낌과 비슷하다.


장면 장면 만나는 다양한 동물들은 내 안에 존재하는 복잡한 자아의 조각들이라는 책 소개 글이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심리적 표현들은 책을 덮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마주하고 싶기도 하는 양가감정을 가지게 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이토록 가시화할 수 있다니..


작가님의 표현에 다시 감탄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코칭에서 고객이 스스로 감정의 패턴을 인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도구로써 활용하기 좋은 귀한 그림책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책을 보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글과 그림이 어긋나 있다는 점이었다.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냐'라고 묻는 질문에 동물들은 못 보았다고 대답한다.




그림 속에서 공이 있음에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은 철학적 관점이 느껴졌다.




인식론적 관점에서 '본다'는 것의 의미는 단순히 눈으로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뇌에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동물들의 대답은 시각적으로 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닌 공의 존재를 인식하거나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가깝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동물들은 '초록색 공'을 '초록색 공'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인식하고 있을 수도 있다.


책 속의 동물들은 단순히 공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내면적 특성이나 몰두하고 있는 행위와 결부시켜 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루거나 바라보고 있다.




아기 오리들은 '어미로부터의 보호와 따라가야 할 길'이라는 더 큰 의미가 있기에 초록색 공이 독립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을 수 있다.


원숭이에게는 초록색 공이 새로운 구슬이거나 이미 가지고 있던 구슬이라는 기존 놀이 프레임 안에서의 대상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


빈자리를 찾는 부엉이에게는 '빈자리'라는 목적과 연결되지 않는 '초록색 공'이 피해야 할 장애물 정도로 인식되었을 수 있다.



현상학에서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판단 없이 바라보는 '현상학적 환원'을 통해 사물의 본질적인 의미를 파악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상을 경험할 때 이미 기존의 경험과 관념을 가지고 대상을 이해하고 의미를 구성한다.


그러하기에 동물들이 초록색 공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자신들의 현상적 세계 안에서 공을 재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작가가 그림책 속에서 동물들을 통해 인간의 인식 과정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느껴진다.



결국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에서처럼 '초록색 공'은 보는 이에 따라 수많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그림책을 읽어야 했다.



잃어버린 '초록색 공'이 주는 질문에 대한 내면이 해답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잃어버린 것은 없었으며,


'초록색 공'을 찾아 헤매면서 마주한 모든 것이 사실은 '진짜 나'였다는 진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너지고, 동굴에 들어가고, 회피하고, 한심하기도 한 나


그런 나의 모습을 그래도 마주하고 품어야 한다는 자기 수용의 시작을 담고 있었다.




복잡한 심리적 개념들을 직관적인 이미지와 은유로 풀어내고,


다양한 연령의 대상자와 다각도로 만나보며 성찰할 수 있는 그림책으로써 모든 이들에게 <초록색 공을 본 적 있나요?> 그림책을 건네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더 이상 초록색 공을 찾아 헤매지 않고, 초록색 공이 곧 나 자신이며 늘 내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내면의 숲은 고요해질 거라 기대해 본다.




#초록색공을본적있나요 #배유정 #길벗어린이 #심리그림책 #내면그림책 #내면소통 #자기수용 #자기신뢰 #내면 #심리학 #코칭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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