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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도시의 연인
한지수 지음 / 네오픽션 / 2015년 10월
평점 :
약 1500년전, 79년 8월 24일 정오.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에 우똑 솟아 있는 베수비우스 화산이 폭발했다.
폼페이라는 도시를 품고 있는 듯. 웅장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한결같이 폼페이의 사람들을 한결같이 바라볼 것만 같았던 산.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이었고,
결국 79년 8월 24일에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폼페이라느 도시를 순식간에 뒤덮어버렸다.
쏟아져버린 화산재와 화산가스와 마그마에 의해
묻히고, 질식하고 고통스럽게 타 죽었을 것이다.
이들의 모습이 세상에 드러낸 것은 한참 뒤이다.
1592년 폼페이 위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건물고 회화 작품들이 발견이 되었다.
하지만 바로 발굴은 힘들었고 1748년에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하였으나
귀중한 벽화와 미술품이 프랑스 왕궁으로 실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폼페이의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건물의 흔적과 벽화, 미술품 등은
여러 사람의 흔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상한 빈 공간만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공간에 석고를 부어보니
그 빈 공간이 사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참 다양했다.
죽기 직전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죽음의 직전에도 함께있었던 연인,
심지어 개의 모습까지 석고를 통해서 1500년이 지난 지금 그 모습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당시 화산에 대해서 알지도 못한채 갑작스럽게 닥쳐온 폭바로
죽어가는 고통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예술가들은 이런 당양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력을 발휘하여 영화를 만들고, 소설을 쓴다고 한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인 한지수 작가 역시
폼페이의 유적을 둘러보면서 머릿속에 몇몇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포럼이라 불리는 광장, 그 주위에 있는 신전과 시장, 시청
사람들이 자주 들렀을 세탁소와 체육관, 빵집.
이런 것들을 보면서 그리고 석고를 통해 만났던 그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서 스토리를 만들어 간 것이다.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인물들이 나온다.
남편을 잃고 홀로 이룩한 거대한 부를 위태롭게 간직한 에우마키아,
권력의 꿈에 판단력을 잃어가는 폴리비우스,
이룰 수 없는 사랑에 타들어가는 노예 출신 자유민 베루스,
나이와 청각을 속이며 살아온 노예 그라티아,
금기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플로시아,
좌절을 폭력으로 승화시킨 악마 디아볼루스 등이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살해 현장으로 도시는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흐르게 되면서 단서들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범인을 찾는 과정,
세탁장의 오줌을 나르는 일을 하는 청년이
세탁장에서 일하는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신분의 차이로 인해 사랑을 이루어 낼 수 없어 검투사가 되는 과정.
폼페이가 파국이 되는 과정까지
지금처럼 평범한? 사람사는 도시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리고 상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폼페이의 유적 사진이
더 의미있으면서도 가슴아프게 느껴진다.


<파붇힌 도시의 연인>이라는 책을 통해
폼페이라는 도시가 나에게
더 의미있게 남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소설책이긴 하지만, 그냥 재미로만 읽었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역사 속에 있었던, 하지만 내 관심 밖에 있었던 일을
내 관심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의미있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