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개인 노무현‘이 불가능한 언설임을 안다
그에 대한 모든 기억과 판단은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이 분명한 사실이 가장 안타깝다. 이 움직일 수 없는 자명한 역사가 나를 좌절케 한다. 어느 세월에나 ‘그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식이 가능할까

일천한 독서 경험이지만 노무현의 유서는 상당한 명문에 속한다. 담백하다. 완전하게 지쳐서 미련이 남지 않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증상의 전형성(˝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다.˝), 호소(˝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없다.˝), 구체적 이유(˝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 성숙한 자세(˝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느냐.˝), 타인에 대한 배려(˝너무 슬퍼하지 마라. 미안해하지 마라.˝), 소박한 요구(˝화장˝, ˝작은 비석˝). 그가 겪었을 고통을 감안하면 놀라운 정신력이 아닐 수 없다

운명은 구조의 힘에 대한 나의 대응이다
그것이 균형을 이루는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극단으로 기울어질 때 개인은 생사의 기로에 선다. 자살. 타살 여부는 부차적이다
즉 모든 자살은 사회적(타살)이다. 대개 구조가 개인을 압도하기 때문에 우리는 팔자를 타령한다. ‘운명을 극복‘한 경우는 복잡한 세상의 우연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승패‘와 무관하게 악의 그물에 걸려 몸이 헌신될 수 있는데 이른바 ‘역사의 밀알‘이 되는 것이다

˝운명이다˝는 구조, 즉 당시 정권에 대한 노무현의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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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라는 말을 처음 배운 아이가
서현숙 교사에게 건넨 쪽지에 있는 말이다
˝저를 늘 환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간의 최소한의 조건은 서로 환대하는 것이다

어떤 이의 평범하고 무료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가 닿을 수 없는
이상이 되는 현실은 얼마나 서글픈가

삶의 탄착지점은 정직함과 성실함의
각도가 아니라, 학군과 부동산을 향한
예민한 후각에 달려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계속 들었다

나는 어쩌면 이들이
법적 사회적 표현 수단을 상실한
사회적 문맹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이 왜 핍박받는지,
어쩌다 이런 처지로 내몰렸는지,
뼈 빠지게 일해도 왜 대를 물려 가난한지,
가난도 지긋지긋한데 왜 가족 간에
폭력이 난무하는지 그 사회적 원인과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
부당하다는 건 알지만
정확히 그게 무엇 때문인지 몰라
변변한 항의조차 못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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몆 편의 소설로 전 세계 SF계 신화가
되어버린 작가 테드 창의 작품 중
[네 인생의 이야기] 라는 소설의 대목

˝미지의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 언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이와
직접 교류하는 것뿐입니다.
여기서 교류하는 건 질문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 등을 의미합니다.˝

외계인의 언어를 해석해달라는 정부 당국의 말에 언어학자는 위와 같이 말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세대 논쟁의 실마리를 엿본 것 같았다

요즘 세대를 향한 ‘밀레니얼이 온다‘
‘Z세대가 온다‘ 같은 표현에서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기대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분위기를 읽는다

그러나 사실 돌아보면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왔을 때도
그 당시의 기성세대는 우리를 두고
‘신세대‘ 라고 칭하며 경원시했고,
‘X세대‘ ‘오렌지족‘ 같은 표현으로
사회에 새롭게 진입하는 젎은이들을
별종 취급했다
‘너희는 우리와 다른다‘ 라는
뿌리 깊은 시선이 이 말들 속에 있다

그들에게 질문하라고 다그치지 말고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한다
입을 열기 전에 귀를 먼저 열어야 한다
그들을 관찰하고 분석하려고 하는 대신
애정을 갖고 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서히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대화를 위한 노력을 먼저 해야 하는 사람은
힘이 있는 쪽이다

결국, 어른은 우리가 아닌가?
힘을 가진 쪽은 우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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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2-10-11 14: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교류, 대화, 질문. 기억하겠습니다.

나와같다면 2022-10-11 18:45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하고 저하고는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에서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이 겹치는 부분이 우연히 많은것 같아요
 

˝서평이 없다면 텍스트는 맥락없이 부유한다.
어떤 책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의 반응, 언급, 평가가 있어야 의미를 갖는다.˝

정희진은 자신이 편협하게, 편파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예상 가능한 내용이나 편안한 말, 기존의 언어나 이데올로기를 반복하는 책보다는 ‘전압이 높은 책‘, ‘나를 소생시키는 책‘을 선호한다.

이런 책은 몸과 마음의 평화를 깨는 ‘격동‘을 일으키고 긍정적 의미의 ‘스트레스와 자극‘을 준다. 즉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 인생관이 뒤바뀌는 책이다.

그에게 편협한 책 읽기는 ‘독창적 글쓰기‘의 원천이기도 하다. 같은 책이어도 어떤 동기와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글쓰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편협한 책 읽기는 ‘편협하지 않다‘.

편협하게 읽는다는 것은 다른 세계와 만나고 나의 사고방식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독서력과 문장력은 사유의 방향을 바꾸는 문제의식, 질문, 재해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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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고래들은 지능이 높아. 새끼를 버리지 않으면 자기도 죽는다는 걸 알았을거야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또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나의 엄마는 좋은 사람이라는 자식의 믿음을 저버리지 마십시요
그렇게 하면 최상현 군은 상처입을 겁니다
그 상처는 무척 아프고 오랫동안 낫지 않아요
저에게는 좋은 어머니가 아니였지만, 최상현 군에게 만큼은 좋은 엄마가 되어주세요

아직은 떠나 보내기 아쉬워 우리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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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9-18 18: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폐스팩트럼… 정말 최고의 연기였던 것 같습니다. ^^

북다이제스터 2022-09-18 15:09   좋아요 4 | URL
그리고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 영어 번역이 궁금했는데요, ㅋㅋ
이렇게 번역했더군요. Kayak, deed, rotator, noon, rececar
번역가의 고심이 느껴집니다. ^^

나와같다면 2022-09-18 15:15   좋아요 2 | URL
배우 박은빈. 대학에서 심리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여러 인터뷰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해보고 싶었다고 밝힌만큼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무언가를 깊이 사랑하고 열정을 품은 성실한 배우를 보는 기쁨도 컸습니다

페넬로페 2022-09-18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본방사수한 드라마입니다.
약간의 논란도 있었지만 그래도 보면 볼수록 힐링되는 드라마였어요^^

나와같다면 2022-09-18 18:25   좋아요 1 | URL
저도 드라마 보는것을 좀 힘들어해서 오랜만에 본 드라마였어요

사소한 약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차별, 능력주의, 공정과 역차별 담론등을 포괄적으로 다시 바라보게 하는 착한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재현할 때의 성실함과 윤리적 태도의 소중함을 알아봐주는 시청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보여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