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계가 무너지면 그 옆의 수많은 세계가 잇달아 무너진다. 추모는 늘 그러한 상실 이후 일어난다. 떠난 이를 간절히 그리며 생각하는 일. 다시 말해 떠난 이와 연결을 유지하려는 힘이다. 그러므로 추모는 고요한 순간에조차 뜨겁다. 애통히 떠난 이를 그리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룰 때, 그 행렬은 새로운 길이 되었다.˝

어떤 일을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누군가의 하늘이 무너질 때 나의 세상도 잇달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믿게 하려면, 그 공통 감각을 사이에 피어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러나 법과 제도를 바꿀 수도, 책임 있는 모든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말하는 것.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세상에 전하는 것. 이 책에 담긴 것은 매일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게 누군가는 망각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바꿔 쓰며 10년을 버텨 왔다

- 박소영 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그것이 어떤 공부든 타인인 고통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공부로서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는 무거운 질문으로 읽힌다

저자는 일하지 않으면 당장 다음주 생계가 막막한 일용직 노동자에게 의학 교과서에 적힌 대로 “다친 허리를 치료하려면 며칠은 조심하며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해야 할 때 허망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해 약으로 증상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돌아가야 하는 곳은 이전과 다름없이 폭력적인 공간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저자가 임상의사가 아니라 보건학자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어떤 고통은 치료아니 응답이 필요하다
존재마저 지워진 채 고통받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당신이 정상인이라면, 그것은 특권층이라는 뜻

한 사회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목숨이 계속 부당하게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목격자‘인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생존경쟁에서 이들을 취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BC 이기주 기자는 2022년 9월 미국 뉴욕 순방 동행 취재 중 비속어 논란 발언을 최초로 발견해 ‘바이든 날리면‘ 사태에 불을 붙였다. 또한 MBC가 대통령 해외 순방시 전용기 탑승 배제를 당한 이후의 도어스테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뭐가 악의적이에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비서관과 공개 설전을 벌여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끝장낸 장본인 이기도 하다

삼성 SDI에서 2차 전지 해외 영업을 담당하던 저자는 2008년 6월 광우병 시위 현장을 지나다 경찰 곤봉에 시민이 맞아 쓰러진 장면을 목격했다. 3년 차 직장인이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였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 발생한 모든 논란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점이 있는데, 실수든 잘못이든 인정하면 안 된다는 기조가 깔린 것 같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받을 때 뭔가 하나라도 시인하면 그게 고리가 되서 기소가 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하나도 인정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빠진 것 같다

이 책이 나에게 기자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며 손가락질했던 이들에게 보내는 답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리아 2024-03-13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러한 자를 ‘자기애성 인격장애‘자로 부르죠. 자신의 전제성을 손상시키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부정하는 것인데, 자기애로 똘똘뭉친 성장하지 못한 자아 때문에 그런답니다. 이런 자에게 최고권력이 주어졌으니 이 아기 폐하는 독재자가 되는 것이지요, 아~ 수치스러워서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나와같다면 2024-03-12 20:54   좋아요 2 | URL
자기애성 인격장애 동의합니다

지도자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늘 전 정부 탓하고, 희생양 만들고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이 주체고 당사자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사과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다른 사람이 잘못했으니까요

악직적인 편가르기. 상대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대화 상대로 조차 인정하지 않고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니... 고통스럽습니다

총선에 희망을 기대해봅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세월호 10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벌써 10년이나 지났구나...‘
그 뒤에 생략된 많은 말들,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모를 말들 속에는 아마 이런 말도 담겨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겠구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송 제작이 일방적인 통보로 중단되자 해당 프로그램을 만들던 KBS 방송작가 이재연씨가 2월 27일 한겨레에 글을 기고합니다

˝새파란 생명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고, 끔직한 사고였음에도 슬퍼하는 데 눈치를 봐야 했다고, 심지어 10년이 지난후에도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입을 틀어막혔다고 기록되길 바랍니다.˝

저는 이 일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랍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4-03-09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영방송 마저도 모든 걸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는
모습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시청료가 아깝네요 정말.

나와같다면 2024-03-09 21:38   좋아요 1 | URL
총선은 4월10일이고 방영은 4월 18일이다. 프로그램이 선거에 무슨 영향을 주느냐고 PD가 묻자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 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느라 잊게되는 공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책무다
KBS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잃었다
 

사적 복수와 단죄
죽어 마땅한 자를 죽였습니다
선악이 모호한 주인공들이 엮이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우연히 악인만 골라서 죽이게 된 이탕이 과연 심판을 받아야 할 죄인일지, 혹은 단죄가 마땅하지 않은 영웅인지에 대한 딜레마를 담아내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 웹툰이다

‘살인자ㅇ난감‘은 정의에 대한 딜레마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이탕이 우연히 죽이는 사람은 모두 흉악범으로 사회에서 어쩌면 죽어도 마땅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과연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라는 점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를 사법 당국이 아닌, 한 개인이 처단했을 때 이를 ‘정의‘라 부를 수 있을까
‘죽어 마땅한 사람‘은 누가 결정하고, 어떤 심판을 내려야 할까 ‘살인자ㅇ난감‘은 이러한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다크히어로가 각광을 받는 건 악랄한 범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법에는 구멍이 나 있다
이제 내가 그 그멍을 메우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