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참 빠릅니다. 세월호 10주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벌써 10년이나 지났구나...‘
그 뒤에 생략된 많은 말들,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모를 말들 속에는 아마 이런 말도 담겨 있었을 겁니다.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제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겠구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송 제작이 일방적인 통보로 중단되자 해당 프로그램을 만들던 KBS 방송작가 이재연씨가 2월 27일 한겨레에 글을 기고합니다

˝새파란 생명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고, 끔직한 사고였음에도 슬퍼하는 데 눈치를 봐야 했다고, 심지어 10년이 지난후에도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입을 틀어막혔다고 기록되길 바랍니다.˝

저는 이 일이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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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3-09 0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영방송 마저도 모든 걸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판단하는
모습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시청료가 아깝네요 정말.

나와같다면 2024-03-09 21:38   좋아요 1 | URL
총선은 4월10일이고 방영은 4월 18일이다. 프로그램이 선거에 무슨 영향을 주느냐고 PD가 묻자 총선 전후로 한두 달은 영향권이라 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느라 잊게되는 공적인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책무다
KBS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잃었다
 

사적 복수와 단죄
죽어 마땅한 자를 죽였습니다
선악이 모호한 주인공들이 엮이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우연히 악인만 골라서 죽이게 된 이탕이 과연 심판을 받아야 할 죄인일지, 혹은 단죄가 마땅하지 않은 영웅인지에 대한 딜레마를 담아내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 웹툰이다

‘살인자ㅇ난감‘은 정의에 대한 딜레마를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 속 이탕이 우연히 죽이는 사람은 모두 흉악범으로 사회에서 어쩌면 죽어도 마땅한 사람으로 치부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과연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라는 점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를 사법 당국이 아닌, 한 개인이 처단했을 때 이를 ‘정의‘라 부를 수 있을까
‘죽어 마땅한 사람‘은 누가 결정하고, 어떤 심판을 내려야 할까 ‘살인자ㅇ난감‘은 이러한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다크히어로가 각광을 받는 건 악랄한 범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고 있다는 대중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법에는 구멍이 나 있다
이제 내가 그 그멍을 메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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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촌스럽기로 이만하기도 힘들다.
책 표지 이야기다.1992년 경 서울지방경찰청 화보용 사진 촬영 사진이라고 한다. 드라마 [시그널] 이 떠오른다

30여 년간 경찰 최초의 여성 강력계 형사로서 살아온 시간을 되짚는다. 만삭 의사 부인 살해사건, 신창원 탈옥 사건, 유영철 연쇄 살인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온 오롯한 현장 경험이 담겨있다

나는 늘 이야기한다. 형사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현장은 사람의 이야기였고, 그 자체가 철학이자 인류학, 거대한 인문학의 산실이었다. 사람들의 욕망과 슬픔이 바글거리는 그 현장에서 나는 결코 이기적일 수 없었다. 때론 기꺼이 이익 앞에 물러나고 불편함을 감수한 것은 그것이 곧 형사의 삶이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는 순간 마주하는 두려움이 있다. 형사는 두려움 없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알고도 달려 들어야 하는 일이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잔혹하고 믿기 힘든 범죄 현장 너머엔 인간의 선이, 사람 사는 도리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상상해야만 했다. 그렇게 눈 앞의 절망을 보고도 끝내 희망하는 습관이 체질화되고 삶이 되어버린 것이, 형사 30년 세월의 동력이자 이유가 아니였을까

아, 지난 시간을 전생처럼 살 수도 있구나.
그래, 나도 이제 형사는 전생처럼 기억하고,
그 전생의 업을 지금 살아야 할 현생에서 또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한 시절을 치열하게 보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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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죽음에 한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지만 실생활에선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다 주변에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번뜩 정신이 든다. ‘아,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구나!‘

모든 사람과 모든 짐승, 심지어 풍경까지 죽는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언젠가 자기 차례가 오리란 걸 알면서도 다들 자기만은 안 죽을 것 같은 얼굴들뿐. 그러나 지금 살아 있다는 것 또한 정말로 죽는다는 의미 아닌가. 죽음의 실질적인 공포는 모든 기억이 소멸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몸이 나인 줄 알았던 동일시와 비동일시, 그 틈새를 잇던 의식이 비워지고, 자국 하나 없는 어둠 속에 영원히 갇히는 절대 공(空)의 상태

삶의 영원성을 깨닫게 될 때에만 현생의 삶은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고, 윤리와 도덕에 대한 확신이 가능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육신을 벗어난 영적 존재들은 유사한 주파수를 가진 영적 존재들끼리 모이고, 사후 세계에는 수많은 그런 영적 존재들의 그룹이 있다고 한다. 어떤 영들은 서로 모여 사랑과 행복을 나누고, 어떤 영들은 서로 모여 질시하고 미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사한 영혼들끼리 모이는 공간은 굳이 사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 땅에서도 영혼이 닮은 사람들과 만나 위안과 사랑, 기쁨과 행복을 많이 나눌 수 있을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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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만 아이가 없는 대학 동기 앞에서 육아가 화제가 되었을 때 신속하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친구.
시한부 선고를 받은 가족 앞에서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하는 가족들.
카페 옆자리에 서 시끄럽게 소음을 내는 자폐 아동에게 무관심하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책으로 눈길을 돌리는 대학생.

이들은 모두 서로의 연기가 품고 있는 의도를 공유한다. 친구가 나를 배려해서 화제를 돌리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아픈 사람도 아프지 않은 사람도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면서도 평범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함께하고 싶기에 시덥지 않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저녁 식탁에 마주 앉는다
자폐 아동의 부모는 소란 속에서도 태연히 책을 읽는 대학생이 무관심한 척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안다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상호작용은 실제를 공유하면서 그 존중을 강화한다. 모르는 척해주는 익명의 대학생이 고마워서 그를 존중하며 자신을 존중하려 애쓰는 자페아 부모의 노력을 아는 대학생은 더더욱 무심한 척 책으로 눈길을 돌린다. 타인이 나의 반응에 다시 반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타인을 존중하게 되며 나를 존중하는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존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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