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영화를 보아도 사람마다 영화에서 건져 올리는 장면은 제각각이다. 해석도 천차만별이도. 문제의 근본이 다르고 상처가 다르고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 지점을 건드리고, 통찰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준다

하나의 영화를 무심코 반복해서 보고 있다면 그 영화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

영화 치료는 그 장면이 왜 인상적 이었는지에 대해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미처 몰랐던 무의식에 잠겨있던 또 다른 자신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린 천국에서 만나게 될거야
만일 천국이 없다면 당신과 있었던
이곳이 천국이었어
- 쓰리 빌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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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12-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책이네요^^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8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는 대형 참사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러길 간절히 바랐다

159명이 목숨을 잃은 2022년 10월 29일의 비극. 파장을 떠안은 건 희생자. 유족. 생존자뿐은 아니었다. 참사는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 마음 곳곳에도 생채기를 남겼다. 골목길을 걷다가 당한 압사사고 였다.
어쩌면 나였을지 모르는 죽음 앞에 누군가 몸을 떨었고,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무력감을 느꼈다

이 책이 이태원 참사 이후 자신들을 스스로 외로운 곳에 두어 고통을 온전히 홀로 견뎌내고 있을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당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음을 꼭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너무 오래 홀로 고통받지는 않기를

슬픔 속에서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의
그 ‘뭐라도‘ 때문에, 그나마 우리는 무사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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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12-05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유가족들을 대하는 정부와 사회의 태도는 세월호 때와 변함이 없는 거 같아 더욱 가슴 아프네요.

나와같다면 2023-12-05 14:49   좋아요 1 | URL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윤석열 정부는 그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이제라도 반성하고, 유족들 앞에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명명백백 밝힐 것을 약속해야 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야말로 국가가 해야할 진정한 애도일 것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가 뛰어난 이유는 어둠과 밝음을 동등하게 가치롭게 다룬다는 점이다.
건강한 사람이 밝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가치롭지만,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치료를 받으며 일상을 유지하는 일 또한 무척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긴다고 이겨지는 병도 아니고
버틴다고 낫는 병도 아니야.
그 다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맡겨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
10초 뒤에 죽을 거 같을 때, 그때 옆에서 널 챙겨줄 수 있는 사람들 말이야
그 사람들이 널 숨 쉬게 해줄 거야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다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안전장치를 찾는 것
답답한 일상에서 숨 쉴 구멍 하나를 찾는 것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참 칼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습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라는 칼날 위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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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9.11 테러, 갑작스러운 참사와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그들 스스로를 살게 한 말들을 적고 있다


세월호는 나에게 적어도 세 가지 질문을 안겨주었다

첫 번째, 우리가 다시 만나면 어떤 이 야기를 해야 할까?

두 번째, 죽음이 그토록 아쉽고, 사라지는 모든 인간적인 것이 그토록 슬픈 것이라면 삶이란 무엇일까? 삶이 이미 죽음에게 도둑맞고 있는 중 이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야 삶의 소중함을 지킬 수 있을까?

세 번째. 이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구할 수 있는 것을 구하라, 아직 구할 수 있을 때!˝
크게 봐서는 이것이 유족들의 이야기다. 진실이 그토록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다. 현실을 더 낫게 고치기 위해서다. 아이들을 만나면 부모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너는 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을 구했어. 나를 용서해줄 수 있겠니? 그날 너를 구하지 못한 것을?˝


연대 :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일로 알게 된 모든 것을 당신께 알려드릴게요. 온 힘을 다해 당신을 도울게요. 당신은 나 보다 덜 슬프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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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6월 30일, 씨랜드 화재 참사가 일어났다. 소망 유치원생 열아홉 명을 포함해 스물세 명이 숨졌다. 까맣게 타버린 아이들은 이미 국과수로 옮겨졌다. 국과수는 한 달이 걸릴 것이라던 화재 원인 규명을 이틀 만에 모기향으로 발표했다

숨 쉬고 사는 것만으로도 초인적인 인내심이 필요했을 유족들은 고통과 분노로 피눈물을 쏟으면서도 끝까지 용감하게 진실을 감당했고 경험을 보존했다. 2000년 4월, 유족들은 ‘그날 밤 씨랜드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라는 부제를 단 [씨랜드 참사 백서]를 냈다
유족들은 이 책에 [우리의 다짐] 이란 글을 남긴다



과연 무얼 걸고 맹세해야 우리의 다짐이 변하지 않을까? 우선 우리 유가족들이 변하지 않고 영원히 함께하길 바란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편할 것이고
우리의 사랑 또한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른도
어떻게 해야 바로 사는건지, 무엇이 옳은 건지
그러나 이거 하나만은 알고 있다
우리가 영원해야만 그리고 우리가 언제까지나
깨끗해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린 바라고 싶다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살 수 있고 모든 생명이
존중받고 사랑받기를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우리 아이들을 잃은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미래를 위해서
자라나는 새싹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이 글을 읽고 나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작아졌다. 깨끗하게 살아야만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이 신비로운 생각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말은 할 수만 있다면 불타는 지옥에 가서라도 아이들을 업고 나오고 싶었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어떤 경험을 들을 가치가 있는 말로 바꾸는 것은 미치도록 어려운 일인데 유족들은 바로 그 일을 했다. 현실을 그대로 보면서도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방법을 상상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말이었다. 돌덩이 같은 현실을 깨려고 숯덩이 가슴에서 나온 말들이다. 비극과 꿈의 가슴 찢어지는 결합이다

나는 이 말들이 그들을 부축하고,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을 지상에 묶어 두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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