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통과 마주쳤을 때, 우리를 크게 흔드는 이미지를 만났을 때, 우리는 공감하며 크게 감응할 수도 있고, 곧 잊어버릴 수도 있다. 연민을 느끼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무력감이나 죄책감을 느낄 수도 있고, 너무 많은 타인의 고통에 질려 눈을 돌릴 수도 있다. 분노한 나머지 공격적인 말들을 쏟아낼 수도 있고,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무엇이라도 행동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질 수도 있다. 행동은 절대선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행동이라고 해서 다 맞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일상을 살아가며 연민을 잊지 않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균형과 전환 사이에서 기이한 파열음이 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라는 건, 개인들의 자유로운 반응 속에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화학작용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 자유를 지켜볼 수 있을지를 더 자주 곱씹어보게 된다

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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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2월 7일 아침 7시, 폴란드 바르샤바 자멘호파 유대인 위령탑. 초겨울 빗속에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가 흰 카네이션을 바쳤습니다. 잠시 묵념한 브란트가 뒤로 물러나는가 싶던 순간 탄성이 터집니다. 브란트가 무릎을 털썩 꾾은 것입니다. 역사는 ‘20세기 정치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장면, 브란트 한 사람이 무릎을 꿇어 독일 민족 전체가 일어섰다‘고 평가합니다.
개인 빌리 브란트는 히틀러 집권 직후부터 반나치 운동을 펼쳤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저항했던 정권의 범죄에 대해 독일 총리로서 책임을 지고 무릎을 끓은 것입니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지난 30일 오전,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과 없는 담화 발표 직후 현장을 방문한 윤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왜 우리 대통령은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을 수는 없었을까요? 왜 빠져나갈 출구가 없어 희생자들이 짓눌러 죽어 갔던 그 골목 담벼락에 가만히 두 손을 붙이고 기도할 수는 없었나요? 그저 그 참사의 현장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었나요?

자식을 잃고 창자가 끊어지는 부모의 심정, 숨을 쉬지 못해 끝내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고통, 세월호 이후 또다시 가슴에 구멍이 뚫려 버린 국민들의 애끓는 마음을 느끼지 못하시나요? 거기에 현장 검증하러 가신 건 아니지 않나요?

왜 미안함과 눈물은 국민들만의 것인가

2022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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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11-07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이
옛 독일의 식민지였던 탄자니아를 방문
해서 과거에 그들의 조상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사과했다고 합니다.

110년이 지나도, 잘못은 잘못이지요.

진정한 용기는 책임 전가와 외면이
아니라 이런 정치 지도자들의 진정한
사죄라고 생각합니다.

빌리 브란트는 위대한 지도자였습니다.
누군가와는 결이 다른.

나와같다면 2023-11-07 21:39   좋아요 1 | URL
‘세계사 변화에 제대로 준비 못해 국권을 상실 했던 과거‘라고 일본의 침략을 미화했던, 수치스러웠던 2023.3.1 기념사를 기억합니다

일제의 침략에 맞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고 일제에 면죄부를 주는 전형적인 식민사관

한 세기가 넘는 기간임에도 일제 강점기 민족의 상처는 아물지 않습니다

나와같다면 2023-11-07 21:40   좋아요 3 | URL
노무현은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도 들으라

˝일본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사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미 누차 행한 사과에 부합하는 행동을 요구할 뿐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행위로 한국의 주권과
국민적 자존심을 모욕하는 행위를 중지하라는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역사의 진실과 인류사회의 양심 앞에 솔직하고 겸허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故 노무현대통령이 그립습니다
 

쥰에게
잘 지내니?
네 편지를 받자마자 너한테 답장을 쓰는거야. 나는 너처럼 글 재주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지만

먼저 멀리서라도 아버님의 명복을 빌게.

나는 네 편지가 부담스럽지 않았어.
나 역시 가끔 네 생각이 났고, 네 소식이 궁금 했어. 너와 만났던 시절에 나는 진정한 행복을 느꼈어.
그렇게 충만했던 시절은 또 오지 못할거야.

모든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전 일이 돼 버렸네.

그때 너한테 헤어지자고 했던 내 말은 진심이었어.
부모님은 널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가 병에 걸린 거라고 생각했고 난 억지로 정신 병원에 다녀야 했으니까.
결국 난 오빠가 소개해 주는 남자를 만나 일찍 결혼했어.

이 편지에 불행했던 과거를 빌미로 핑계를 대고 싶진 않아.
모두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일이라고 생각해. 나도 너처럼 도망쳤던 거야.
그 사람과 내가 결혼식을 올리던 날,
우습게도 가장 먼저 떠올랐던 사람이 너였어. 모르는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이곳을 떠난 네가 행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어.

쥰아,
나는 나한테 주어진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살았던 거 같아.
너는 네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

나도 더 이상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내 딸 얘기를 해 줄게. 이름은 새봄. 이제 곧 대학생이 돼.
나는 새봄이를 더 배울 게 없을 때까지 스스로 그만 배우겠다고 할 때까지 배우게 할 작정이야.

편지에 너희 집 주소가 적혀 있긴 하지만 너한테 이 편지를 부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한테 그런 용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만 줄여야겠어, 딸이 집에 올 시간이거든. 언젠가 내 딸한테 네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용기를 내고 싶어.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을거야.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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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600일은 우리가 당연한 상식으로 여겨 왔던 것 역시 앞장서 지켜 내지 않으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 준 시간들이었다. 그렇기에 민주 시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반증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단 600여 일 만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대한민국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우리 공동체의 기초와 품격이 실종된 나라’로 만들었다

정치, 경제, 사회, 노동, 인권, 안전, 국방, 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펼쳐진 대환장 지경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우리 사회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저자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이 난리 통의 끝에서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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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을 도저히 읽어낼 수가 없다
이태원 참사 1주기. 10.29에 관한 글들이 너무 가슴 아프고 너무 미안하고 너무 죄스러워서 읽어내지 못하겠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사망했다면, 적어도 건물이 무너지거나 다리가 붕괴되거나, 겉으로 봤을 때 ‘아 저것 때문이구나’ 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모든 게 그대로인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사망자 158명이 나온 겁니다.”

“개인은 나약한데, 조직은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 거죠. 우리가 스스로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걸 이번 일로 알게 됐어요.˝

참사가 일어나고 초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놀러 가서 죽은 애들‘이라는 말이었어요. 맞아요. 우리 아이 놀러간 것 맞아요. 그런데 놀러 간 사람이 죽어서 돌아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마약 사건들을 연이어 터뜨리길래 도대체 뭘 덮으려는 건가 추측해보려 했는데 뉴스들을 보니 덮어야 할 게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 것들을 일일이 찾아 기억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안 그러면 어떻게 해결이 되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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