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승
˝누가 이 대한민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던가. 새벽같이 고동치는 나라. 닭 울기 전부터 고성이 오가는 나라. 아침 댓바람부터 고단하고 고달프고 그래도 고진감래를 믿으며 고삐를 늦출 새 없이 고생길을 달려 고소득, 고학력, 고득점, 고위층을 향해 고고하는 나라.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 아닌가?
<일타 스캔들>

박바라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네.
크나큰 실수를 저질렀으나
가장 큰 벌을 받은 사람 또한 자네니까.˝

˝ 언젠가 말이다. 남과 다른 걸 품고 사는 사람도 숨지 않아도 될 때가 올 거야.˝
<슈룹>

박해영
˝난 한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추앙해요.˝
<나의 해방일지>

정서경
˝부자들은 자본으로 리스크를 걸지만
가난한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거.˝
<작은 아씨들>

진한새
˝이상하다, 세상이 너를 미쳤다고 하네
그런데 괜찮아. 나도 너와 같아.˝
<글리치>

이나은
˝네가 말하는 건 다 듣고
다 기억하니까, 계속 말해줘.˝
<그 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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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생은 슬퍼라. 최고의 대목이 제일 처음에 오고 최악의 대목이 맨 끝에 오는구나. 작가 마크 트웨인의 탄식입니다. 과연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들 하는 유년기에는 너무 어려서 그 행복을 모르고, 이제 인생을 알 만하다 싶은 나이가 되면 우리는 이미 늙고 병든 노인이 되어 있으니까요. 그런데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피츠제럴드가 이런 생각을 했나봅니다. ‘그러가? 그 순서를 뒤집어보면 어떨까. 거꾸로 살면 인생은 행복해지는가?‘ 과연 소설가다운 반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소설을 통혀 모의실험을 해보기로 작정하고, 시간을 거꾸로 사는 한 사내의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간다]를 썼습니다. 주인공 벤자민 버튼은 노인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져서 마침내 갓난아이가 되어 죽습니다.

과연 거꾸로 사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에 비해 행복한가 불행한가? 확실한 것은 거꾸로 사는 삶도 특별히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건, 그건이 한 생이 함유하고 있는 기쁨과 슬픔의 배합 비율을 바꾸지는 못할 겁니다. 중요한건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을 ‘사는‘ 방식이겠지요.
시간이 어떻게 흐르건, 우리 모두 벤자민이고 우리는 모두 벤자민이 아닙니다. 그러니 무슨 상관이람. 그저 열심히 사는 수밖에.

p33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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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3-02 14: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브레드 피트의 영화로만 봤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이군요!
오늘에사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사는 방식>,
너무 좋은데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사는 수 밖에요**

나와같다면 2023-03-02 16:34   좋아요 4 | URL
영화가 좋아서 소설을 찾아 읽었던 기억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것이 처음으로 오고 제일 좋은 것이 맨끝에 온다면 과연 행복할까?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잖아요..

설령 거꾸로 흐른다해도, 시간은, 그리고 삶은 여전히 흐른다는.. 그러니 우리는 열심히 살아낼 수 밖에..

scott 2023-03-02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 무진장 좋아해서 수도 없이 봤습니다 원작 보다 더 뛰어났던 시나리오 영상 음악 모두 훌륭! ^^

나와같다면 2023-03-02 16:56   좋아요 1 | URL
정말 깊은 울림을 주었던 영화였어요. 내 삶을 돌아보며 곰곰 곱씹게 만드는 영화.

우리의 삶은 기회로 결정된다. 놓쳐버린 기회에 의해서도.

나와같다면 2023-03-02 16:57   좋아요 1 | URL
영상미도 뛰어났던 영화 🎥
 

역사는 어차피 직선적으로 진보하지 않는다
헤겔에 따르면
역사는 나선형으로 발전한다
지금 우리는
나선의 후퇴 곡선에 들어섰을 뿐이다
다음에는
더 큰 원을 그리며 전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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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7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23-02-27 18:38   좋아요 1 | URL
민주당의원 169명이 본 회의에 참석했는데 찬성표 139표..
당내 이탈표가 많이 나온것도 씁쓸하고 씁니다

기억의집 2023-02-28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재명 대표가 더 강하게 나가도 되는 지점 같어요. 어차피 쟤네들은 민주당 노선이나 이념을 가진 의원들도 아닌데 다 내쳐야 헙니다.

기억의집 2023-02-28 11:48   좋아요 1 | URL
수박들은 다 가결표 던졌으니 본인들도 어느 정도 각오는 하겠죠. 어마 무진당 덤빌건데.. 이겨내야죠. 속상은 합니다.

나와같다면 2023-02-28 13:07   좋아요 0 | URL
앞에선 동지처럼 웃고 뒤에선 검찰독재에 굴복하다니, 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지난 11월 1일은 故 유재하의 기일이었다. 1962년에 때어나 1987년에 돌아갔으니 만 25세의 죽음이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뒤 그가 남긴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앨범 한 장뿐이었다. 생전의 그는 무명이었으나 사후의 그는 눈부셨다. 유재하라는 이름은 어느새 ‘요절한 천재‘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수많은 음악인들이 그의 영향을 받았고 그에게 기꺼이 존경을 바쳤다. 그러나 어떤 이도 그를 온전히 되살려내지 못했다. 모든 천재가 그렇듯. 그는 한 세계를 열었고 또 닫았다. 유재하는 ‘유재하‘라는 음악의 기원이자 종언이었다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가듯 떠나듯 이는 제 갈 길을 찾았나. 그대여 힘이 돼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을.˝ 그의 요절이 이 노래를 더욱 사무치게 한다. 그가 길을 찾자마자 그의 여행은 끝나버렸다. 그러나 그는 죽어서 스스로 길이 되었다

유재하는 언제나 스물다섯 살 청년의 목소리로 우리를 위로한다. 고인의 20주기에 <사랑하기 때문에>를 다시 듣는다. 이 곡의 도입부 35초를 이 세상의 어떤 음악과도 바꿀 생각이 없다. 아. 이것은 20년 전의 음악이다.
음악은 진보하지 않는다

(2007.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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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2-24 0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움악은 진보하지 않는다라고 하니깐 생각 나는 게… 제가 올초부터 인스타 릴스를 보기 시작하면서 팝음악을 다시 듣기 시작했어요. 저는 저의 십대 시절의 음악 80년대 팝과 락을 좋아하는데.. 마일리 사일러스를 비롯해 그 감성이 묻어있는 것 같아서 다시 팝이 좋아져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유재하, 레코드 남동생집에 있을 것 같은데..저 때만해도 블랙레코드 모은 던 시절이었거든요!!!

나와같다면 2023-02-24 14:51   좋아요 0 | URL
듣는다는 것은 참 보수적인것 같아요

10대 20대 듣던 음악적 감성은 참 오래도록 각인되어 있는거 같습니다

유재하 LP판은 절판됐고 중고로 30만원 정도로 거래되더라구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우리가 도망쳐 떠나온 모든 것들에 바치는 영화입니다. 한때는 삶을 바쳐 지켜내리라 결심했지만 결국 허겁지겁 달아날 수 밖에 없었던 것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담겨있다고 할까요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떠나갑니다. 모든 이별의 이유는 핑계일 확률이 높습니다. 하긴, 사랑 자체가 혼자 버텨내야 할 생의 고독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는 데서 비롯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게 어디 사랑만의 문제일까요
도망쳐야 했던 것은 어느 시절 웅대한 포부로 품었던 이상일 수도 있고, 세월이 부과하는 책임일 수도 있으며, 격렬히 타올랐던 감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결국 번번이 도주함으로써 무거운 짐을 벗어냅니다. 그리고 항해는 오래도록 계속됩니다

그러니 부디, 우리가 도망쳐온 모든 것들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쳐야 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길. 이 아름다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단정하게 묶는 조제 뒷모습처럼, 종국엔 우리가 두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진 않길

이동진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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