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요리사 - 다섯 대통령을 모신 20년 4개월의 기록
천상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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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4개월간 다섯 대통령에게 손수 끼니를 대접한 청와대 요리사가 풀어놓는 특별한 음식과 사람 이야기다. 한 나라를 살피는 대통령도 자신만의 단골식당이 있고 선호하는 소금 간이 있으며 애용하는 기호식품이 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그들에게 대접한 삼시세끼 7420일간의 추억이 담겼다.

 

어릴 적 저자의 꿈은 축구선수였다. 대학 시절 전공인 토목공학에 관심이 없었다. 아는 선배가 보험 영업을 같이 해보자고 했다. 별다른 성과가 없어 그만두게 되었다.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고 신라호텔 중식당에 취업을 했다. 그릇을 정리하는 일을 하다 면 반죽하고 뽑기를 배웠다. 불판에서 일한 지 넉달이 지났을 때 청와대로 들어갈 요리팀을 짜고 있었고 중식에서 웍을 쓸 한국인을 구해달라고 했다.

 

청와대 요리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남다른 중식 사랑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대식가로 횟감용 흑산도 홍어를 좋아하시고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불도장이었다. 병환으로 입원할때도 찾을 정도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 오는 날은 충청도 막걸리와 해물파전을 청하기도 하고 즐기신 음식은 삼계탕과 대구탕이나 민어매운탕을 좋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라면을 직접 끓이시기도 하고 임기내내 일요일 아침을 손수 해결하셨다. “오늘도 맛있게 잘 드셨답니다.”라는 피드백을 들으면 긴장과 피곤함이 싹 다 날아간다.

 

이명박 대통령의 소울푸드는 돌솥간장비빔밥이다. 김윤옥 여사는 가장 요리 솜씨가 좋았다. 요리 클래스가 있는 날에는 수업 때 만든 음식으로 식사를 대체하기도 했다. 2009년 한.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여사님의 노력이 알려지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홀로 드시니 각별히 신경을 썼다. 소식을 하고 나물 사랑은 각별해서 매끼 서너 가지를 준비했다. 새로운 나물을 찾아다니며 산나물을 다양하게 접할 기회를 얻었다. 고맙다, 잘 먹었다하시며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밥과 한국식 매운탕을 선호하셨다. 사골 우거지국밥은 소울푸드라 할 만했다. 다섯 분의 소울푸드는 모두 소박한 음식들이었다. 즐기던 음식이 아닌 죽을 청하거나 식사량이 줄어들면 요리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때도 동행한다. 휴가지는 청남대와 저도다. 저도는 바다의 청와대로 불리는 섬이기도 하다. 이승만 대통령 휴양지로 사용한 뒤, 박정희 대통령이 별장으로 지정했다.

 

청와대 관저에서 만찬행사를 할 때는 메뉴를 짜는 일부터 좋은 재료를 엄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리사들끼리 손발 맞추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생 동안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에게 손수 만든 음식을 올릴 기회를 얻는 요리사는 흔치 않을 것이다. 늘 명예롭게 여기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뜨거운 음식을 먹고 입천장이 데이기도 하고 회덮밥을 먹고 설사와 복통을 일으킨다. 대통령이 음식을 먹고 몸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대형사고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식재료와 조리법으로 대통령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밥상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검식관의 주요 임무는 조선시대 기미상궁의 역할과 비슷하다. 청와대 요리사들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도 동행한다. 대통령의 임기 동안 수십 개국의 순방 길에 동행하는 요리사들이 겪는 에피소드도 다양하다.

 

저자는 광화문 짬뽕가게를 오픈하고 천상현의 천상을 준비해나갔다. 청와대를 나온 후 인터뷰를 할 때마다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대통령을 모실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해서다. 성실성과 책임감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며 대통령을 모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영광스럽다. 다섯 분의 대통령은 내게 한 분과도 같았다라고 말한다.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록에서 보고 대통령 요리사님 대단하시네 했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천상현의 천상도 대박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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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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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생각하고, 매일 걱정하고, 매일 꿈꾸는 것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약국을 운영하면서 부자가 된 박경숙은 시래기를 주워 먹는 돌깍쟁이로 유명하다. 그녀가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었다. 아끼고 돈 모으면 뭘 해, 남편이 먼저 떠나버리더니 아들도 그 모양이라니 친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배승우는 공장 잡히고 돈을 빌렸는데 다 날리고 공장 경매 처분 될 형편이다. 이동욱은 어머니는 중환자실에 있고 마누라가 이혼하자고 한다. 집안은 거덜 나버렸고 중병 환자 시어머니를 모셔야 되니 괜찮을 리가 없다. 두 사람은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들었고 실패를 하자 마지막 복수를 결심한다.

 

윤민서의 사촌 윤한서는 홀로 지내던 70대 아버지가 중년의 여자와 동거를 하다 정식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충격에 휩싸인다. 변호사를 통해 다 알아봤다. 아버지가 아버지 재산을 마음대로 못 한다는 것을. 넷이 번갈아가며 등기부 서류를 떼보자고 한다. 하여튼 무서워, 도무지 돈이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박현규의 아내는 윤상무님 회사의 보험 일을 했으면 해서 윤민서를 찾아왔다. 현규만 생각하면 마음이 침울해지고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일었다. 재벌 2세가 로펌의 여 변호사를 성추행에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표는 조용히 넘기면 대학 선배로서 장래는 특별히 봐주겠다는 투였다. 기자의 편지로 알게 된 사실은 대표가 100억을 받은 것이다. 자신은 햇병아리 변호사에 지나지 않았고 대표는 돈만 밝히는 노회한 백 여우였던 것이다. 이태하 변호사는 내용증명을 보내서 돈을 받아낸다고 했다.

 

외로이 싸우는 이태하에게 희망이자 기댈 곳은 선배 한지섭이다.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고,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지만 자기 욕심 채우기에 급급한 정치에 환멸을 느껴 귀농하여 살아간다. 한지섭은 자신의 힘으로 실현시키고 싶은 일이 있는데 자립 영농, 조합 운영, 수입의 극대화 장학 재단 운영이다.

 

취준생 전진혜는 여러 번의 취업 실패를 하고 우연히 거동이 불편한 노 회장의 수발을 드는 고액 알바를 하게 된다. 밤중에도 서너번 일어나고 목욕을 시키는 일은 싫지만 돈만 생각하고 참고 있다. 회장의 반려견에 상속을 해주며 키워달라는 부탁에 내가 개만도 못한 사람인가 속이 뒤집어지는 배신감을 느꼈다.

 

황희주는 남편이 60이 가까운 나이까지 변호사 하면서 자식 유학비를 마련 못해서 고민하는 사람은 이태하 한 사람뿐일거라는 동생의 말들이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다. 누님의 큰아들 손자 돌잔치에 몇 백만원은 쉽게 든다. 아이가 돌잡이로 돈을 집었다는 것에 이태하는 입맛을 다셨다. 강남길의 무죄를 받아냈다. 배심원들은 전원일치의 무죄판결을 내렸다.

 

신경훈 선배가 암투병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인이 찾아와서 보험회사 설계사가 되었는데 남편 동창의 회장님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다. 가입을 원하는 액수가 1억이었다. 신 선배 동창들은 일류 기업 간부를 하고 호의호식하는 데 그 부인은 보험 애걸을 하고 다니니 참 처절한 것이 리얼한 부조리가 어디 있겠나. 돈이라는 흉물이 부리는 괴력이라고 말했다.

 

쓸 때 쓰고, 아낄 때 아끼는한 선배의 실천력에 공감하며 신경훈 선배를 돕기로 마음먹었다. 박현규가 죽었다는 연락이 왔다. 결국 돈 때문에 부인만이 아니라 박현규도 수천억의 돈의 마력에 분별력 있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탐욕을 자극해 댄 것이다.

 

윤민서의 아내 고종사촌은 치매 걸린 아버지가 죽기 전 전 재산 500억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알았고 기증자 이름으로 도서관을 짓기로 한 것이다. 재산을 되찾기 위해 수임료 10억을 거론하며 사건을 맡아주라고 한다. 이태하는 선배에게 의논할까. 아내에게 얘기해 볼까. 아내는 우리가 맡아서 이기자. 애들 유학비가 싹 해결되는 거라구요 할 것이다. 인간은 영원한 돈의 노예인가. 황금종이란 우리의 삶에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세상의 유일신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파헤친 작가님의 역작 [황금종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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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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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이]는 인간이 돈 앞에서 얼마나 추악하고 더럽게 변하고 인간성을 마모해가면서 비인간적 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돈을 안 좋아하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욕망하고 있는 돈을 최고의 가치로 하고 있는 시대에 당면하고 있는 우리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소설 1권은 박현규가 이모 댁의 송사로 이태하를 찾아간다. 사촌 여동생이 아버지가 물려주신 어머니 유산을 더 받으려고 소송을 걸었던 것이다. 신망이 두텁고 냉철한 변호사 이태하는 가족간에 법적 다툼까지 가기전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게 조언을 한다. 가장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부모의 죽음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유산을 동등하게 받으려는 딸들과 더 많이 가지려는 아들들의 싸움은 돈 앞에서는 핏줄도 없는 것인가 환멸스럽게 다가왔다.

 

이태하는 갑자기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었다. 기업의 불법 행태와 기득권의 힘은 막강했다. 3개월 동안 일이 주어지지 않았고 소외감과 고립감 속에서 생각나는 것은 한 선배였다. 심한 험지 발령을 보고 귀양살이와 다름없다고 반격을 가했고 사표를 낸 것이다. 변호사 개업을 했지만 기업에 찍혀서 생활이 힘겹게 이여져오고 친구들은 주변에 변호사가 필요한 사건이 생기면 몰이를 했다. 우정 보다는 바른 일을 해내고자 했던 의지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한지섭 선배는 정치권에 진입했고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운동권 경력과 두 번의 투옥이 맞설 수 있는 상대는 없었지만 새 나라 건설의 꿈에 부풀어 진보적인 개혁안을 제기하면 따돌림당하고, 돈키호테 취급을 당하고 할 뿐이라며 정치를 등지고 시골로 내려갔다.

 

돈은 우리 사람들의 생존을 유지해 가는 소중한 도구이되, 공권력까지 그렇게 무력화할 만큼 안 되는 것이 없는 괴력을 발휘하니 그건 흉물이기도 하다.p87

 

월세 4배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와 말다툼을 벌이다 다치게 하여 감옥에 가게 된 세입자 강남길을 식당 단골이었던 이태하가 인권변호사로 나섰다. 이버지가 돌아가시자 최민제에게 이복 동생이 나타난다. 1 1 분할이면 회사 반쪽이 날아가게 생겼다. 이태하는 수임료 5백에서 4백은 돌려주었다. 돈을 좋아하지만 노예로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거라고 했다.

 

술만 먹으면 달라지는 남편과 이혼하고 남매를 키우지도 못했는데 말년에 암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 중년여자의 아들과 딸들이 엄마의 재산을 반으로 나누자고 싸우고 있다. 성격 차이라는 참극을 낳은 사연은 제일 마음이 아팠다. 박현규의 딸이 사귀던 남자친구의 집이 가세가 기울어졌고 수천억 부자의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 성격 차이로 헤어지자고 했지만 스토킹이 시작되었다. 박현규가 아빠 된 도리로 헤어지라고 정중히 말을 했지만 새 남자친구가 억대 부자라는 걸 알고 분노했다. 전 남친의 무차별 폭행이 이어졌다.

 

청소년에게 담배 심부름을 해주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노인이 있다. 로또 중독으로 전 재산을 날리는 가장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하는 생각을 말로 할 수는 없었다. 김승기는 어머니의 정을 모르고 살았다가 통장의 잔고를 보고 놀랐다. 천 만원이나 그저 몇 백만원 정도라 생각했다. 그동안 간절히 바라던 로또 사냥에 나섰다.

 

윤민서에게 박현규가 식물인간이 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흉한 일을 당해 충격으로 쓰러졌고 뇌출혈이 너무 심했다고 한다. 이태하는 현규가 돈은 인간의 실존인 동시에 부조리다하는 정의를 입증해 주는 실증자 같다고 말했다. 자신도 해치고 타인도 해치는 돈 중독이 목숨도 짓밟는 일이 허다하다. 수희는 연인에게 헤어지자고 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알바가 아닌 취업을 한다고 해도 어느 세월에 전세비 모으고, 집 살 돈 모으고 앞길이 막막하다고 연애, 결혼, 출산도 안하는 시대가 된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2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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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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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한다. 병명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지만 의사들은 조현병이라고 적었다. 한 의사의 노력으로 정확한 병명을 밝혀낼 수 있었다. 로젠한 실험을 추적하면서 그는 왜 이 실험을 계획했는가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50년 전, 로젠한의 연구는 19731월 저명한 저널 <사이언스>[정신병원에서 제 정신으로 지내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로젠한을 포함하여 여덟 명(대학생, 심리학자 셋, 의사 둘, 화가, 주부로 남자 다섯, 여자 셋이었다)의 자원자들이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 잠입을 시도한다. 그들은 의사에게 , 비었어 공허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이런 증상만을 근거로 가짜 환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질환 진단을 내렸다. 입원 기간은 7일에서 52일까지 다양했고 평균 19일이었다. 2100개의 알약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처방되었다. 가짜 환자들은 알약을 삼키지 않고 뺨이나 호주머니에 숨겼다가 변기에 뱉거나 버리도록 훈련받았다.

 

저자는 여덟 명의 가짜 환자들이 입원해 있으면서 겪었던 극도의 자아 상실에 공감했다. ‘가짜 환자라고 표시된 출판되지 않은 그의 책을 발견했다. 로젠한을 포함해 모두 가명으로 입원을 했던 것이다.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는 자체적인 삶과 영향력을 갖는다. 환자가 조현병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나면 계속해서 조현병 환자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스워스모어 수업에서 농담으로 만들어낸 , 비었어, 공허해라는 증상은 의사로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는 지름길이 되었다.

 

빌 언더우드라는 가짜 환자와 연락이 닿았다. 빌이 입원을 판정하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편집성 조현병이라고 했다. 빌은 혀 아래에 둔 알약이 녹아 입안이 얼얼했고 화장실로 가기 전에 삼켜 버렸다. 기억하는 것은 간병인이 깨워서 일어났다.로젠한이 와 있었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가 발표되고 논란이 일자 미국사회는 고민에 빠졌다. 과학계 최고 저널에 실린 과학 연구는 정신의학자들이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케네디가는 로즈메리의 정신지체를 대중에게 숨기려고 애를 쓰다 미국인 의사를 찾아냈다. 뇌엽절리술을 받았고 수술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시술 전 그녀는 4학년 수준이었는데 갓난아기 상태로 퇴행하였다. 로즈메리에게 일어난 일은 가족에게 지울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로젠한은 자신이 잠입했을 때는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예방책을 취했다는 정황이 없다. 트라우마가 되고 위험할 수 있는 경험에 제대로 대비하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가. 그의 글과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로젠한답지 않았다.

 

로젠한의 연구에서 아홉 번째 환자였던 해리의 자료가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록이 삭제되었던 것이다. 로젠한은 멋대로 개입했고 노골적인 날조로 빈칸을 채워 넣었다. <사이언스> 편집자가 위반에 대해 알았다면 로젠한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인터뷰에서도 입원 기간을 연장하고 알약도 많이 추가해서 말을 했다. 로젠한이 해리의 자료를 연구에 포함시키고 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로젠한의 시대보다 오늘날 상황이 더 나쁘다고 경고한 정신과 의사 토리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가 설립한 치료옹호센터는 주립병원과 감호소에 병상을 늘리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을 교도소에서 적절한 치료 시설로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언스> 같은 명망 있는 저널에 출판된 논문이 의혹에 휘말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자는 5년 전 자료를 모았다. 로젠한이 쓴 논문, 일기, 미출간 책, 인터뷰와 강의, 시청각 자료, 신문인터뷰, 수백 명의 사람들의 인터뷰 등 귀중한 자료들이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신의학에 올바른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환자의 이야기 몇 마디에 환청이나 망상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 한다. 정신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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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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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의 저자 TJ 클룬의 신작[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인간이 영원히 살 것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영혼 판타지 소설이다. 죽음은 최종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냉철한 변호사 월리스 프라이스는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제일 중요한 사람은 고객이었다. 자신이 지시하면 모든 직원은 기계처럼 일하길 원했다. 부품을 교체하듯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차없이 해고했다.

 

월리스는 이틀 뒤에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눈을 떴다. 조문객은 다섯 명뿐이었다. 네 명은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전처 네이오미와 동료 파트너 변호사들이었다. 그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잡담만 늘어놓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가 메이라고 소개하면서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문다는 카론의 나루터찻집으로 데려갔다.

 

찻집에는 아폴로라는 개와 나이 많은 넬슨 노인이 그를 맞이한다. 한 남자가 저승으로 안내 할 사공 휴고 프리먼이라고 소개하였다. 아폴로는 벽을 통과하였고 저 아이도 당신처럼 죽었다고 말했다. 월리스는 자신이 죽었다고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주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변론 취지서가 있어서 자신은 죽지 않아야 한다고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휴고는 월리스를 보며 이 친구는 사후 세계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리스의 가슴에 달린 케이블이 휴고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숟가락을 잡을 수도 없었고 손이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이곳은 시간은 멈출 때도 있고 점프할 때도 있다. 유령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생각만으로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다.

 

휴고는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훌륭한 사공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메이와 넬슨, 휴고와 지내면서 월리스는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일했고 회사가 승승장구한 데는 이유가 있었지만 친구, 가족도 없었다. 최근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쓴 적이 언제였나 인간답게 행동한 적이 있냐는 말에 스스로 외로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며 지나온 삶을 후회했다.

 

메이와 같은 사신 캐머런, 유잉육종 뼈에 생기는 암으로 죽은 아이 리와 엄마 낸시의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 월리스는 가게 안을 돌아다니며 테이블 위에 의자를 내려 정리를 하며 이곳에서 지내기가 점점 수월해졌고 최소한의 것들은 도왔다. 하찮은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는 걸 싫어하고 월리스처럼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인다. 타살로 죽었던 앨런은 비명을 지르고 난동을 피웠다. 가게 밖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이어서 모든 걸 잃게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관리자라는 아이는 월리스가 죽은 다음에 인간다워졌다고 칭찬을 한다. 이기적이고 못됐었는데 예전의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이곳의 사람들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리자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월리스는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삶과 죽음을 판타지로 풀어냈다. 각자 아픔을 겪는 인물들이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서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이 있는 모습을 인정받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상심에 작품을 쓰기 힘들었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상심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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