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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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고아 출신 생계형 범죄자에서 출판사 대표가 되기까지 임승남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에세이다. 소설 [걸밥]을 출간한 후 인간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저자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네다섯 살 때 고아가 됐다.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울다 남대문지하도에서 겨울을 났다. 시장 아주머니들이 만든 칼국수, 수제비, 팥죽을 팔고 있었는데 그때 먹은 팥죽 맛은 잊지 못한다. 최초의 기억으로 어머니가 하얀 가운 차림의 남자가 놓은 주사를 맞고 돌아가셨다. 형과 누나 남동생까지 6남매였는데 아버지는 몸이 불편한지 누워계시다 돌아가셨고 무작정 거리로 나와서 고아가 되었다.

 

남의 집 대문 앞에서 밥 좀 달라고 동정심이 일어나도록 구슬프게 처량하게 소리를 길게 외쳤다. 초상집에서 시라이막에 돈을 주고 초상집 문방을 서주기도 했다. 앵벌이를 하다가 단속에 걸려 아동보호소로 들어가게 되었고 도망가는 아이는 죽도록 매를 맞았다. ‘꼬마딱지를 떼고 이쁜이라고 불렸다. 도둑질 하다 소년원에 가게 되었다. 친구들을 내보내고 혼자 독박을 쓰기로 결심했다.

 

태어나서 10대 후반까지 머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동물처럼 살았다. 환경은 배고픔, 도둑질, 싸움, 고문, 신고식, 징역, 죽음 같은 일이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르는 정글 같은 세계였다.

 

유치장에서 며칠을 살고 자백을 해도 형사는 고문을 멈추지 않았고 자백이 목적이 아니라, 남의 고통을 즐기는 게 목적 같았다. 그러나 살려고 하는 변화의 의지와 배움의 용기가 생겼다.새로 부임한 원장은 정신이 똑바로 서야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방마다 보름에 세 권씩 책을 의무적으로 신청하던 시기였다. [마음의 샘터]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격언을 엮어놓은 책인데 훗날 새 인간이 되는 계기가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교도소의 감방장과 배식 반장은 왜그리 때리고 걷어차는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화가 안 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짜환자 엿장수를 도와주었다. 보답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샘터 책이 생각났고 [새 마음의 샘터] 책을 구해주었다.

 

교도소를 출소하고 사회 나와서 일반인처럼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웠다. 교도소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임승남 이름 석자를 잘 쓰고 싶어 글씨 연습을 했다. 감방에서 책 읽는 것은 힘들었고 필기도구도 빼앗아 갔지만 교도관의 눈을 피해 글씨 연습을 했다.

 

결핵에 걸렸고 환자라는 것을 잊고 약도 먹지 않고 버텼다. 출소하는 날까지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채 계속 책을 읽고 마음을 닦았다. 마산교도소로 이감되어 결핵을 치료했다. 76년 저자는 마지막 2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출감했다. 교도소에서 알았던 대학출신 수감자 정 형의 도움으로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한다. 월급 3만원의 영업 배본사원이 되었다.

 

막노동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버거워지는데 반해, 책은 처음 들고 나갈때는 힘들어도 서점에 내려주고 나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 재밌었다. 그렇게 다니는 걸 창피하게 여기는 영업자들도 있었다. 개구리가 넓은 세상으로 나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처럼 즐겁게 일했다.

 

책으로 인해 나라는 한 인간이 바뀌었기에 책에 대한 애착이 기본적으로 굉장히 크기도 했지만, 인문사회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좋은 책을 내면 사회라는 흐린 물을 맑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업부장 설문 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로 나왔고 다른 출판사로 옮겨보라는 제의를 받는다. 많은 일들을 겪고 출판에 회의감이 들었지만 좋은 일을 하려다 도망 다니는 사람들의 뒷바라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버텨보기로 했다. 재정이 어려워진 돌베개를 인수하게 되었다. 서대문 치안본부에 끌려갔을 때, 고아라고 간첩 아니냐 했지만 스스로 양아치, 도둑놈에 인간 말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지만 간첩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임승남을 세상에 알리는 자전소설 [걸밥]을 출간했다. 잃어버린 형제들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단서도 찾지 못했다. 19934월 돌베개를 떠났다. 직원들은 13년 동안 잘 이끌어줘 고맙다는 감사패와 행운의 열쇠를 선물로 주었다. 이 책은 처절하고 치열한 생존기이지만 인간의 삶을 꿈꾸게 하는 뭔가가 있다. 수감 중에 공부해서 마음을 잡아보겠다고 결심을 했으니 책은 정말로 위대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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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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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순례의 여정 속에서 만난 깨달음의 산문이다. 저자는 3년 전, 서울을 떠나 하동군 평사리에 정착하여 고독 속에 스스로 유폐하고, 평화와 행복을 되찾아가던 어느 날 예루살렘으로 떠나기로 한다. 죽음을 거쳐온 사람들, 상처 입은 사람들, 광야를 헤맨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저자는 적막과 침묵, 자연 속에서 외롭지 않았다. 새벽에 기도 방으로 가서 촛불을 밝힌다. 온전히 혼자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학 졸업 이후 내내 가장이었고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썼고 차례차례 터지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불행에게 쫓겨 다녔다.

 

고요하고 싶어 3년 넘게 남들에게 글을 내비치지 않고 살았다. ‘고요하고 싶어이 질문과 대답은 화두처럼 남았다. 당나귀 등에 올려져 있는 강아지를 입양하고 동백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동백이 전 주인은 대책 없는 사람 같았다.

 

어느 날, 지인의 죽음은 세상에 태어나 죽는 사람을 처음 보는 것처럼 가슴은 툭 내려앉았고 힘겨웠다. 예루살렘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예루살렘이야? 정확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은 되었지만 결심했다.

 

요르단은 처음이었다. 느보산 모세 기념 성당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성당만 빼고 눈앞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광야였다. 누런 광야, 저 아래 요르단강이 흘러가는 왼쪽 끝으로는 사해가, 오른쪽으로는 예리코가 보였고 눈앞으로 멀리 이스라엘 땅의 전경이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나자렛은 길들이 좁고 가팔라서 마치 울릉도를 연상시켰다. 무슬림 지역의 작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일행은 주님 탄생 기념 성당으로 갔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서 안전한 지역인지 물어보니 치안이 개판인 지역이라 여자는 절대로 혼자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날아왔다.

 

오래전부터 사막에 가고 싶었다. 한국의 일행이 떠나고 혼자 예루살렘에 남았다. 비싼 호텔비를 지불하였지만 지하실방이나 길 앞의 방을 배정해주어 큰 소리로 항의를 하니까 왜 중년 여성이 혼자 여기에 왔냐는 것이었다. 20년 전 수도원 기행을 할 때 만났던 수녀님과 신부님 기억을 떠올린다. 이스라엘 곳곳의 가톨릭 성지에서 프란치스코회 수사복을 입은 신부님을 마주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예루살렘 성당들을 순례하고 상상했던 십자가의 길을 수녀님의 안내를 따라나섰다. 라틴어로 비아 돌로로사라고 불리는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은 본시오 빌라도의 법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베로니카는 십자가의 길 근처에 있다가 예수의 얼굴을 닦아드렸는데 그 형상이 그녀의 수건에 찍혔다고 전해진다. 십자가 밑에 서 있던 예수의 지지자들도 모두 여인이었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그 힘든 와중에 여인들을 보고 나를 위해 울지 말고 너와 네 자녀들을 위해 울어라하시는 장면을 봐도 그렇다.

 

고통은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다. 저자는 고통이 주는 이점이 있는데, 그것은 겸손해진다는 것이다. 산을 오르거나 책을 하나 쓰려고 할때도 말할 것도 없이 고통이 온다. 원고를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는 망상이 깨지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천 일이 넘는 칩거 동안 세 남자에게 매혹되어 있었다. 프란치스코와 샤를 드 푸코, 십자가의 성 요한이다. 요르단에서부터 주님의 발자취를 지키고 싶어한 프란치스코 성인의 열렬함을 이어받은 프란치스코회 수도사님들을 만났고, 이제 샤를 드 푸코 성인을 만나고 싶었고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 [하이파에 돌아와서]를 읽고 하이파라는 곳을 가보고 싶었다.

 

예루살렘으로 떠나려고 할 때 동백이가 걸렸는데 이웃이 돌봐준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동백이가 펄쩍 펄쩍 뛰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고독하게 산다고 해도 누군가 좋은 이웃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백이 전 주인이 욕설을 하고 싸움이 일어나고 시비를 걸고 이 시골에서 뒷담화해서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리고 폭력을 당해 간 경찰서에서 폭력을 당한 건 아니지요?”라고 묻는 이곳이 갈릴래아라고 했다.

 

순례를 통해 자신의 죽어 있던 시간을 떨구고 다시 일어났다. [토지]의 배경이기도 했던 평사리로 돌아왔고 저자의 멘토였고 존경했던 소설가 박경리를 떠올리며 다시 펜을 들었다. 세상의 미혹을 뒤로하고 스스로 고통과 어둠으로부터 회복하는 저자의 현재와 과거는 진한 감동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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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딱 한 해만, 다정한 이기주의자 - 한 달에 한 번, 온전히 나를 아껴주는열두 달의 자기 돌봄
베레나 카를.안네 오토 지음, 강민경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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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1년쯤은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일상에 지친 워킹맘과 심리학자가 함께 실천하고 기록한 나부터 행복해지는연습이다. 심리학자의 월별 미션과 30일간의 실천, 그에 대한 심리학적 피드백까지 세 가지 절차를 밟아가며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낸다. 미션, 실행, 피드백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가. 지금부터 시작해보자.

 

일년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심리학자 안네가 코치를, 작가 베레나는 피실험자 역할을 맡았다. 자기돌봄 방법을 설명하고, 각각 접근법에 과학적 지식과 근거가 있는지 알려주기로 했다. 한 달을 기준으로 두 사람이 나눈 편지글을 그대로 담았다.

 

1월 미션은 명상하기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업무 시간이 일정치 않아 힘에 부칠 때, 다음에 할 일을 까먹기도 하는데 명상이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었지만 자애 명상을 따라 하면서 모든 것을 초월한 사람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열두 달 동안 다른 활동을 하면서 명상은 계속 해야 할 것 같다.

 

뜨개질이나 베이킹이든 내손으로 하기, 먹고, 마시고 나를 사랑하기, 꿈 일기 적기, 몰입을 위한 고독, 시네마 테라피, 지인이나 친구와 연락을 줄이기, 타인에게, 자신에게 넉넉한 정을 베푸는 연습 등이 있다. 마음챙김 연습 방법은 다양하다. 양치질, 요리, 청소, 세차, 장보기를 비롯한 일상적인 행동을 집중해서 애정을 쏟는 것이다. 글쓰기나 창작에 관한 책을 읽어봐도 좋다. 저자는 줄리아 캐머런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추천한다.

 

미션을 거치는 동안 모든 미션들에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 어떤 미션을 수행하든 자신의 몸을 집중해서 느껴야 했으니까. 스스로의 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배려심이 넘치는 친구처럼 바라봐야 하는 자기돌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베레나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니 언제 휴식이 필요한지, 스트레스가 쌓이는지를 항상 살펴봐야 하고 알람이 울리면 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 일하는 시간에도 15분 정도 산책하는 시간을 끼워 넣는 것도 좋겠다.

 

꿈을 탐구하는 건 자기돌봄이기도 하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의 내용을 메모로 적어두는 일련의 과정은 자기돌봄에 가깝다. 감정을 소모시키는 험담을 줄여야 한다. 2주 동안 다른 사람의 행동, , 다른 사람이 소유한 것, 사무실이나 모임 등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 등 여러분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을 무시하고, 자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아티스트 데이트란 여태까지 몰랐던, 자세히 보지 않았던 사물이나 장소를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반드시 박물관이나 미술관일 필요는 없다. 문구점이나 도서관, 식물원일 수도 있겠다 열린 마음과 호기심이 중요하다. 심리학자나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울증, 불안증 등을 앓는 사람들에게 시네마 테라피를 추천한다.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모든 감각을 동원해 자연을 느껴야 한다. 자연을 맛보고, 냄새 맡고, 보고, 듣는 거다. 베레나는 10월을 아주 좋아한다. 조깅을 하면서 자연과 가까워지는 연습부터 시작한다. 2주 동안 계속해서 명상과 호흡을 연습했다. 아침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5분씩 내 마음과 현재의 상태를 살피고, 답답할 때는 심호흡을 했다. 내뱉는 숨결에 마음의 짐을 실어 내보내듯이 말이다.

 

자발적으로 사람들과 거리를 뒀을 때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일상 속에서 느껴보았다. 선행이 꼭 기부이거나 선물일 필요는 없다.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베레나는 진정한 자기돌봄이 무엇인지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독자들에게 다른 고민과 다른 행복을 품고, 다른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의 자신만의 행로를 찾았으면 좋겠다. 안네는 미션을 진행한 지난 1년 동안 두 가지 행동을 마치 의식처럼 반복했다. 하나는 분노나 행복, 슬픔 같은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일 하루 30분은 꼭 산책한다.

 

책을 읽으며 딱 한 해만, 오직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여러가지 중에서 좋았던 것은 명상하기와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고독을 즐기는 것이다. 행복이란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나를 돌보는 고독의 시간에서 비롯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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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의 실종자들
한고운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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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초등 2학년 때부터 작가를 꿈꾸었고,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다. 잠시 포기하다 일본 여행에서 영감을 얻고 <규슈의 실종자들> 을 쓰게 되었다.

 

저희 딸이 실종되었어요.”

중년 여성이 경찰서에 들어와서 하는 말이다. 동창회에 참석한다고 일본으로 갔는데 8일째 연락이 안 되고 있었다. 경찰은 일본에 협조 요청을 보냈다. 이상한 편지를 받고 나갔다고 하는데 규슈에 유사한 실종이 두 개가 접수되었다. 실종자들은 메일이나 편지를 받고 규슈로 가야 한다는 말만 하고 사라졌다.

 

33살 세이카, 한국 이름은 김지현이다.

마스코 후미토는 회사에서 정의로운 기자상을 탔다.

최형준 중고차 딜러와 호스트바에서 선수로 일한다.

윤지한 부모에게 빌붙어 살고 유홍을 즐긴다.

박미애 한국에서 일본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지현은 5년 동안 술집에서 일을 하면서 자신을 먹여 살릴 남자를 물색중이다. 동생의 대학 학비도 마련하고 술집을 나가는데 지아는 언니를 창피해한다. 형준은 우연히 지현이 일하는 곳에 오게 되었다. 다섯 명은 규슈 한인 학교 동창이다. 지현과 형준은 16년 전 니시메 유리 사건을 떠올린다.

 

형준은 후미토에게 협박 메일을 보냈다. 얘도 돈이 필요하다는 거잖아. 후미토는 정의로운 가면이 벗겨지고 진정한 본인의 모습이 나와버렸다. 유키는 후미토의 여자친구다. 후미토가 사라지기 전 유키에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도 용서해달라고 미친 사람에게서 편지가 와서 자신을 괴롭힌다고 말했다. 분홍색 봉투의 편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니시메 유리였다. 유리는 죽었는데 죽은 사람이 어떻게 편지를 보낼 수 있을까.

 

지한은 유홍에 절어 사는 망나니 그 자체이다.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똑바로 못한다고 혼이 난다. 돈을 써대며 접대부 여성들의 환심을 사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산다. 어제 만났던 나미라는 여성에게 술집을 청산하고 같이 살자고 한다. 동거인 지한에게 온 편지를 몰래 뜯어 보던 나미는 놀라고 말았다. 봉투 안에는 머리카락도 들어 있었다. 동거남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나미는 바로 니시메 유리의 이부 동생 하야마 유리카였다.

 

16년 전, 규슈 한인 학교는 계급이라는 게 존재한다. 5명의 무리는 유리에게 청소를 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바닥을 기어보라는 말로 모욕감을 주기도 하였다. 담임은 상황을 알면서도 피해자에게만 소심한 성격을 극복해서 친구들과 잘 지내라고만 한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유리를 엄마는 계속 다니라고 했고 다음 날 유리는 죽음을 맞이했다. 엄마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었고 언니 죽인 사람이 사라졌대하고 쓰러져 버렸다. 어린 유리카는 언니의 일기장에서 가해자 다섯 명을 알게 되었다. 무고한 사람이 범인이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유리카는 형준과 지한을 만났는데 그들을 만나 돈을 뺐는 것으로 언니의 복수가 끝난 것일까 조금 의아했다.

 

니시메 유리는 전국에 150명으로 이 사건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규수 한인 학교 출신이 있었고 16년 전 사망했다. 죽은 사람의 편지라니 머리카락을 감정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머리카락 주인이 편지를 보낸 납치범일까

 

[규슈의 실종자들]은 현재와 과거, 인물에 따라 변화하는 시점을 따라 가다 보면 하나씩 밝혀진다. 다섯 명의 실종자들과 또 다른 인물은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일본에서 일어난 다섯 명의 한인 실종사건을 추리하는 재미와 함께 악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미스터리지만 무섭지 않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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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 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김선영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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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10년간 했던 TV프로그램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다가, 방송 만드는 일로 다시 돌아갔다. 유튜브 뉴 미디어 세계는 신선했지만, 여전히 갈증을 채워 주지 못했다. 방송작가를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줄 알았는데 아직 까마득한 공중전이 남아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출근한다. 아이템을 잡지 못했거나 출연자 섭외를 못했을 땐, 다리가 무너져 버렸으면 했다. 아침 생방송을 만드는 목적은, 사건사고를 신속정확하게 알리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방송작가는 오늘도 눈 아프게 세상을 들여다보고 전화를 돌리며 한숨 쉰다. 책 제목이 섬뜩하다 다리가 무너지다니 저자의 파란만장 좌충우돌 버라이어티한 생존담이구나 이해가 되었다.

 

글과 관련된 직업을 찾다가 우연히 편집자를 발견했다. 책을 만드는 직업이라니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빠른 포기를 했다. 관심종자여서 글 쓰는 일은 하고 싶고 관심도 받고 싶던 차에 우연찮게 방송작가로 발을 들인 것이다.

 

방송작가는 프로 봇짐러다. 이직이 잦다는 뜻이다. 서브작가로 일한 지 칠년차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스무 시간 넘게 깨어 있고 쉬는 날에 몰아서 자는 불규칙한 생활에 어려서 앓았던 아토피가 재발했다.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보람도 사명감도 다 좋지만 소중한 건강을 잃을 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쉬면서 그동안 벌었던 모든 돈을 치료하는 데 갖다 바쳤다. 병 하나 없는 방송작가는 드물었다.

 

분식집에서나 모든 것을 더치페이를 하는 짠피디를 보고 불편해했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지금 그것까지 알아야 해?’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혹시 나보다 더 애타는 속사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해한다.

 

막내작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면서 최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예전보다 막내작가를 지원하는 수 자체가 많이 줄었고, 삼개월 넘게 한 프로그램에 정착하는 이가 흔치 않았다. 막내작가에서 서브작가가 되는 건, 작가로서 큰 의미가 있다. 십년 차 메인작가로 입봉하기 전까지는 모두 서브작가라고 부르니 대우도 천차만별이다. 작가 구성은 메인작가 한 명, 서브작가 대여섯 명, 막내작가 한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 막내작가들은 유명한 90년대 생이다. 선배들이 퇴근할 때까지 눈치를 보며 집에 가지 못했던 찌질한 삼십대 중반의 메인작가들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때로는 정의감만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관계가 얽힌 수많은 사람을 통과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곱게 정제된 방송용내용만 텔레비전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그 벽과 싸울 만큼 단단하지도 용감하지도 못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면 카페로 갔다. 원고가 잘 안 풀리면 밖을 멍하니 내다보거나 걷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음, 향기로운 커피가 있는 카페는 작업실로 안성맞춤이었다. 결혼을 한 후 로망을 이루었다.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었고 핸드 드립 커피세트를 사서 직접 커피를 내렸다. 혼자 일을 하다 보면, 행복할 때가 많지만 우습게도 가끔 외로웠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잠을 못 자서 충혈된 눈으로, 누군가에게 쌍욕을 들어가며, 커피를 수혈하고, 줄담배를 태우며 맡은 일을 줄기차게 해 나가고 있을 방송쟁이들’.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뜨거워지고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을 거둘 수 없다고 했다.

 

2007년 지상파 휴먼다큐멘터리로 방송 일을 시작해, 10년간 TV프로그램 구성작가로, 3년간 대기업 사내방송과 정부공공기관 소셜방송 구성작가로, 지난 1년간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조율하는 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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