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의자 SN 컬렉션 1
이다루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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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어하우스 소설 SN 컬렉션으로 이다루 첫 소설집 기울어진 의자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뒤틀리거나 끊어지는 반복 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울어진 의자]는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재여서 공감이 많이 되었고 에세이 같은 단편 소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결혼 전 직장 동료였던 수정이는 만날 때마다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계약 직원이던 시절 입사하자마자 더 큰 회사로의 이직을 꿈꾸던 수정이는 사내 결혼을 하여 남편이 육아휴직을 냈고 학무모 모임 참석과 집안 일을 점검하고 있다. 남편이 일할 때는 아이 좀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쉬고 있으니까 다시 돈 벌어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에게 아이가 다 컸으니 사회생활을 권하기도 하였다. 수정이는 딸과의 통화를 끝내고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상사와의 업무 지시를 받고 급하게 회사로 가야 하는 수정이를 보며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로 자주 언급했던 준이 엄마가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는 메시지가 왔다. 여름에 아이들과 물놀이를 가자고 해서 같이 가기도 하였는데 늦은 밤에 문자가 왔는데 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플리마켓을 연다는 것이다. 만남이 계속될수록 조금씩 지쳐갔다. 플리마켓에 가지 않았는데 서프라이즈 선물을 들고 왔다며 봉투를 내밀었다. 치수가 큰 내복 바지, 비닐 가방, 양말, 스카프, 트레이닝복 등이 들어있었다. 마음에 안들었지만 배려해 준 선물이라 마음은 훈훈했다. 그때 문자가 왔다. “좋은 물건이니까 잘 사용해주면 좋고 총 금액 265000원이야 계좌번호 보낼게마음을 전달받은 줄 알았는데 일방적인 거래였다니 허탈했다. 하나같이 번지수를 잘못 알고 찾아온 불청객의 선물이었다. 와 이건 대박사건이다.

 

아이의 첫 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학부모는 딱히 할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드러나지 않게 조금씩 독립을 시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 것만 같았다. 그래선지 입학식은 기쁘기도 했지만 어떤 아련함을 느낄 수 있는 행사였다. 아이가 첫 입학을 하고 학부모 공개수업은 마음이 설렌다. 엄마 왔다고 자꾸 뒤돌아보지 말고, 당부를 해도 아이는 엄마가 있는 곳을 보게 마련이다.

 

같은 반 아이 중 독감에 걸려 결석한 아이들이 있다고 하더니 준우가 온몸이 늘어져 있어 응급실에 다녀오고 역시나 5일간의 격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며칠 동안 누워 있던 아이가 침대 위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대신 간호하던 내가 감기에 걸렸지만 어수선한 주방과 어질러진 거실은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픈 것도 사치였다.

 

학부모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식사와 차도 마시고 쇼핑도 하게 된다. 누구는 비싼 옷을 거리낌 없이 살 수도 있고, 남편의 직업을 물어보기도 해서 당황한 일도 있을 것이다. 세 명이 모이면 본의 아니게 고독과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엄마들은 약간은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알고 싶은 욕망이 커지는 듯했다.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인 타인의 삶이 궁금해도 말수를 줄여야 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어서 서랍 안에는 대인용과 소인용 마스크가 양쪽으로 나뉘어져 담겨 있었다. 떨어지면 안 되는 쌀처럼 마스크 또한 우리집 필수품 중에 하나가 된 지 오래였다. 사방의 공기가 살벌하게 느껴지고 사람이 보이기라도 하면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걸었다.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시선으로 사람들을 멀리 했다.

 

지금의 내 나이에 들어서 겪게 되는 관계의 양상을, 삶을 녹여내서 보여주는 책은 의외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배운 적 없고 누구 하나 가르쳐준 적 없었지만, 관계의 사건들을 글로써 다양하게 펼쳐 보았다[작가의 말]

 

사람을 많이 만나고 관계를 맺을수록 더욱 유연해지고 양보할 줄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관계의 양상을 담은 이다루 소설집 [기울어진 의자]는 일상의 관계를 녹여낸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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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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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오승호의 신간이다. 전작 도덕의 시간을 재미있게 읽었다. 표지는 발레하는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은장본 양장으로 화려함을 더 한다. ‘스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고독한 투쟁을 그린 미스터리. 선과 악, 탁월한 심리묘사는 책을 들자마자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사이타마현 고나가와 시티가든 스완에서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 21, 부상자 17명이 발생했다. 그들은 구스, , 산트로 불렸고, 그룹명은 엘리펀트라고 지었다. 미국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 그가 감독한 <엘리펀트>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유즈키 일행은 웹 카메라가 장착된 고글을 쓰고 범행을 저지르며 한 시간에 걸쳐 자신들의 행위를 영상으로 남겼다. 범인 오타케와 유즈키는 자살하였다.

 

두 발만 쏠 수 있는 모조 권총은 오타케가 제작하였다.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던 오타케는 분수에서 빙글빙글 도는 인형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유즈키는 고글을 벗어 던졌다. 구스, 덩치만 큰 멍청이 자식 호기를 부리며 산트를 쏴 죽였지만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스카이라운지는 유즈키의 마지막 무대다. 사랑스러운 포니테일을 한 이즈미의 모든 것이 유즈키의 취향에 꼭 들어맞는다.

 

범인과 가까이 있었지만 살아 남았다는 이유로 이즈미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힌다. 범인이 다음으로 죽일 사람을 이즈미에게 선택했다는 것을, 같은 사건을 겪은 고즈에가 충격적인 사실을 주간지에 폭로하였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어 버린 이즈미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고 학교나 발레 교실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이 나고 6개월 후 생존자 다섯 명에게 초대장이 왔다. 도쿠시타 소헤이 변호사에게 의뢰한 요시무라 히데키가 기획한 모임이었다. 히데키의 어머니 기쿠노씨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는게 목적이라고 하였다. 이즈미, 호사카, 오다지마는 본명을 쓰고 이쿠타, 하타노는 가명을 썼다. 모임에는 보수도 따른다. 참석을 조건으로 기본급 같은 것이고, 진실을 말하는 대가로 보너스가 지급되고 거짓을 말할 경우 감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변호사는 말했다.

 

인간이라면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 돕는 것인가? 기쿠노, 일요일이면 오는 스카이라운지 직원이 마음에 안들어 여기를 그만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녀를 구하려고 1층으로 내려갔다. 발레 실력 차이로 이즈미에게 열등감을 느껴 왕따를 시키는 것도 모자라 공연작 <백조의 호수> 오데트와 오딜의 배역이 발표되기 전 스완에서 만나자고 한 고즈에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유키오를 지키려고 하였다. 첫 번째 두 번째 모임에서 몇 명은 진실하지 못했다. 한 사람씩 사건 시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는데 묵비 선언을 하기도 하고 언성이 높아진다.

 

오타케의 범행 동기가 밝혀진다. 지난 여름 스완 경비 업체에서 해고를 당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오다지마가 꼴좋다충동적으로 나온 말을 오타케는 계속 마음에 담아 둔 것 같은 글을 남겼다. 오다지마가 범인을 제압하는 장면이 영상에 찍혀 영웅으로 불리는게 부담스러워 회사도 그만 두었다.

 

도쿠시타는 처음부터 오다지마와 이즈미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세 번째 타깃은 키쿠노의 죽음에 하타노, 호사카, 이쿠타 중 누구든 관련 없이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분을 우선적으로 모집했다고 말했다. 오다지마는 그날 밤 그 모임이 이후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모임의 참가 멤버 또는 멤버와 가까운 사람일까?

 

잊지 않을 거야. 네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걸. 이기적인 경쟁의식, 제멋대로 스완에 날 부른 것, 스카이라운지까지 날 구하러 와 준 것, 그 짧은 순간. 나와 네가 서로 마주 봤던 단 한 순간에 네 오른쪽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내 모습. 저수지 갑판 위에서 춤췄을 네 오딜을 언젠가는 꼭 보고 싶어서 난 병원 옥상에서 널 떠올리며 춤췄어. 흑조와 반대편에 선 백조를. 네가 가장 멋지다고 외쳐 준 그 오데트를.p511

 

[스완]을 읽으며 내가 이즈미의 상황에 처했다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생각만해도 끔찍하였다.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풀어가면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놀라운 대반전을 만나게 된다.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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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 현실 편 : 철학 / 과학 / 예술 / 종교 / 신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2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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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세계에 대한 지식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세계를 세 가지 영역으로 잘라서 제시한다. 이 책은 2권으로 현실 너머의 세계를 다루며, 진리를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나열하면 끝도 없지만 인간만이 현실의 세계와 현실 너머의 세계에 산다. 진리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기도 한다. 진리의 왕좌는 이성이 차지했다. 이성은 세 가지 근본적인 학문을 의미한다. 수학, 물리학, 철학은 모든 학문의 토대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은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는 실제로는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용어들이다. 책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를 관통하는 단순하고 과감한 골격을 중심으로 탐험한다. 소피스트들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인물이 소크라테스다. 절대주의 사상은 제자 플라톤에게 이어졌다. 스승의 가르침을 극단화해서 절대적이고 보편적이며 불변하는 진리의 세계로서의 이데아를 제시했다.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변화하는 땅 위의 세상에 관심이 많았다.

 

아벨라르의 중세 최대 스캔들은 대단하다. 스무 살 연하의 제자 엘로이즈와 사랑에 빠지고 임신이 되고 자신의 명성을 고려해 결혼을 비밀로 수녀원에 숨겨두고 회피한다고 오해한 엘로이즈 작은아버지는 그가 잠든 사이에 거세시키고 아벨라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관을 열었을 때 엘로이즈를 안기 위해 시신의 두 팔이 벌어져 있었다는 이야기는 전설로 내려온다.

 

19세기 독일에서 활동한 프리드리히 니체의 별명은 망치를 든 철학자였다. 니체가 진단한 유럽 사회는 병들고 건강하지 못했다. 그리스도교 전통에 기반한 윤리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니체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언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좋음과 나쁨 그리고 선과 악을 구분해야 한다. 좋은 것은 주인의 생활 방식을 말하고, 나쁜 것은 노예의 생활 방식을 말한다.

 

스콜라철학 시기에 신학자 오컴은 오컴의 면도날이라고 부르는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서로 다른 두 이론이 존재할 때, 논리적으로 더 간결한 이론을 선택하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는 1,400년간 진리로 받아들여진 천동설을 비판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태양을 우주의 중심이고 지구가 세 번째 행성으로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예술이라 하면 떠올리는 것처럼 아름다움을 대상으로 하는 본격적인 작품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이집트인이 예술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 신의 속성으로서의 영원성이었다면, 그리스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들은 조화와 균형을 통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수단이었다.

 

낭만주의 미술의 창시자 격인 인물은 제리코다. 그의 작품 <메두사호의 뗏목>은 당시 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낭만주의 미술의 전형적인 요소들인 격렬한 움직임, 강렬한 명암 대비와 색채 효과 그리고 극적인 상황 등을 모범적으로 담고 있는 작품이다.

 

<구약>옛날의 약속이라는 뜻으로 신과 오래전에 맺은 약속을 말한다. <신약>새로운 약속이라는 뜻으로, 서기 1세기 무렵에 활동한 예수 그리스도와 그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다그리스도교 믿음의 근간을 이루는 <신약> 성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그 제자들의 행적에 대한 27권의 문서들을 묶은 것이다. 복음서 네 편, 제자들인 사도의 행적이 한 편, 그밖에 사도들의 여러 편지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한의 예언서로 구성되어 있다.

 

임사체험의 기록이 발견되는 건 중세까지 올라가지만, 오늘날에 와서야 활발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영원회귀라는 문구에 끌린다. 시간의 단절로서의무, 지속적으로서의 영생, 반복으로서의 윤회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죽음 이후의 가능성이다. 그것은 니체의 영원회귀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영원회귀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했는데, 이는 니체 사상의 핵심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 있음은 신비하다. 살아 있다는 건 그 개인이 온전히 하나의 내적 세계, 하나의 우주를 소유하고 그 안에 거주함을 의미한다. 수많은 독자가 열광한 '지대넓얕' 인문학 필독서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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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스테이크라니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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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문학사상][작가세계] 신인문학상에 동시에 당선돼 문단에 주목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고요한의 첫 창작소설집. 그의 단편소설 종이비행기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에 소개돼 주목받은 바 있다.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는 제목처럼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편은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대리부를 고용해 아내와의 잠자리를 계획한다. 진한 쌍커풀 진 눈, 우뚝한 코, 선명한 입술, 180센티미터 키의 영국 유학파였다. 열 살 어린 제임스가 마음에 들었다. 제임스는 유학 중에 좋아했던 스테이크를 주문한다. 남편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펙에 따라 정자는 A급에서 C급으로 나뉜다. 아내는 반대했지만 백화점 진열된 상품처럼 내가 직접 내 아이의 아버지를 고르는 것이다.

 

남편은 이 정도 유전자면 A급이지말했다. 세 번만 하면 아이를 갖게 해 준다고 했단다. 아내가 발끈하며 제임스 성격을 아느냐 사이코패스면 어떡하냐고 물었다. 아내의 나이는 마흔이 된다. 불임의 원인도 나에게 있기 때문에 팔 년동안 불임클리닉에 다녀도 아이가 생기지 않고 몸도 마음도 지쳐 갔다. 불임 치료를 받고 있던 남자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일러주어 인터넷 카페에 정자를 제공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아내는 임신이 되었다. 여기저기 축하를 받았음에도 뭔가 찝찝했다. 배 속의 아이는 제임스의 아이였으니까. 아내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고 하였다. 당신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잖아? 두 번 다시 만나지 말자고 했던 제임스가 레스토랑에 나타났다. 출산용품을 사서 집으로 배달시키기도 하고 냉장고에 스테이크용 소고기가 쌓여 갔다. 스테이크만 구워 먹는 아내를 보면서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지우게 해 주십시오 기도를 드렸다. 한 집에서 따로따로 생활했다. 어둠 속에서 아내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임산부이겠지 생각했다. 아내의 출산이 임박해지고 양수가 터졌다. 휴대폰이 울린 건 그때였다. 액정에 뜬 이름은 제임스였다. 아이를 원하던 남편 이제는 아내와 아이 둘 다 잃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밤마다 아버지를 찾아 병풍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가 있다. 보다 못한 어머니는 서재방을 잠갔다. 그는 어릴 적 스님이 된 아버지를 꿈속에서 애타게 찾는 것일까?[몽중방황] 이성을 향한 왜곡된 집착을 종이비행기에 접어 보내는 남자의 기괴한 이야기 [종이비행기] 프랑스 영화라면 셋이 살 수 있다고? 여자 한 명 사내 두 명 말이 되나[프랑스 영화처럼]

 

눈을 떴을 때 나는 빨래줄에 반으로 접어 널어 놓은 셔츠처럼 나뭇가지에 엎어져 있었다. 기억은 안나는데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한 나뭇가지를 끌어안았다. 오른쪽은 터널이었다. 아파트 사 층 정도의 높이였다. 봉고차는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우회전을 해서 산길을 내려갔다. 휴대폰이 울렸지만 주머니에 없었다. 문짝이 떨어져 앞부분이 찌그러진 차가 나뭇가지에 끼어 있었다. 그 차를 본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 조수석에 휴대폰 옆으로 십자가가 보였다. 십자가는 사고 위험에서 지켜 줄거라 믿었는데 사고가 났다. 두 달 사귄 여자와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삼십 분 후면 도착할 겁니다터널로 들어가면서 여자에게 말했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내 서연이 때문이라고 빰을 때리게 되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서연을 때릴 때마다 고백성사를 보았다. 성당에 소문이 나고 끝내 이혼을 했다. 또 벨소리가 울리고 여자는 내가 오지 않자 음식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를 했을 것이다.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지나갈 때 사람 살려,하고 외쳐도 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주님 저 택시 사고 나게 해 주세요제 기도를 들어주신다면...택시가 사고 지점에 굴러떨어졌다. 택시 기사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위를 쳐다보다가 나를 발견하고 입이 벌어지면서 휴대폰이 떨어졌다. 뒷걸음질을 치다 뒤로 넘어졌다. 내가 한 기도는 단지 사고가 나라는 것이지 누군가의 죽음은 아니었다. 택시기사의 죽음으로 내가 구원을 받는 것일까. 소설에 실린 단편들은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우아하고 기괴한 이야기다. 욕망은 반드시 비극을 불러온다는 고전의 법칙을 깨고 더욱 불온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 발칙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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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닝 - 채식에 기웃거리는 당신에게
이라영 외 지음 / 동녘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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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런저런 이유로 비건에 기웃거리거나 지향하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아 쑥스럽고, 그렇다고 완벽해질 엄두는 나지 않아 고민인 회색 채식인들을 위한 가늘고 긴 비거니즘 이야기다. 나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육식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몇 년 사이 자주 먹게 되었다.

 

생태와 다양성, 종차별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나의 입으로 여전히 버터가 들락날락한다. 상대적으로 전보다는 확실히 버터 소비를 줄였다. 그러나 종종 실패한다는 고백을 안 할 수 없다. 이런 내가 비건 지항이 될 수 있을까.

 

과도한 육식을 하는 사람보다 지구를 생각해 육식을 줄이는 나를 독려하되, 식습관은 물론 다방면에 걸쳐 삶을 친환경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우러러보며 머무름이 없이 계속해서 그 방향으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음식 문제로 기분 나빠할 때가 아니다. 모두가 자기 몫을 함으로써 생태적인 문명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이다.

 

비건 지향의 실천을 한번에 시작하기는 어려웠다. 일주일에 하루는 비건 식사의 날로 정하고 조금씩 그 정도를 늘려갔다. 좀 뿌듯한 느낌에 트위터에 비건 식사를 올렸다. 누군가 비건이세요?”라고 물어봤다. 자신이 없어서 그땐 플렉시테리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언젠가부터 집 안에 논비건 음식을 들이지 않았다. 비건 식단에 도전하는 날들은 늘어갔고, 누구도 죽이지 않는 식사에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꼈다.

 

축산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 환경에 얼마간의 파괴를 일으키지만, 밖에서 기르는 것보다 더 파괴적인 것은 없다. 이유는 비효율성이다. 방목은 살짝 비효율적인 게 아니다. 동물 농장과 축산의 종말은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강인하고 적응할 줄 아는 종이다. 우리는 놀라운 변화를 수없이 겪은 존재이다.

 

그럼 전문 요리사나 식당을 찾아야만 맛있는 비건 식사를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비건 채식 경험의 화룡점정은 평범한 가정에서 만났다. 군산에서 취재차 만난 황윤 다큐멘터리 감독이 내어줬던 비건 샌드위치와 샐러드는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다.

 

처음의 굳은 맹세는 어디로 가고, 나는 고기를 먹고 싶은 욕망을 정당화해줄 논리를 찾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짐을 의식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고기를 먹는 경우도 점점 늘어갔다. 공연히 <동물해방>을 번역해 쓸데없는 골칫거리를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왜 그리 짜증이 밀려오던지...

 

한국에서도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영국과 유럽 각지에서 벌어지는 커다란 흐름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실하다. 회식에는 삼겹살, 배달에는 치킨의 야성이 굳건하고, 밖에서 식사할 곳을 찾으려면 부대찌개, 감자탕, 닭갈비, 보쌈 등 육식 메뉴가 점령하고 있어 채식할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지속 가능한 건강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삶으로써 온갖 억측을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축산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비건과 관련된 다양한 편견들에 타협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채식은 다층적이고 복잡한 현실을 놓치지 않고 마주하게 한다. 먹는다는 행위는 원초적이고 관계적인 행위이며 반복되는 일상인 만큼, 내가 누구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매번 자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스스로를 어떤 범주에 포함시키고 자신을 강박하게 된다. ‘비건이냐 아니냐를 구분하기보다 좋은 식습관에 대해 알아가고 조금씩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자본을 위해 만들어진 신화와 관습에 휘둘리지 않는 주체적인 삶의 경험은 새로운 문이다. ‘비건 지향적 삶은 충분히 즐겁고 설레는 선택이 될 것이다.

 

10인의 작가들은 채식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이들에게 불완전한 채식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응원한다. 일단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고기 없는 월요일이나 고기 없는 아침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완벽함을 벗고 여유를 가지면 충분히 즐겁고 자유로운 비건 라이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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