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 딱 좋은 고독 매일 읽는 철학 2
예저우 지음, 이영주 옮김 / 오렌지연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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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고독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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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장 - 노천명 소설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3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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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1911~1957)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하는 시 구절로 국민적 애송시가 된 [사슴]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라는 구절로 널리 애송되고 있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를 쓴 시인이다.

 

노천명 시인이 죽기 한 해 전인 19561231일자 조선일보에 올해 못한 일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수필에서 평생 소설을 쓰고 싶어 했던 것이다. [우장]에는 노천명이 발표한 소설은 여덟 편과 인물평전, 문학론,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편의 일기중에서 병상일기는 시인이 백혈병 증세가 치료 불가능할 정도로 깊어져 삶과 죽음을 오갈 때 쓴 글이다. 마지막 일기를 쓰고 3개월 뒤인 1957년 세상을 떠났다.

 

심부름꾼 계집애를 하나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서 어머니에게 정지 계집애를 구해 보내달라고 가을부터 부탁을 해 왔건만 달포를 두고 빈 소식 뿐이다. 언년 어멈이 바지런하고 부모도 없고 두시기 십상이라며 시월이를 데려왔다. 내가 시골로 이사를 갔을 때 옆집 머슴으로 일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고기를 구워서 식기 전에 먹으라고 해도 싫다고 하고 정말이지 얘가 사랑을 받을 줄 모른다는 데 울고 싶었다.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인간이란 남에게 제가 모르는 이런 사랑을 줄 줄도 모르려니와 받을 줄도 모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 본다.(사월이)

 

삼십이 넘도록 여편네도 새끼도 없이 남의 집 머슴살이 하는 자신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렸다. 구경하던 사람들과 시비가 붙고 달구지꾼은 황 서방의 멱살을 잡아 낚아챘다. 비틀거리다 소의 뒷다리를 밟았다. 소가 꼬리를 휙 쳤다. 소의 옆구리를 차는데 황막 색시가 하하 웃는 가운데 소에게 받쳐 죽음을 맞이하는 황서방의 운명을 어찌하리오.(우장雨葬)

 

총을 맨 사람이 찾아왔다. 친구 K의 의붓동생이었다. 김수임이가 어디 있냐고 물었다. 협력을 하면 구원을 받으리라는 기대는 나의 큰 오산이었다. 남쪽을 향해 빠져 나가리라 궁리를 했다. 이 집도 영영 작별인 것이다. 새벽에 허름하게 차린 여인네가 하나 벌써 길에 보인다. 이 여인과 같이 나는 보퉁이를 풀 눌러 이고 서울을 서쪽으로 빠져 나갔다. 시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오산이었다)

 

동생이 여름휴가로 집에 가는 길에 누이에게 들게 되었다. 주인은 동생은 무슨 동생, 그렇게 큰 게 지금 계집애들 연앤가 뭔가 하면 으레 오빠니 동생이니 한다네. 뻔뻔스런 년들 이 말을 듣고 선옥은 치가 떨리고 분했다. 지금 선옥의 유일한 소원은 방 하나다.(하숙)

 

동창집에서 놀다가 늦게 귀가하던 시인이 주정꾼을 만나 겁이 나서 길 동무를 만나 지나가다 박종화 선생인 것을 알고 심심하면 에피소드를 꺼내 이야기꺼리가 되었던 사연은 재미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월파)선생은 등산을 좋아하셔서 백운대를 비롯 높은 산봉우리는 다 정복 하셨다.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농촌 사업을 하던 최용신 양이 세상을 떠난 사실이 있다. 재학시대부터 젊은 정열을 오로지 이 땅을 위해 일해 보겠다는 일편단심을 가진 그는 농촌사업을 많이 하다가 신학교를 나오게 되자 수원군 샘골이라는 곳으로 사업의 발길을 옮기게 되었다. 남을 도와주기 좋아하는 그 봉사적 정신을 가진 오월의 여왕인 이정애 여사는 한국 간호계의 선구자였다.

 

시인이란 한가한 가운데에서 시를 여기로 주무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별유천지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도 아닌 것이다. 시인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 국토편력, 결혼유한, 인골적 등은 다섯 번 여섯 번 읽어도 또 읽고 싶은 시들이고, 시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인생을 알려는 이들에게 서슴지 않고 시집 [보리피리]를 권한다.

 

노천명은 남자들에게 쌀쌀맞게 대하던 그녀였지만 사랑했던 세 명의 남자가 있었다. 두 명은 유부남이었고 한 명은 백석 시인이 아닐까(추측이라고 한다) 밥벌이를 위해 취직한 매일신보에서 일제를 찬양하고 옹호하는 친일 시를 발표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나 [사슴]의 시인으로 고고한 삶을 꿈꾼 노천명으로서 불행하고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부역죄로 부산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석방된 후 부산방송국에 취직하였다니 웬지 반가운 마음이다. 이제 시집 사슴의 노래를 읽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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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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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어른을 위한 우화. 소설가 전경린은 이 작품을 일러 "따스함과 유머와 순수함과 충실성을 느끼게 하며 예민하고 남루한 우리들 인간의 영혼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치솟게 한다"고 평했다.

 

주인공 조나단 노엘은 인생을 뒤흔들어 놓았던 비둘기 사건이 터졌을 때 오십을 넘겼고 지워버리려고 했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19427월쯤 어느 날 오후 어머니가 온데간데 없고 며칠 후 아버지마저 사라져 버렸다. 어린 누이동생과 기차에 몸을 싣게 되었고 생면부지 남자들이 시키는 대로 벌판을 가로지르고, 숲속을 헤쳐나가 다시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어떤 친척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던 농가에 전쟁이 끝날 때까지 숨어 지냈다. 그는 군대에 입대하였고 돌아왔을 때 누이 동생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아저씨가 정해준 처녀와 결혼을 권했고, 결혼 후 불과 4개월 만에 마리는 사내아이를 낳았고, 그 해 과일 장수와 눈이 맞아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조나단은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과 그들을 멀리 해야만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금해 두었던 돈을 찾고, 파리로 떠나왔다. 큰 행운을 두 개나 잡았다. 은행의 경비원으로 취직이 되었고, 플랑슈가에 있는 집 7층에 <코딱지만 한> 방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아침이면 일터로 가고 저녁이면 빵과 소시지와 사과와 치즈를 사갖고 먹고, 자고 또 행복해했다. 수십년이 흐르도록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살았다.

 

제대로 된 아파트를 임대할 수 있을 만큼 봉급을 받았지만 8친 프랑만 연말에 내면 조나단 소유가 된다. 죽음이 그 둘을 갈라놓기 전에는 이 세상의 그 어느 것도 조나단과 그가 사랑하는 방을 떼어 놓을 수 없게 될 터였다. 여기까지가 <비둘기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8월 어느 금요일 아침의 상황이다. 문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비둘기를 보고 그의 뇌리는 공포에 휩싸인다. 비둘기가 스스로 나가지 않으면 호텔에 묵을 준비를 해야했다. 방 값을 생각하고 있었다. 몇 달째 호텔에서 묵고 있기 때문에 잔금을 치를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 난감해진다. 그래서 그는 떠나기로 한다. 비둘기에게서 멀리 멀리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조나단은 자신의 방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출근을 하고 나서 제일 값이 싼 방을 구하고, 짐을 프런트에 맡겼다. 빵과 우유를 사서 공원으로 갔고 그늘 벤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조금 떨어진 벤치에 거지가 훈제 정어리 봉지를 먹고 있었다. 30년 전에 그를 보았을 때 분노에 찬 질투심을 느꼈던 기억이 났다. 자신은 9시 정각에 근무를 시작하고 생활비를 피땀 흘려 벌어들이는데 거지는 한 번도 골치 아픈 표정을 짓는 일이 없었다. 어느 날 거지가 급한 용변을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 너무 비참하고 메스껍고 소름 끼치도록 무서워서 조나단은 그때를 생각하면 몸소리가 쳐졌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거지에 대한 부러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기의 인생을 그렇게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이 생각할수록 천만다행이고 어떤 면으로 보나 참으로 행복한 삶이었다. 자신만만함과 긍지가 어느새 쇳물처럼 녹아서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평생토록 착실했고, 단정했고, 욕심도 안 냈고, 거의 금욕주의자에 가까웠고, 깨끗했고, 언제나 시간을 잘 지켰고, 언제나 모범생인 그가 쉰셋 되는 해에 어쩌다 큰 위기를 겪게 되어, 주도면밀하게 세워 두었던 인생의 계획을 몽땅 수포로 돌려 버리고 있는지.. 고작 비둘기 한 마리를 보고 쩔쩔매고 있었다. 조나단은 공포의 밤을 보낸 뒤 깨달음을 얻고 집으로 향한다. 그 깨달음은 세상을 향해 맞설 용기를 주었다.

[비둘기]는 단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사건이, 조나단 노엘을 통해 소유하기 위해 온갖 정성을 바치는 인간의 모습, 언젠가 느껴 봤음 직한 생각들을 잘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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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처럼 쓴다 - SF·판타지·공포·서스펜스
낸시 크레스 지음, 로리 램슨 엮음, 지여울 옮김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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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어떤 작품에 끌릴까? 드라마, 영화, 게임 제작자들에게 검증받은 할리우드 최고의 작가 66명이 명쾌한 4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작가들의 노하우가 다양하게 소개 되었고 66가지 실전연습 따라하기가 있어 웹소설(장르)을 쓰는 작법서로 활용을 해도 좋을 것이다.

 

설득력 있는 세계관, 독창적인 착상, 매력적인 인물, 긴장감 있는 이야기

 

경험에 따르면 자신이 쓰려는 작품과 잘 맞는 적정 장르나 혼합 장르를 활용하면 글쓰기 한결 쉬워진다. 한 가지 장르에 갇히지 않으며, 자연히 혼합 장르에 속한다. SF, 판타지, 공포 장르에서는 보조 장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몹시 중요하다.

 

과거 평면적 인물이 활개를 치던 SF 장르는 이제 현실적이며 개성 넘치는 인물로 가득하다. 판타지 요소가 뚜렷한 작품이 간결한 신문체로 쓰이기도 하고, 공포 장르는 단순히 좀비와의 사투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좀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 한다. 이야기 안에 감정의 핵을 심는 일은 중요하다. 인물의 고난에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인물을 제대로 묘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생각지 못한 착상을 떠올리기란 힘든 일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 번 반복한다면 장편 소설을 쓸 수 있을 만큼의 착상을 얻을 수도 있다.

 

작가들이 소설을 창작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기 위해서다. 주인공이 어떤 인물이든 그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으려면 우선 독자는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호감을 느껴야 한다. 공감을 자아내는 주인공을 창조해왔던 인물의 특징은 용감하다, 부당하게 희생된다. 기술이 있다, 재미있다, 성실하다 등 몇 가지가 있다.

 

모든 작가, 특히 SF, 판타지, 공포 장르를 쓰고 싶어 하는 작가의 내면에 존재하는 몽상가를 깨우는 방법이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의식을 전에 없이 신뢰하는 법을 배우는 법이다.p237

 

작가가 자신이 만든 허구적 세계에 어떤 인물을 어떻게 채워 넣는지, 그 솜씨가 작가의 실력을 재단하는 궁극적인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악당은 허구적 세계의 체스 명인이라 할 수 있다. 악당은 단지 영웅의 적대자인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악당은 괴롭히고 위협하고 고통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 악당이 저지르는 악행이 무서운 이유는 악당이 바로 현실 세계의 가장 나쁜 부분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공포 소설이란 독자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작품, 겁에 질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걸쳐 으스스한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순간순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작품이다. 뛰어난 공포 소설의 배경이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즉 괴물이나 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미처 시작되기 전부터 독자를 불편한 기분에 휩싸이도록 만드는 곳이다.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모렐의 <도시탐험가들>이 있다.

 

독자와 관객은 극심한 공포감에 사로잡히고 싶어서 공포소설을 읽고 공포 영화를 본다.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온갖 기법을 동원해 관객에게 무시무시한 공포심을 안겨주는 장면을 써라. 공포 소설의 거장인 작가의 작품을 골라 연구를 하라고 한다.

 

성공한 작가들의 노하우를 들여다보자. 글이 막힐 때는 작업 환경을 바꾼다.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 선호하는 장소가 있을 테지만 일이 도무지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에는 늘 하던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다. 글쓰기 도구를 바꾼다. 일과를 바꾼다. 항상 똑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가?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습관이 좋을때도 있다. 주위 환경에 분위기를 더한다. 소설을 쓰는 일에 몰입되기보다 계속해서 영화에 눈길에 쏠린다면 영화를 끄고 그 대신 음악을 찾는다. 자료 조사를 한다. 어떤 방법도 효과가 없다면 휴식을 취하는 수밖에 없다.

 

SF, 판타지, 공포 장르는 다른 창작 분야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줄 실용적인 조언들이 있다. 첫째, 어떤 소설이라도 처음 열 쪽이 아주 중요하다. 둘째, 원고 앞에 줄거리 요약을 넣지 마라. 셋째, 뛰어난 소설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들이 적어도 열두어 가지는 된다. 넷째, 다른 장르의 문학과 다른 차이는 미스터리 문학에도 필요한 요소로, 대단원의 결말 구성이다. 다른 방식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창작 능력을 키우기 위한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는가? 여섯째, 미사여구로 가득한 화려한 표현 특히 형용사에 주의하라. 일곱째, 어떤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결정하라.여덟째, ‘사람에 대해 생각하라. 아홉째, 자아의 위험을 경계하라. 어떤 짓을 해도 좋다. 계속해서 글을 써라. 글에 열정을 쏟아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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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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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디자인과 편집으로 만난 2020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향수]는 현재까지 49개국 언어로 번역 소개되고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 소설의 매력은 냄새향수라는 이색적인 소재에서 이끌어 낸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위트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향수>18세기 프랑스에 가장 천재적이면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사드나 생쥐스트, 푸셰나 보나파르트 등의 기이한 이름과는 달리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이름은 오늘날 잊혀져 버렸다. 천재성과 명예욕이 발휘된 분야가 역사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냄새라는 덧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상상이 안가지만 이 시대에는 악취가 도시를 짓누르고 있었다. 가장 심한 곳은 파리였다. 페르 거리와 페론 거리 사이에 위치한 이노상 묘지였다. 묘지 인근 시장 바닥에서 매독에 걸린 20대 모친은 대구 비늘을 손질하다 그르누아를 출산하였다. 앞서 네 명의 아이들은 반쯤 죽은 상태로 태어나 생선 쓰레기에 버려졌다. 생선 도마 밑에서 그르누아가 울어 대기 시작했고 엄마는 영아 살인죄의 판결로 그레브 광장에서 처형되었다.

 

아기가 너무 게걸스럽다는 이유로 여러 보모를 전전하다 유모 잔 뷔시는 아기에게 냄새가 없다는 것이 악마에 씌었다며 키울수가 없다고 하였다. 가이아르 부인에게 맡겨져 양육되었다. 부인에 의해 그리말 무두장이에게 값싼 노동력으로 도제가 되었다. 그르누이 자신은 아무런 냄새가 없으면서도 이 세상 온갖 냄새에 비상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작은 얼룩에 이르기까지 그는 냄새로 알아낼 수 있었다.

 

무두장이 도제로 일하던 어느 날 어떤 향기에 이끌려 향기의 원천인 소녀를 발견하고 그녀를 목졸라 죽이고 그 향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의 첫 번째 살인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어 향수 제조자 발디니의 도제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의 인생 최대 목표가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일임을 깨닫는다.

 

그르누이가 온 후 발디니의 향수 가게는 프랑스 전역, 온 유럽에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는 크게 앓고 나서 일에 한계를 느낀다. 파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18년 동안 그를 짓눌러 온 것이 진하게 뭉쳐 있던 사람들의 냄새 덩어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외진 동굴에서 자신의 왕국에 향기가 넘쳐 나기를 원했다. 수 마일씩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 냄새도 맡을 수 있는 그르누이가 자신에게 나는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7년만에 인간 세상으로 나와 향수 제조인들의 로망인 그라스로 가서 <인간의 냄새>를 만들려는 계획을 한다. 그르누이는 향수를 온몸에 가볍게 두드려 발랐다. 지금 몽펠리에의 거리를 걷고 있는 자신이 사람들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을 뚜렷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특별한> 사람들, 즉 아주 드물지만 사람들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사람들의 냄새였다. 그 사람들이 바로 그의 재물이었다. 그라스에서는 원인 모를 연속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살인자가 그녀의 옷과 함께 머리카락도 잘라서 가져가 버린 것이다. 주교는 정식으로 그라스의 살인마에 대해 파문과 저주의 처벌을 내렸다. 도시 전체를 공포로 몰아갔다. 스물 다섯 번째 목표인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소녀의 향기를 취하고 나서 그르누이는 체포된다.

 

그의 처형이 이루어지는 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광포한 증오심에 사로잡힌 그들이 1분 전까지만 해도 사형 집행인이 그를 때려죽이기를 갈망하지 않았던가. 모든 사람들의 눈에 푸른옷을 입고 있는 이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매력적이며, 완벽한 사람으로 보였다. 한평생 소유하기를 갈망해 왔던 향수, 지금껏 죽였던 스물다섯 명의 여인에게서 체취한 향기로 만든 향수를 바르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르누이는 죽음은 면했지만 절망에 빠졌다. 살인광인 자신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증오를 느꼈다. 그는 파리 이노상 묘지로 향했다. 자정이 되자 도둑, 살인자, 무법자, 창녀, 탈영병, 젊은불량배 등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는 향수를 온몸에 뿌린다. 향기에 이끌린 부랑자들에 의해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영화를 볼 때 충격적이었지만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향기로운 향수를 소재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다니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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