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미술관 : 미국 동부 - 미국은 어떻게 세계 문화의 중심이 되었나 부자와 미술관
최정표 지음 / 파람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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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미국은 빠른 산업화와 더불어 수많은 재벌이 출현했다. 미술품 수집에 몰입했던 재벌들이 있었다. 더러는 거금을 미술관에 기부했다. 이 책은 미국 명품 미술관들의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2014년부터 3년여에 걸쳐 부자와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수정 보완해서 만들었다.

 

미국이 세계 최고 국가로 인정받는 이유는 문화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에 열등의식이 있었는데 문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에서도 세계 최고다. 이를 입증하는 곳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다. 영국에는 대영박물관이 있고, 프랑스에는 루브르박물관이 있다.

 

시작은 매우 평범했지만 미미한 시작이 창대한 결과물을 일궈낸 것이다. 설립은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보다 100년이나 뒤진 상태이지만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초기 역사에서는 케스놀라라는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참전 군인이었는데 섬의 영사로 재임하면서 섬의 발굴 작업을 주도했다. 귀국해서는 1879년부터 1904년까지 미술관장으로 봉직하면서 미술관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휘트니 미술관은 생존 작가를 중심으로 작품을 수집해 왔는데, 20세기 전반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특히 많이 소장하고 있다. 휘트니 미술관을 만든 거트루드 밴더빌트 휘트니는 억만장자 밴더빌트의 증손녀이다. 1900년대 초 유럽을 여행하면서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흐는 생전에 작품이 팔리지 않아 유족의 손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생전에 팔린 작품은 오직 한 점뿐이었다. 고흐는 35살이 되던 1888년 태양 빛이 강렬한 프랑스 남부의 소도시아로 가서 많은 작품을 그렸다. 고흐는 정신병원에 입원했었고 영혼이 괴로웠던 사람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은 이 병원의 병실 창문으로 바라본 밤하늘을 그린 작품이다.



버펄로시는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의 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데, 나이아가라강으로 떨어지는 대폭포가 바로 나이아가라 폭포다. 이 폭포 옆 버펄로시에 올브라이트-녹스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맨해튼의 미술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훌륭한 현대미술관이다. 입체파로 가장 높은 명성을 올린 화가는 피카소다. 그런ㄴ데 창시하고 이론적 기초를 세운 화가는 프랑스의 두 화가, 알베르 글레이즈와 장 메챙제다. 올브라이트-족스 미술관은 글레이즈가 입체파 양식으로 그린 메챙제의 초상화가 있다. 고갱 작품도 2점 소장하고 있다. 고갱의 작품은 최근 미술시장에서 최고가를 갱신하는 중이다.

 

저자는 미술관에 갈 때마다 그림 중에서도 인상파 시기의 그림부터 본다. 커다란 그림 하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깜짝 놀랐다. 그림은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는 대작이기 때문이다. 바로 세잔의 대형 그림 <대수욕도>였다. 1906년 작품으로 세잔이 죽기 직전에 그린 작품이다.




세잔은 마리-호르텐스라는 여인과 동거하면서 아이도 낳았다. 아버지는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고 위협했지만 항복하고 말았다. 파리보다 그가 좋아했던 남부 프랑스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폭풍우를 만났는데 귀가하다가 쓰러져 버린 것이고 다음날 침대에 드러눕고 말았다. 며칠 후에 숨을 거두었다.

 

미국의 부자들에게는 자선사업가라는 명칭이 붙어 다닌다. 돈을 버는 이유가 자선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정도이다.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부자들은 자선사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많은 부분이 미술관 설립이나 미술관에 대한 기부로 이어진다. 그래서 오늘날 미국에는 훌륭한 미술관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이다.

 

이 책은 부자와 미술관 1권으로 동부지역의 미술관 15개를 다루고 있다. 책 속에서 최고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미술품 수집에 몰입했던 재벌들이 있어서 수많은 명품 미술관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수차례에 걸쳐 미 전역을 답사하여 정리한 미술관들이 어떻게 설립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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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철학 - 중년의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삶의 이치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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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철학을 전공한 저자는 30, 영화로 철학 강의를 하였다. 미래, 사랑, 재미, , 정의 등에 관한 철학을 두루 섭렵했고, 철학을 보여주려고 영화를 찾다가 영화에서 철학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을 눈에 보여주기가 이 책의 목표라고 한다.

 

[영화관에 간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 문제가 하나 있다. 인간이 이성의 동물이냐 감정의 동물이냐는 것이다. 미래를 다룬 1매트릭스 4부작의 결론인 느낌대로 산다사랑을 다룬 2부에서의 이성의 제국 너머 있는 감각의 제국, 재미를 다룬 3부에서의 작은 디오니소스 파티는 모두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는 걸 뒷받침한다. 남을 다룬 4부에서 남의 위치에서 생각하기는 이성이 인간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정의를 다룬 5부는 시민과 죄수가 이성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기폭 장치를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매트릭스>가 보여주는 사이버 문화의 특징은 환각 체험이다. 매트릭스 안에서 사람들이 체험하는 건 모두 환각이다.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좋은 영화를 몰입해서 보고 나면 누구나 주인공처럼 되고 싶어 한다. 매트릭스 4부작은 줄기차게 철학의 고전 문제 하나를 던진다.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하는 문제다. 모두 인간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는 쪽에 손을 들어준다.

 

<어바웃 타임> 사랑은 배타적 인정이다.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의 약점은 감정의 배타적 인정이기에 흔들리고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건축학개론> 갈수록 사랑은 상징 세계의 현실이 된다. 사랑이 상징 세계의 현실이 되면 서로 마주 보는 사랑이나 함께 같은 쪽을 바라보는 사랑은 실현 가능성이 줄어든다. <첫 키스만 50번째>에서 루시 위트모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보트 밖으로 알래스카의 멋진 풍경이 보인다. 이 영화는 욕망으로 해석되는데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꿈의 기능이 욕망의 충족이라고 말한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접신 체험의 연속이다. 올스타전의 한 팀을 꾸릴 만큼 주연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화의 세계관은 세 낱말로는 지배, 자유, 개인이다. 세계는 타노스가 지배할 수도 있고 어벤져스가 세계와 개인의 자유를 지킬 수도 있다.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나치가 유대인을 독일 민족과 구별해 비하, 격리, 학살한 건 유대인을 남으로 만든 사례다.

 

007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파이 영화이고 6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패밀리 영화다. 헤겔의 정통 가족관은 세 가지 핵심 내용을 가진다. “가족은 사랑의 결실이고 인격의 산실이며 국가의 초석이다.”(p202) 가족은 사랑을 구현하는 남과 나의 통일이다. 가족을 낳는 사랑은 자연 정서에 가깝지만 두 인격이 자유롭게 동의한 상호 인정이다.

 

<변호인> <그랜 토리노>는 남으로 여기다가 나로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속물 세법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다. 인권과 운동과 민주주의를 남으로 여기다가 나로 받아들이는 변신 이야기다. <그랑블루>는 인간이 큰돌고래와 공감하는 영화다. 큰돌고래가 자기에 대한 자크의 사랑을 느끼고 자크를 사랑해 함께 물속으로 야반도주한다. 과연 큰돌고래에게 공감 능력이 있을까?

 

배트맨 3부작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룬 공리주의, 법칙론,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공동선 이론으로 풀이하였다. 경찰, 검찰, 마피아, 금융업자가 등장하는 <다크 나이트>는 자유지상주의와 평등주의를 설명할 여지가 충분하다. 조커는 탈출하는 두 대의 페리, 시민들이 탄 페리와 죄수들이 탄 페리에 폭탄을 설치하고 서로 먼저 다른 페리를 터뜨리는 기폭 장치를 작동하거나 자정에 둘 다 터지는 선택을 할지 고심하는 모습이 하이라이트로 보여준다.

 

저자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김성환의 영화 한 컷, 철학 한 마디>를 연재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철학 공부는 영화 감상이다. 책은 영화도 다시 접하고 철학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22편 영화 속 철학 이야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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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센스 - 일과 관계가 단번에 좋아지는 54가지 말투
히키타 요시아키 지음, 송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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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말센스] 저자는 일본의 대형 광고 회사인 하쿠호도에서 광고 문구와 CF를 제작해왔다. 스피치라이터로서 많은 정치인과 기업 경영자의 연설을 쓰기도 했다. 말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이 책은 말이 서튼 어른, 호감의 말을 갖추고 싶은 어른을 위한 처방전을 구체적으로 제공하였다.

 

부하 직원이 생각처럼 일해주지 않아 고민인 상사,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고 싶은 사연자, 협상의 달인이 되고 싶다는 보험설계사, 칭찬의 매너리즘에 빠진 웨딩플래너,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상담을 해왔다. 책에는 고민 18가지에 대해 세 단계씩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는 1960년대가 지나기 전에 달에 갈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존 F.케네디가 세계를 향해 이렇게 연설했다.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이 말을 계기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7년 후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착륙했다. 어째서 케네디의 이 말에 움직였을까? 바로 ‘1960년대가 지나기 전이라는 구절에 있었다. 목표를 명확히 제시함으로써 단순한 꿈을 구상으로 바꾼 것이다.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게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의성·의태어를 사용하면 의미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두통을 지끈지끈이나 띵하게라고 표현하면 어떤 아픔인지 실감나게 전달될 것이다. 요점 정리해서 깔끔하게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하고 싶은 말을 30초 정도로 정리해서 말하자.(~이런 방향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존재감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슬라이드를 보여줄 수 없다고 가정하면 요점을 파악하기 쉬워지고, 디테일을 상세히 설명하게 된다. 슬라이드를 만든 다음 슬라이드를 버려라이다. 그 말은 리허설은 필수라는 점이다. 최소한 세 번은 해야 한다. 저자는 기획을 할 때나 원고를 쓸 때 반드시 종이에 아이디어를 쓴 다음 컴퓨터에 옮겨 적는 것이 비법이라고 한다.

 

칭찬발견이다. ‘아름답다귀엽다를 달리 표현하는 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너무 칭찬하지 않는 것도 칭찬이다. ‘칭찬하기는 어렵다. 말이 너무 많아지면 겉치레나 아첨으로 들린다. 침묵과 경청을 활용할 줄 아는 멋진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다.

 

적을 만들지 않는 말을 쓰기 위한 비법은 언제나 긍정문으로 쓰고 말할 것이다.

“24일 마감에 늦으면 발매가 늦어집니다.”

“24일까지 완성해주시면 어떻게든 됩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마감일을 말하는 것은 똑같지만, 후자를 들으면 격려의 말을 건네주며 함께 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의 성격은 다면체로 되어 있다. ‘거절할 용기가 없는 소심한 일면이 있으면서 동시에 시원하게 거절할 수 있는 면도 가지고 있다.

긍긍부긍의 법칙을 터득하자

긍정~감사합니다!

긍정~불러주셔서 정말 기뻐요.

부정~하지만 오늘 꼭 끝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긍정~다음에 또 연락 주세요!

 

탈무드의 명언 중에 자신의 말을 자신이 건너는 다리라고 생각하라라는 것이 있다. 말하기 전에 말을 고르라. 늘 이것을 의식하면 그때그때의 감정을 공격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학생이나 젊은 사람들과 만날 때 정해둔 것이 있다. ‘사생활을 침범하지 말 것이다. 예전에는 회사의 인간관계가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가상 세계에서도 인맥이 형성되면서 다양한 만남과 모임의 장소가 생겨났다.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능력 향상을 화제로 삼거나 조직에 관한 상담을 들어준다면 환영받을 것이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동안 자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존감이라는 개념을 쉽게 쓰고 그 말이 안이하게 유행한 결과, 오히려 많은 이들이 나는 자존감이 낮아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특히 아이에게는 고마워”, “덕분이야라는 인사는 마음을 움직이고,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다. 친구가 되어 격려해주는 방법이다. 자신이 놓인 입장을 따지며 하는 이야기, 내 생각, 내 심정, 내 상황을 모두 버리고 어두운 바다 밑에서 말의 힘을 통해 떠오르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어른의 말센스]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어 편하게 읽히면서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의 업계 최고 프로가 가르쳐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은 일과 관계가 단번에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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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진술서 -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김원 지음 / 파람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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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결혼진술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결혼진술서정식 명칭은 결혼생활진술서로 부부가 이혼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출하는 양식으로, 결혼생활에 대해 진술한 내용을 문서로 기재하는 것이다.

 

왜 이혼하셨어요?

글쎄요. 결혼했으니까 이혼도 할 수 있었겠죠?

결혼생활 중일 때는 왜 결혼했어요?”란 질문은 거의 없고 어떻게 만났느냐거나 어떻게 결혼했냐는 식이었다. 정작 왜 결혼했는지 이유를 따져본 건 이혼을 결심한 후였다. ‘어떻게가 중요해지는 것은 헤어질 때고, ‘가 중요한 것은 결혼할 때다. 결혼진술서는 이 두 질문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변호사 사무실을 처음 방문하던 순간 결혼진술서를 써오라고 하였다. 두달 동안 매일 공공도서관에 가서 작성했다. 백 가지가 넘는 살기 싫은 이유가 작성됐다. 변론이든 반박문이든 1차적으로는 반드시 소송 당사자가 검토하고 작성해야 한다. 변호사에게 의뢰인의 결혼진술서는 변론을 쓰게 할 유일한 자료다.

 

우리나라에서 공개된 관련 문서는 1934년 나혜석의 이혼 고백장이 유일하다. 이혼 승인은 국가의 일이기 때문에 빚어지는 충돌이다. 이혼은 전적으로 제도의 문제다. 법적으로 인정된 혼인관계를 해소하려면 마찬가지로 법적 승인이 뒤따라야 한다. 힘들고 버거운 일상이지만 갈등으로 살아야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수시로 마음을 다독였다.

 

나혜석은 1934년 잡지 <삼천리>이혼 고백장이혼 고백서8월과 9월에 걸쳐 기고한 바 있다. 이혼조건과 절차를 지키라는 것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결혼의 원점이 어디였는지 생각했다. 우리나라 이혼은 유책주의에서 점차 파탄주의로 가고 있다.

 

인간관계를 바꾸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한다. 상황을 바꾸거나 상대방을 바꾸거나 나를 바꾸는 것이다.p166

 

13년 전, 제출한 결혼진술서가 해서는 안 되는 결혼이었다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씁쓸하다. 결혼진술서를 쓰고 변론을 제출한 후에도, 반박문이 두어 차례 오가는 과정이 뒤따른다. 연애 중인 분들에게도 연애진술서 형태의 글을 한 번이라도 작성해보라고 한다.

 

막상 결혼하고 나면 시작과 동시에 원망이 시작되는 사이가 있다. 저자의 경우 둘째가 다리와 이마를 다친 것을 시부모는 자격 없는 에미로 몰아갔다. 남편은 죄의식을 강요했다. 별거 후 남편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심리 등에 관심이 부족했다. 아내는 4분의 1 몫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자식을 키울 때 만 먹이면 되던 시대가 아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이들은 처음부터 아무 꿈도 안 가지려 들 수도 있으니 아이를 맡은 쪽의 부모가 우선 똑바로 서야 한다.

 

격렬한 부부싸움 뒤에 가정폭력이라 부를 만한 일이 일어난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고 상해진단서를 남겨야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세 번쯤 방문했고 곽배희 소장을 두 번 만나 직접 상담을 받았다. “결혼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으셨군요. 양쪽이 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자기반성은 처절하게 해야 한다. 모든 과정을 일일이 적어야 한다. 가장 신경이 곤두설 때, 둔감력이 구하도록 내버려두라고 한다. 재판에 임할 때 반드시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려면 운동해야 산다. 하루 만 보 걷기라도 꼭 실천해야 한다. 생각이 엉키기 시작하면, 입은 옷 그대로 밖으로 나와서 무조건 30분 이상 걷기를 권한다.

 

상대방을 탓하거나 결혼생활을 분석하기 전에 스스로부터 해부해야 한다. 폭로의 대상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다. 폭로가 망신만 불러올까 걱정이 앞서서 글을 쓰기 두렵게도 만든다. 글에도 태도가 있는데 상대방을 비난하고 몰아세움으로써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감점요인이 된다. 현재 자신이 할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신뢰감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다.

 

누군가와 헤어지려면, 먼저 그동안의 자기 자신과 헤어져야 한다. 자기객관화만이 살길이다. 이 책은 이혼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일러주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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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숨 특서 청소년문학 31
오미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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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숨]은 일제강점기 제주 하도리를 배경으로 어린 해녀 영등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다. 상군 해녀를 꿈꾸는 어린 영등은 바다에서 삶을 배우고, 해녀 삼촌들과 함께 울고 웃고 연대한다. 책의 앞페이지는 소설의 배경 하도리를 지도에 넣었고 영등의 일기를 통해 제주어 매력을 담아냈다.

 

할망처럼 상군 해녀가 되는 게 꿈인 영등은 줄줄이 딸린 세 명의 동생들과 물질하는 할망, 육지로 돈 벌러 간 아빠가 있다. 연화, 춘자와 바다에서 놀 때가 좋았는데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는다. 삼촌들도 영등이 야무지다고 칭찬했다. 어느 날 할망이 물숨을 먹고 돌아가시고 동생들을 돌보며 물질을 나서고 학교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모슬포에서 흉흉한 소문이 넘어왔다. 일본이 사람들을 동원해 땅굴을 판다거나 비행기 창고를 만든다는 둥 남의 농토에 전쟁 기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산호 가지를 셋으로 잘라 하나씩 나눠준 뒤 연화, 영등, 춘자, 세 동무의 우정을 평생 함께 할 것을 맹세했다. 물질이 없는 날 영등은 춘자네 농사를 거들었다. 야학에서 한글과 산술, 한자 기초적인 것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영등은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해 공부에 대한 열망을 눌러버렸는데 가슴이 뛰었다.

 

육지 물질은 잘만 하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어서 동생에게 살림을 맡기고 삼촌들과 배를 타고 울산으로 갔다. 병이 잦은 어멍을 대신 집안 살림을 맡은 순덕은 영등과 닮은 게 많았다.해파리에 쏘인 순덕이 이틀 후 돌고래에게 변을 당하고 말았다. 임신한 배선이 삼촌은 배에서 아기를 낳았다. 어린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것도 일본이 조선을 삼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영등은 야학강습소에서 권리, 의무, 자유 같은 말들을 배워나갈 땐 가슴이 저릿저릿했다. 글자를 익히자 세상이 영등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영등은 삼촌들에게 물질에 관한 것과 삶의 지혜, 풍습에 관해 모든 것을 배웠다. 가끔 물숨 먹은 곳으로 가서 몇 번 숨비고 나오라고 했다. 영등의 숨비소리에 바다가 붉었다. 딴 살림을 차린 아빠에게 실망하고 돌아왔을 때 강오규 선생님은 말했다. ‘두려움이 없으면 성장도 없는 법, 성장 없는 사람이란 죽음과도 같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넌 강하니까 반드시 이겨낼 수 있어.’ 그중에 죽음이란 말이 유독 가슴에 박혔고 동생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

 

상인의 횡포를 막기는커녕 방관하는 해녀조합에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 집회를 열어 연설을 했다. 시위대가 끌려가게 되었고 옥순이 삼촌과 강오규 선생님은 순사가 물으면 자신들이 시켜서 했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았다고 말했기에 채찍을 치고, 고문을 받았다. 몸은 풀려나왔지만 다른 고문이 영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에 뛰어 들고 싶었다. 바다는 숨통이었고 눈물 나도록 바다가 그리웠던 것이다. 영등은 오사카, 대마도, 다롄, 블라디보스토크, 칭다오를 가서 물질을 했다. 옥순이 삼촌은 오사카로 떠났다. 감시가 심하여 수시로 주재소로 불러냈고 하루의 일과를 보고케 했다.

 

[푸른 숨]은 고된 삶에도 서로의 아픔을 아는 친구와 삼촌들이 있었다. 해녀들의 숨의 노래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숨비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챕터마다 제목에 제주 방언들은 읽기 어려웠는데 영등의 일기에 풀이가 되어 있다. 저자는 소설을 쓰는 내내 질문 하나가 있었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다. 영등의 삶을 그리면서 그 질문이 수시로 고개를 들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제주, 바다에서 숨값을 치르며 살아가는 해녀들의 아름다운 공존을 담은 이야기는 새롭고 감명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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