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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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댄스]는 퓰리처상 수상작[종이시계],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 [푸른 실타래]의 작가 앤 타일러의 신작 소설이다. 저자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겸비한 미국 문학계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미국 문단에서 찬사를 받는 작품으로 주인공 윌라 드레이크가 자아를 발견하고 두 번째 인생의 기회를 찾아가는 매혹적인 소설이다.

 

윌라는 인생을 바꿀 세 번의 기회가 있었다. 196711살 때 아빠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엄마가 사라졌다. 1977년 남자친구의 청혼을 받아 대학을 그만두게 되었던 젊은날이 있었고, 2017년 낯선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바로 그때 그녀의 모든 것이 바뀔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다.

 

윌라가 열한 살, 여섯 살 동생 일레인과 엄마를 기다렸다. 혼자서 시간에 맞춰 등교준비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스쿨버스를 놓칠까봐 불안했다. 대학 3학년 봄, 남자친구 데릭은 윌라 부모님을 만나서 결혼을 승낙해달고 한다. 브로건 박사님과의 연구를 포기하라는 제안이 엄청난 요구인지 모르고 있었지만 데릭과 결혼하기 위해 모든 걸 다 던져버리는 모험을 감행하는 자신을 상상해보면 솔깃해지기도 했다.

 

1997, 윌라와 데릭은 코로나도에서 열리는 수영장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윌라는 파티에 가느니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열여섯 살 이안은 1년간 학교를 쉬어야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고 집안에 신경 쓸 문제가 있었다. 차 안에서 이안이 게으른 건 아니지만 데릭과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 데릭은 그들 앞에 가고 있는 스포츠카를 향해 경적을 울렸고, 윌라가 보기엔 그 차는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승부욕에 추월을 하다가 사고를 내면서 데릭이 사망하게 되었다. 션과 이안 두 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윌라는 점차 일상적인 슬픔에 익숙해졌고 아픔은 무뎌졌지만 지속적이고 묵직한 통증이 이어졌고, 늘 주변에 존재하는 부재감을 느꼈다. 션은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이안은 학교를 쉬겠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2017, 윌라의 나이 예순이었다. 7월 중순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드니즈가 총에 맞았다고 이웃에 사는 칼리 몽고메리라는 여자의 전화였다. 드니즈의 딸 아홉 살 셰릴과 에어플레인 강아지가 있는데 돌봐달라고 하였다. 윌라는 재혼한 남편 피터와 함께 가게 되었다. 아들 션이 드니즈와 살다가 집을 나가버렸고, 션이 떠나자 셰릴을 달래려고 강아지를 한 마리 입양했다. 드니즈는 자신의 집 앞마당에 서 있다가 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용의자는 잡히지 않았다.

 

윌라는 며칠만 있으려다가 오래 머무르게 된다. 션이 할의 부인 엘리사와 집을 나갔고 살림을 차린 것을 알게 된다. 돌카스 로드에는 셰릴의 친구는 없고, 열다섯 살 얼랜드만 빼고 모두 어른들만 있다. 피터는 이 도시가 지긋지긋하다고 말했고, 뜨거운 열기도 끈적한 습기도 말투도 끔직하다고 했다. 윌라는 며칠 동안만 드니즈를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벤이라는 의사가 있어서 가끔 돌봐준다고 한다.

 

셰릴은 패티와 로리 자매와 잘 어울렸다. 패티가 정면을 향해 서서 두 팔을 양쪽으로 쭉 펴고 있었고, 나머지 둘은 패티 뒤에 서 있었다. 로리와 셰릴의 몸은 보이지 않고 패티처럼 팔을 쭉 뻗고 있어서 패티의 팔이 여섯 개인 것처럼 보이는데 팔 여섯 개가 뻣뻣하게 멈췄다 움직이며 둥글게 원을 그렸다. 이것을 클락댄스라고 하였다.

 

드니즈를 쏜 사람이 얼랜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발적인 사고였기에 서 조를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을까봐 조용히 해결하려고 하였지만 패티의 엄마에 의해 드니즈도 알게 되었고, 윌리와 셰릴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에 화를 냈다. 윌라는 하루빨리 손주를 품에 안고 할머니가 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윌라는 셰릴이 친할머니 같이 따르는 것을 보고 새로운 인생에서 어딘가에 방을 빌릴 생각이고, 벤이 자원봉사를 하는 교회에 나가서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거나 셰릴의 학교 친구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칠 수도 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걸 시도해 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였다.

 

[클락댄스]는 노년에 들어선 주인공 윌라가 지금까지의 삶을 뒤돌아 보면서 경험해 보지 못한 괴짜 이웃들과 새로운 삶을 모색하기도 하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즐겁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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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 - 적는 즉시 감정이 정리되는 Q&A 다이어리북
김민경 지음 / 호우야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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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는 정신과 전문의가 건네는 질문에 답을 적으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마음을 회복하는 Q&A 다이어리북이다. 마주하기, 깊이보기, 흘려보내기 등 전문의가 실제 내담자들을 만났을 때 주고받는 질문들을 담았기에 마치 상담을 받는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장 감정과 친해지기와 2Q&A:감정에게 묻고 답하기는 10가지 감정-우울, 분노, 슬픔, 불안, 행복, 수치심, 감사, 질투, 외로움, 사랑에 대한 Q&A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인의 대다수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지내고 있다. 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참고 억누르면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멈출 줄 모르는 눈물, 불안하게 떨리는 가슴 등 신체적 통증이 생긴다.

 

우리는 늘 스트레스가 있는 상태에 살고 있어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되지만 과한 스트레스는 고통을 유발한다. 상담실을 찾는 분들에게 지금 감정이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면 슬프다, 외롭다, 화가 난다 등의 구체적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모든 감정이 당신에게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힘든 감정도 충분히 그렇게 느낄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드는 것입니다. 대신 슬픔, 외로움,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견뎌내느라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마세요.p33

 

우울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지만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우울한 마음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우울함이라는 큰 파도 아래 다양한 감정들이 포말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이해할 때 우리는 우울한 감정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된다.

 

분노는 매우 강한 감정이다.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감정. 분노의 감정은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감정을 인정받을 때 크기가 줄어드는데, 인정받은 경험이 적을수록 스스로 분노의 감정을 견디지 못하고 회피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결되지 못한 감정은 조금씩 몸짓을 키우다가 아주 사소한 자극에 크게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불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한 증상은 마음이 불안할 때 나타난다.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전에 왜 불안해하는지 감정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대체로 불안한 마음은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에 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감사를 표현하는 일이 상대를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표현하는 감사함에 왠지 억울하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감사함의 중심을 감사받는 상대에서 로 바꿔보자. 감사의 기준을 나의 내면으로 옮겨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다른 것에 몰두한다. 더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만나 괜찮은 척 즐거운 척 애를 쓴다. 그러다 집에 들어오면 기운이 빠지고 소진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어린 시절에 겪는 외로움은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다. 어릴 때의 외로움이란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한 시기에 지켜주거나 보호해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스스로 공허함, 외로움, 쓸쓸함을 느끼고 인정해야 한다. 어떤 순간에 내가 외로운지, 그 외로움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사랑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감정은 나 자신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고 돌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놓치는 중요한 사실은 제아무리 사랑으로 맺어진 관계라도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사랑 역시 늘 돌아보고 돌봐주어야 하는 감정이다. [또 하나의 나, 감정에게]는 모든 감정의 답은 내 안에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고 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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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의 에세이
이경창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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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의 에세이]는 열아홉이 세상의 모든 또 다른 열아홉을 위한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나의 열아홉은 어땠을까. 지금은 성장한 내 자녀의 열아홉은 어땠나를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열아홉은 일년 후에 성인이 되면서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나이기도 하다. 이 책은 부모가 원하는 인생, 내가 원하는 인생, 입시 스트레스, 교우 관계, 진로에 대한 고민을 겪는 열아홉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특목고인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에 진학해 군인이자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보냈다. 열아홉, 어른들은 말한다.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 하지만 열아홉을 보내고 있는 우리로서 지금의 시기는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다고 했다.

 

학생신분이라 용돈을 타서 쓰는 금액은 천차만별이고 시대가 변하다 보니 어느새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다지만 우정에도 여전히 돈이 든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학기 초부터 연애를 하는 경우,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게 되고 사귀고 있을 때는 남들의 부러움 대상이지만, 헤어지고 나서는 연인과 함께하는 데만 시간을 쓰다보니 친구를 사귀지 못해 주변에 친구가 없다. 이것은 학생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된다.

 

()을 맺으면 우선 아는 선배가 많아진다거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데 선배의 제안을 했을 때 거절하는 것은 더 큰 부담이다. 그때부터 학교생활이 꼬이기 시작한다. 고작 한두 살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그 나이 때는 부모님보다 무서운 게 이들이다. 학원, , 학교, 학원, , 학교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 고등학교 3, 그리고 열아홉. 훗날 학교가 친구들이 그리운 것일지 그때의 그 느낌이 그리운 것일지 모르겠다.

 

저자는 10대의 마침표를 장식할 무언가를 고민하던 중, 졸업생 선배님이 후배들을 위해 강연을 해주셨다. 선배님은 군인의 신분으로 책을 쓰고 군 내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병사들에게 독서와 관련된 동기부여를 하고 있었다. 학생이자 군인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10대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졌다. 막상 생각처럼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았다. 글을 써본 경험도 없었고, 학교에서 글쓰기조차도 싫어했다. 항공학교를 다니면서 미래가 보장되었다는 한심한 안도감에 싸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만 같았다. 노력을 담을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금 쓰고 있는 책 [열아홉의 에세이]출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처음으로 학생회장을 맡으며 엄마의 자랑이 되고 싶었다. 모두를 위해 희생해야 할 때도 많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었다. 방학에는 주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자기계발을 한다. 가족과 함께 여행도 간다. 특이한 점은 학생이면서 부사관 후보생, 두 가지 신분을 지니고 있다 보니 해외여행을 가려면 여행 7주 전 국외여행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스무 살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아직 마음은 학생인 것 같은데, 잘못을 하고도 책임을 피하지는 않을지, 몸만 자란 어른아이가 되지는 않을지 두렵다. 책의 말미에 빛날, 빛나는, 빛나던 열아홉은 저자가 직접 인터뷰 하였다. 열아홉을 맞이할, 열아홉을 보내고 있거나 열아홉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전 축구선수 구자철, 600만 틱톡스타 듀자매 허영주 등 유명인들이 열아홉 청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어딜가나 대한민국의 모든 고3은 스트레스와 함께 생활한다. 그럼에도 열아홉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 이 책을 읽은 어른의 한 사람으로 기분이 좋다. 공군 장교가 되기 위한 새로운 걸음 내딛고 있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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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에 특서 어린이문학 2
이도흠 지음, 윤다은 그림 / 특서주니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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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의 아동 브랜드 특서주니어의 두 번째 어린이동화 [엄마는 어디에]는 국문학자 이도흠의 어른과 함께 읽는 생태 성장 동화이면서 기후위기, 불평등, 학교폭력을 극복하고 뚜렷한 세계관을 갖기 위한 어린이의 필독서이다. 책은 아리, 마루, 이든 연어 삼남매가 엄마를 찾아 떠난 멀고 험한 여정을 담았다.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알 세상 전체가 요동을 쳤다. 머리를 내밀고 안간힘을 쓰며 온몸을 흔들어 댔다. 아파도 참고 알 속 아기 연어는 몸에 힘을 주며 꼬리를 위로 아래로 마구 흔들었다. 마침내 노른자 주머니가 알 껍질 속에서 쏙 빠져나왔다. 이렇게 연어가 알에서 깨어나오는 과정이다.




따스한 봄날, 보드라운내에서 태어난 아리, 마루, 이든. 처음 보는 새로운 세상을 헤엄치던 연어 삼남매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왜 우리는 엄마가 없지?’ 몸집이 더 큰 물고기가 잡아먹으러 오면 어미 물고기가 물리쳐 주는데...라고 했다. 물고기를 만날 때마다 우리 엄마를 보신 적 있나요?” 물어보았지만 어디에도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새미라는 물고기가 연어사리를 잡아먹는 짐승들에 대해 하루에 한 마리씩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연어사리들은 이후 그 새미를 슬기샘으로 불렀다. 친구와 겨루기도 하고 아픔에 공감하며 서로 힘을 모으고,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난다. 연어사리들을 물고 있는 산메기에게 맞서 싸우다 슬기샘이 물어 뜯겼다. 새미도 죽고 여덟 마리가 다쳤다. 교실에 모여 연어사리와 새미의 죽음을 슬퍼하는 모임을 가졌다.

 

슬기샘은 잘 살려면 이 물 속 세상을 사랑과 우정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고 겨루기는 사랑과 우정을 시기와 질투와 욕심으로 바꾸고 자신의 마음도 불편하게 한다고 말했다. 연어들은 오래지 않아 슬기샘이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서로 함께 먹이를 구하고 나누었다. 여울 아래로부터 슬픈 소식을 전했다. 슬기샘이 산메기에게 물린 상처로 인해 결국 돌아가셨다. 연어사리와 아기 새미, 모든 물고기들이 울부짖었다.






슬기샘의 동생이 이어받았고 세 오누이는 다시 엄마를 찾아 떠났다. 셋은 호기심이 생겨 바다 아래로 깊이 헤엄쳤다. 수많은 연어들을 만났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마루는 순바리를 만나 형제가 되기로 하였고 죽음도 함께하기로 했다. 제시라는 은연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였다. 고래보다 더 큰 배가 바위에 부딪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엄청난 양의 기름이 바다로 쏟아져 수많은 왕연어와 은연어가 죽었다고 한다. 물고기 눈동자 안에 내 모습이 보인다. 바로 당신 눈 안의 나라고 부른다. 연어는 모두 같은 연어로 하나라는 뜻이다.

 

고래넘실바다의 다시마숲 앞 빈터에 보드라운내 냄새가 나는 연어들과 벗들이 모였다. 연어들은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중간에 여러 차례나 죽을 위기를 넘기면서 헤엄치는 것은 제 새끼를 낳기 위해서다. 마지막 남은 힘까지 쏟아 부어 둥지를 파고 알을 낳고는 잘 자라길 빌면서 모래와 자갈로 덮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곧 죽음을 맞는다. 고운치라는 은어에게 엄마는 내 몸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말은 꼬마물풀과 벌레, 이끼, 다른 물고기 새끼에 이르기까지 연어가 태어나서 이 냇물에서 먹은 모든 생명들이 알을 낳고 죽은 엄마 몸을 먹고 자랐다.

 

아리는 자신의 몸이 자신의 새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생각하니, 죽음의 두려움도 사라졌다. 그러다 돌아왔고 최소 내년 봄까지는 살아남아 보드라운내의 모든 연어사리들의 엄마가 되겠다고 했다. 모든 아기 연어를 사랑하고 돌볼 것이고, ‘아시()되살이 연어가 되겠다고 한 것이다. 알을 낳는 것보다 더 거룩한 일을 하는 아리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엄마는 어디에]의 말미에는 연어말을 풀이한 연어말사전연어 삼남매의 여정을 머릿속으로 따라가며 그려볼 수 있는 지도를 수록했다. 이 책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키우고 싶은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울림을 전하는 아름다운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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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
권용석.노지향 지음 / 파람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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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기 전에]는 검사와 변호사로, 행복공장 공장장과 암 환자로 짧은 생애를 살다간 권용석의 유고집이다. 추천글에서 고인의 삶을 비통해하지만, 오히려 비통해하는 우리를 위로하고 사랑하며 이런 뜻밖의 선물을 남겼다고 한다. 2009년 행복공장을 설립하여 이사장으로 지냈고 책에 실린 글은 4, 5년 전부터 쓴 글이며 아내 노지향이 해설을 달았다.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크게 후회한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을 향한 관심 때문에 나 자신에게 소홀히 하고, 나를 소외시킨 것은 아쉽다.p21

 

저자는 고생하신 어머니를 늘 애틋하게 생각했고 알뜰살뜰 챙겼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었다. 3 때 배운 담배가 평생 괴롭혔고 술을 마실 때는 세 갑 넘게도 피우다보니 늘 머리가 무겁고, 가래가 끓고, 코가 막혔다. 몇 달씩 담배를 피우지 않다가도 한 번씩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기거나, 담배의 유혹이 올라와 딱 한 대만 피우겠다고 손을 댔다가 금연 노력이 물거품이 되곤 했다. 본인도 30년이 넘도록 계속 담배를 피운 것이 아쉽다고 한다.

 

검사라는 직업을 그만두지 못한 채 일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독방 수감의 꿈은 접었지만 언젠가는 누구든지 제 발로 들어갈 수 있는 독방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바로 행복공장으로 탄생했다. 그러다 발견된 암은 위중한 상태였다. 휴직하고 수련원을 짓고, 미얀마 수행센터를 찾아 수행하고, 킬리만자로, 알프스 등지를 방랑자처럼 떠돌아다니리라 마음먹었다.

 

그동안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죽음이 구체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왔다. 만일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면 훨씬 기쁘고 생생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검사 시절 꾸었던 독방 수감의 꿈이 행복공장으로 결실을 맺었는데 이렇게 일찍 간 것이 참 아깝고 안타깝다고 한다.

 

행복공장을 시작한 이후부터 행복공장을 후원해주세요. 프로그램에 와주세요라고 부탁해야 할 때가 많아 힘이 든다. 거절도 많이 당하겠지만, 섭섭함보다 고마움만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큰 죄는 무엇인가? 자신에게 함부로 하는 것이다. 자신이 귀해야 남도 귀하게 여기고 자신을 위한다는 뜻이다. 쉰 초반에 암에 걸렸지만, 좋은 의사들로부터 치료받으며 7년 넘도록 살아 있는 것도 고맙고 아침에 일어나 하는 일들이 고마워서 하루하루 이어지는 일상이 감사하다고 했다.

 

오늘 하루도 나에게 수없이 많은 고마운 일들이 있었고 나와 네가 살아 숨 쉬는 오늘이 참 좋다. 우리는 생의 많은 시간을 감사보다는 남 탓하며 보내는 것 같다. 살면서 덕분에는 점점 줄고 너 때문이야가 커졌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

장모님 해파리 무침

우리 아들 먹는 소리-2022.5.

 

세상에서

나를 제일 애타게 만드는

아내 코 고는 소리-2022.5.

 

저자는 치유 연극인인 부인 노지향 연극공간 대표와 함께 홍천 수련원을 운영하는 행복공장을 설립하였다. 친구들과 지인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주로 비행을 저질러 6호 처분을 받은 소년 소녀들이나 고립 청년들이 23일간 수련원에 머물며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 책은 저자가 아픈 가운데서도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면서 글을 썼고 아내는 남편이 남긴 유고 하나하나마다 뒷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붙여나갔다. 22년 초 일기에 아내와 오래 있고 싶은데 안 되나봐 글에서 안타까움이 묻어 난다. 저자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힘든 와중에 마지막 정리를 하려는 듯 글을 썼고 이때부터 글에 제목을 달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행복공장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의 근심 걱정을 다 털어버리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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