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누가 당신의 인생을 그저 그렇다고 하는가 매일 읽는 철학 1
예저우 지음, 정호운 옮김 / 오렌지연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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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여 년 전의 독일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 때로는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지만 세속에 휩쓸리지 않는 고결한 의지와 품행을 갖춘 당대의 위대한 철학가. 시인이자 산문가, 언어학자였으면서 또한 이런 타이틀의 한계를 훨씬 초월한 사람. 바로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다.

 

19세기 독일의 대표 철학가 니체는 권력에의 의지설을 제기하고 초인(超人)’의 철학을 주장하며 현대 반이성주의의 선구자로 추앙받았다. 니체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름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매일 읽는 철학 시리즈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니체는 평생을 많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 살았다. 어린 나이에 가족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는아픔을 겪으면서 인생의 어두운 면을 지나치게 일찍 깨달았고 우울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좌절과 역경 앞에서도 그는 언제나 강인했다.

 

오늘날 가장 큰질병은 바로 외로움이다. 우리는 모두 외롭다.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인간에게 친밀한 관계를 가져다주지 못했고 오히려 과거 함께 고난을 이겨냈던 진실한 마음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고 감지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짧고도 고단한 인생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만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옛말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들은 바닥에서부터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걸어간다. 그들의 성공에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원대한 뜻을 갖고 넓은 무대에서 꿈의 불빛을 밝히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여 마침내 오랫동안 끊이지 않는 박수갈채를 받는 것이다.

 

니체는 말했다.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눈을 믿어라. 옛 사람의 경험과 기존의 지식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지금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판단하라.”p81

 

니체는 <이성의 양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수많은 일은 좋은 면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을 리 없다. 담벼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말은 비록 우리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노력을 하면 언젠가는 분명 눈에 보이게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의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절망에 빠져 삶을 포기했던 크리스토퍼는 이내 새로운 인생길을 선택했고 이 길에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전신마비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엄청난 고통 앞에서 그는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었다. 절망을 선택하여 소위 운명에 타협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철저한 실패이다. 하지만 마음가짐을 바꾼다면 아주 작은 기회일지라도 다시 성공을 쟁취할 수 있다.

 

니체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지만, “사랑은 곧 관용이다. 사랑은 심지어 정욕까지도 용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한 셈이다. 그렇다. 사람은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겪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용서는 마치 우산과도 같아 거센 빗줄기를 막아준다. 때로는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으로 자신의 행복이 완성된다.

 

미소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사람은 미소를 지을 때 정신적으로 가장 홀가분하고 온몸의 근육에서 힘을 뺀 편안한 상태가 된다. 또한 심리 상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며, 웃음 가득한 눈빛이 상대방의 눈빛과 마주쳤을 때 웃음기가 눈빛이라는 무형의 다리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되어 상대방도 즐거운 기분에 함께 젖어들게 한다.

  

  

 

신독(愼獨, 자기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과 양심은 인간의 중요한 성품이며 고상한 인격의 구체적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신독과 양심이 생활에 적극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이런 구속은 시시때때로 인간의 성품을 조각하고 그 역할을 발휘한다.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면 당장 행동에 옮겨라. 아름다운 상상을 한다고 하늘에서 떡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습관은 사회에서 독립할 수 있는 토대이자 업무 효율과 삶의 질을 결정하고 나아가 성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바로 이해득실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이다. 우유부단한 사고 때문에 그 어떤 일도 감히 결정하지 못하고 그 어떤 책임도 지지 못한다. 그들은 일을 결정한 후에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몰라서 끊임없이 망설인다.

 

꿈이 아무리 원대하더라도 당장 눈앞에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꿈은 큰 목표이며 우리가 당장 해야 할 것은 바로 매일 작은 목표 하나씩을 완성해나가는 것이다. 큰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그렇게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기쁨과 열정과 자신감이 더 커지고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진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직면하게 되는 7가지 인생 문제를 니체의 철학으로 짚었다. 인생의 지혜를 얻을뿐 아니라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에 이르는 니체의 인생철학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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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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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태생으로,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서 조선사를 전공하고 모스크바 대학교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2020년의 한국을 다시 돌아본다.

 

노르웨이에 체류한 지 20년이 되어간다. 한글을 까먹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편씩 한글로 블로그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기도 한다. 노르웨이 신문을 매일같이 읽고, 이상하게 노르웨이에 동화됐다든가, 노르웨이인이 됐다든가, 이런 느낌은 전혀 없다. 언어적 편입되었다 해도 정서적 동화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 가끔 들어갈 때면 뭔가 집으로 돌아간다는, 그런 느낌이 분명히 있다. 한국에 대한 동질감 노르웨이에 대한 괴리감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가만히 생각해봤다. 역시 정서 공유’, 각종 공포감이나 콤플렉스, 절망이나 체념 의식의 공유가 아주 큰 것 같다. ‘괜찮은 사회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정의는 덕후, 사회적 적응을 거부하는 기인들이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 관용사회이다. 양육 노동이나 노후 돌봄 노동을 한국이라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한 양성평등이 불가능한 이유를 지적한다.

 

노르웨이 젋은 세대들에 비해 대한민국의 연애 포기 세대달콤함보다는 쓰라림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를 중소기업에 다니고, 고시원, 원룸,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연애 같은 장기적 관계를 유지할 에너지마저 갖지 못한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에서 쓰이는 2인칭 대명사를 거칠게 분류하자면 님류, 지배자와 전문가는 물론 숙련노동자까지 포함하고, 노동자나 미취업자 등을 포함한다, 사람이 살아서도 급이 있는데 죽어서도 급이 있는 게 싫다. 수장, 추장, 국왕의 세계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노예들의 세계는 익명의 세계, 무기록의 세계이다. 시중에 팔리는 자기계발서는 성공신화의 이야기를 벗어나지 않는다.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해도 한국 정계나 학계에는 왜 이렇게 전향자들이 수두룩할까? 학벌, 출세로 지금도 계급과 같은 화두를 놓지 않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신분 세습 도구가 되어버린 명문대의 특권적 위치를 보며 대학들의 평준화가 너무나 시급하다.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우리가 제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같은 표현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친일파, 식민지 시기의 토착 지배층은, 한국에서 계속 기득권을 키워나갔을 뿐, ‘청산된 과거가 있기나 한가 싶다. 우리는 아무리 예방 대책에 온 사회가 온 정성을 다한다 해도 학폭과 왕따 현상을 완전히 근절할 수 없음을 자각해야 한다. 사회 자체가 위계 질서의 구조적 폭력에 의해 유지되는 만큼 아이들에게만 비폭력적으로 평등하게 살라고 명령할 수는 없다. 어른들의 사회가 병든 만큼 아이들의 사회도 병들 수밖에 없다. 인천에서 일어난 일과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해야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자본주의 체제하의 세계에서 국가의 행정력과 준비력 그리고 의료 체제의 견고함을 시험한 셈이다. 동아시아와 북유럽은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하고 있지만, 미국과 남유럽 일본은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코로나가 드러낸 각국 내의 각종 격차였다. 공공 부문 종사자들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재택 근무로의 전환 정도다. 항공업과 숙박업 등 가장 타격을 받았고 중소기업들의 자금 흐름은 많은 문제를 보였고 서비스 부문과 유통 부문의 영세 업체들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진실의 순간이 보여준 것은 질병에 대처하는 각국의 행정력과 준비력 그리고 정치적 의지의 차이뿐만이 아니라 각국 내의 무서운 사회적 격차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미국과 일본, 중립국인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엄청나게 살찌우고 전 세계적 채권 국가로 만든 제1,2차 세계대전으로 갈 필요도 없다. 1950년대 미국과 일본 자본에 신의 도움이었던 한국전쟁이 끝나자 1954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0.6퍼센트를 기록했다. 더 이상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이 미국 자본주의에는 엄청난 문제였다. 열전은 끝나도 냉전은 계속되었다. 저자는 이 디스토피아 같은 세계에서 혁명은 결국 나와 우리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물어보는 것,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우리가 함께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혁명적인 발상이다.

 

리딩투데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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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클래식 클라우드 26
이길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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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연 최후의 중세인 루터의 길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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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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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레닌 등 많이 있다. 이 책은 백민석 작가님이 3개월 동안 홀로 러시아의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다.

 

혼자 여행하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크아웃리스트를 만들었다. 현대인들이 즐기는 여행의 대부분은 관광에 가까운데 저자는 여행자가 되어 보려고 애쓰면서 한계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잘 웃고 친절하였다. 웨딩 촬영하는 신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묻기 전부터 활짝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만났던 동상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인 푸시킨의 동상이었다.<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시구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의 동상은 모든 도시에서 하나 이상을 만나 볼 수 있었다. 복작대는 시내에서 시야가 활짝 열리는 체험을 하고 싶다면 아침 10시쯤 궁전 광장에 가보면 깨끗이 청소를 했는지 물기로 반짝이고, 휴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은 광장은 에메랄드빛을 띤다. 얼핏 들으니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상징 색이 에메랄드의 청회색이라고...

 

사람들에게 구글 맵으로 목적지를 보여 주면 친절하게 내릴 곳을 가르쳐 준다. 페테르고프 기차역을 둘러싼 짙고 깊은 녹음을 넋 놓고 바라본다. 혼자 먼 거리를 다니는 여행자는 상념에 잠길 시간이 많다. 왜 혼자 여행을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는 사람이다.

 

길거리 연주인 버스킹은 값싸게 즐길 수 있는 현지의 대중문화다. 러시아는 차이콥스키나 쇼스타코비치 같은 고전 음악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소비에트 시절을 거치고도 하드록과 헤비메탈이 대중적인 음악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

 

 

 

러시아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다니는 일이 많고, 자식이 어릴수록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부모 쪽이 행복해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시작과 끝은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이다. 두 도시 사이의 거리가 9288킬로미터이고, 횡단 시간은 일주일에서 한두 시간 빠진다. 횡단 열차의 예매는 우리의 KTX만큼이나 편리하다.

    

표지에 사진은 옴스크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난 장소는 변두리, 단층 목조 주택들이 물컹한 진흙 길과 나란히 서 있는 곳이다. 동네는 변두리 빈민가인데 저자가 러시아에서 찍어 온 수백 장의 인물 사진 가운데 미소가 담기지 않은 유일한 사진이다. 세상에, 웃지 않는 러시아인이라니.

 

러시아에서는 외국인이 한 도시에 7일 이상 머무를 경우엔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한다. 체크아웃 할 때 거주지 등록증을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출입국 카드가 없으면 어디에서든 받아주지 않으니 꼼꼼히 챙겨 두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가 살았던 아파트를 개조한 호텔 <도스토옙스키 하우스>가 영업중이다. [죄와 벌]을 쓴 아파트라는 석판이 붙은 건물도 있고, 소설의 인물들이 살던 건물들은 그 거리에 있었고, 그와 함께 삶을 나누던 이웃들이었다.

 

레닌을 제외하면, 석 달 동안 러시아를 여행하며 가장 흔하게 본 동상 1위는 푸시킨이었다. 2위는 늘 구부정한 도스토옙스키의 동상이었고 그다음이 예카테리나 같은 제정 러시아 황제들의 동상이었다.

 

 

 

구글 맵에 모스크바에서와 같이 크렘린이라는 지역 명소가 뜬다. 수즈달처럼 손바닥만한 시골 마을에도 넓은 영지를 둘러싼 성곽과 성당, 궁전으로 이뤄진 크렘린이 있다. 머릿속에서 러시아에 덧씌워져 있던 일그러진 편견 한 조각, 굴락의 이미지가 벗겨져 떨어져 나갔다. 관광할 땐, 그 나라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확인하는 일정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첫날부터 깨달았다.

    

러시아인들은 제 일터와 생활 공간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알록달록 예쁘게 꾸미면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은 아닐까. 성당이나 목조 주택들, 경찰서 앞 관상목 하나에까지 조명을 비춰 놓은 아기자기한 거리 풍경들과 자꾸 마주치다 보면, 러시아인들의 남다른 디자인 감각에 감탄하게 된다.

 

유럽 여행을 하다 모스크바에 들렀는데 시간 여유가 없다면 붉은 광장 주변만 돌아봐도 된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이 붉지 않은 광장은 거대함도 볼거리지만, 러시아를 대표하는 명소들이 둘러싸고 있어 광장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오갈 수 있다. 광장 서쪽엔 레닌의 묘가 있다. 1924년에 레닌이 사망했으니 벌써 1백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셈인데, 생전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레닌을 볼 수 있다. 담백한 여행기를 읽다 보면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과 도시와 자연, 마을을 같이 본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러시아 여행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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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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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족의 삶을 바꿔 놓은 사고가 각각 다르게 기억한 조각들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맑은 영혼 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핀이다.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험악한 집안 분위기를 만회 하고자 가족 스키 여행을 떠난다. 결혼을 앞둔 오브리 언니를 뺀, 엄마의 절친 캐런 이모, 밥 삼촌, 그들의 딸 내털리, 정신연령이 절반 밖에 안되는 동생 오즈와 언니 클로리 남친과 베프 모 열명은 캠핑카를 타고 함께 한다.

 

산장에서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가던 중 눈보라는 강해지고, 세상은 어둡게 변한다. 카일의 차가 고장이나 캠핑카에 합류한다. 놀란 사슴이 나타나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가드레이를 들이받고 미끄러지면서 캠핑카는 추락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반쯤 잘린 내 머리에 난 피가 웅덩이가 되었다. 아빠의 몸은 운전석과 창과 핸들 사이에 끼여 다리는 부러지고 얼굴은 깨진 유리 파편에 찢기고 눈과 함께 얼어붙었다. 아빠와 엄마는 나를 발견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책을 읽으며 너무나 마음이 아파 술술 읽히지만 완독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엄마가 휴대폰을 꺼내 들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부상이 심한 아빠를 뒤쪽으로 옮기고, 모는 나를 보는 순간 울부짖으며 뒤로 쓰러진다. 내털리와 캐런이모는 꼭 끌어안고 있다. 카일과 오즈는 방한복에 눈 장화와 장갑까지 입고 있는데 모는 얇은 모직 재킷에 찢어진 청바지방한에 도움이 안되는 부츠를 신고 있다. 구조 요청을 가야 할지 아침까지 기다릴지 의견 충돌이 되었다.

 

밴스와 클로이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구조 요청을 하러 길을 떠났다. 밥 삼촌은 오즈의 장갑을 좀 쓰자고 하지만 오즈가 순순히 줄리가 없다. 엄마는 내 어그 부츠와 양말, 옷을 벗겨 모에게 입으라고 한다. 캐런 이모의 동공이 확장된다. <부츠는 내털리가 신어야 될 것 같아> 엄마는 약간 고민하는 듯하다 <모 네가 신어> 이 순간 단 한 켤레의 부츠 때문에 자매나 다름없던 엄마와 캐런 이모의 놀라운 우정이 깨져버렸다.

 

날이 밝자 눈보라는 반 정도 수그러들었다. 엄마는 모에게 사람들을 데려올 때까지 오즈와 잭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모는 신고 가라며 내 부츠를 벗어 주었다. 카일이 같이 가겠다고 한다. 나는 클로이 언니와 밴스를 따라 가기도 하고, 엄마와 카일이 가는 곳에 따라가지만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다.

 

엄마와 카일이 가고 난 뒤 캠핑카 안은 미묘하게 흘러간다. 눈을 녹여 물을 먹겠다고 오즈가 이모를 밀친다. <이러다 쟤 때문에 우리가 죽겠어> 캐런이 훌쩍이며 말한다. 밥 삼촌이 오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밥은 오즈에게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빙고가 같이 가면 가도 된다고 했다. 크래커 두 개를 주면서 장갑이랑 바꾸자고 한다. 오즈는 삼촌을 차 안으로 올려주고 엄마가 갔던 반대 방향으로 빙고와 길을 떠났다. 그 와중에 밥 삼촌의 눈길이 아빠의 노스페이스 파카, 털모자, 청바지 그리고 눈 장화를 훑어보는 것을 지켜본다. 엄마와 카일은 도로에서 보안관 차를 발견하고 캠핑카에 있던 사람들은 구조되었다. 빙고는 나중에 발견되었고 오즈는 끝내 찾지 못했다.

 

엄마가 오즈를 바라보는 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보안관이 아들에 대해 자세하게 말을 해달라고 할때 오즈의 점, 관자놀이의 상처, 잔머리, 신었던 양말까지 설명은 소름끼치게 세세하다. 오즈를 돌보지 않는 엄마가 못마땅하던 아빠는 <가끔 오즈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끔찍한 고백을 한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그 애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오즈를 키울 때 얼마나힘들었을까 짐작을 해본다.

 

나에게 극한의 상황이 닥친다면 밥 삼촌 처럼 자기 가족만 생각하게 될까. 그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 할 수 있을까 [한순간에]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어릴 때 겪었던 일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한다. 후회란 감정도 양심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혹한의 상황에서 일어난 분투와 구조 이후의 회복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대처와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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