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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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문기자 이은선의 에세이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는 라디오 MBC FM4U ‘FM영화음악의 한 코너 이은선의 필() 소 굿에서는 목소리로, 각종 영화 GV에서는 직접 관객과 영화인을 만나며 영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토대로 한 사려 깊은 질문과 태도로 좋은 인상을 남긴다. 이 책에 실은 글들은 영화 속에서 슥 지나쳐간, 혹은 인상적으로 기억되지만 어떤 이유 때문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줄리&줄리아>는 두 여성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메릴 스트립과 에이미 애덤스가 그들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통틀어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설의 요리사 줄리아 차일드, 그의 요리 책에 소개된 524가지 요리를 365일 동안 직접 만들어보고 후기를 올리기 위해 블로그 연재를 시작한 줄리가 그 주인공이다.

 

월간 <스크린>으로 시작해 월간지, 주간지, 일간지까지 다양한 마감 사이클을 겪어내며 영화 전문기자로 일하다 20169월에 회사를 그만뒀다. 제주에서 이듬해 2월까지 겨울을 났다. 시간이 많은 날은 밑반찬이나 육수를 만들어두는 데 열중했다. 양배추와 비트를 넣어 피클을 만들어두고, 언제든 국물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다시마와 밴댕이 그리고 태우듯 구운 대파를 넣고 끓인 육수도 준비했다. 낮 시간은 혼자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나눠 먹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흘려보냈다. 오름이나 숲, 좋아하는 해변에 가서 마음껏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집에 돌아와선 따뜻한 차를 내려 마신 뒤 잠자리에 들었다.제주 동쪽 월정리와 세화 사이, 행원리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 그곳은 나와 친구들이 편히 숨쉬며 좋은 것들로 시간을 채운 리틀 포레스트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은 혜원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꽁꽁 언 땅에서 뽑은 배추로 끓인 배춧국이다. 한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에 그럴싸한 식재료가 있을리 없다.

 

 

 

언택트라는 기묘한 단어가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사이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행복, 그러니까 아끼는 사람들과 모여 따뜻한 식사를 함께 하고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건 최대의 사치로 느껴졌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피자 장면에서도 주인공이 마르게리타를 먹는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리즈 얘기다. 주방에서는 피자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중이다.

티라미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아내와 사별한 뒤 시애틀 이사온 샘이 심야 라디오에 사연을 보낸 아들 조나 덕분에 애니라는 운명의 여성을 만나게 되는 내용이다.

 

혼자 살게 되면서 꼭 갖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달걀말이용 사각 팬이다. 애초에 둥글게 말린 것을 억지로 사각형으로 만드는 과정은 왠지 멋있지도 않았다. 지금 가진 사각 팬은 사촌 언니의 선물인데 이 팬으로 만든 달걀말이를 먹은 사람들 중에는 <소공녀>의 전고운 감독도 있다. 영화업계의 위기는 저자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속절없이 미뤄지는 개봉일을 신호탄으로 영화관 GV를 포함한 오프라인 해설 프로그램은 모두 취소됐다. 광고 수익이 줄어든 매체들 역시 당분간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기 때문에 원고를 의뢰받는 일도 확 줄었다. 1년 내내 행복도 끝도 없이 유예하고 있다는 기분을 삼켜야 했다. 불안과 체념은 한 몸처럼 계속 붙어 다니며 마음을 어지럽혔다.

 

나에게 소중한 것, 혹은 상대가 기뻐할 만한 무언가를 주고 싶은 건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의 본질이다. 이 마음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일종의 불문율과 같다. 고 박지선과 절친이었던 저자는 만날 때마다 함께 밥도 먹었다. 누군가를 추억하는 일이 언제까지나 가슴 미어지는 고통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실제로 그건 생각만으로도 벌써 고맙고 따뜻하다고 했다.

 

 

음식에 얽힌 누군가와의 추억은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오래 머문다. 그것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의 것일지라도 마찬가지다. 가장 좋아하는 건 토마토소스다. 직접 조리할 때 실패의 부담이 적고, 초행인 음식점에 가더라도 웬만해선 평균의 맛을 보장하는 메뉴라고 했다.

 

평생 술과는 거리가 먼 알코올 쓰레기로 살아온 저자는 스페인에서는 몇 번인가 하우스 와인을 주문하고 말았다. 와인 몇 모금에 대체 왜 해장이 필요하냐고 묻지 말아달라고.

배우 주디 갈란드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IPTV 채널에서 인터뷰 코너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는데 스칼렛 요한슨은 세 살때부터 주디를 보고 배우를 꿈꿨다고 이야기해왔다. 스칼렛 요한슨과 주디 갈란드의 삶을 단순 비교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의 인생은 그런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인터뷰를 마치고부터, 주디 갈란드가 동시대의 스타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보게 됐다. 불행하게도 세상의 모든 배움이 온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배움이 전혀 소화가 안 된 상태로 처음 혼자 진행했던 모 배우와의 인터뷰는 지금 떠올려도 아찔하다.

 

인터뷰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던 어느 날, <카모메 식당>을 보게 됐다. 때가 때여서 그랬는지 갑자기 영화가 좀 달리 보였다. 지금도 인터뷰를 하기 전, 마음 안에 향긋한 시나몬롤과 따뜻한 커피를 내려놓고 마주 않은 사람이 들려줄 영화와 인생 이야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내 모습을 상상한다. 코로나19로 영화관에 못 가본지 일년이 넘어간다. 몇 편은 다운 받아 보고 특선영화로 방영되어 봤지만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게 제맛인데 유일한 취미를 앗아가 버렸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영화와 음식에 대한 저마다의 기억을 풍성하게 떠올릴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이라고 했는데, 영화가 당장 보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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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하여 - 작가가 된다는 것에 관한 여섯 번의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박설영 옮김 / 프시케의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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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하여]는 시, 소설, 논픽션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저자가 40년의 작가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을 펼쳐내는 책이다. 여섯 번의 대중 강연을 바탕으로 집필한 것으로,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친근하고 솔직한 어투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만 읽어 보아서 글쓰기 책이 궁금했다.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 왜 글을 쓰는가? 글은 어디에서 오는가? 작가는 서문을 쓰면서 이 중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목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동기에 관한 질문이었다. 글쓰기는 어둠, 그리고 욕망이나 충동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책이고,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애트우드는 해당 주제에 접근할 때, 일반적인 작법서나 작가로서의 자서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밝힌다.

 

저자의 곁에는 늘 책이 있었고 일찍이 읽는 법을 깨쳐 독서광이 되어 잡히는 대로 전부 읽었다. 실제로 친척을 만날 기회가 전혀 없다 보니 양가의 할머니들은 동화 <빨간 모자>에 나오는 할머니 같은 가공의 인물이나 다름없었다. 열여섯이 될 때까지 독서 경험은 폭넓으면서도 무차별적이었다. 저자는 어떻게 작가가 된 걸까? 1956, 축구장을 가로 질러 하교하던 중에 그냥 갑자기 그렇게 된 거였다. 머릿속으로 시를 쓴 뒤 종이에 옮겨 적었는데 그때부터 오로지 글을 쓰고 싶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대부분의 사람이 입 밖으로 내지 않을 뿐, 본인 머릿속에 책이 한 권 들어 있다고, 시간만 있으면 글로 풀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그 말이 작가 된다는 것과 동의어인 것은 아니다. 모든 작가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방금 전에 읽었던 그 책의 작가를 절대 실제로 만날 수 없으니까. 글을 쓰고 출간을 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출간할 때가 되면 책을 썼던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이 되고 없다. 또는 그렇다고 알리바이를 둘러댄다.

 

초기 낭만파들이 설화와 민담에 매료됐던 것을 볼 때, 그 문을 통해 그토록 많은 닮은꼴들이 낭만주의와 후기낭만주의 문학 속으로 들어간 것 같다. 이런 닮은꼴이야기와 그 수 많은 후손들은 보통 광란과 공포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문학적 가치와 돈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돈이 되는 좋은 책, 돈이 되는 나쁜 책, 돈이 안 되는 좋은 책, 돈이 안 되는 나쁜책. 이 모든 조합은 실현가능하다. 하이드에 따르면, 진지하게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은 예술의 영역과 돈의 영역을 중재해줄 수 있는 중재인을 잘 얻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체면 구기는 지저분한 흥정에서 손을 뗄 수 있다.

 

무명인은 작가입니다. 물론 독자도무명인이지요. 그런 점에서 모든 책은 익명이고, 모든 독자도 그렇습니다. 읽고 쓰는 것은, 이를테면 연기하는 것과 극장에 가는 것과는 달리 둘 다 어느 정도의 고독, 나아가 어느 정도의 비밀주의를 전제로 하는 활동입니다.p192

 

애트우드가 작가가 되었을 무렵엔 여성 작가, 특히 여성 시인이 되면 얼마나 고약한 일을 겪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저메인 그리어도 정성을 들여 집필한 자신의 저서 <단정치 못한 시빌들>을 통해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한 여성 시인들의 슬픈 인생사와 암울한 죽음에 대해 설명했다. 불운한 여성 예술가는 특히 소설가들이 자주 찾는 단골 주제로 아직도 주목받고 있다. A.S.바이어트의 소설 <소유>는 인물에 복잡하게 변화를 주어 인간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는 여성 시인을 등장시킨다.

 

글쓰기는 다른 예술, 또는 오늘날의 매체와 어떻게 다를까? “모든 종류의 예술가는 총살 집행장에 일렬로 줄을 서 있다는 악담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에서는 전부 같다. 작가는 지면과 소통한다. 독자 역시 지면과 소통한다. 작가와 독자는 오직 지면을 통해서만 소통한다. 이것이 글쓰기의 삼단논법이다. 모든 작가들은 죽은 자들로부터 가르침을 얻는다. 계속 글을 쓰는 한, 작가는 앞서 글을 썼던 작가들의 작품을 끊임없이 탐구하게 된다. 죽은 자들이 제아무리 보물을 갖고 있다고 해도, 산 자들의 땅으로 되가져와 시간 속에 또 한 번 들이지 않는 이상, 그러니까 관객의 영역에, 독자의 영역에, 변화의 영역에 들이지 않는 이상, 그 보물은 아무 쓸모가 없다.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갈등들을 섬세하게 다루면서, 글쓰기 앞에 가로놓인 난제에 비틀거리지 않도록 지적인 다독임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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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마크 마리 지음 / 1984Books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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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용도]는 아니 에르노와 그녀의 연인인 마크 마리가 함께, 관계 후 어지러진 풍경을 사진 찍고 사진 위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기록이다. 이 책에서 M은 마크 마리이고, A는 아니 에르노를 말한다. 놀라운 것은 마크는 무려 22살 연하이다. 40여 장의 사진 중에 14장을 골랐다. 완성하기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에게 보여 주지 않고,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각자 자유롭게 글을 쓰기로 합의했다. 이 규칙은 마지막까지 엄격하게 지켜졌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을 때, 아니 에르노는 유방암 치료 중이었다. 글을 쓰면서 사진에는 부재한, 삶과 죽음 사이의 불명확하고 어처구니없는 싸움이 일어나는 몸 안의 또 다른 장면들을 언급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각색된 기억속에서 어느 순간 2003년의 봄의 모습이 떠오를 수 있게. 생각마저도 움직일 수 있도록.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 후에 어질러진 풍경의 상()을 항상 보존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사진의 무질서함이 좋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막 마쳤고, 침대 시트는 구겨졌고, 베개는 푹 꺼졌다. 침대 위, 바로 책상 앞에 놓인 것은 틀림없이 A의 검은 실크 셔츠일 것이다. 이곳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그녀는 내게 민머리를 보여 준다. 그 당시 브뤼셀에 등장하여 곳곳에 포스터가 깔린 애니 레녹스를 닮았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나는 그곳에 앉았다. 그녀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서, 어떤 느낌인지 보기 위해서였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A가 혼자 있는 퀴리에, 면회는 저녁 8시에 끝났다. 간호사들과 간병인들은 나의 존재를 호의적으로 보았다. 젊은 연인들처럼 애처롭게 생각했던 것 같다. 프랑스 여성들의 11%가 유방암에 걸렸고, 유방암을 앓고 있다. 3백만 여성이 넘는다. 꿰매고, 스캔하고, 붉은색, 파란색 그림으로 표시하고, 방사선을 쬐고, 재건한 삼백만의 가슴이 셔츠와 티셔츠 안에 감춰져 있다.

 

우리는 사진 촬영을 계속한다. 어떤 장면도 절대 서로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행위다. 유일한 한계는 바로 욕망이다. 일 년 전, 우리가 만나기 며칠 전에, 나는 A에게 메일을 보내 축제 기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상점들의 야단법석과 11월 중순부터 사람들을 사로잡는 소비 열풍이 거슬리는 것이다. 그녀의 답장의 어조를 봤을 때, 우리가 같은 생각을 했음이 분명했다. 나의 경우 헤어지게 될 아내의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다.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고, 우리 커플은 갈라서는 중이었는데 기분 좋은 척을 했던 괴로운 기억이다.

 

M은 사진은 화랑에 걸린 추상화 작품을 찍은 것 같다. 방의 노란 벽과 아침 햇살이 지나간 길을 따라 표백되어 색이 다른,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뉜, 우리들의 속옷과 부츠가 어질러진 녹색 카펫을 단번에 대입하는 것도, 사막의 장미 속에서, 너무 짧아서 그때 한 번만 입었던 원피스를 알아보는 것도 불가능하다. 몇 개월 동안 현존하는 모든 기술로 내 몸 구석구석을 수없이 많이 검사하고 촬영했다. 이제 그게 무엇이든 뼈와 신체 기관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본 적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검사를 할 때마다 무엇을 찾아낼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야만 했다. 트루빌에서의 수술을 받고 15일이 지난, 2월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나는 M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마치 그가 내 뱃속에서 나온 것처럼, 그의 머리가 내 허벅지 사이에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탄생, 제목은 정해졌다.

 

아니 에르노 작품을 읽으면서 나라면 자신의 모든 것에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상상을 못할거 같다. 글로 쓰인 이 사진들이 기억속에서 혹은 독자들의 상상 속에서 다른 장면으로 바뀌어야만, 현실 그 이상의 것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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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 열전 - 제국을 이끈 10인의 카이사르
배리 스트라우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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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로마 제국을 다스렸던 10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창건자이자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로부터 시작해 대략 350년 뒤에, 기독교로 개종하고 제국 동부 콘스탄티노플에 새로운 수도를 개창한 제2의 창건자 콘스탄티누스로 마무리 된다. 이들은 개인보다는 제국을 우선하는 실용적인 사람들이었다. 제국의 존속을 위해서 핏줄이 달라도 계급이나 심지어 인종이 달라도 황제로 삼았다. 권력을 집중하기 위해 황실은 여성들을 가문의 일원으로 십분 활용했다는 것이 놀랍다. 정략결혼이 횡행하고 내분과 살인은 빈번했으니 불행한 가족이기도 했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 누이의 아들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총망 있는 조카 옥타비아누스를 양자로 삼았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옥타비아누스는 복수를 하기로 한다. 안토니우스를 악티움 해전에서 이기고 원로원에 의해서 아우구스투스로 지명되며 지배자의 자리에 오른다. 딸 율리아 아들들이 죽자 예정했던 후계자를 잃어버렸다. 양자로 얻은 티베리우스가 후임자로 임명된다.

 

티베리우스는 정책성과를 놓고 판단한다면 로마에서 가장 성공적인 황제 중의 한 명이었다. 대외적으로는 제국의 경계를 안전히 지켰고, 대내적으로는 원로원을 영구적으로 황제에게 복속시켰다. 네로는 성공적이라기보다 가장 자극적으로 흥미를 돋우는 황제였다. 리라 반주를 하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 그는 레슬링을 연습했고, 결국에는 시합에 나갈 계획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자필 시 원고들이 그의 사후에도 수십 년 넘게 남아 있었고, 후대의 한 관찰자는 그 시들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베스파시아누스는 로마 최초의 귀족이 아닌 지배자였다. 이집트에서 그는 때를 기다렸고, 이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왕의 신통력을 과시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재판을 주재하는 동안 그는 두 평민을 치료했다고 한다. 신성한 새로운 재능의 표시였다. 베스파시아누스의 건축 계획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바로 콜로세움이다. 여기에 투입된 노동력은 아마도 숙련 노동자와 미숙련 노동자, 자유민과 노예, 포로들을 아우를 것이다. 포로들은 유대 전쟁에서 끌려왔을 가능성이 크다.

 

40대에 황제가 된 트라야누스는 인생의 전성기에 있었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했으며, 에너지와 계획들이 넘쳐났다. 비록 군인이었지만 트라야누스는 좋은 정치가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사근사근하고, 차분하며, 개인적인 공격들에 마음을 쓰지 않았다. 하드리아누스는 제2의 아우구스투스를 자처해 제국을 평화롭게 하고 엘리트 계층을 외부자들에게 개방하는데에 대다수의 황제들보다 더 크게 공헌한 황제이지만 그는 살인을 일삼는 폭군이기도 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책을 낸 유일한 황제이고 스토아 철학자였다. 스토아 철학은 법을 존중하고 공익을 우선시했다. 그는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했고, 위대한 황제가 되었다. [명상록]에서 신에 대한 두려움과 관대함, 나쁜 짓을 하는 것뿐 아니라 그런 짓을 할 생각을 품는 것 자체를 삼가도록 가르치고 더 나아가 부자들의 생활 습관을 멀리하고 소박한 사람을 살도록가르쳐준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내비친다.

 

세베루스는 로마 최초의 아프리카인 황제였다. 그는 속주 출신의 인물들을 최고위직에 임명하고, 군대를 중요시하면서 기사계급이 원로원 바로 아래 계급이 되었다. 세베루스가 죽은 뒤에 서방 제국은 250년간 더 이어진다. 그의 많은 행위들은 비록 전통을 거슬리기는 했어도 필요한 것이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직업 군인이었다. 최초이자 최대 업적은 폭력의 악순환에 갇혀 있던 제국에서 안정을 회복한 것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막시미아누스를 카이사르로 임명하여 갈리아로 파견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막시미아누스를 아우구스투스, 즉 공동 황제로 임명하고 그에게 서방을 맡겼다.

 

콘스탄티누스는 로마인이자 기독교인이었다. 군인이며 정치가, 건설자였다. 무자비하고 외골수였지만, 가장 성공적인 황제들은 다들 그러했다. 그는 전사이자 행정가, 대중홍보의 천재이자 종교적 환영을 보는 사람이었다. 유스티니아누스 치하의 로마 제국은 세계 최강 국가들 중의 하나였고 콘스탄티노플은 가장 위대한 도시들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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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배워야 합니다 - 평범한 일상을 바꾸는 마법의 세로토닌 테라피!
이시형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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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다. 지금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겪고 있는 우리에겐 행복에 대한 욕구가 더욱 간절하다. 평범한 일상의 우울을 떨쳐주고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에 대한 공부가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세로토닌 이론보다도 특별히 테라피를 중심으로 썼다. 정신과 의사로서 사람들이 많이 하는 호소를 듣고 이시형박사가 권하는 세로토닌적 처방전과 세로토닌 워킹, 세로토닌 다이어트도 함께 실었다.

 

책에는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세로토닌 처방전, 힐링과 행복의 뇌 과학, 세로토닌의 뇌 과학, 세로토닌 테라피, 뇌 과학에서 본 인간 유형, 이젠 세로토닌의 세기 6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책을 읽다가 산책을 해볼까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 워킹법은 저자가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머리가 꽉 차서 안 돌아갈 때는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이 건강에 노화 예방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크라테스 워킹은 사색하면서 어슬렁거리는 걸음이다.

 

마음의 3요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세로토닌의 분비량에 따라 우리 마음 상태가 결정된다. 노드아드레날린 신경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뇌내의 위기관리 센터 역할이다.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노르아드레날린 신경을 흥분시켜 위기에 대처한다. 세로토닌은 통증을 덜어주고 잘 견디게 해준다. 세로토닌이 튼튼하면 스트레스에 강한 체질이 되어 통증 조절은 물론이고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자존심 상하는 일, 피로가 쌓이는 일이 있을 때 이를 경감시켜 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평상심을 유지할 때 공부도 잘된다. 세로토닌에 공부 호르몬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사람들은 말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곁에 있다고,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세로토닌 운동을 벌이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다. 뇌 과학적으로 본 행복은 세로토닌이기 때문이다. 뇌 속에 세로토닌이 풍부한 상태가 힐링이요, 행복이다. p76

 

비타민 B6는 세로토닌 합성에 촉매제 역할로서 중요하며 일반식사로 충분하다. 일단 뇌로 들어간 트립토판이 세로토닌으로 전환되려면 몇 가지 자극이 필요하다. 햇빛, 리듬 운동, 스킨십, 규칙적 식사, 복근 심호흡, 잘 씹기 등이다. 감사할 줄 아는 능력, 감사력은 인간성이나 인간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인데도 한국 사회는 이게 평가 절하되어 있다. 감사를 주고받는 순간만큼 우리에게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도 없다. 세로토닌이 펑펑 쏟아지는 순간이다. 모든 이에게 감사를 드리자. 그게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우선 걷기 위해선 일상의 공간을 떠나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뇌 속에 새로운 회로가 생긴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웅크린 자세가 걸을 때는 반듯해진다. 이것만으로도 세로토닌 분비가 촉진된다. 다시 한번 말하자면, 주의를 기울여 5분만 걸어라. 행복해진다. 자유로움, 해방감, 신선함. 비즈니스 여행이라도 좋다. 일단 떠나라. 심신의 재충전을 위한 좋은 여행으로 만들어라. 세로토닌 여행의 진수를 맛보라. 정 떠날 형편이 안 되거든 내가 좋아하는 나만의 길을 만드는 것도 좋다.

 

우리가 보통 피곤하다고 말할 때는 대체로 몸이 피곤한 것으로 알고 있다. 뇌 피로에는 휴식이 오히려 더 피로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 쉬지 말고 가벼운 일을 해야 피로 회복이 빠르다. 단 머리를 너무 쓰는 일 말고 정원 손질, 청소, 정리 등 가벼운 일이 좋다. 특히 요즘은 만성피로가 오래가면 면역계 약화로 코로나19나 독감에 걸리기 쉽다.

 

세로토닌형 인간은 언제나 긍정적이다. 세로토닌의 기능 중 중요한 것은 걱정, 근심,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전두엽 기능을 살짝 억제함으로써 매사에 긍정적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세로토닌형 인간의 축복은 긍정성이다. 결핍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혹은 자살까지 생각하는 사람과 비교하면 이보다 큰 축복이 달리 없다. 행복은 마음이 아니라 뇌에서 시작된다. [행복도 배워야 합니다]를 읽는 동안 혼란스러운 마음이 진정이 되고 행복이 충만해진다. 이 책은 우울증, 강박증, 중독, 공황장애, 섭식장애,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살리는 최고의 처방전이다. 행복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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