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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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1928년 케임브리지 여자 단과대학에서 여성과 픽션 이라는 주제로 부탁한 강연회를 위해서 씌어진 글을 수정하여 출간한 것이다. 비평서이자 에세이라 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은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의 남성의 심리와 여성이 처한 현실의 문제, 여성 작가로서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여성이 픽션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여러분이 곧 알게 되겠지만 이러한 견해는 여성의 참다운 본성이니, 픽션의 참다운 특성이니 하는 문제는 미해결로 남겨두는 셈이다.p10

 

사색에 빠져 옥스브리지 잔디밭을 거닐고 있었는데 관리인이 다가와 이 길은 오로지 대학 연구원들과 학생들만 들어올 수 있고 여자는 자갈길을 걸어라였다. 윌리엄 새커리의 원고를 읽기 위해 도서관에 들어가려 하자, 그녀 앞에 나타난 관리인은 학교 도서관에 대학 연구원을 동반하거나 소개장을 지녔을 경우에만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였다. 두 번의 거절을 통해 여성이 처한 사회적 불평등을 묘사한 저자는 한 개인이 최소한의 행복과 자유를 누리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고정 수입과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소설 작품 속엔 여성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얼마나 많은 책이 여성에 대하여 쓰고 있는지 대부분 작가가 남성인 것에 대하여 저자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숙모 메리 비튼은 봄베이에서 말을 타고 바람 쐬러 나갔다 말에서 떨어져 돌아가셨다. 한 변호사의 편지가 우편함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내가 계속하여 오백 파운드의 유산을 받도록 해놓았다. 이전에는 신문사 잡무직이나 결혼식에 대해 기사를 쓰며 돈을 벌었다. 봉투에 주소를 쓰고, 노부인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조화를 만들고,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치며 몇 파운드의 돈을 벌었다. 1918년 이전 여성에게 열려 있는 주된 일거리였다.

 

저자는 왜 여성들이 엘리자베스 시대에 시를 쓰지 않았는가에 대해 분명한 것은 그들에게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트리벨리언 교수에 의하면 육아원을 채 벗어나기도 전인 열다섯이나 열여섯 살에 자신이 좋아하든 싫든 간에 결혼을 했다. 그들 중 누군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썼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어떤 노신사가 과거, 현재, 미래의 어떤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지닐 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셰익스피어 시대에 어떤 여성이 셰익스피어의 천부적 재능을 가졌으리라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셰익스피어와 같은 천재란 고생하고 교육도 못 받고 노예같이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태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프랑스, 영국에서도 여성 시인들이 소설가에 선행한다.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제인 오스틴 등 그들은 글을 쓸 때에 모두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중산층에서 태어났다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19세기 여성 작가들이 주로 소설을 쓴 이유는 그들이 주로 거실에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시보다 집중력이 덜 요구되는 소설이 적합하였을 것이다.

 

우리는 빌렛, 에마, 폭풍의 언덕, 미들마치 와 같은 모든 훌륭한 소설들이 인생 경험이 없는 여성들에 의하여, 존경스런 집의 공동 거실에서 너무 가난하여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를 쓸 종이를 한꺼번에 사들일 여유가 없었던 여성들에 의하여 쓰였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한다. 조지 엘리엇은 많은 시련 후에 탈출을 하였다. 기혼 남자와 사는 죄를 짓고 있었으니 사람들은 루이스에 대해서는 동정적이면서 조지 엘리엇에 대해 악평을 퍼뜨렸다.

 

순수한 가부장제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고수한다는 것은 엄청난 천재성과 성실성을 필요로 했을 것임에도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만은 해냈다. 그들은 남자들 처럼이 아니라 여성들이 쓰는 것처럼 썼다. 저자는 아무리 방대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온갖 종류의 책을 써보라고 부탁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을 하고 빈둥거리기도 하고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사색하고 책을 보고 몽상에 잠기며 충분한 돈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라는 이유는 여성의 픽션 예술에 도움이 될 것이다.

 

159울프는 여성남성이라는 젠더적 구별을 공고히 하거나 여성으로서의 특수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방]은 울프의 깊고 풍성한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사실 울프의 소설은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쓰여 머리를 쥐어짜며 읽어야 했다. 여전히 정리가 안되지만 그녀의 작품에 빠져든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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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진실과 반전의 역사 - 유물과 유적으로 매 순간 다시 쓰는 다이나믹 한국 고대사 서가명강 시리즈 12
권오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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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책과 달리, 유물과 유적, 무덤과 인골, 수도유적, 교류의 길의 네 가지 프레임으로 한국 고대사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흥미롭게 역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후 당나라로 끌려간 수많은 유민 중에 낙양이나 서안에 묻힌 사람들의 무덤이 가끔 발견되거나 도굴되곤 하는데 주인공이 왕족이나 귀족이었음을 알려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국에서 간독자료라 부르는 목간이다. 목간은 나무에 글씨를 새긴 자료로, 대나무에 붓글씨를 쓴 죽간과 나무를 깎아 글씨를 쓴 목독을 통칭한다. 땅에 누워 입을 벌리고 사과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처럼 금석문과 목간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어 발굴되는 실물 자료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조금 힘들더라도 쏟아지는 고고학적 물질 자료에 눈을 돌려 보석을 캐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62년은 고령의 대가야가 멸망한 해인데,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는 일제 관학자들은 대가야의 멸망을 임나일본부의 최후라고 왜곡했다. 다행히도 땅속에서 더 이상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할 만한 보물들이 발견됐다. 김해 대성동 구릉에는 3~5세기에 만든 무덤이 빼곡하게 자리해 있다. 대성동 고분이 자리한 김해는 육상과 바다가 교차하는 지역이기에 다양한 지역에서 만든 물품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중국 동북의 요령성 지방에서 활동하던 선비족의 물건, 중원지역에서 발견된 물건 외 로만글라스 그릇도 발견됐다.p53

 

오늘날 인골은 우리 역사를 해명하는 일 등급 자료로서 고고학 연구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학생들은 입대 시 유해발굴단에 지원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 실습을 받으며 복무 기간을 기회 삼아 인골 전문가로 양성된다. 진한의 땅이었던 경상북도 경산에서 편두 인골을 발견하며 이 풍습이 경상도 일대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인들의 얼굴을 곰곰이 떠올려보면 한반도 주민들이 대거 건너간 후쿠오카나 오사카에는 우리와 비슷한 북방계, 야요이 계통이 많고 규슈 남부나 관동, 동북지방에는 조몬계 인물들이 많다.

 

기원전 7~6세기 무렵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강상묘에서는 130명에 이르는 노예가 순장된 것이 발견됐는데, 많은 노예를 순장할 정도의 재력가가 존재한 점은 사회가 이미 고도로 발달한 고대 국가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죽음에서 매장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면 당시 사회가 죽음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죽은 자는 어디로 간다고 생각했는지, 죽은 자가 무덤 안에서 어떤 상태로 있길 바랐는지 밝혀낼 수 있다.

 

 

 

수도유적의 발굴조사는 1~2년 내에 끝나지 않는다. 최소 10년 이상, 길게는 40년 가까이 조사를 이어간다. 공주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부소산성, 능산리 고분군,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모두 후속 조사를 이어가며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고 있다.

 

저자는 다문화 가정 자녀가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역사 교육을 받으며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며 단일민족이라는 주장을 접하며 나는 누구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를 주도할 후손들에게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통찰력과 시각을 전해줘야 한다. ‘코리안이란 정체성은 태어난 장소와 얼굴 형태, 핏줄을 통해 정해지지 않을 것이고 코리안의 인종적 스펙트럼은 훨씬 넓어질 것이다.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가락국 수로왕의 배필이 되어 허황후가 되었다. 결혼 이주민 여성들을 위해 가야의 왕비도 바다 넘어 저 먼 곳에서 오신 분이다라고 이야기해준다면 얼마나 힘이 될까? 하였다.

 

흉노족의 무덤을 조사하다 보면 고조선과 비교할 만한 것들이 자주 발견된다. 또 흉노의 후예인 오환과 선비의 유물 중에 흥미를 끄는 것들도 많다. 선비족의 물질문화는 부여나 고구려 문화와도 유사한 점이 많아 상호관련성을 연구할 수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을 몇 군데 꼽으라면 주저 없이 사막길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와 이란의 이스파한을 꼽는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비비하눔 모스크의 눈 내리는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유물과 유적, 무덤과 인골은 수천 년의 시간을 초월한 고대인과의 만남이다. 저자는 역사를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로 역사가 고정된 것이 아닌 급변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제대로 된역사를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책은 진실한 역사를 찾는 한 권의 지침서다.

 

이 도서는 21세기북스의 협찬을 받아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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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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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는데도 슬픔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은 그 약물 때문이야. 그렇지? 게다가 당신 부인이 죽음 앞에서 공포심을 보이지 않은 것도, 둘이서 날마다 그 약물을 복용해왔기 때문이야. 그렇지?”p15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피엣에서 깨끗하고 순수한 눈옷을 걸친, 천사와도 같은 은총을 내려 준다는 합성 약물을 손에 얻기 위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한 약물연구가가 평생을 바친 끝에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완전한약물은 결국 세상 밖으로 풀려났다.

 

한 남자가 도시의 한복판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차의 핸들을 움켜쥔 채 가속페달을 밟아 수십 명을 무차별하게 살해한다. 남자는 사람들을 피해 백화점 옥상으로 올라간다. 남자가 아래로 추락하면서 남긴 한마디는 천사님, 도와주세요. 미친 세상에서 저를 구원해주세요!” 였다.

 

경시청 쓰키지 경찰서 계장 기자키 헤이스케는 마약 단속관의 의뢰를 받아 진자이 아키라를 찾는다. 사고사로 위장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 파트너를 잃고 복수에 눈이 멀어 용의자 다섯 명을 살해한 후 잠적하여 사망 처리 된 전직 형사를.

 

9년 전, 진자이 아키라는 경시청 디카이도서 형사였다. 수사가 종결 처리된 사건에 진자이와 히와라 쇼코도 합류 하여 숨어서 기다리던 일당에게 쇼코가 사망했다. 비로소 쇼코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전부 쏴 죽이고, 모든 사실을 상사에게 보고한 후 도망쳤다. 도망친 이유는 사건을 계속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행위는 정당방위도 과잉방어도 아닌 살인이었다. 경찰에서 실종선고가 내려지고 법률상 사망자로 등록되었다.

 

긴자 사건, 사망한 약물 중독자가 뛰어 내릴 때 천사 모양을 본뜬 하얀 알약이 발견되었다.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는 하얀 알갱이를 스노우 엔젤로 부르기로 했다. 약물을 유통하는 조직에 잠입할 것을 진자이에게 권한다.

 

하쿠류 흥산이라는 회사를 경영했던 인물이 각성제 밀수입업자(샤브바이어)가 된다. 폭력단의 가장 큰 수입원은 각성제다. ‘각성제가 폭력단을 낳고 길렀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즈키는 하쿠류 노보루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해서는 안되고 경찰과도 무관하게 진행되어야만 한다. 위법 약물을 고객에게 파는 판매상을 푸셔라고 하는데 이사 도모히코와 자연스럽게 접촉하며 스스로 마약상이 되어 잠입에 들어간다.

 

진자이 아키라가 마약상으로 위장 잠입해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은 특정 계급층이 아닌 주부나 학생 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그는 조직의 신임을 얻어가면 갈수록 더욱 고뇌와 절망에 빠지게 된다. 위법 약물 판매상인 이사가 말하기를 차를 폭주해 몇십 명이나 죽이고 자신은 투신해 죽은 그 사람은 시제품을 판 고객이었고, 실패작이라고 하였다. 시제품은 스노우 엔젤이였고 스노우 엔젤 모니터 조사를 의뢰하고 있는 두목이 하쿠류 노보루라는 것을 알아낸다.

 

이사의 주머니에서 몰래 빼내려다 들켜 진자이는 처음으로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서 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기분이 좋아지다 죽은 히와라 쇼코의 환상을 보고 자책하며 괴로워한다. 이사가 보니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려고 해서 억지로 떼어서 잠이 들더라는 것이다. 샤로노프가 평생 연구한 완전한 약물, 최후의 레시피, 스노우 엔젤은 한번 의존하면 끝장인, 영원히 끊을 수 없는 약물인 것이다. 마약 단속관 미즈키 쇼코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에다 부부를 살해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난다. 거대한 음모의 배후가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에 반전, 예측 불허의 결말은 소설에 빠져들게 만든다.

 

[스노우 엔젤]은 이 약물을 암암리에 유통하여 전 세계로부터 막대한 부를 빨아들이고 권력을 거뭐쥐려는 의문의 조직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떤 범죄든 마다하지 않는 자들 간의 암투를 그린 범죄소설이다. 전작 [데블 인 헤븐]의 속편이자 전일담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스노우 엔젤]2017년 무렵의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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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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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등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지리의 힘]이 급변하는 21세기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은 <>에서 시작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저마다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섬나라이며, 분단된 한국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그 위치와 지리적 천연 장벽이 없다는 이유로 강대국의 <경유지 역할>을 해왔다. 만약 다른 나라가 북쪽에서 침략을 해온다 해도 일단 압록강을 건넌 뒤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이 거의 없다.

 

중국, 4천 년 만에 대륙의 나라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다. 이제껏 중국은 변변한 해군력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광활한 땅덩어리와 긴 국경선, 그리고 짧은 바닷길 덕분에 굳이 해양 세력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 중국은 광활한 땅과 14억에 육박하는 막대한 인구를 자랑하는 어디까지나 <육상 병력>의 나라였다.

 

북중국평원은 정치, 문화, 인구, 그리고 결정적으로 농업의 중심지다. 이 지역에 무려 10억의 인구가 모여 살고 있다. 면적은 322백만 명이 사는 미국의 절반 크기에 불과한데 말이다.p25

 

복권에 당첨돼서 살고 싶은 나라에 땅을 사고 싶다고 하면 부동산 중개인이 가장 먼저 소개해 주는 곳은 미합중국이다. 미국에는 50개 주가 있지만 오히려 28개 주권 국가들의 모임인 유럽연합은 결코 이루지 못할 방식으로 하나의 국가가 되었다. 애팔래치아 산맥 방향으로 향하는 동부 연안의 평원지대다. 1960년대에 베트남에서 겪은 실패로 신뢰에 타격을 입은 미국은 해외 문제에 개입하는 것에 좀 더 신중한 태도를 갖게 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패배가 미국의 세계 정책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서유럽 국가들은 일부 남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부유하다. 북쪽이 남쪽보다 일찍 산업화를 이룬 덕분에 경제적인 성공도 그만큼 크게 이루었다. 독일은 독일대로 항상 프랑스보다 훨씬 심각한 지리적 문제를 겪고 있었다. 프랑스는 독일을 독일은 프랑스를 두려워한다. 1907년 프랑스가 러시아, 영국과 손을 잡고 3자동맹을 맺었던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독일이 이 세 나라 모두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지에 기갑 사단을 보내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 그럴 일이 생긴다면 먼저 그 지역에 남아 있는 대규모 러시아인 공동체에 대한 차별적 대우에 대응한다는 구실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 공룡들은 경쟁 관계이긴하나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영토는 남북한을 합친것보다 넓으며 유럽과 대비해 보면 프랑스나 독일보다 넓은 면적이다. 하지만 국토의 4분의 3은 사람이 거주하기가 어렵다. 특히 산악 지역은 13퍼센트만이 집약 농업에 적합하다. 이런 환경 때문에 일본인들은 연안 평야와, 산등성이에 약간의 논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제한된 내륙 지역에 밀집해 살았다.

 

라틴 아메리카, 특히 그 남쪽은 구세계의 지식과 기술을 새로운 세계로 가지고 올 수는 있지만 지리가 이를 완강히 거부할 경우 제한적으로밖에 접근할 수 없음을 증명한 곳이다. 현재는 유럽인, 아프리카인, 인디오, 그리고 유럽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후손인 메스티소까지 섞여 살고 있다.

 

아프리카,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대륙 한복판에 그려 넣은 선들 가운데 가장 큰 실수라면 뭐니 뭐니 해도 DRC, 즉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알려진 거대한 블랙홀일 것이다. 조지프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의 무대이기도 한 이 지역에는 여전히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중국의 접근은 아프리카 정부들에게는 매력적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석유, 광물, 귀금속, 그리고 시장이다.

 

인위적인 국경선이 분쟁의 씨앗이 되는, 중동은 유럽인들의 인위적인 국경선들을 만들어 내어 피를 불러오고 있다. 한 지역에 어울려 사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한데 모아 임의적으로 민족 국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의와 평등, 안정을 위한 방안은 결코 되지 못한다.(p258)인도 인구가 거의 103천만 명에 달한다면 파키스탄은 182백만 명에 달한다. 가난하며, 불안정하고, 분열된 파키스탄은 스스로를 인도와 반대 지점에 놓고 있는 듯하다.

 

지리적 특성들이 우리 역사를 결정 짓는데 중요하고 미래에도 상당 부분 개입될 것이다. 지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재미있게 읽은 [지리의 힘]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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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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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스릴러 작가 그리어 헨드릭스와 세라 페카넨이 강렬하고 치명적인 신작 스릴러 소설 [나의 친절하고 위험한 친구들]을 내놓았다. 전작 [우리 사이의 그녀][익명의 소녀][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리며 평단과 독자의 사랑을 받은 두 작가는, 유명 제작사로부터 영화·드라마화 러브콜을 받는 등 화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른한 살의 시장조사원 셰이는 애인은 없고 승진은 커녕 인원 감축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룸메이트 션을 좋아하지만 최근 사귄 여자친구에 빠져 있다. 어느 날 33번가의 지하철역에 들어오는 열차에 뛰어든 여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삶은 달라진다.

 

커샌드라, 제인 무어 자매는 어맨다의 사진을 찾아보고 추도식 방명록으로 조문객들의 이름을 수집하고 있다. 셰이는 면접이 불합격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다. 윌리엄스 형사가 죽은 여자의 이름이 어맨다 에빙거라고 알려준다. 모든 것을 숫자와 통계로 파악하고 자신의 데이터북에 기록하는 것이 취미인 그녀의 현재 통계는 좋지 않다. 웹사이트에 어맨다를 검색해 주소를 알아내고 그녀 집을 찾아갔다.

 

추도식이 시작 되기 한 시간 전 커샌드라, 제인, 스테이시, 대프니 베스 다섯 명이 모여 있다. 커샌드라가 어맨다에게 준 목걸이 펜던트안에는 GPS 추적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지하철 역에서 몇 블록 떨어진 머리힐의 작은 아파트 건물에 신호가 잡혔다.

 

어맨다는 죽기 열흘 전 저 사람들은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셰이는 어맨다 아파트에 노란 백일홍을 꽃다발을 놓고 왔다. 거기에서 추도식에 오라는 쪽지를 발견하고 추도식이 있는 곳을 향해 있었다. 방명록에 셰이 밀러라고 적고, 화려하고 매력적인 두 자매 커샌드라와 제인의 환대를 받고 어맨다와 아는 사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어맨다도 그녀들과 그룹을 형성한 일원인 것을 알고 셰이는 그들처럼 되고 싶고 일원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추도식에 다녀오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지하철 근처에도 못 가고 있다. 자매는 거부할 수 없는 친절한 손길을 내밀면서 셰이의 인생을 은밀히 파헤치고 있다. 인터넷에 남은 그녀의 흔적을 뒤지고, 그녀의 일과를 분석하고,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들을 철저히 검토한다. 추도식에 오지 않은 밸러리가 미행하면서 많은 사실을 알아낸다.

 

자매는 션이 사귀는 여자 조디와 합치는 바람에 집을 구할 때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직장도 얻어준다. 그녀의 스타일을 바꾸어 주는데 어딘지 모르게 어맨다를 닮아 있다. 숨겨진 쌍둥이가 아닐까 착각하면서 읽었다. 우연히 어맨다가 살던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편함에 있던 수술용 메스를 발견하고 욕실에 숨겨 둔다. 그 이후 셰이에게 불길한 일들이 생기며 어디서 부터 잘못 되었는지 데이터북을 보면서 체크해 나간다.

 

요즘 자주 생각나는 통계가 하나 있다. 사람들은 평생 동안 평균 열여섯 명의 살인자를 길에서 지나친다고 한다.(468) 나에 관해 말하자면, 내 앞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통계상으로 내게 유리한 상황이라 믿고 싶다.p469

 

센트럴파크에서 잔인하게 살해되어 피투성이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제임스다. 셰이 자신도 모르게 살인 사건에 깊숙이 개입이 되었고, 그녀 일상의 모든 것들이 숨통을 조여온다. 사람이 외롭고 생활에 지쳐 있으면 쉽게 유혹에 빠져 드는 걸까 셰이는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제임스의 죽음을 둘러싼 잔혹한 진실이 드러나고 여섯 명의 여자들의 과거가 하나씩 밝혀질 때 긴장되고 소름이 돋는다.

 

이 작품은 두 명의 저자가 썼다는 것이 특이하고 여성의 내밀한 심리와 불안을 섬세하게 풀어낸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 재미있게 읽었다. 두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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