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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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정신질환 오진을 경험한다. 병명은 자가면역 뇌염이었지만 의사들은 조현병이라고 적었다. 한 의사의 노력으로 정확한 병명을 밝혀낼 수 있었다. 로젠한 실험을 추적하면서 그는 왜 이 실험을 계획했는가 정신의학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오진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살펴보았다.

 

50년 전, 로젠한의 연구는 19731월 저명한 저널 <사이언스>[정신병원에서 제 정신으로 지내기]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로젠한을 포함하여 여덟 명(대학생, 심리학자 셋, 의사 둘, 화가, 주부로 남자 다섯, 여자 셋이었다)의 자원자들이 정신질환자로 위장해 정신병원 잠입을 시도한다. 그들은 의사에게 , 비었어 공허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병원들은 이런 증상만을 근거로 가짜 환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질환 진단을 내렸다. 입원 기간은 7일에서 52일까지 다양했고 평균 19일이었다. 2100개의 알약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처방되었다. 가짜 환자들은 알약을 삼키지 않고 뺨이나 호주머니에 숨겼다가 변기에 뱉거나 버리도록 훈련받았다.

 

저자는 여덟 명의 가짜 환자들이 입원해 있으면서 겪었던 극도의 자아 상실에 공감했다. ‘가짜 환자라고 표시된 출판되지 않은 그의 책을 발견했다. 로젠한을 포함해 모두 가명으로 입원을 했던 것이다.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는 자체적인 삶과 영향력을 갖는다. 환자가 조현병이라는 인식이 만들어지고 나면 계속해서 조현병 환자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된다. 스워스모어 수업에서 농담으로 만들어낸 , 비었어, 공허해라는 증상은 의사로부터 조현병 진단을 받는 지름길이 되었다.

 

빌 언더우드라는 가짜 환자와 연락이 닿았다. 빌이 입원을 판정하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까지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편집성 조현병이라고 했다. 빌은 혀 아래에 둔 알약이 녹아 입안이 얼얼했고 화장실로 가기 전에 삼켜 버렸다. 기억하는 것은 간병인이 깨워서 일어났다.로젠한이 와 있었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신병원에서 제정신으로 지내기]가 발표되고 논란이 일자 미국사회는 고민에 빠졌다. 과학계 최고 저널에 실린 과학 연구는 정신의학자들이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케네디가는 로즈메리의 정신지체를 대중에게 숨기려고 애를 쓰다 미국인 의사를 찾아냈다. 뇌엽절리술을 받았고 수술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시술 전 그녀는 4학년 수준이었는데 갓난아기 상태로 퇴행하였다. 로즈메리에게 일어난 일은 가족에게 지울수 없는 오점으로 남았다.

 

로젠한은 자신이 잠입했을 때는 본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데 학생들에게는 예방책을 취했다는 정황이 없다. 트라우마가 되고 위험할 수 있는 경험에 제대로 대비하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가. 그의 글과 조사를 통해 알게 된 로젠한답지 않았다.

 

로젠한의 연구에서 아홉 번째 환자였던 해리의 자료가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록이 삭제되었던 것이다. 로젠한은 멋대로 개입했고 노골적인 날조로 빈칸을 채워 넣었다. <사이언스> 편집자가 위반에 대해 알았다면 로젠한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인터뷰에서도 입원 기간을 연장하고 알약도 많이 추가해서 말을 했다. 로젠한이 해리의 자료를 연구에 포함시키고 했다면 오늘날 우리는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로젠한의 시대보다 오늘날 상황이 더 나쁘다고 경고한 정신과 의사 토리는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가 설립한 치료옹호센터는 주립병원과 감호소에 병상을 늘리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사람들을 교도소에서 적절한 치료 시설로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언스> 같은 명망 있는 저널에 출판된 논문이 의혹에 휘말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저자는 5년 전 자료를 모았다. 로젠한이 쓴 논문, 일기, 미출간 책, 인터뷰와 강의, 시청각 자료, 신문인터뷰, 수백 명의 사람들의 인터뷰 등 귀중한 자료들이었다. 로젠한의 실험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정신의학에 올바른 문제를 제기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환자의 이야기 몇 마디에 환청이나 망상이라고 진단할 수 없다고 한다. 정신의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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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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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위의 집]의 저자 TJ 클룬의 신작[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인간이 영원히 살 것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영혼 판타지 소설이다. 죽음은 최종 마침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냉철한 변호사 월리스 프라이스는 오로지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제일 중요한 사람은 고객이었다. 자신이 지시하면 모든 직원은 기계처럼 일하길 원했다. 부품을 교체하듯 직원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수하면 가차없이 해고했다.

 

월리스는 이틀 뒤에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눈을 떴다. 조문객은 다섯 명뿐이었다. 네 명은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전처 네이오미와 동료 파트너 변호사들이었다. 그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잡담만 늘어놓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여자가 메이라고 소개하면서 저승으로 건너가기 전 잠시 머문다는 카론의 나루터찻집으로 데려갔다.

 

찻집에는 아폴로라는 개와 나이 많은 넬슨 노인이 그를 맞이한다. 한 남자가 저승으로 안내 할 사공 휴고 프리먼이라고 소개하였다. 아폴로는 벽을 통과하였고 저 아이도 당신처럼 죽었다고 말했다. 월리스는 자신이 죽었다고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한다. 주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변론 취지서가 있어서 자신은 죽지 않아야 한다고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다. 휴고는 월리스를 보며 이 친구는 사후 세계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리스의 가슴에 달린 케이블이 휴고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숟가락을 잡을 수도 없었고 손이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이곳은 시간은 멈출 때도 있고 점프할 때도 있다. 유령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생각만으로 옷을 바꿔 입을 수 있다.

 

휴고는 나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훌륭한 사공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메이와 넬슨, 휴고와 지내면서 월리스는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일했고 회사가 승승장구한 데는 이유가 있었지만 친구, 가족도 없었다. 최근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쓴 적이 언제였나 인간답게 행동한 적이 있냐는 말에 스스로 외로웠던 것 같다고 고백하며 지나온 삶을 후회했다.

 

메이와 같은 사신 캐머런, 유잉육종 뼈에 생기는 암으로 죽은 아이 리와 엄마 낸시의 사연들을 알게 되었다. 월리스는 가게 안을 돌아다니며 테이블 위에 의자를 내려 정리를 하며 이곳에서 지내기가 점점 수월해졌고 최소한의 것들은 도왔다. 하찮은 일에서 즐거움을 느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죽는 걸 싫어하고 월리스처럼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인다. 타살로 죽었던 앨런은 비명을 지르고 난동을 피웠다. 가게 밖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이어서 모든 걸 잃게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떼를 썼다. 관리자라는 아이는 월리스가 죽은 다음에 인간다워졌다고 칭찬을 한다. 이기적이고 못됐었는데 예전의 그런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이곳의 사람들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리자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월리스는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흥미롭게 읽었다.

 

[시간이 멈추는 찻집]은 삶과 죽음을 판타지로 풀어냈다. 각자 아픔을 겪는 인물들이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서 만나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함께 하며, 그들이 있는 모습을 인정받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상심에 작품을 쓰기 힘들었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상심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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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는 - 응급실 의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치유의 힘
미셸 하퍼 지음, 안기순 옮김 / 디플롯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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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응급실 의사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깨달은 치유의 힘이다. 저자는 남성과 백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응급실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의사로 근무 중이다. 내면의 크고 작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새로운 도시와 직장에서 낯선 삶을 마주한다. 하퍼는 환자들에게서 수많은 위로와 통찰을 발견한다.

 

아수라장인 병원 응급실에서 하루 버티며 노예가 됐다가 구원자가 되고 저승사자가 된다. 대개 죽음을 막기 위해 일한다.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정반대의 면모를 드러내는 미국 사회를 살아간다고 한다.

 

저자는 부유층 지역에서 가정폭력을 겪으며 자랐다. 엄마 아빠가 싸우고 오빠가 싸움을 말리는 것은 일곱 살 아이에게는 참혹한 광경이었다. 아빠의 폭력을 경찰에 신고를 해도 도와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싸움을 말리던 오빠의 손가락이 물어뜯긴 사건으로 응급실을 가게 되었고 폭력 너머에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면, 겹겹이 쌓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면, 응급실 의사가 되기로 마음 먹는다.

 

정치 성향을 가진 백인 남편은 독립 영화 제작자이고, 흑인 아내는 의사다. 하버드대학교 재학 시절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하였다. 저자가 레지던트 과정을 졸업하기 몇 달 남겨두고 이제 나 자신을 찾아야겠어라는 말과 함께 이혼을 통보받았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빠와 가족으로 이어진 끈을 끊었다. 삶에서 아빠가 사라진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의사 하퍼는 응급실에서 온갖 종류의 참혹한 고통 속에 놓인 환자들을 마주한다. 생후 12일 신생아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이송되어 온다는 소식은 반갑지 않았다. 아기가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소생술은 잔인할 수 있었다. 아기 엄마는 어렵게 임신했고, 너무 행복해했는데 견디기 힘든 밤이었다. 저자는 아기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목이 메었다. 의료진이 환자를 도와주려다 오히려 공격받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고 그런 환자 차트에 황색경보라고 쓰여 있었다.

 

마약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된 남자가 수갑을 차고 끌려와서 검사 받는 것을 꺼린다면 검사를 강요할 수 없고 환자에게 인간답게 대우해야 한다. 게다가 경찰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외상을 당한 환자가 들어오면 치료를 하고 상담이 필요하면 사회복지사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어린 시절 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에게 안전하냐고 물어봤다면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보호해줄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배웠을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누구나 망가진 존재라는 사실, 하퍼의 삶처럼 누구든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학대당할 수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머리에 부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대할 때는 마음이 복잡하다. 죽는 거냐고 눈물로 호소할 때 약물보다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환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던 순간을 기억하며 탄식했다. 타국에서 상사와 동료에게 강간을 당하고 임신중절을 하고 정신과 치료 중인 군인 비키는 유색 인종 의사 선생님을 뵙다니 반갑다고 했다. 속속들이 털어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저자는 바쁜 나날에도 경찰관 콜린과 사귀었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어서 헤어졌다. 콜린의 무너진 모습에서 엄마를 보았고 이처럼 깊이 사랑하는 관계를 다시는 맺지 못하리라고 말했다.

 

마약 주사를 맞아 감염이 되어 응급 치료를 하고 정형외과 수술팀을 호출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근처 대학 병원의 교수진이 있는 것은 축복이지만 호출 받은 그들은 십중팔구 화를 내고 무례한 말을 뱉는다. 지역 사회 개업의들은 환자 치료 요청에 협조해주는데 말이다. 약 처방전도 받지 않고 가버렸고 다른 환자는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화학 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거부했다.

 

저자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인정 많은 의료 활동을 한 공로상을 수상했다.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편지를 읽고 아빠를 용서했다. 명상과 요가를 하면서 상처를 치유한다. 자신을 향한 각종 폭력과 차별 앞에서도 묵묵히 환자를 돌본다. 타인의 상처, 고통, 질병, 죽음을 직면하며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이제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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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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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파괴]의 저자는 오직 독서만으로 미국 명문대 장학생으로 선발된 23세 청년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변화를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구하는 과정에 있다고 한다. 사회학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는 않다. 다수의 침묵이 우상을 잉태하고 우상은 늘 시대를 비극으로 이끈다고 말하는 청년지성의 선언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토머스 그레셤은 16세기 영국의 무역상으로서 런던 거래소를 설립하고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에게 재정고문관으로 임명될 만큼 당대에 실력을 인정받았다. 가짜 뉴스를 공유하는 횟수가 진짜 뉴스보다 70% 많다고 분석했다. 그레셤의 법칙은 오늘의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이자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양화가 악화로 인해 구축되고 경제가 망가지듯 인간을 행복하게 하려고 태어난 제도와 기술은 군중에게 추종되는 과정에서 계량적인 도구성에만 몰두해 인간을 고통에 빠뜨렸다,

 

군중은 미래학자들이 예언하는 ‘2030년이면 빈곤이 사라지고 2100년에는 물질적 궁핍으로부터 인류가 해방될 것이라는 통계에 취해 축배를 들고 안심한다. 군중은 동요하고 의지하고 집착하기에 자신이 만든 허구의 창조물이 세상을 통제한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양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악화를 유통시킨다.

 

많은 사람들의 서로 간의 미세한 차이에, 출생으로 얻어진 차이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이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자들이 태어나면 그냥 갖게 되는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정체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완전히 다르게 살았을 갈대 같은 자들이다.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의 방관자, 가해자, 수혜자로 살아가는 군중은 남이 아닌 자신이 세계 문제들의 공범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 누구도 집단의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우리의 책임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아무렇게나 하고 싶은 대로 산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타인은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관념과 이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여 형성된 정체성을 자신의 경험과 배움으로 점검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미로에 빠져 헤매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각자의 삶이 자유로워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므로 이것이 때때로 이상적인 상황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다른 환경에서 다른 인생을 살아왔고 다른 말과 글을 생각을 접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인간 본연의 형식과 성격을 유지한 채 추구할 수 있는 인간적인 가치는 그 수가 한정되어 있다.

 

세상에는 진실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염세주의자들과 비관주의자들이 넘쳐난다. 염세주의자들은 성찰의 유일한 도구이자 진보의 견인차 구실을 한 인간의 이성이 단지 인지적 편향의 묶음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한 앎의 도구를 평가절하한다.

 

계몽주의 시대의 정신은 세계대전을 피해 살아남은 미국에 이어져 민주주의와 관용의 정신으로 선견지명을 갖춘 문명의 리더들을 배출하고 있다. 선구자는 우리의 속죄양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군중의 자아를 버리고 속죄양이 되어야 한다. 죄책감에, 세계의 비참함에, 자신의 무지몽매함과 안이함에 울부짖고 낙담하고 비판해야 한다.

 

우리는 존재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하며 모든 사람에게서 무언가 배우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악을 보면 그들을 비난하기 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고, 그들이 악과 단절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상파괴]는 저자를 주도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해주었고 성찰과 수련의 과정이 담긴 독백이다. 인간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연의 혼돈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하며 진정한 자신을 위해 성찰하며 갈망한다고 하였다. 책의 마지막 문장인 아는 대로 말하지 않고, 살아온 대로 말하겠다라고 표현한 글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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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지음, 이주영 옮김 / FIKA(피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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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고의 철학자가 말하는 바다와 삶에 대한 이야기

 

인생은 바다를 닮았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난다.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우리는 삶이 지리멸렬하게 느껴질 때 바다를 보고 싶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요동친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발걸음을 내디디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로마인들은 지중해를 가리켜 우리의 바다라는 뜻으로 마레 노스트럼이라 불렀다. 지중해는 무역과 탐험, 전쟁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최근 수년 동안 바다는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탄 배가 난파한 곳이기도 했다. 살다 보면 받기도 하고 거부도 당하며,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삶이란 항상 불안하고, 고난과 역경을 피하지 못하면 괴롭다. 하지만 산다는 건 바로 그런거다.

 

로빈슨은 브라질에서 농장 일을 하며 살아가다 얼마 되지 않아 아프리카로 향하는 배에 다시 올라탄다. 맨몸으로 혼자 살아남은 로빈슨은 무인도에서 28년하고도 2개월 19일을 살게 된다.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크루소의 이야기다. 작가가 알렉산더 셀커크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지은 소설은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알렉산더 셀커크는 배가 좌초되자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섬에 내렸다. 현재는 로빈슨 크루소의 섬이라고 불리는 마스아티에라였다. 이 섬에서 4년 이상을 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모국어를 잊게 되었다. 뜻밖에도 셀커크의 생명을 구한 것은 염소들이었다. 고기, , 기름을 얻었고, 새끼 염소들과 춤까지 추었다. 무인도 생활이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했다. 사람들은 소설을 보고 무인도 생활에 대해 저마다 로망을 가졌다.

 

파도는 화나고 분한 듯 흰 거품을 내며 물러간다. 프랑스어로 르삭이라고 한다. 르삭은 스페인어 르사카르에서 왔다. 인생은 멀리 바라보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상상력을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이미 사람들이 지나간 고속도로를 그대로 가지 말고 나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 타이타닉호의 경우를 보고 바다의 운명은 침몰의 위험, 건강과 재산을 잃을 위험을 부드럽게 나타낸 표현이다. 인생이란 한순간이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은 당신에게 이미 주고자 하는 걸 모두 주었다.

마치 바다처럼.

 

우리는 순응하고 참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 받아들이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체념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쳇바퀴 같은 일상이 이어지면서 무엇인가에 갇힌 기분이다. 파도와 위험이 도사려도, 거센 바람과 폭풍우가 있어도 생애 단 한 번은 평생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파도는 예상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 더 멀리 밀려간다. 밀려갈 때는 영영 사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발밑에 와 있다. 우리 삶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 방파제 기술이 전하는 교훈이 있다. 마음이 강하든 여리든 우리는 슬픔을 누를 수 있는 마음의 방파제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덕에 우리는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은 18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약 700페이지나 되는 소설을 완성했다. 단순히 고래 사냥 이야기가 아니었다. 신성한 힘을 상징하면서 예측할 수 없고 길들일 수 없는 힘을 상징하는 바다에 대한 찬가를 쓰고 싶었다. <모비 딕>은 손에 넣기 힘든 무엇인가를 쫓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삶은 흐른다]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배우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보다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담담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는다. 바다는 같은 모습인 적이 없듯이 바다를 통해 우리는 굴곡 있는 인생을 떠올린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물결치며 흐르는 바다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흘러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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