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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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엄지 작가의 처음 접한 소설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는 무의미, 단절, 불안의 연속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무력감을 잘 표현해 준 소설이다.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포착됨을 거부하는 문체와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로 특유의 작품 [겨울장면]은 기억을 잃었으나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조차 모르는, ‘R’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행된다. 역시 작가의 글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굳건하다.

 

8개월 전 R5미터 밑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일행은 없었다. 뒤틀린 자기 발목과 찢겨 벌어진 피부를 보았다. 아내가 어디에서 다친거예요? 물었을 때 거기가 어디였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에서 사라진 것이 사고 당일만은 아니었다. 연락처에 저장된 번호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직장 동료였던 L의 장례식장에서 마주친 상사의 성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하며, 아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를 잊었다.

 

R, 모르는 R을 상상해야 했다

R은 생각보다 더 R을 모르고

 

R은 다시 천장을 본다. 모서리에서 모서리로 눈알을 굴린다. 굴리고 굴려도 더 멀리 가지는 못한다. 상사의 성을 기억해 낸다. 박씨도 정씨도 아니었다. 그냥 개같은 새끼. 콩국수 셋, 상사는 그렇게 주문했다. 창밖의 흔들리는, 휘어지는 신호등을 보았다. 신호등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불다니. R의 감상이 끝나기 전에 콩국수가 테이블에 놓였다. 상사는 웃는 얼굴로 깍인 손톱 조각들을 그러모으며 R에게 내밀던 상사의 얼굴. 고명 삼아 얹어 먹어봐. 상사가 말했다.

 

R은 한순간, 단 한 번에, 여러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갑자기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지고. 생각해보면 당신은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이 메시지를 보낸 전화번호 뒷자리 1893이 아내의 5년 전 전화번호 뒷자리라는 것을, 기억해 낸다.

 

제인해변은 R의 아내의 고향이다. 겨울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제인을 찾았고 버스 안에서 R에게 보이는 것은 버스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린 아내의 뒤통수였다. 아내와 잘 어울리는 횟집에서 세꼬시를 주문했다. 두서없이 대화가 이어졌다. 부서지는 파도가 보이고 아내가 옆에 없고, 소원도 없는데, 이 바닥에 왜 누워 있다. 빈 소주병이 나뒹굴었다. 반지를 가끔 쳐다보면서, 아내와 어디서 어떻게 헤어졌는지 떠올려보려 애를 써도 기억이 없었고 답답함이 치밀어 화가 나려 했다. 핸드폰은 어디에 있는지 횟집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둘 중 하나는 거기 있지 않을까. R이 아내를 버린 건지, 아내가 R을 버린 건지.

 

의사는 R에게 통증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현실 직시를 제안하지만 R에게 현실이란 단어는 듣자마자 웃음이 나올 정도로 무의미하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일주일은 반복을 암시하는 속임수다. 아직 겨울인가. 크리스마스는 단 한 번이었다. 선물 상자를 아내에게 건넬 생각이었다. 내 아내가 되어줄래? 아내가 아닌 그저 아는 여자로 남을 수도 있는 그런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공간은 충분히 따듯하지만 점점 건조해진다.

 

그는 알지 못했다. 얼음호수의 끝을, 겨울의 시작과 끝을. 제인해변에서 새로운 이름을 만들고 다음 날 아침 제인호수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 누구의 것, 자기의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p75

 

에세이 [몇 하루]는 작품을 집필하며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장면들을 작가 특유의 산문체로 써 내려간 것으로, 작가의 예리한 현실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직 소설의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지, 이 글이라고 불러야 할지, 이 미친, 이라고 불러야 할지. 내가 옮겨줄게. 나는 이 프린트물을 들고 걷는다. 소설 제목을 정미시간으로 할까? 나는 쉬고 싶을 때 행갈이를 한다. 이건 내 글쓰기에 대한 비밀 아닌 비밀이지만, 비밀이 별게 아니니까 하는 말이다. 정말로 쓰고 싶은 말들은 단 한 글자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런 결심을 하면서 혼자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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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 부서진 대지 3부작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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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계절]은 세계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 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한 [부서진 대지]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휴고 상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한 N. K. 제미신은 다음 두 해까지 연이어 수상에 성공하는데, 이는 오랫동안 백인 남성 작가가 주류를 이루던 이 장르에 부는 변화를 보여 주는 사건이다.

 

여기 '고요'가 있다. 평온하고 화창한 날에도 결코 고요하지 않은 땅.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균열이 대륙의 적도를 따라 기이할 정도로 깔끔한 직선을 그리며 쏜살같이 달려 나간다. 균열의 근원지는 유메네스다. 고요 대륙의 주민들은 천재지변에 대비하여 살아간다. 이곳에는 최소 반년, 길게는 수 세대가 지나도록 지진 활동이나 다른 대규모 환경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재해의 시기인 다섯 번째 계절이 있다. ‘오로진이란 지진 활동과 관련된 에너지를 조종하는 특수 능력인 조산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거대한 능력이 있으나 이 힘을 통제하지 못하는 오로진을 로가라는 멸칭으로 부르며 적대시하고 두려워하며, 심지어는 오로진으로 발각되는 어린아이를 살해하기도 한다.

 

세 여성이 각자의 시점으로 나오지만 모두 한 사람이다.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낯선이의 손에 이끌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다마야, 펄크럼의 의무에 속박된 채 임무를 수행하는 시에나이트. 능력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자식을 잃은 에쑨이다.

 

에쑨은 아들을 잃었고 딸 나쑨은 사라졌다. 남편 지자가 아들을 죽이고 딸과 함께 떠났다. 건너 맞은편 집 아들 러나가 의사가 되어 돌아와 에쑨을 발견한다. 북쪽에서 뭔가 터졌다고 한다. 아들 우체는 조절하는 법을 잘 몰라 뭔가를 한 것을 아빠가 보고 때렸던 것이다. 에쑨은 우연히 만나게 된 호아의 비밀을 풀어보기로 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호아는 어린데도 에쑨이 딸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놀라고 있다.

 

다마야의 어머니는 평범한 사람은 저런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했다. 부모님이 다마야를 사랑했다면 그녀를 헛간에 가두거나 아동 매매꾼을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호자 샤파는 다마야에게 가르칠 게 아주 많다고 한다. 펄크럼에 가면 배우게 될 거고 네 능력을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나면 필요한 동력을 끌어 모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시엔은 네 반지의 소유자다. 반지의 숫자가 조산술 능력과 관계가 있다는 건 다 헛소리다. 자식이 여섯이라는 펠드스파 마저 시엔의 임무는 남자와 1년 안에 아이를 생산하는 거라고 하였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열 반지 알라배스터를 만났다. 시엔은 자신이 자신의 조산력이 대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낀다. 알라배스터가 무언가를 하자 뭔가가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갑작스러운 통증에 시엔은 비명을 지르지만 통증은 즉시 사라진다. 그가 똑같은 일을 한 번 더 반복한다. 그는 그녀를 열점의 열기와 압력과 마그마의 폭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시엔은 오벨리스크를 깨웠고 그녀가 오벨리스크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떠올린다. 오벨리스크가 부서졌고, 근육이 쑤시고 통증치고는 이상하다 느끼고 있는데 그들이 있는 곳은 섬이었다. 이논을 만나 알라배스터와 시엔은 동성과 이성간 성관계를 즐기며 코런덤을 낳는다. 많이 이해가 안 되는 세상이다. 시엔은 2년 동안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삶을 힘들어 한다. 사납고 맹렬한 분노가 다섯 번째 계절, 즉 붕괴의 계절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발현되어 거의 모든 생명들이 죽었다.

 

저 멀리 하늘 위에 자수정 오벨리스크가 부유하고 있는 게 보인다. 시엔은 파도를 힘으로 바꾸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물도 조산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저 조금 더 어려울 뿐, 하지만 거대한 물 옆에 오래 살다 보니 그녀도 요령을 터득했다. 클랄수 호가 물 위에서 거세게 요동친다.

 

스톤이터가 그의 몸을 돌처럼 딱딱하게 만들어 바위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고, 시엔은 그를 빼낼 수가 없다. 알라배스터가 사라지면서 아이를 지켜달라고 하였지만 이논과 아이도 죽고 만다. 죽은 줄 알았던 그가 돌아왔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엔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커쿠사의 몸뚱이 전체를 딱딱하게 굳게 만드는 호아의 정체가 궁금하다. 새로운 용어와 세 여자의 시점을 오고 가느라 다시 돌아와 읽기도 하였다. 2권 오벨리스크의 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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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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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야마 겐지는 생애 첫 작품인 [여름의 흐름]으로 제23문학계신인문학상’, 56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에게 주어진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은거(隱居)하면서 오로지 창작 활동에만 전념했다. [달에 울다]는 마치 그가 추구한 삶처럼 차갑고 단단한 고독을 그린 수작이다.

 

[달에 울다]는 시와 소설의 중간적 장르를 갈구해온 작가는 시소설(詩小說)이라는 정수를 보여준 작품이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함께 갖춘 천 개의 시어(詩語)가 빚어낸 한 편의 아름다운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는 사과밭을 경작하며, 의지하던 개가 죽은 후에도,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평생 한 번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다. 주인공의 방에는 사계절의 풍경이 담긴 병풍이 있고, 그 속에 달이 떠 있고, 비파를 타는 법사가 그려져 있다. 주인공의 내면의 흐름을 상징하는 법사는 그를 대신해서 세상을 유랑한다. 사계절 병풍 속은 허구의 공간이며, 법사는 상상 속 인물이다. 인생에서 단 한 명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녀의 이름은 야에코로 나의 아버지가 살해한 남자의 딸이다. 나는 십대, 이십대, 삼십대를 함께 지내다 마을을 떠난 야에코가 다시 마을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

 

나는 그 모두가 확실하게 보이기 직전에 몸을 뒤척여 쓰러진 병풍에서 등을 돌린다. 조금 전까지 마을 하늘에 떠 있던 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p115

 

[조롱을 높이 매달고]40대의 외톨이 남자가 고향을 찾아가 고독한 영혼을 정화해가는 몸부림을 그렸다. K시에 살던 나는 직장에서도 쫓겨나고 가족에게 버림받았으며, 주의 사람들은 하는 짓이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폐차 직전의 승용차와 늙은 개를 태우고 바닷가 고향 마을로 향했다. 환상속에서 말을 탄 세 명의 무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온천지였던 그곳은 사람이 한 명도 살지 않는다.

 

몇십 년 전 어느 봄날, 우리 가족은 모래 먼지와 함께 M마을을 떠났었다. 아무도 살지 않으리라 여겼던 마을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발견한다. 같은 마을에서 자란 노인의 딸을 K시에서 만난다. 그녀는 몸을 팔아 노인을 부양하고 가끔 마을에 돌아와 노인을 돌본다. 노인은 피리새를 키워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며 온천을 즐긴다. 어느 날 침낭 속에서 피리새 소리를 들었다. 조롱 바닥에 신문지도, 물도, 별꽃도, 새것이었고 모이통에 들깨가 수북이 담겨 있었다. 새를 가져다 놓은 사람은 노인이나 그의 딸일 것이다. 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 나는 피리새 키울 마음이 없어 돌려주려 찾아가는데 노인은 온천물에 얼굴을 박고 죽어 있었다. 그로부터 18개월이 지났다. 단조롭고 시시한 후반기를 보내고 있으며, 가끔 M마을을 떠날 때의 일이 떠오른다. 피리새는 내가 언덕을 내려가고 난 후에야 바람속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저자는 소설 쓰기란 하나의 구도의 길이자, 자기 발견의 길이다. ‘쓴다라는 행위를 통해 그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세상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 소설 두 편을 읽어 보니 외로움이 묻어나는 것이 좋다. 고독이 나에게 전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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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뷰 웹소설 비밀코드 - 만년 무료 연재도 100일 안에 유료 연재로 이끄는 웹소설 실전 작법서
진문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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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웹소설 작가 데뷔 3년 만에 억 단위의 수익을 올린 저자가 웹소설에 특화된 글쓰기의 핵심을 전한다. 회귀, 귀환, 빙의, 각성 등 독자를 끌어당기는 코드쓰기 노하우부터 매력 있는 캐릭터 만들기, 1화를 시작하게 해줄 서술 원칙, ‘다음편!’을 부르는 연출법까지, 웹소설 연재를 위한 A to Z를 한 권에 담았다.

 

회귀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대로 베스트에 안착할 수만 있으면 한 달에 200~3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하면 베스트에 안착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들 플랫폼에 진입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보았다. 작품으로 돈을 벌었는지 여부가 웹소설 작가를 말하는 기준이 된다. 다섯 단계로 살펴보면 이렇다. 작품을 쓴다. 베스트를 달성한다. 에이전시 컨택을 받는다. 유료 연재를 시작한다. 돈을 번다.

 

신인의 경우 공모전을 거치지 않고 단번에 네이버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을 넣을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오픈 플랫폼, 조아라나 문피아를 이용해야 한다. 웹소설 작법에서는 이 모든 것의 기준이다. 이 책에서는 돈과 관련 있는 요소만 다룰 것이다. 웹소설은 사업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사업의 시작은 바로 시장조사. 시장에서 아무리 인기 있는 소재여도, 작가 스스로가 그 소재를 원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한다는 의미다. 저자가 세운 전략은 <가장 먼저 베스트 작품을 찾아서 읽는다> 그동안 작품을 읽지 않았다면지금부터라도 읽어야 한다. 저자는 습작기에 엄청난 양을 읽었고, 하루에 최소 한 작품씩은 읽었던 것 같다.

 

웹소설 작가로 성공하려면 베스트 작품의 공통적 형태를 익혀야 한다. 이를 코드라고 부른다. 코드의 종류는 다양한데 회귀가 있다. ‘회귀는 모든 장르를 통틀어 인기 있는 코드다. 남성형 판타지는 S급이나 역대급 최고를 지칭하는 코드가 있고, 여성향에선 악녀 같은 걸크러시성향을 드러내는 코드도 있다. 코드 쓰는 법을 제대로 익히면 그만큼 베스트에 가까워질 수 있다. 회귀 코드를 쓰기 싫다면 귀환, 빙의, 각성, 스승을 쓴다.

 

현재 시장에서 통하는 코드를 접목해야 하는데 기존코드가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는 대리만족의 세 가지 요소, 주인공의 강력한 동기와 세계 적합성, 차별적인 능력을 가지고 직접 코드를 설계해야 한다. 많은 습작가가 본인과 성격이 다른 주인공을 구상하는데, 웹소설 같은 초장편 소설의 영역에서는 대부분 실패한다. 주인공의 성격은 자기 자신을 참고하고, 내력은 코드에 맞춰 자유롭게 쓰면 된다.

 

로맨스 판타지, 일명 로판의 구조는 조금 복잡하다. 로판은 강박적 성향과 히스테리적 성향이 모두 혼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로맨스 소설에서는 사랑과 결혼이 따로 가면 안 된다. 여자 주인공의 조건은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은 완벽해야 한다. 외모, , , 능력, 배경 등 외적인 면에서의 완벽이다. 단점은 병증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해도 상관없다.

 

웹소설의 기본 서술은 일기와 다르지 않다. 일기처럼 몰입해서 쓰기가 원칙이다. 쉽게 써야 한다. 주인공이 겪을 법한 일 중 독자가 재미있어할 만한 일을 골라서 쓰는 것이다. 시작은 짧은 한 문장을 쓰는 것이다. 복문을 쓰지 않는다. 같은 장면에 의미가 같은 문장을 여러 개 쓰지 않는다. 웹소설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면 요약 기술을 꺼낼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에 교과서를 요약해 암기 노트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을 쓸 때 가장 직관적이고 명확한 단어로 서술하면 충분하다.

 

저자는 챕터가 바뀔 때마다 중요한 내용을 반복한다. 마치 강의를 들을 때 전날 배운 것을 복습하듯이 말이다. 각 장마다 미션을 제시한다. 독자는 가장 중요한 베스트 작품 읽기를 시작으로, 저자의 커리큘럼에 맞춰 공통점을 찾고, 작품을 분석하고, 서술법을 정리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시놉시스를 작성하고 1화를 완성하기에 이를 것이다. 책은 이처럼 직접 손을 움직여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저자의 작품 [리걸 마인드], [리얼 머니] 속 예문과 시놉시스를 분석해보는 기회를 통해 생생한 재미를 더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살펴본 원칙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미션만 따라 해도 이 책을 덮을 즈음엔 나만의 노하우가 정리된 웹소설 필법 노트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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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조지 오웰 더 저널리스트 2
조지 오웰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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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 [더 저널리스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조지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작성한 방대한 기사와 칼럼, 기고문 중에서 그의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글 57편을 선별한 저널리즘 작품집이다. 오웰의 관점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주제와 의미별로 묶어 정리했다. 작품들은 평등, 진실, 전쟁, 미래, , 표현의 자유라는 여섯 개의 키워드 아래 배치했다.

 

조지 오웰은 평생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활약했다. 글의 소재는 늘 현실의 삶과 사회 문제 속에서 선택했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으로 세상에 내놓은 첫 책<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은 자신이 겪은 밑바닥 체험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오웰은 영국 일간지 [트리뷴] 에 근무하며 매주 칼럼을 썼는데, 때로는 세 편이나 네 편이 한꺼번에 실리기도 했다. 그만큼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오웰을 이해하려면 그가 살던 시대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졌다. 오웰이 1930년대 참전했던 스페인 내전도 그중 하나였다. 193991, 나치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공식 발발했다.

 

오웰은 소속 집단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했다. 소련이 연합국으로 편으로 돌아선 후, 소련에 호의적으로 바뀐 언론과 국민 여론이 좋은 예였다. 소련은 전쟁 초기에 독일의 침략 행위를 묵인하고 독일과 유럽 땅을 나눠 가지려 했던 나라였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편소련을 지지하지 않으면 애국심을 의심받는 상황이 됐다. 오웰은 이런 부분을 지적했다.

 

독자 한 명이 런던 댄스홀 가운데 한 곳이 유색인종 출입을 금지하기 시작했다고 제보했다. ‘우리는 유색인종을 받지 않는다며 인도인과 니그로 등을 호텔에서 쫓아내는 광경도 자주 목격된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예의주시하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인종 문제는 소란스러울 정도로 목소리를 높여 불만을 토로해야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태인 혐오주의의 원인이 실업률이나 사업상의 견제 심리 같은 요인 때문이라고 대충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 사리 분별 있는사람은 유태인 혐오주의에 빠지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는 유태인을 하나의 집단으로 구분 짓기 힘든데도, 사람들은 그냥 유태인놈들이 끔찍하다고 말한다. 정확히 뭐가 끔찍하다는 건지는 명확하지 않다.

 

유난히 역겨운 사진이 한 장 놓여 있다. 829일 자 <스타>지에 실린 사진에는 머리가 밀리고 얼굴에는 스와스티카가 그려진 여성 두 명이 있다. 구경꾼에 둘러싸여 옷이 반쯤 벗겨진 채로 파리 거리에 끌려다니는 중이다. 나는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는 프랑스인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4년간 고통을 겪었고 부역자들을 바라볼 때 어떤 감정이 들지 나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언론이 누군가의 머리를 밀어버리는 행동이 마치 바람직한 일인 양 대중을 향해 보도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원자폭탄은 무서운 존재다. 이 공포를 다른 공포로 상쇄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1945년에 출간된 마크 에이브럼스의 책 <대영제국의 인구>를 추천한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대중조사국의 보고서 <영국의 출생률>이나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을 함께 봐도 좋다. 전쟁이 끝나면 영국은 심각한 주택난을 겪게 될 것이다. 조립식 공법을 포함한 대규모 주택 재건축 시도에 대해 힘 있는 기득권 세력의 반대가 거세다. 주택조합이나 벽돌, 시멘트 업자들처럼 직접 이해관계에 놓인 이들이다. 개인의 토지 소유권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런던을 재건할 수 있겠나?

 

1938,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는 현실을 경고하며 오웰은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다. 현실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 체제는 사회주의 정권일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사회주의정당에 가입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오웰은 <동물농장> <1984> 등 자신의 주요 작품을 통해 개인의 표현 자유가 탄압받는 모습을 묘사하고 비판했다. 오웰의 통찰력이 담긴 지적과 제안은 지금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는 데 유용하다. 오웰이 저널리스트로서 어떤 글을 썼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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