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한 잔에 담긴 깊은 이야기를 마시다
황헌 지음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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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은 저자가 실제 경험한 이야기와 와인과 연관된 인문학적 스토리를 씨줄, 날줄로 엮어 꾸몄다. 첫 페이지부터 통독해도 좋고 읽는 사람의 독서 습관이나 관심에 따라 선호하는 제목 위주로 읽어도 좋게 꾸몄다. 저자는 와인 책을 집필하는 동안 가끔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사랑채에서 어머니는 안동 소주를 직접 고아내셨다. 이 책을 다 읽었다면 와인을 즐기는 노하우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명사들 중에서도 와인과 사랑에 빠진 이들이 여럿 있다. 그리스의 와인 역사는 5,000년이 넘는다. 호머를 비롯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지성들 대다수가 포도주를 즐겼다. 파스칼과 나폴레옹, 빅토르 위고부터 시작해서 여러 대문호들 또한 와인을 즐겼고 와인을 사랑했다. 프랑스의 보르도 1등급 와인으로 꼽히는 샤토 마고는 헤밍웨이가 평생 가장 좋아했던 와인이다. 얼마나 마고 와인을 좋아했던지 손녀의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로 지을 정도였다.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 숱한 지성들이 와인을 예찬하는 명언을 남겼지만 빅토르 위고가 남긴 이 말만큼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p38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에는 각각 고유의 명칭이 붙었다. 독일에서는 젝트, 이탈리아에서는 스푸만테, 스페인에서는 카바 혹은 에스푸모소로 각각 다르게 명명해서 출고한다. 프랑스는 2015년 샹파뉴 지방의 샴페인 와이너리와 지하 와인 저장 동굴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올렸다. 프로방스에서는 2017년부터 핑크 로제 페스티벌이 열린다. 그전 가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신선한 로제 와인과 음식, 음악, 파티로 다채롭게 구성되는 2월의 축제이다.요즘 로제 와인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골고루 생산된다.

 

이탈리아는 전역에서 와인이 나온다. 토리노 일대 알프스산 아래 쪽의 피에몬테 지역과 베네치아와 베로나 등이 있는 베네토 지역, 그리고 키안티 클라시코 등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역 세 곳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품질 좋은 와인 생산의 삼국지를 형성하는 지역이다.

 

이탈리아 와인 이야기를 하면서 가야를 빼놓고 갈 수는 없다. ‘와인의 왕이란 그늘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평범한 귀족 수준에 머물던 바르바레스코를 여왕의 와인신분으로 승격시킨 주인공이 있다. 안젤로 가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의 풍광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하여 투스카니의 태양영화 한 편을 봤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포도주를 사는 경우 진열대 위에 붙은, 세워둔 병을 그린 표시와 눕혀진 병을 그린 표시를 볼 수 있다. 세워둔 병 표시는 오래 보관하지 말고 곧바로 마셔야 하는 포도주, 눕혀진 병 표시가 있는 진열대의 와인은 장기 보관, 숙성 후 마시는 게 좋다는 뜻이다.여행을 좋아하는 괴테는 리슬링으로 빚은 화이트 와인을 각별히 좋아했다고 한다. 와인을 즐긴 수준을 넘어 와인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수준이 있다.

 

우리가 즐겨 부르던 연가는 당시에는 이 노래의 출전이 뭔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민요로, 원래 제목은 영원한 밤의 우정이란 뜻을 지닌 포카레카레 아나이다. 맺어지기 힘든 원수 마을 남녀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을 담은 노래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으로 결말이 났지만, 마오리족은 아름다운 사랑의 완성과 부족 간 화해로 사랑 이야기를 마무리 했다. 뉴질랜드의 소비뇽 블랑 최고 와이너리는 우리나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클라우디 베이이다. 코르크 마개와 디캔팅, 라벨과 빈티지, 아로마와 부케 등 다양한 이야기, 그리고 와인의 종류에 따른 음식의 궁합부터 흥미로운 와인 등급의 역사, 파리의 심판까지 와인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 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와인잔에 담긴 인문학]에서 저자가 권하는 스토리 만들기를 따라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와인의 선택 및 가격, 더불어 마신 사람, 마신 장소, 함께 먹은 음식과의 조화 등을 기록하는 게 그 방법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도 봤고, 알콜에 약하지만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곁들어 마시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와인 초심자부터 전문가까지 읽을거리가 가득한 와인 교양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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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 3 - 한니발 전쟁기 리비우스 로마사 3
티투스 리비우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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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우스 로마사]2000년간 가장 정통한 로마 이야기로 인정받는 책으로, 원서 21-30권을 담은 [리비우스 로마사3]에서는 한니발 전쟁기를 다룬다. 리비우스가 당초 150권으로 기획했으나,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채 142권까지만 쓰고 생을 마감했다. 아쉽게도 대부분이 유실되고,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은 가장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인정받는 1~10권과 21~45, 35권으로, 현대지성에서는 이 35권을 전4권에 담아 완역하였다.

 

한니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맹한 전사였고 미덕도 있지만 결점 역시 대단했다. 비인간적이라고 할 정도로 잔혹했고, 일반적인 카르타고인보다 더 신의가 없었고, 진실, 명예, 종교, 맹세의 신성함, 다른 사람이 신성하게 여기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무시했다.

 

전쟁의 발단은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스페인의 로마 동맹시인 사군툼을 포위 공격한 것이었다. 1차 포에니 전쟁 이후 로마인들은 동부 스페인의 공동체들과 동맹을 맺었는데 그곳에 진출한 카르타고의 세력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한니발은 카르타고 군과 코끼리들을 눈 덮인 알프스 산을 넘어 이동시켜 이탈리아를 침공해왔다. 여름의 초입에, 스페인에서도 수륙 양면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하스드루발은 형 한니발에게서 인수한 함대에 전함 10척을 더해 바다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고, 40척의 전함으로 편성된 함대 전부를 히밀코에게 맡겼다.

 

전쟁의 방향은 스키피오 형제가 함께 통제하게 되었다. 카르타고 군이 켈티베리아 인들을 상대로 전쟁에 열중할 때 곧바로 에브로 강을 건너 남하하는 것이었다. 적이 있다는 징후는 없었고 그들은 남쪽을 향해 사군툼으로 나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두 국가인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의 싸움은 모든 국가의 왕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는 전쟁의 경과에 신경을 썼는데, 그의 나라와 모라 사이에는 비좁은 이오니아 바다밖에 없으므로 당연히 전쟁의 결과는 화급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베네벤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한니발은 네아폴리스 주변 지역을 초토화한 다음에, 놀라로 움직였다. 마르켈루스는 한니발이 접근한다는 소실을 듣자마자 법무관 대리 폼포니우스에게 수에술라 위쪽에 주둔한 휘하 부대를 인솔하여 놀라로 오라고 지시했다.

 

역사가들은 이 전투에서 한니발의 병사들이 8천 명, 캄파니아 인들이 3천 명 전사하고 카르타고 군기 15, 캄파니아 군기 18개가 로마 군에게 빼앗겼다고 기록했다. 내가 찾아본 다른 기록에선 실질적인 전투는 이보다 훨씬 소규모인 것으로 나와 있다. 로마 원로원은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집정관들이 야전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스드루발이 알프스를 내려와 이미 반란을 일으킬 생각을 하던 알프스 이쪽의 갈리아나 에트루리아에서 병력을 모으기 전에, 하스드루발 부대를 저지해야 되었다. 한니발 역시 별도로 상대해 주어야 했다.

 

스키피오는 기병들과 장교들이 용맹을 발휘한 공로에 따라 특별한 선물을 주었는데, 무엇보다 마시니사에게 가장 큰 상을 내려주었다. 스키피오는 살라에카에 강력한 주둔군을 남겨두고서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진군하며 공격적인 전술을 계속 구사했다. 도망간 하스드루발은 소수의 병사들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도시로 갔고, 다른 모든 생존자들이 그곳까지 그를 따라갔다. 시팍스는 13km 떨어진 방비가 잘 되는 곳에 진을 쳤다. 그러는 사이 하스트루발은 서둘러 카르타고로 향했는데, 이는 최근 벌어진 참사로 카르타고 당국의 항전 의지가 약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로마 군은 중요한 전투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투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는 전투가 실제로 기병대에 국한되었기 때문이었다. 전사자는 5천 명을 넘지 않았고, 진지 공격으로 붙잡은 포로의 수는 그것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적의 땅을 떠나는 한니발의 마음은 조국에서 추방된 자와 다를 바없이 비통했다. 그는 몇 번이고 이탈리아 해안을 되돌아봤고, 신과 인간을 모두 비난하며 승리를 거둔 칸나이의 전장에서, 카르타고 병사들의 몸이 여전히 유혈 낭자한 상태에서 곧장 로마로 진군하지 않은 자신을 저주했다.

 

한니발에게는 아주 참담하게도 대부분의 이탈리아는 카르타고 편에 붙지 않고 로마에 충성을 바쳤다. 결국 한니발은 기원전 203년에 게릴라 전술을 포기하고 북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했다. 분명한 건 정복한 민족의 이름으로 기려진 첫 번째 장군이 스키피오라는 것이다. 후대에 들어와 스키피오보다 훨씬 명성이 덜한 승리를 거둔자들이 그를 선례로 삼아 가문을 묘사할 때 쓰일 명예로운 칭호를 얻고, 그 멋진 성을 후손에게 물려주기도 했다. 4권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생애 말년과 마케도니아 전쟁 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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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진인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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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바르톨로메 보바리 씨는 외과 전문 군의관 보조였는데, 어떤 징병 사건에 연루되어 군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남자 아이가 태어나자 베짱만 있으면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법이라고 자유분방하게 키웠다. 샤를은 의학 공부를 위해 중학교를 그만두었다. 게임과 여자에 빠져 일반의 시험에 실패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여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 어머니는 기뻐하며 개업할 장소인 토스트를 찾아내고 아내를 찾아주었다. 마흔다섯 살 나이에 12백 리브로의 연금이 있는 집달리의 과부였다. 그러나 아내가 주인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저런 말은 하면 안 되고 금요일마다 금육을 해야 했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 치료비를 내지 않은 환자를 들볶아야 했다.

 

먼 거리인 베르토에서 다리를 다친 루오 노인을 치료하러 가게 되었다. 수녀회 기숙 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와 있던 노인의 딸 에마와 같이 살고 있었다. 아내인 뒤비크의 돈을 관리하던 공증인이 돈을 갖고 도망친 사건이 발생했다. 타격이 되고 말았는지 그녀는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루오 노인이 샤를에게 다리 치료비를 가지고 왔다. 그 심정 잘 안다고 위로해주며 베르토에 초대를 하였다. 에마는 자주 방문하던 샤를에게 이끌려 결혼을 하게 된다.

 

에마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맙소사, 내가 왜 결혼했을까? 자신이 꿈꿔온 것과 다른 생활에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남편에게서 따분함을 느낀다. 권태에 빠진 에마의 신경질환이 심해지자 샤를은 뇌샤텔 지역의 용빌 라베이로 이사한다. 3월에 토스트를 떠날 때, 보바리 부인 에마는 임신 중이었다. 용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황금 사자 여관 맞은편에 오메 씨 약국이다. 기요맹 씨의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하는 레옹은 새로 오신 손님과 저녁 식사를 하라는 여관 주인의 제안에 기쁘게 받아들였다.

 

샤를은 용빌에 오는 이사에 많은 돈을 쓰는 바람에 지참금이 없어졌지만, 아내의 임신이 기분을 달래 주었다. 아기가 태어난다는 생각을 하면 그는 너무 기뻤다. 에마는 아들을 갖고 싶었다. 남자는 적어도 자유롭다.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당한다.(p141)

 

레옹은 자기 마음을 고백을 하면 에마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눈물을 흘리고 편지를 썼다가 찢어 버리고, 시기를 미루었다. 레옹은 소득 없는 사랑에 지쳐 있었는데 파리로 떠나갔다. 로돌프가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에마의 외모에 반해 그녀를 갖고 말겠어. 소리쳤다.


로돌프는 샤를에게 박사님이라고 부르며 부인께서 건강에 좋은 승마를 해 보는게 좋지 않겠냐고 물었다. 아주 좋다고 승낙을 해주었다. 에마는 잠옷 차림으로 로돌프와 정원에서 만남을 가졌다. 에마의 아름다움이 처음에는 마음이 뭉클했지만, 이어서 그녀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다. 해외로 이주할 수도 없고 어린애를 떠 맡을 수도 없는 일이니까. 비겁한 로돌프는 편지 한 장 남기고 떠났다. <당신이 이 슬픈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나는 먼 곳에 있을 것입니다. 유혹을 떨쳐 버리기 위해 최대한 빨리 도망치고 싶었으니까요. 약해지지 마세요! 나는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에마는 로돌프를 한동안 못 본다는 생각에 정신 착란을 일으켰다. 샤를은 40일 동안 그녀 곁을 지켰다.

 

3년 만에 돌아온 레옹은 에마를 보자 열정이 되살아났다. 레옹은 결심하고 의사 집 정원 오솔길에서 그녀를 따로 만났다. 언제 또 만나지? 되돌아와서 키스를 했다. 피아노 레슨을 핑계로 매주 목요일마다 외출을 하고 레옹을 만나는 것을 뢰뢰 씨가 보고 말았다. 사흘 뒤, 돈이 좀 필요하다고 했다. 현금이 없으면 오두막집을 파는데 매수자를 구해준다고 했다. 돈을 모아서 세 장의 어음을 결제했지만 네 번째 어음은 샤를도 알게 되었다. 빚은 늘어나고 레옹에게 부탁했지만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로돌프를 찾아가 3천 프랑만 빌려달라고 했다. 로돌프는 이 여자가 그래서 찾아온 거군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마는 약국 문을 열고 하얀 가루를 한 웅큼 꺼내 그대로 입에 넣는다. 외도로 인해 에마의 인생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마담 보바리]는 결혼한 여자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엄청난 빚을 진 뒤 감당하지 못한 채 음독자살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는 불륜을 저지른 에마의 이야기를 통해 간음을 비난하지 않으며, 반대로 그에 대한 이해와 동정을 구하지도 않는다. 주제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현상이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플로베르의 엄밀한 시선에 감탄했던 초현실주의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는 [마담 보바리]작가의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상 가장 완벽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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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더 저널리스트 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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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국내에서도 널리 읽히며,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 스토리에 익숙하다. 헤밍웨이가 젋은 청년이었을 때, 작가가 아니라 북미와 유럽을 누비며 활약한 기자였다.

 

헤밍웨이가 작성한 수백 건의 기사 중 몇 가지 기준이 적용됐다. 헤밍웨이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다룬 주제에 집중했다. 기자이면서 동시에 전략가로도 알려질 만큼 국제 정세와 전쟁에 밝았던 그의 모습을 강조했다. 헤밍웨이는 주로 불평등과 부조리, 파시즘에 대한 공포,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의 고통에 대해 기사를 썼다. 그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지론은 아는 것만 써야 한다였다. “경험으로 배우는 게 많아질수록 더 진실에 가깝게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는 한 편의 이야기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그의 기사를 읽고 있으면 직접 보고 들은 현장이 그대로 그려진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저널리스트로서의 역량이 돋보이는 순간이다.

 

야간 구급차 응급팀이 병원 복도를 황급히 뛰고 있었다. 의식이 없는 환자를 수술대 위로 들어 올렸다. 그는 네 시간 후 사망했다. 이런 광경은 도시 진료소에서 밤마다 볼 수 있다. 야간 병동에서는 좀 더 다양한 삶과 죽음의 민낯을 엿볼 수 있다.

 

토론토 청년들이 전쟁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으로 미국으로 이주해 군수품 공장에서 일하겠다는 것이었다. 극복해야 할 난관은 캐나다 파병 군인배지다. 아주 쉬운 해결 방법은 누군가 배지가 어디 있냐고 묻거든 도도하게 저는 군복무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습니다.” 배지를 자랑하고 다니던 이들을 부끄럽게 만들 것이다. 중고 군용품 가게에 들러 트렌치코트 한 벌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전차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참전 용사임을 알아볼 것이다.

 

아드리아노플, 이스턴 트라키아를 탈출하려는 기독교인의 끝없는 행렬이 도로를 메우고 있다. 머리에 모포를 뒤집어쓴 채 비틀대며 걷는 남자와 여자, 아이들의 행렬이다. 이들은 빗속에서 탈진한 상태다. 자신들이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잘 모른다. 터키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농장과 마을, 토지를 뒤로한 채 피난민 행렬에 합류했다. 침묵의 행렬이다. 수레 위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아내 위로 남편이 담요를 덮어 비를 막는다. 행렬에서 소리를 내는 사람은 그 산모뿐이다.

 

무솔리니는 37년 전 로만나의 작은 마을 폴리에서 태어났다. 혁명의 온상에서 태어난 셈이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교사를 시작했다. 언론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체사레 밧티스티의 조수로 트렌토에서 처음 두각을 나타냈다. 1914년 전쟁이 시작됐을 때 무솔리니는 밀라노 사회주의 일간지인 <아반티>의 편집자였다. 이탈리아가 연합국 편에서 참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혁명이라는 단어를 일삼는 이들로부터 약간의 세금을 걷어 그 돈으로 루이스 킨타니야나 다른 수감자들의 변호 비용을 대주는 게 어떨까. 세금을 걷을 대상은 바로 이런 자들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밤늦은 시간 시가지에서 무기를 운반해본 적 없는 자들이다. 그렇다. 혁명이란 단에는 세금을 매겨야 한다. 연례문학 행사에 참석해 혁명을 입에 올리려는 자들은 세금을 납부하고 그 증표로 배지를 달자. 사냥면허증처럼 그들이 누리고자 하는 특권에 대한 비용을 치렀다는 증거 말이다.

 

전쟁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의 셈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때 그랬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전쟁은 이제 자국민의 애국심을 이용하는 선동가와 독재자에 의해 촉발된다. 선동가와 독재자는 실정을 펼치다가 그들이 떠벌리던 개혁이 무위로 돌아가고 나면 자국민의 애국심을 부채질한다. 부상당한 이탈리아 군인들의 입가에서, 안 안에서, 목 구멍 저 아래에서 들려 오는 한결같은 소리는 맘마미아! 오 맘마미아!”라는 외침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찾아온 청년에게] 청년이 겸손을 떤다고 생각했다. <미니애폴리스> 신문에 실린 글 한 편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글은 정말 엉망이었다. 글쓰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에 대한 진솔한 열정 아니었던가. 다른 하나는 재능이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인간 헤밍웨이, 그리고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로서 당시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 헤밍웨이의 시각을 좀 더 또렷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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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스탠딩
래리 호건 지음, 안진환 옮김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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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기의 극복 과정을 이끌며 새로운 종류의 정치를 촉발하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의 진솔한 이야기다. ‘한국 사위로도 잘 알려진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 그는 민주당 세가 가장 강한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었고, 2018년 재선에도 승리했다.

 

[스틸 스탠딩]에는 그가 주지사로 일하면서 예상치 못한 여러 장애에 맞서 인내와 끈기, 용기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승리를 거머쥐게 된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림프절 암, 볼티모어 폭동, 코로나19 팬데믹, 워싱턴의 분열 정치 등 수많은 난제와 맞서 싸우면서 그가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은 그를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지사로 만들었다.

 

래리 호건 부모님은 옷가지 몇 벌만 짊어진 채 미국 생활을 꿈꾸며 고국을 떠나온 이민자의 후손이었다. 아버지는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폭탄선언으로 가족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공화당 배지를 달고 출마할 예정이었다. 아버지가 의회에서 의원 선서를 하던 날, 어머니, 누나, 그날 많은 의원들이 가족을 대동했다.

 

고교 2학년으로 올라가던 해 여름방학 부모님은 이혼을 했다. 어머니와 함께 데이토나 비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파더 로페즈 고등학교 2학년에 등록했다. 중요한 전환이 아닐 수 없었다. 가족 중 누나가 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8년에 걸쳐 아버지의 선거운동에 참여한 바 있으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아버지의 의회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의 발언으로 닉슨의 탄핵을 촉구한 첫 번째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입지를 굳혔다.

 

아버지가 선출직 공무원 생활을 완전히 접었을 때, 그는 부동산 업계에 투신했다. 아버지의 그림자에 벗어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대형 상업용 부동산 중개회사에서 부동산 사업을 배운 후 래리호건 앤어소시에이츠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마흔네 살, 그의 인생에 멋진 여성이 찾아왔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전시회에 몇 편의 작품을 출품한 김유미라는 젊고 매력적인 한국인 여성이었다. 그녀가 미국에 오게 된 과정과 이후의 미국 생활에 관한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한국계 미국인 남성과 결혼하여 텍사스로 이민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지는 못했다. 남편과 이혼한 그녀는 낯선 나라에서 세 딸을 혼자 키우게 되었다. 아우터뱅크스에서 가족 모임이 있던 날, 결혼 발표를 하였다.

 

2014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하자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다. 래리 호건은 민주당의 텃밭인 메릴랜드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승리를 거두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승리를 너무도 충격적인 반전으로 평했다. 마침내 주지사 관저에 래리 호건이 들어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쁨의 눈물이 아버지의 온 얼굴을 덮었다. 문 앞의 경호원과 아버지의 눈물, 그 두 가지는 실제 상황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볼티모어 폭동이 일부 사람들에게서 최악의 인성을 끄집어냈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서는 그 연기가 완전히 걷히기도 전에 최상의 면모를 불러냈다. 무역사절단을 이끌고 동아시아를 순방하던 중 도쿄에서 목에 난 혹을 발견했다. 의사들이 40~50개의 악성 종양이 있다고 했고, 림프종, 림프절의 암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지사는 또 한 번 불리한 확률을 이겨낼 것인가. 메릴랜드 주민들은 호건 스트롱손목 밴드를 차고, 그의 쾌유를 비는 응원의 메시지를 주지사 집무실로 보내기 시작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팬데믹에 대해서는 조금 알았다. 지난 5년 동안 우리의 비상 관리팀은 팬데믹 발생 시 취할 계획에 대해 브리핑했다. 누구도 2019년 말에 중국 우환에서 동물을 통해 인간에 전염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것을 예측한 적도 없었다. 가는 곳마다 질병과 죽음, 경제적 파괴를 야기하며 곧 전 세계를 뒤덮었다. 리더로서 공직 생활의 가장 힘든 요구에 직면하며 사람들의 주시를 받아야 했다. 메릴랜드주의 600만 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했다.

 

래리 호건이 살아야 할 많은 의미를 안겨주는 아내 및 우리의 비범한 딸 킴, 제이미, 줄리, 세 명의 사위와 네 명의 손주까지 포함한 대가족으로 확대되었다. 진정으로 축복받았음을 느낀다. [스틸 스탠딩]의 마지막 장에는 정치인 래리 호건의 소신과 철학이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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