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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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다. 일년 이상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새로운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시인 열 명(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은 어떻게 일상을 살아갈까. 젊은 여성 시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일은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그냥 할 수 있었고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일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할 수 있었다. 밤잠 없는 어린이었을 때 아침마다 등교하는 일이 힘들었는데 초등학생 장래희망이 프리랜서였다. 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소속처가 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프리였던 것이다. 매일 오는 재난 문자에 더는 놀라지 않는 것처럼 이젠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이나 범죄자에 놀라지 않는다.

 

바닥에 놓인 고구마를 들다가 허리를 삐었다는 작가도 있었다. 오랜만에 아프다는 핑계 김에 가족의 관심을 받는 게 나쁘지가 않았다. K는 다섯 가지 직업를 가진 인간으로 K의 신조는 일단 시작하고 보기로 한다. 내 공간 안에서 생활을 펼쳐놓는 것. 그곳에서 삶을 지속하는 것, 과정이야말로 세상에서 이룰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 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실내 운동은 보통 집에서 한다. 유튜브에 다양한 요가 선생님이 있고 동영상을 클릭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변함없이 반복되는 일상과 규칙적인 생활을 좋아한다. 그리고 일상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약간의 변칙을 주는 걸 좋아한다.

 

김복희/굴러가는 동안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중에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마시기, 읽기, 쓰기다. 좋아하는 까닭은 저 일들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우리가 되어 할 수 있는 일이어서다. 특히 쓰기보다 읽기를 더 오래 해온 탓인지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말 듣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인간을 각자 자신의 알고리즘(건강)을 수행하며 작동하는 기계라고 비유하고 싶다.

유계영/몸 맘 마음

밥 먹지 않겠다고 숟가락을 피해 도망 다니는 나를 부둥켜안은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육체가 이루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 채 펑펑 썼다. 다섯 살의 기억, 전업주부였던 엄마를 떠올리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소호/고독한 소호 방

일기를 쓰는 일을 굉장히 좋아해서 말을 가리는 법을 몰랐기 때문에 세밀하게 하루를 적어놓았고, 수치심도 몰랐다. 코로나 1년 차가 되어가자 자기 의지를 상실한 채, 이제 별걸 다 물어보기 시작했다. 배달시켜 먹을까 말까 잠시 생각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을 적는다.

 

내가 쓰지 않으면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p82

 

강혜빈/미안하지만 아직 안 죽어

시 쓰고 산문 쓰고 사진 작업을 한다. 과외를 하고, 주말에는 시 수업을 하러 가고, 스튜디오로 촬영도 종종 하러 간다. 완벽함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허상에 불과하다. 그저 스스로 세운, 자신만의 기준일 뿐이다. 열정은 원동력이 되어 움직이게 하지만, 인간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박세미/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

1951년에 하이데거는 [건축하기 거주하기 사유하기]라는 논문에서 건축과 거주라는 단어의 어원을 추적하며 두 가지 의미가 다르지 않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나의 방에서 건축하기를, 거주하기를 사유해본 적 있었던가?

주민현/사랑의 색채, 단 하나의 색깔

사람들이 왜 그렇게까지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지 물으면 그냥 좋아라고 말한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하나의 그림이 내 마음의 풍경과 겹쳐지며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질 때의 기쁨이 있다.코로나 19로 인해 36년을 살다가 작년 한 해는 엄마를 가장 덜 만난 1년이 되었다는 유계영 시인의 말처럼 부모님께 안부 전화로 대신하게 된다.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만나는 날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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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김윤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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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29세라는 최연소 나이에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본대학교 철학과 석좌교수로 발탁되었고, 그가 말하는 신실재론이 오늘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신실재론은 탈진실이라는 말이 확산되고 포퓰리즘의 바람이 거칠게 휘몰아치는 오늘날의 세상에 응답하기 위해서 생겨난 새로운 형태의 철학이다.

 

이 책에서는 현 세계의 다섯 가지 위기를 다룬다. 가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자본주의의 우기, 테크놀로지의 위기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네 가지 위기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는 표상의 위기이다. 오늘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모두 예전 형태의 모델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완전한 의태다. 21세기 시대에 실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을 찾아내야만 한다. 세계사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미디어가 중대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신실재론의 중요한 개념은 의미장이다. 의미장은 특정한 해석을 할 때 대상을 배열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책의 권수를 어떤 방법으로 세는가? 한 권, 두 권, 하고 셀 것이다. 이렇게 세는 방법은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측정 시스템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세는 방법이 다르다. 특별하게 하는 성질은 우리가 놓인 상황에는 갖추어져 있지 않다. 책의 쪽수, 글자 수, 정보 수, 책을 기증한 조직 수, 제작한 조직 수 등 우리가 놓인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진실이다. 이 규칙을 의미라고 부른다. ‘의미는 인간의 정신으로부터 완전한 독립한 존재다.

 

[가치의 위기]에서는 절대적인 가치를 잃고 표류하는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가치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 또한 니힐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 니힐리즘이 세계를 덮치고 있는 상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람은 저절로 니힐리스트가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가르치느냐에 달려 있다. 세상에는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가치관이 존재하며, 정의를 희구하려면 그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도덕적 실재론자이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허튼 것이라도 말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여긴다. 민주주의는 내가 명백한 사실의 정치라고 부르는 이념에 기초해야 한다. 인간은 모두 다르다는 것은 팩트다. 통계적으로 자녀가 있는 여성의 평생 노동 시간을 남성과 비교하면 확연히 적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 자본주의는 노동의 역할 분담에 대한 응답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의 역할 분담을 이용해 한 사람의 인간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이 모른다는 사실을 가치로 변환한다. 그것이 자본주의 비즈니스다. [테크놀로지의 위기]에서 인간이 인간성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자연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발달 덕분이다라는 사고관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를 대신하는 미래는 결코 올 수가 없다. 인간을 대신하기는커녕 인공지능이 실재하는 미래는 오지 않으며, 애초에 인공적인 지능의 존재도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신용성과 기능성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누군가를 신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상대가 일을 잘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와 윤리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표상의 위기]는 이미지와 인간과의 관계성을 나타낸다. 표상은 정확한가 부정확한가의 속성을 지닌 현실의 모델이다. 개중에서 가장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진짜인가 거짓인가 하는 성질을 가진 것이다. 사람들은 이미지의 배후에 있는 진실, 스크린의 이면에 있는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우매해진다. 스크린의 개념이 잘못되었기에 현실이 스크린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는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옳은가라는 물음이라고 강조한다. 신실재론은 세상의 진실과 보편적 가치가 엄연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삶의 중심을 바로세우기 위한 사고의 틀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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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뿜뿜 솟는 50가지 방법
쓰카모토 료 지음, 박재영 옮김 / 이지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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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이 뿜뿜 솟는 50가지 방법]은 공부는 뒷전에 싸움만 일삼던, 이른바 노답 문제아였던 저자가 스스로를 변화시켜 성공에 이른 비결을 소개한 책이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을 앞두고 극적인 변화를 이뤄 사립 명문대학에 합격하고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 대학원에 입학, 수석 졸업이라는 성과를 이룬다.

 

이 책에서 의욕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저자가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한 심리학 법칙 26가지와 미국 스탠퍼드, 하버드, 컬럼비아 대학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기관 21곳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다. 특히 의욕이 필요한 중요한 상황들을 중심으로 의욕 상승법을 소개한다. 1장에서 일하는 상황에서’ 2장에서는 자격증 시험이나 승진 시험 등을 위한 공부, 3장에서는 다이어트나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할 때, 4장에서는 쌓인 피로를 날려 버리는 휴일의 의욕 향상법을 설명하였다.

 

의욕이 없다고 의지력을 탓하지 마라. 중요한 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아느냐 모르느냐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행동들로, 의욕은 지금 여기,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침에 일어나 적당히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커피를 한잔 마시기 또는 인스타그램 감성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보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찾아 출근 시간이 즐거워지는 목표를 설정하기, 휴일 아침에 좋아하는 홍차를 마신다거나, 새벽에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조금 오래 조깅하거나, 아침부터 소파에 앉아서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월요일 아침이 가져오는 피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다. 회사에서 동료나 상사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보자. 인사와 간단한 대화는 짧은 시간이지만 유대와 신뢰를 쌓는 충실한 근거가 되어 준다.

 

누군가에게 사과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의지력도 오전 중에 가장 높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의지력이 높으면 사람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침착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의지가 저하될수록 감정적으로 대하기 쉬워진다. 방법을 몰라서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방법을 모르면 유명한 사람 흉내내기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흉내 내는 행위를 모델링이라고 하는데,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인간에게는 완성된 내용보다 완성되지 않은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자이가르닉 효과라고 한다. , 공부하는 도중에 끝내기에 알맞은 정도보다 시간 엄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시 말해 일부러 어중간하게 끝내서 공부에 신경을 쓰이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을 수 없다고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추천한다. 하루 중 은 생각보다 많다. 전철이 오기를 기다리는 몇 분, 이동하는 몇 분 만나기로 약속한 상대방을 기다리는 몇 분, 시간은 의외로 많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몸무게뿐 아니라 반드시 다른 지표도 함께 확인하도록 하자.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체중계를 사용한다. 운동이 즐겁지 않을 때는 다른 보상을 준비하자. 그 보상이 사람을 움직인다. 새 운동화와 운동복과 같은 적극적인 보상, 같은 환경의 사람들처럼 자극을 위한 적극적인 의미부여를 활용한다. 집 안에서 근육 트레이닝을 할 경우에는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를 추천한다. 다리와 팔 주변은 근육이 가장 잘 붙는 부위다. 트레이닝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려면 성공 체험을 유의미하게 쌓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거나 영화를 보면 먹은 음식이나 영화 내용보다 함께 했다는 체험이 크게 남는다. 이타적인 소비는 돈의 소비가 아니라 체험의 구매라는 점에서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것들이다. 매우 간단하고 쉬운 이런 방법이 우리 일상에서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 공부, 다이어트, 휴식등 우리 모두가 겪는 일상을 조금씩 바꿔 가면 우리 인생에 번아웃이라는 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차근차근 시도하다 보면 일상생활을 보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며, 일에 대한 만족감이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목표 달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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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아래에서 - 한의로 대를 잇는 아버지와 아들의 동의보감
전재규 지음 / 산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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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로 대를 잇는 아버지와 아들의 동의보감

 

아버지가 걸어온 의업의 길을 올곧게 이으려는 아들의 각오이다. 암투병으로 죽음의 순간에도 아들에게 맥을 잡아보라던 아버지, 죽음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들에게 배움을 주고자 했던 아버지의 사랑이다. 책 속 부자의 의술 여정 가운데 감동이 녹아 있다. 한의학 처방과 치료와 관련한 경험들이 흥미롭다. 아버지라는 살구나무 아래에서 미래를 꿈꾸고 한의사로 성장해가는 저자의 의업 분투기 정말 감동적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16세에 함창 지역에서 유명했던 권약국 집에 머슴살이 10년을 했다. 낮에는 권약국의 약방 업무와 농사일을 해야했고, 밤에는 시간을 쪼개어 의서를 공부했다. 27세에 한약업사 면허를 취득하셨고, 탄광 경기가 좋던 점촌에 한약방을 개원한 것이다.

 

행림(杏林)이라고 들어봤니? 남강 할아버지가 잠깐 이야기했던 살구나무 이야기다. 중국 삼국시대에 동봉(董奉)이라는 의사가 있었는데, 병이 나으면 돈 대신 살구나무를 받았단다. 그 의사가 어찌나 명의였는지, 나중엔 그 주변 산이 살구나무로 가득 찼단다. 살구나무 숲은 명의이기도 하고 인술을 베푸는 의사이기도 한 거야.”(p39)

 

아버지가 어린 시절 무심코 건넸던 한의사의 꿈을, 가슴에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수 끝에 입학한 한의대, 약사 한약 조제권 반대 시위로 유급, 휴학계를 내고 군 입대 등 성장 과정이 책 속에 그려져 있다. 아버지는 작약을 직접 재배하여 약재로 쓰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 자신의 이득보다 환자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아버지를 닮고 싶었다. 본과 1학년 때 아버지가 쓰러지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영창당한약방을 맡기도 했다.

 

친구 아버님을 진찰할 때의 경험을 듣고 아버지는 양방이든 한방이든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환자가 낫는 거에만 집중하고 이제 시작이니 실력을 계속 쌓거라 하였다. 개원을 준비하는 대신, 주역 책을 들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의역동원(醫易同源). 의학과 역학은 근원이 같다고 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역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수백 년 전 명의들의 조언은 나의 화두였다.

 

세상을 알기 위해 무작정 배낭을 짊어지고 인도로 향했다. ‘죽음의 집봉사활동을 하면서 죽어가는 환자에 대한 숭고한 자세를 배웠다. 6년 전 뇌경색이 온 이후부터 아버지도 이곳저곳 탈이 나기 시작했다. 정기검진을 받으며서 암 진단을 받았고 두 달후 어머니도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아버지는 투병하는 중에도 대장암 수술을 받았던 어머니에 대한 걱정으로 노심초사했다. 어머니를 향한 마지막 처방전을 말씀하셨다. 개원할 때 아버지의 한약방 영창당상호를 따르고 싶었지만 아들에게 맞는 이름으로 해야지. 의인한의원으로 정하고 진료한지 12년이 되었다. “넌 나의 그늘에 있으면 안 된다. 나를 뛰어넘어라.”(p218) 아버지라는 나무 아래서 뛰어 놀았다. 아버지는 커다란 살구나무였음을.

 

나의 아버지, 나의 스승이신 당신을 기억해 봅니다.

요즘 하이얀 살구꽃이 피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고향에 내려가면, 당신 앞에 살구꽃 한 가지를 올려놓으려 합니다.(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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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친절한 세계사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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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세상 친절한 세계사]는 일반인들에게 세계사를 알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시행착오를 거듭해오다 기존의 역사책과는 달리, 영화 한 편을 빨리 돌려 보는 듯한 느낌으로 역사를 쭉쭉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하였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알고’ ‘생각하는것에 중점을 둔 역사책이다.

 

이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역사의 흐름과 그 무대를 지도로 간략하게 확인하고 읽으면 이해가 쉽도록 하였다. 저자는 35개의 키포인트를 제시함으로써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이나 현상을 요소 요소에 배치했다. 그래서 지역명이나 지리명이 어디쯤을 가리키는지 헷갈릴 때에 그림을 참조하여 읽으면 된다.

 

대지구대 중에서 가장 낮은 토지가 북동부에 위치한 해발 마이너스 153미터의 아파르 분지인데, 450만년 전 그 땅에 직립두발보행 인류의 최초 조상인 라미두스 원인이 출현했다. 20만 년 전에는 우리의 직접적인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이 말과 경전차를 타고 서아시아, 북인도, 동지중해 일대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유목민이 큰 강 유역의 비옥한 농경지대를 정복하고,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구축한 것이 바로 제국이다.

 

기원전 2000년경에는 이집트 지역에 구리를 공급하는 에게 해 최남단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를 중심으로 미노아인에 의해 해야 문명(크레타 문명)이 성장했다. 미케네 문명이 쇠퇴한 후의 동지중해에서는 기원전 1세기 이후 평지가 적은 연해부 레바논 지방에서 페니카아인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중화문명의 강남과 인도문명의 갠지스 강 유역은 고대 세계사에서 최초로 문명화된 쌀 지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중앙에 고비 사막이 있는 몽골 고원은 중국으로 완만하게 기울어져 있어 이곳으로부터 침입하는 유목민을 막아줄 수 있는 장애물이 아무것도 없었다. 시황제는 전국시대에 여러 나라가 이미 만들어 둔 장성을 2미터 높이의 하나로 연결하여 만리장성을 만들었다.

 

유라시아 제국은 아랍인-터키인-몽골인으로 주역을 바꿔가며 7세기부터 14세기까지 약 700년 동안 지속되었다. 대부분의 유라시아 지역이 유라시아 제국의 일부분으로 편입되어 과거의 제국이나 농업사회의 역사는 일시적으로 역사의 배경으로 물러났다. 농업제국의 문명이 대륙의 글로벌 문명의 일부분으로 편입된 것이다. 유라시아를 일체화시킨 몽골 제국 시대에 변방 유럽에서는 지중해와 발트 해가 유라시아의 대규모 상업권과 접하게 되었다. 몽골 제국의 멸망이라는 혼란 속에서 오스만 제국이 비잔티움 제국을 멸망시키고 동지중해를 지배하게 되자, 유라시아 교역에서 밀려난 제노바 등의 이탈리아 상인들은 대서양 기슭으로 진출했다.

 

모직물 산업의 중심지 플랑드르 지방과 와인 산지 기옌 지방의 쟁탈, 카페 왕조의 단절에 따른 프랑스의 왕 위계승권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졌다. 국가 간 영토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로서 영국 해협을 사이에 둔 영국과 프랑스 간의 백년전쟁이 발생했다. 16세기의 약 70년 동안, 유럽인에 의해 신대륙에 퍼진 천연두 등의 역병으로 신대륙 원주민 총 1억 명 중에서 8,0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스페인인이 가져온 천연두에 대한 면역이 없어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기침으로 감염되는 천연두는 전염력이 강해 가공할 만한 맹위를 떨쳤다.

 

영국에서는 철도경영의 대성공에 자극을 받아 철도건설 붐이 일었고, ‘철도광 시대라 일컬어지는 철도건설러시 시대로 돌입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식민지에서 항구로 물자를 간편하게 운반할 수 있는 철도건설이 빠르게 추진되었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전무후무의 이민 붐이 일었다. 19세기는 4,000만 명이 넘는 유럽 사람들이 이민선이나 객선으로 세계 각지로 이주한 이민의 시대였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지로의 이주도 진행되어 세계사상 최대의 민족 이동이었다.

 

유럽의 몰락은 아시아에게 자립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시대착오적인 제국 체제와 민족운동, 생활에 쫓기는 민중의 움직임이 한데 뒤섞여 아시아 사회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서아시아에서는 독일과 함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패배한 오스만 제국이 붕괴되어 소아시아의 영토를 크게 잃고 말았다. 전쟁에서 패배한 오스만 제국의 재정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3국 관리하에 놓이게 되었다. 문명이 형성되고 5,0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세계는 대전환기에 직면했고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 힘든 상황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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