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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지금은 나 자신을 사랑할 때 - 프로이트처럼 살아보기 : 일곱 가지 인생 문제를 분석하다 매일 읽는 철학 3
멍즈 지음, 하진이 옮김 / 오렌지연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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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지금은 나 자신을 사랑할 때]를 읽으며 프로이트가 이렇게 멋진 로맨티스트였다니 놀라웠다. 이 책은 생명의 흔적, 인생의 만남, 생명의 중심, 정신의 분석, 내면의 중심, 추종과 배신, 생명의 으뜸 등 7장에 걸쳐 자율성, 낙관성, 적극성 등을 프로이트의 인생을 분석했다. 제목처럼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깨닫게 해준다.

 

프로이트의 가족은 유대인이었다. 아버지는 양털 판매 상인이었고, 스무살 어린 어머니와 결혼했다. 전처가 낳은 장성한 두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유대인 특유의 포용심과 자애심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는 데 힘을 다했다. 프로이트가 4살일 때 아버지와 산책 중 두 남자가 유대인이라며 무례한 행동에 놀랐지만 조상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당시 취학 연령은 열 살이었는데 여덟 살인 프로이트는 학교에 보내주라고 졸랐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에 사람들은 놀랐고 어머니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프로이트는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인생 공부의 스승으로 여긴다. 쌀쌀맞고 거칠게 다루는 보모를 보고 충격을 받지만 엄격한 교육방식 덕분에 좋은 습관을 기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바둑과 같다. 단 한 번의 실수로도 게임에서 패하게 되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러나 인생은 바둑보다 더하다. 바둑처럼 한 수 무를 수도 없다. 두 번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p62

 

여덟 살에 세익스피어를 읽기 시작했고, 괴테, 실러 등 사상가의 작품도 읽었다. 열 살 어린 남동생의 이름을 지어주기도 하였다. 장난기가 심한 남자아이로 사춘기를 접하기도 하지만 어머니를 사랑하는 것처럼 여학생들을 존중했다. 자신보다 힘이 센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서는 안 되고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지인의 지지 아래 법률을 공부하고 사회 활동에 종사하겠다는 목표를 굳혔다. 나폴레옹도 숭배했던 인물 한니발 바르카스를 프로이트도 숭배했다. 한니발처럼 수장이 되기로 결심했다. ‘네가 법률을 공부한다면 정치에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유대인은 고위급 공직에 오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평소 아껴주던 선생님은 말했다.

 

괴테의 에세이 <자연>의 한 대목을 교수의 낭랑한 낭독 소리를 듣고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함 속에 빠져들었다. 다윈의 진화론에 매료 되기도 하여 인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사회 변혁을 이끄는 정치가가 될 수 없다면 의학을 연구하는 일도 괜찮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의과 학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철학과 문학도 계속 연구했다. 브뤼케 교수의 실험실에 가서 관찰과 연구를 했으며 교수는 정신병학에 조예가 깊은 뛰어난 생리학자인 요제프 브로이어를 소개받는다. 브뤼케가 연구 공간을 제공해주고, 브로이어가 연구 방향을 제시해주는 가운데 프로이트의 의학 연구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18824월 어느 날, 여동생 안나의 친구인 마르타 베르나이스를 첫 눈에 반했다. 프로이트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는 사랑에 빠진 감정과 느낌을 맘껏 음미했으며,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 유명한 <사랑의 심리학>을 쓸 수 있었다. 가난뱅이 청년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마르타 부모님 반대에 부딪혔지만 마르타는 과감하게 사랑을 선택했다. 부모의 반대로 이별은 3년 동안 이어져 밤낮으로 프로이트는 마르타에게 보낸 편지는 900여 통에 달했다. 4,5페이지에 걸친 장문의 편지였는데 12페이지에 달하는 것도 있고 심지어 22페이지에 달하는 편지도 있었다. 대단하다.

 

프로이트는 진료소를 개업하였다. 환자의 병세가 진전이 없자 의학과 결별했다. 정신분석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을 창시하였다. 프로이트와 브로이어는 심리분석학의 첫 번째 사례 보고서인 <안나 O 사례>를 공동 발표했다. 브로이어 교수는 프로이트를 피했을까. 그와의 결별과 동시에 동료들로부터 고립되고 단절되었다. 생물학자 플리에스가 다가와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환자의 병례를 관찰하다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떠올리다 그것은 신경증 연구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억압이라고 정의했다. 억압을 관찰하는 좋은 사례는 당장 기록했다.

 

그에게는 추종자들도 있지만 배척과 배신을 겪었다. 자신을 추종하던 아들러와 결별하고 구스타프 융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부자지간처럼 잘 지냈는데 사이가 나빠지면서 자세히 분석한 후 죽음 본능이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프로이트는 노벨상 수상 후보자로 선정되었지만 한 번도 상을 받지 못했다. 죽기 전까지 총 서른세 차례에 걸쳐 후보자고 선정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프로이트가 인생의 마지막 책을 완성한 뒤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프로이트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프로이트는 고통스러운 통증을 참으면서 집필을 끝냈던 것이다. 의사가 금연을 권했지만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암이 발병하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16년 동안 서른세 번의 수술을 했다. 1933, 나치가 무차별적인 유대인 학살을 자행하자 병든 몸을 이끌고 영국까지 피신했다. 이국 타향에서도 관찰하고 연구하고, 병자를 치료했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책을 썼다. 한 시대를 풍미한 정신분석의 대가는 그렇게 초연히 세상을 떠났다! 프로이트의 인생 역정을 읽어보니 멋진 남자가 배척을 당할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은 나 자신을 사랑할 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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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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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구미호 식당]을 재밌게 읽었다.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후회없이 살라는 메시지였다. 2[저세상 오디션]은 저세상에 가고 싶으면 저세상 오디션을 통과해야한다. 오디션에 합격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길을 걷다 저곳을 바라보며 빨리 가서 쉬고 싶어한다. 길을 막아선 남자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기다리라고!”라는 말만 반복했다. 고지가 눈앞인데 길을 터달라고 화를 냈다. 아주 지나갈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절차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고 하였다. 이름이 사비라는 남자는 마천이라는 남자에게 공손하게 말했다. 올해 612일 광오시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열세 명의 명단을 내밀었다.

 

죽은 자들이 가고자 하는 도착지가 눈앞에 있었다. 살던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모두 모여들고 심판을 받는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이 저곳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다고 마천은 말했다. 출석을 불렀다. 나일호 현재 십육 세. 남은 시간 오십팔 년이 남았다. 나는 나도희를 가리키며 얘가 증인이라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아니라고 했다.

 

나는 동생과 다투면 징크스가 있다. 612, 그날도 그랬다. 변기에 오줌을 누고 물을 안 내리느냐, 아파트 후미진 곳에서 딱 세 모금 빨아들이는데 학생이 그러면 되나 나무라는 소리에 욕을 했고, 당사자가 새벽에 일 나가신 아버지 일 줄이야. 점심 때 식판을 들고 가던 친구가 넘어졌는데 멍 때리고 있는 내가 다리를 걸었다며 소리 치는 선생님. 아침부터 점심까지 재수가 없었는데 허름한 건물 옥상에 나도희가 올라가 있는 것을 돌진해 와락 껴안았다. 지금 이 길에 있는 것이다.

 

오디션을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었다.

아파트를 짓는 현장에서 일했는데 임금을 받지 못해 대표로 죽었다.

7년을 사귀게 된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자존심이 상하여 자살을 선택했다.

가수로 인기를 누리던 돌팡은 팬들이 모금한 서포트비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다 천년만년 열려 있을 줄 알았던 돈주머니도 닫히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로 살아가기 힘들어지자 생부에게 아들의 학비를 부탁했는데 아들을 포기하면 자신이 거둔다고 하여 둘 다 포기할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하였다.

할아버지는 아내가 일찍 죽고 잘 키웠던 두 아들이 빌딩 하나 때문에 원수가 되는 꼴이 보기 싫었다.

 

도진도 아저씨는 너는 오디션과 상관없이 이 길을 통해서 저세상으로 갈 수가 없다. 이 공간에도 머물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은 마천이 오류를 범했기 때문에 명예에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 엄청난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마천에게 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하니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고 사비와 의논할테니 절대 입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오류에 대해 눈치채면 문제가 커지니까 10차 오디션이 끝난 후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합격기준은 심사위원을 울리는 것이다. 8차까지 합격한 자는 없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소문이 나서 사람들은 세상에서 살 때 못한 일이나 부탁을 하기에 바빴다. 사람이 죽으면 이성까지도 상실하나? 한 명은 아이디를 알려줄 테니 편지를 쓰라고 하지를 않나. 한 명은 자기 집에 들어가서 돈을 가져가라고 하지를 않나.

 

열세 명 전원 오디션에 통과할 수 있을까. 나일호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궁금해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시간은 허투루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평등하다.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들은 이유가 있다. 이 책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주인이 되길 바라는 작가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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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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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네 번째로 만나 본 이 책은 단편소설 [깊이에의 강요], [승부], [장인(匠人)뮈사르의 유언]과 에세이 [문학의 건망증]등 총 네 편의 작품을 묶었다. 짧은 이야기 뒤로 남겨진 긴 여백 속에서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집이다.

 

[깊이에의 강요]는 한 젊은 여류 화가는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을 듣고 고뇌한다. 초대를 받고 나지막이 주고받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깊이가 없어요. 나쁘지는 않은데, 애석하게 깊이가 없어요> 그녀는 그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기도 하고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여인은 3만 마르크를 여행에 다 써버리고 자신의 그림들을 구멍내고 찢었다. 139미터 아래로 뛰어내렸다. 앞에서 말한 평론가는 젊은 여인이 끔찍하게 삶을 마감한 것에 당혹감을 표현하는 단평을 기고했다. <거듭>이라고 썼다. 그녀의 죽음 후 관점을 뒤집어 그녀의 그림에는 삶을 깊이 파헤치고자 하는 열정, <깊이에의 강요>를 읽을 수 있다는 글을 쓴다. 상황에 따라 너무도 쉽게 자신의 견해를 뒤집는 그의 일관성 없는 행동과 그런 그의 말 한마디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죽음에 이르는 재능이 뛰어난 예술가, 참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인지라 이런 말을 들었다면 발끈하고 화가 날 것 같다. 그렇다고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죽음으로 내몰아가는 그런 행동은 아니지 않는가.

 

[승부]에서 두 남자가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었다. 구경꾼들은 냉담한 눈빛을 하고 있는 검은 눈동자, 검은 머리의 젊은 남자에게 쏠린다. 늙은 체수 고수 []과 젊은 도전자처럼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는 뱃심도 없는 구경꾼들은 젊은이가 쓴맛을 보게 해 줄 새로운 대가라 생각하고 응원의 눈빛을 보낸다. 삶에 짓눌려 욕망을 억누르고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우리 현대인들의 뒷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장인(匠人)뮈사르의 유언]은 죽음을 앞둔 성공한 보석 세공업자인 뮈사르가 자신의 일생을 분명하게 깨달은 것과 알고 있는 내용을 후세에 전해야 한다는 숙명으로 유언을 남긴다. 제네바에서 태어난 뮈사르는 20년동안 금세공사로 파리 전역에서 명망 있는 보석상으로 성공하였다. 사업 규모 덕택에 부유해져 편안한 여생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정원에서 돌 조개를 발견하고 이것이 인간을 질식시키고 세계를 황무지로 만들고 온 천지를 돌조개의 바다로 변화시키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에 몰두한다. 삶의 비밀을 알아낸 대가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뮈사르를 보고 삶이란 무엇일까 머릿속에 맴도는 이야기다.

 

문학의 건망증에서는 작가 자신이 독서 체험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유명한 시에서 시인이 누구였더라? 이 순간 시인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인용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행만은 불변의 도덕적 명령으로써 지워지지 않고 기억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 이 멋진 시에 그런 내용이 있다. 그 시의 마지막 행은 이렇다.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지금 책을 한 권 읽으면, 결말에 이르기도 전에 나는 처음을 잊어버린다. 때로는 기억력이 책 한 페이지를 기억하기에도 부족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단락 하나 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짚어 가며 읽어 본다. 그러면 낱말 몇 마디는 의식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된다. 그 낱말들은 여전히 미지로 남아 있는 어두운 전체에서 쏟아져 나와 읽는 순간 유성처럼 빛나고는, 곧 다시 완전한 망각이라는 레테의 강으로 깊이 가라앉는다.(p74~75)

 

세 편의 이야기는 삶과 인간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원을 그린다. 삶이란 중심축을 다른 방향으로 조명하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삶에 대해 생각하게 유도하는 듯 보인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음에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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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의 왕자 - 노천명 수필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2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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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시인으로만 알려진 노천명은 사실은 뛰어난 수필가이기도 하다. [언덕의 왕자]에는 지금껏 국립중앙도서관 보존문서 서고 속에 깊숙이 파묻혀 잊힌 채 사라질 뻔했던 미공개 수필 작품 15편을 비롯하여, 평생에 걸쳐 집필한 112편의 노천명 수필을 모두 수록하였다.

 

노천명은 고향 황해도에 대한 향수가 강했다. 그래서 고향==바다가 연결되어 있다. , 바다, 해변, 수평선, 갈대밭, 소녀의 꿈 등 소녀 시절 체험한 풍물들이 수필의 중요한 주제가 되는 이유다. 노쳔명의 수필은 여자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보고서의 연정선상에 있다. 가정과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살기를 원하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수필에는 따뜻하고 애정 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소재와 그 속의 표현이 은근하고 정겹다.

 

지금 내 주위를 끄는 것은 한포기의 맨드라미인데, 이거야말로 흡사 그 언덕 일대의 왕자다. 예쁜 꽃자루를 가리켜 맨드라미 빛 같다지만 어쩌면 이렇게 고울 수 있으랴. 그런데다 또 어쩌자고 맨드라미 꽃송이가 이처럼 탐스러울 수가 있으랴. 박람회 화초부에다 갖다 놓는다면 이는 틀림없는 특등감이렷다.(언덕의 왕자) 서울에 올라와 동네 아이들이 시골뜨기라고 놀렸다. 이모 아주머니란 분은 재미있었다. 밖에 손님이 오셔서 이리 오너라.”했다.“거기 아무두 없느냐?” 할멈도 할아범도 없는데 해라를 하고, 문도 안 열어 보며 영등박같이 또랑또랑하게 말로만 해내는 것이 나는 말할 수 없이 우스웠다. 인순이는 제일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인순이는 내 이름도 채 몰랐다. 시골 애라고 알았을 따름이었다.(시골뜨기)

 

달 아래 호박꽃이 환한 저녁이면 군색스럽지 않아도 좋은 넓은 마당에는 이 모깃불이 피워지고 그 옆에는 두레방석이 깔려지고 여기선 여름살이 다림질이 한창 벌어지는 것이다. 멍석자리에 이렇게 앉고 보면 시누이와 올케도 다정스러울 수 있고 과년한 큰 애기에게 다림질을 잡히며 지긋한 나이를 한 어머니를 별처럼 먼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모깃불) 세월은 잔인하게도, 너무도 잔인하게 이 어린것들에게까지 쓴 세상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6.25사변은 실로 한국에 뛰어든 마귀할멈이었다. 숱안 사람을 못 쓰게 만들어놓고 간 데마다 마귀 작대기를 휘둘러 불길한 씨를 뿌렸던 것이다.(산다는 일)

 

이 지긋지긋하던 부산이 막상 아주 떠나려고 드니 어쩐 일로 이처럼 발이 안 떨어지는가 모르겠다. 비가 오면 이 방송국 올라오는 길이 얼마나 나를 혼냈던 것인지 모른다. 작년 겨울에는 무려 세 번을 이 언덕길에서 보기 좋게 넘어진 일이 있었고, 날이 좋은 날엔 그대로 또 먼지가 그것에 지지 않게 대신 괴롭히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떠날 날이 다가선다. 거기 따라서 나는 하루라도 될 수 있으면 이 집과 같이 해 주려고 일찍 집으로 들어온다. 집 뒤의 녹음이 나날이 짙어져 한창 펴가는 처녀처럼 탐스러워진다. 모든 것이 이 같이 아름답게 보임은 다름 아닌 분명 작별을 하는 까닭일 게다.(작별은 아름다운 것)

 

삼 년 동안을 서울 시민들은 부산에서 객 노릇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피난을 내려올 때 세상엘 갓 나서 강보에가 싸여 가지고 안겨서 업혀서 내려온 그 애기들은 부산에서 배밀이리를 배우고 일어나 앉는 것을 익히고 기는 것을 알게 되고 걷고 말을 하게끔 되었다. 이렇게 성장하는 세월을 순진히 부산서 보내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삼 년씩이나 눌어붙어 갈 줄 모르는 염치없는 손님을 거기서 더 어떻게 해주랴. 부산 인심도 그만하면 대체로 괜찮은 편이었다. 부산서 광복동 거리는 집을 떠난 우리들의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때로 얼마나 어루만져 주었으며, 특히 송도 바다는 또 향수에 젖은 우리들의 눈을 그 몇 번이나 달래 주었는가?(신세진 부산)

 

오히려 나이를 먹음으로써 인생은 정말 더 호화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남을 용서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가슴이 생기는 것도 나이가 먹어서요, 인생의 모든 면에서 귀한 것을 알아보고 중한 거싱 분별되고, 이리하여 정말 사랑도 할 줄 알게 되는 것은 모두가 젊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나는 한 번도 정말 마음에서 내가 늙었다고 생각이 든 적은 없다. 그래서 나는 반회장 연두저고리며 무색옷들을 그대로 다 간직하고 아직도 조카딸에게 내 줄 생각은 없으며, 청춘이 가질 수 있는 엠비션을 아직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있다.(하나의 역설)

 

부록으로 노천명은 왜 평생 독신생활을 하였을까 발굴자료와 시인의 생애 연보를 수록하였다. 노천명은 46세를 일기로 타계하였고 문학에 충실했고 그의 공사 생활이 순결! 그것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은 정평으로 되어 있다. 자신의 사생활, 주변에는 언제나 비밀이라는 장막을 내려 가리고 있었다. 누가 사생활을 건드리기만 하면, 남의 걱정이나 남의 일에 참견을 말고 자기 앞일이나 똑똑히 처리하라고 쏘아붙이고 보면 사생활이나 주변에 대한 일들은 억측에 불과하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노천명의 수필은 고독을 사랑하고 즐기라고 권한다. 고독은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서정적인 작품들이다. 소설집 우장, 시집 사슴의 노래, 수필집 언덕의 왕자를 끝으로 노천명 전집 종결판을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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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 동녘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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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겪는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춘천 인문학카페36.5도 운영자 홍승은.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는 여성혐오가 일상화된 한국사회를 사는 20대 여성으로서 겪었던 일과, 그를 통해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만났다. 페미니즘은 내 경험을 글로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는 페미니즘의 오랜 명제는 내 글이 사적이고 의미 없는 글이라는 의심이 고개를 들 때마다 나를 붙잡았다.

 

책에는 저자와 저자의 주변 사람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상에서 크고 작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여자는 정숙해야 한다는 엄마의 핀잔, 남자들과 달리 택시를 탈 때 카드로 비용을 결제하려면 기사에게 욕을 듣는 경우가 잦았던 일, 대중교통에서 몸을 비벼오던 남자, 남자친구의 데이트폭력, 신뢰나 권력관계를 이용한 남성 지인들의 성추행,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니었다며 우는 기혼 친구, 동생과 친구를 임신시키고 책임을 회피했던 그들의 남자친구들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되고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 위안을 느낀다. 스무 살은 무조건 대학생이거나 재수생이어야 하고, 여자는 머리가 일정 정도 이상 길어야함은 물론 예뻐지길 욕망할 거라는 견고한 편견들, 생각 없는 질문은 관심의 얼굴을 하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저자의 엄마 일탈로 부모님이 이혼을 하게 된 이야기, 오랜만에 만난 이모가 조카에게 결혼을 재촉하고 비혼주의라는 의사를 무시하고 부모님의 이혼이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단정 지었다. 타인의 기준 바깥에서 살아가는 건 수많은 눈총을 받는 일이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비켜서서, 상대가 바라는 모습대로 살아주지 않기로 하고부터 비난과 소곤거림을 감내해야 했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뒷담화이다.32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며, 오히려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다는 걸 나누고 싶어 [인문학카페]를 오픈했다. 모임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모임을 시작할 때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사람들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지 못했는데, 책보다도 사람들에게 배운 것이 더 많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진정한 페미니즘은 없다. 나는 누군가 허락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될 생각이 없다. 이것은 나도 모르게 가하는 폭력을 성찰하지 않겠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의 거부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폭력을 저지르곤, 쉽게 잊고 산다. 가해자는 자신이 한 일을 몰라도 되는 입장이다. 그래서 항상 피해자가 폭력을 증언해야 한다.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나에게 페미니즘은 단순히 지식만이 아닌 삶 자체이기 때문에, 쉽게 질문을 던지고 소비하듯 간편하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태도에 반발심이 생기기도 한다.

 

뜨거운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서, 은근한 깨달음이 주는 부끄러움에 사로잡혀서, 위로받은 밤이 고마워서 쓴 글도 있다. 행간에 스며 있는 거친 내 감정 결을 보노라면, 숨기고 싶은 만큼 꼭 말해져야 한다는 확신도 들고 내 감정은 결코 사소하지도 않고, 내가 겪은 일은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지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고 직시하는 것을 넘어, 그 일들이 일어난 저변에 깔린 여성혐오와 같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스스로와 타인에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내 글을 통해 나라는 타인이 당신에게 전달되길 바라고, 당신의 이야기도 말해지고 들리길 바란다. 그 과정은 분명 불편한 일이겠지만, 우리를 자유롭게 할 거라고 믿는다. 나는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다. 그래서 함께 자유로우면 좋겠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그녀가 단단한 존재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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