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가족의 삶을 바꿔 놓은 사고가 각각 다르게 기억한 조각들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맑은 영혼 핀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핀이다. 엄마 아빠의 다툼으로 험악한 집안 분위기를 만회 하고자 가족 스키 여행을 떠난다. 결혼을 앞둔 오브리 언니를 뺀, 엄마의 절친 캐런 이모, 밥 삼촌, 그들의 딸 내털리, 정신연령이 절반 밖에 안되는 동생 오즈와 언니 클로리 남친과 베프 모 열명은 캠핑카를 타고 함께 한다.

 

산장에서 짐을 풀고 식당으로 가던 중 눈보라는 강해지고, 세상은 어둡게 변한다. 카일의 차가 고장이나 캠핑카에 합류한다. 놀란 사슴이 나타나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가드레이를 들이받고 미끄러지면서 캠핑카는 추락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반쯤 잘린 내 머리에 난 피가 웅덩이가 되었다. 아빠의 몸은 운전석과 창과 핸들 사이에 끼여 다리는 부러지고 얼굴은 깨진 유리 파편에 찢기고 눈과 함께 얼어붙었다. 아빠와 엄마는 나를 발견하고 신음소리를 낸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책을 읽으며 너무나 마음이 아파 술술 읽히지만 완독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엄마가 휴대폰을 꺼내 들지만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부상이 심한 아빠를 뒤쪽으로 옮기고, 모는 나를 보는 순간 울부짖으며 뒤로 쓰러진다. 내털리와 캐런이모는 꼭 끌어안고 있다. 카일과 오즈는 방한복에 눈 장화와 장갑까지 입고 있는데 모는 얇은 모직 재킷에 찢어진 청바지방한에 도움이 안되는 부츠를 신고 있다. 구조 요청을 가야 할지 아침까지 기다릴지 의견 충돌이 되었다.

 

밴스와 클로이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며 구조 요청을 하러 길을 떠났다. 밥 삼촌은 오즈의 장갑을 좀 쓰자고 하지만 오즈가 순순히 줄리가 없다. 엄마는 내 어그 부츠와 양말, 옷을 벗겨 모에게 입으라고 한다. 캐런 이모의 동공이 확장된다. <부츠는 내털리가 신어야 될 것 같아> 엄마는 약간 고민하는 듯하다 <모 네가 신어> 이 순간 단 한 켤레의 부츠 때문에 자매나 다름없던 엄마와 캐런 이모의 놀라운 우정이 깨져버렸다.

 

날이 밝자 눈보라는 반 정도 수그러들었다. 엄마는 모에게 사람들을 데려올 때까지 오즈와 잭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모는 신고 가라며 내 부츠를 벗어 주었다. 카일이 같이 가겠다고 한다. 나는 클로이 언니와 밴스를 따라 가기도 하고, 엄마와 카일이 가는 곳에 따라가지만 도움을 줄 수가 없어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다.

 

엄마와 카일이 가고 난 뒤 캠핑카 안은 미묘하게 흘러간다. 눈을 녹여 물을 먹겠다고 오즈가 이모를 밀친다. <이러다 쟤 때문에 우리가 죽겠어> 캐런이 훌쩍이며 말한다. 밥 삼촌이 오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밥은 오즈에게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빙고가 같이 가면 가도 된다고 했다. 크래커 두 개를 주면서 장갑이랑 바꾸자고 한다. 오즈는 삼촌을 차 안으로 올려주고 엄마가 갔던 반대 방향으로 빙고와 길을 떠났다. 그 와중에 밥 삼촌의 눈길이 아빠의 노스페이스 파카, 털모자, 청바지 그리고 눈 장화를 훑어보는 것을 지켜본다. 엄마와 카일은 도로에서 보안관 차를 발견하고 캠핑카에 있던 사람들은 구조되었다. 빙고는 나중에 발견되었고 오즈는 끝내 찾지 못했다.

 

엄마가 오즈를 바라보는 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 보안관이 아들에 대해 자세하게 말을 해달라고 할때 오즈의 점, 관자놀이의 상처, 잔머리, 신었던 양말까지 설명은 소름끼치게 세세하다. 오즈를 돌보지 않는 엄마가 못마땅하던 아빠는 <가끔 오즈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끔찍한 고백을 한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그 애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야>오즈를 키울 때 얼마나힘들었을까 짐작을 해본다.

 

나에게 극한의 상황이 닥친다면 밥 삼촌 처럼 자기 가족만 생각하게 될까. 그들을 이기적이라고 비난 할 수 있을까 [한순간에]를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어릴 때 겪었던 일에서 영감을 받아서 썼다고 한다. 후회란 감정도 양심이 있을 때에나 가능한 것이다. 혹한의 상황에서 일어난 분투와 구조 이후의 회복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대처와 선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디, 얼지 않게끔 새소설 8
강민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자음과 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한 화제작 변온인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두 여성의 잔잔한 연대를 그린다. ‘변온동물은 신체의 내부 온도가 외부의 온도에 따라 변하는 동물을 말한다. 내부 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항온동물과 반대되는 개념이다’<네이버지식백과 동물학백과> 변온인간이 되어가는 인경을 부디 얼지 않게끔 하려는 직장 동료 희진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인경은 여행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경영지원팀 직원인 송희진과 베트남 출장을 함께 가게 되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멋대로 출장을 결정한 곽 부장에게 화를 냈으니까.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내고 있었고, 사무실에서 말도 별로 없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밝은 사람이었다.

 

하노이를 떠나올 때부터 나를 주위 깊게 주시하곤 했다. 노상 카페에 앉아 음식과 음료를 시켰다. 송희진이 갑자기 오른쪽 팔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화가 폭발해 희진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송희진은 울먹거리기 시작하면서 설마 했는데 팔이, 이 더위에. 사실 베트남 떠날 때부터 지켜봤는데 사람들 다 덥다고 난리 칠 때, 대리님 좀 이상했다. 아무리 체질이라고는 하지만 팔 목 한 번도 땀 안 나는 사람이 어딨냐는 것이다. 그거 맞죠. 땀도 안 나고 온도에 따라 체온도 변하고 하는 ...동시에 변온동물을 외쳤다.

 

송희진은 사촌 동생이 뱀을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지금 그 뱀과 꼭 같다고 했다. 지금 충분히 덥고 견디기 힘든 더위지만 나에겐 가장 활동하기 좋은 온도이며 그렇기 때문에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모든 것을 버티고 있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만일 내가 영영 변온성을 가진 인간으로 변해버렸다면, 그러니까 열대 기온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 확실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지 당장은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연구 기관에라도 알려야 할지 혹은 국립과학원이나 질병관리본부 같은 곳에 의논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질병에 걸렸다면 국가기관에 빨리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송희진과 공유하긴 했다. 대리님 혹시라도 무슨 일 있거나 어디가 갑자기 아프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꼭 말해주라고 부탁했다.

 

희진의 말과 나의 추측대로 내가 영영 변온동물로 변해버린 것이라면, 가장 큰 고비는 여름이 끝나고 서늘한 가을을 지나 혹한의 추위가 다가오면서부터 시작될 것이 분명하다. 구글이나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변온동물을 검색했다. ‘동물이라는 단어를 치며 약간 망설였다가 혹시 변온인간이라는 단어가 있을까 싶어 검색해보았지만 결과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언제부터 내 몸의 변화는 예고되어 있던 것일까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이 따뜻하고 기분 좋은 여름을 잘 보내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인경 씨 처럼> 희진이 건넨 말을 떠올렸다. 체력을 올리는 운동으로 달리기를 생각했다. 퇴근하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 앞에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청량한 기운이 훅 얼굴을 덮쳤다.

 

더위를 피해 삼삼오오 한강으로 모여드는 저들에게 지금의 기온은 아직 한여름의 그것과 같게 느껴질 것이다. 해가 더 빨리 지기를,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바람이 불기를, 빨리 신선해지기를, 열대야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여름을 붙잡아두고 싶은 나와는 정반대로 말이다.p141

 

가을 장마가 길어지고, 겨울이 왔다. 출근 준비 시간이 길어지고 잠옷을 입은 채로 그 위에 겉옷들을 껴입고 출근하는 날이 생겼다. 주말은 외출을 금하고 온풍기와 전기장판에 의지하며 지냈다. 느려진 걸음만큼 행동이나 말도 느려져 무슨 병이 걸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장기 휴직계를 내고 동면으로 들어가는 계획을 세운다. 몸에 맞지 않는 약을 먹은 듯 두통과 악몽을 겪다가 문득 오래전에 유튜브 채널에서 한 번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영상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일은 나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진과 인경이 겨울을 무사히 지내고 안전한봄에 다시 만나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을 수 있기를 바라는 두 여성의 이야기 [부디 얼지 않게끔]은 이 겨울 불안한 삶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난로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폴리 4부작 1[눈부신 나의 친구]는 레누와 릴라의 유년 시절을 그렸다. 2권은 릴라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면서 그녀들의 청년기가 시작되었다. 릴라는 여덟 권의 공책이 들어있는 금속상자를 주었다. 남편이 읽을까봐 집에 둘 수 없다고 했다. 릴라의 공책에는 첫 작품 [푸른 요정]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과 올리비에로 선생님의 무시를 받은 고통도 적혀 있었다. 내가 혼자만 중학교로 가게 되었을 때의 아픔과 분노, 구둣방에서 일을 배우면서 느꼈던 희열, 자신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에 구두를 만들기로 마음 먹은 심정, 구두가 완성했을 때 기쁨도 적혀 있었다.

 

신혼여행에서 릴라가 반항을 멈추지 않자 스테파노는 세게 뺨을 두 번 때렸다. 어찌나 아픈지 순간 릴라는 더 반항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말피 해변가 바위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고 둘러댔다. 나는 릴라가 그 지경이 된 것을 보고 목이 메어 그녀를 끌어안았다.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찾지 않았다고 했을 때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설에나 나올 법한 자신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냉정함이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게 이야기했다.

 

안토니오는 군대 면제로 솔라라 형제에게 의논했다고 나와 헤어지자고 했다. 릴라도 카라치 부인이 된 다음부터 하루가 다르게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솔라라 형제를 자극하러 가는 데,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상처받은 사내의 비참한 모습을 내게 드러내 보이려고 나를 이용하였다. 스테파노의 식료품점 주인이 되었고, 임신이 되었지만 유산이 되어버렸다. 릴라와 함께 길리아니 선생님 집에 초대되어 가보니 레누가 좋아하는 니노가 있었다. 선생님 딸과 교제중이었다. 릴라의 약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요양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름휴가로 두 달동안 이스키아 섬에서 지내게 되었다.

 

레누는 여름방학동안 니노가 이스키아 섬에 머문다는 것을 알고 있어 릴라에게 휴양지를 그곳으로 정하라고 했다. 그러나 운명은 니노와 릴라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다. 허탈한 마음이던 레누는 호시탐탐 노리던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와 원치 않는 관계를 맺게 된다. 나의 여성성을 일깨워준 사람이 그 인간이라는 사실이 소름이 껴쳤다. 니노와 릴라가 만나온 지 1년이 다 되어갈 때 임신이 되었고 집을 나와 23일 동거를 끝으로 그들의 관계는 끝이 났다. 안토니오는 공상당원들을 두들겨 패주러 갔다가 그들을 목격하였다. 릴라와 니노 둘의 모습을 보면서 경외심과 질투심을 동시에 느꼈다. 좋은 집, 남편과 식료품점, 자가용에 구두사업을 내팽개치고 한 푼 없는 학생 나부랭이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동네 청년들이 릴라에게 도움을 주기를 원했다. 어린 시절부터 리나를 좋아했던 엔초는 짐을 싸서 집에 데려다 주었다. 만약에 스테파노가 난리를 치면 다시 데리고 나온다고 했다. 릴라는 스테파노에게 임신했다는 것을 알린다. 리나는 사내아이를 낳았고 스테파노가 자기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주기 원했는데 언성을 높이며 다투어서 오빠의 이름을 딴 리노로 결정됐다. 릴라는 아들을 똑똑하게 만들려는 집착이 시작되었다. 스테파노는 아다와 바람이 났으면서 릴라의 외출에 신경을 썼다. 자신의 외도가 릴라의 외도도 정당화될까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레누는 피에트로와 사귀게 되었고 그의 부모님은 대학교수고 누나도 대학에서 강사를 한다는 것을 릴라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아다가 스테파노의 아이를 임신했고 리나에게 잔소를 해대기도 한다. 릴라가 말했다. “너 지금 네 어머니처럼 행동하고 있어.”(p588) 아다를 보면서 애인 도나토에게 버림 받은 아다의 엄마 멜리나가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레누는 논문을 끝내지 못하고 공책에 내게 일어난 일을 3인칭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일이 걸렸다. 피에트로는 졸업 선물로 반지를 건네어 소설을 쓴 노트를 선물로 주었다. 그의 어머니가 보고 출판을 하게 되었고, 책이 나왔다. 부모님은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다. 릴라는 엔초의 집에서 살면서 햄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밀라노 한 서점에서 독자 간담회를 하게 되었는데 내 소설의 현대성을 칭찬한 청년이 있었는데 니노 사라토레였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믿었던 신랑에 대한 배신으로 끝난 결혼식 피로연, 신혼여행에서 강단당하는 신부, 가정 폭력, 혼외정사, 가출, 맞바람, 임신, 이혼... 내용만 보면 세상에 이런 막장 드라마가 또 있을까 싶다. 날이갈수록 복잡해지고 엉클어지는 릴라와 레누의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뒤에는 두려움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2006, 첫 책이 나온 이후 약 100여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매년 작가 지망생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명섭 작가가 조언을 해주는 작법 에세이다. 책은 1장 계약서를 향해, 2장 계약서 들여다보기, 3장 작가의 의무로 구성되어 있다.

 

계약서가 필요하다고요.

그게 없으면 책을 낼 수가 없다니까요!”

 

계약서가 필요하다. 출판사와 작가가 서로 잘 모르거나, 특히 작가가 첫 책을 내는 상황이라면 출판사는 계약서를 내밀기 전까지 엄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계약서를 손에 넣으려면 일단 글을 써야 한다. 잘 쓰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잘 써야 한다. 출판사는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의 원고를 비롯해서 난다 긴다 하는 국내 기성 작가의 원고를 통해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다.

 

출판사와 친구 되기가 작가가 되는 첫 번째 길이자 계약서와 만나는 첫 관문이다. 대부분 출판사는 편집자나 대표 이름으로 된 SNN 계정이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인데 두 개 정도만 활동해도 된다.

 

작가 지망생이 작가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불치병이 몇 가지 있는데 치명적인 것이 설정 병본전 병그리고 자랑 병이다. 설정 병은 글은 쓰지 않고 설정만 주구장창 쓰는 병이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감 부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무서운 게 바로 포기 병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중간에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내 글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글에 집중하겠다고 하던 사람을 기억한다. 이야기를 창작하기 시작했으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완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저자는 십 년 넘게 글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늘어난 감정은 겸손함이라고 하였다. 출판이라는 시스템이 가장 잘 쓰는 사람부터 책을 내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다. 작가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필수 요소인 문장 이외의 것에서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훈련과 반복으로 갖출 수 있다. 문장 역시 근본적인 부분은 어렵지만 반복된 글쓰기 훈련을 통해 읽기 쉽도록, 혹은 세련되게 쓰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

 

모든 글의 시작점이자 마무리가 바로 자료 조사다. 인터넷 외에 자료 조사를 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바로 사람이다. 정확하게는 필요한 정보를 가진 사람과 인터뷰해서 알아내는 방식이다. 참고로 인터뷰를 하려면 사전에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녹음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거부감을 줄 수 있다. 녹음한 것은 반드시 재생해봐야 하는데 며칠 사이에 두세 번 정도 들어보고 내용을 파약해야 한다. 글을 쓰는 일이란 좌절하고 그 좌절에서 벗어나는 일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져서 성과를 내는 작업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숙한 용어 로그라인을 만들라고 한다. 공모전 심사 정도를 제외하고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지루한 일이다. 어떤 내용인지 한 번에 파악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주인공이 어떤 고난과 역경을 겪을지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저자는 습작 다음으로 작가의 실력이 늘어나는 때가 바로 초고를 수정하는 단계라고 한다. 정리되지 않은 거친 글들을 깎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계약서를 볼 때 가장 신경 써서 봐야할 부분이 바로 인세와 관련된 부분이다. 서점마다 진열 방식이나 배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 어떻게 진열되는지, 그리고 비슷한 책들이 어떤 게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자책은 종이책처럼 인세 비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걸 보면 된다. 작가에게 주는 인세는 많게는 50퍼센트부터 10퍼센트를 조금 넘는 경우까지 있다. 웹소설이 아니라면 아직 종이책에 비해 전자책의 판매 비중이 낮기 때문에 큰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 저자는 다섯 가지 사항 중에 두 가지 이상이 이상하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세 가지 이상 문제가 있다면 계약은 포기하거나 혹은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출판사를 찾고 계약서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좋은작가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파주 출판도시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던 카페는 출판사 편집자들의 대나무 숲이었다. 편집자들이 어떤 일로 열 받아 하고 힘들어 하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평판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평판이 좋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점점 밀려 날 것이다. 타인에게 폐를 안 끼치고, 편집자들에게 갑질 하지 않고, 약속한 일정을 잘 지키면 된다. 동료 작가를 항상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교류도 필요하다.

 

저자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글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했고, 그 시작점인 계약서를 소중하게 생각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계약서를 바로 쓰거나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계약서를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그걸 계속 맛보려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계약서를 분석하는 이 작법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콘트라바스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우리 시대 최고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다섯 번째 책으로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콘트라바스 연주자인 한 예술가의 고뇌를 그린 남성 모노드라마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콘트라베이스]는 사실 없는 말이다. 독일어권에서 이 악기를 콘트라바스, 영어권에서는 더블베이스라고 부르는데, bass가 독일어로는 바스로 발음되지만 영어로는 베이스로 발음되는 점에서 혼동이 일어나 콘트라베이스라는 정체불명의 단어가 탄생했다. 이 작품은 쥐스킨트가 어느 작은 극단의 제의로 쓴 책으로 발간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국립 오케스트라 소속 콘트라바스 연주자라고 소개한다. 콘트라바스 열두 대가 한꺼번에 마음먹고 소리를 내면 전체 오케스트라가 누르지를 못한다. 오케스트라에 지휘자는 없어도 되지만 콘트라바스는 없으면 안 된다. 콘트라바스가 없는 오케스트라는 상상할 수 없다. 콘트라바스는 지휘자를 포함해 나머지 모든 오케스트라를 받치는 기본 골격 같은 것이다. 비유하자면 웅장한 건물을 세우는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바스 소리는 위층뿐 아니라 맨 아래층의 건물 관리인과 옆집까지 울려 퍼져 나간다. 다들 전화를 해서 시끄럽다고 난리다. 깊은 울림에서 나오는 힘으로 소리 자체만 놓고 보면 플루트나 트럼펫이 콘트라바스보다 더 크다. 미국인들은 이걸 보디감이라고 부르는데, 이 악기를 사랑하는 이유다.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 때는 1리터가 더 빠지고 아는 바스 주자중에는 조깅과 근력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는 동료들이 있다. 바스 연주는 결국 체력 싸움이다. 음악적 역량과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콘트라바스를 연주하는 어린아이들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열일곱 살에 시작했고 지금은 서른다섯이다.

 

악기가 큰 덩치여서 다루기가 무척 힘들고 우선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질질 끌고 다녀야 한다. 바닥에 쓰러지기라도 하면 무게 때문에 쉽게 망가진다. 차에 실을 때도 조수석 의자를 떼어 내야만 간신히 들어간다. 손님들이 오면 녀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여자와 단둘이 있을 때도 무슨 짓을 하는지 감시한다.

 

오케스트라의 콘트라바스 주자 여덟 명 가운데 사랑의 굴곡을 겪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공무원 아버지는 음악에 관심이 없었고, 반면 여린 어머니는 플루트를 연주하셨다. 아버지를 증오로 공무원이 아니라 예술가가 되기로 했고, 어머니에 복수로는 가장 크고 다루기 힘들며 가장 솔로를 하기 어려운 악기를 골랐다.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하는 동시에 공무원이 되었다. 국립 오케스트라의 제3열에 앉은 콘트라바스 주자가 되었다는 말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126명 가운데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면서 바그너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남자가 사랑하는 메조소프라노 사라는 구내식당에 오는 경우가 드물어 밖에서 식사하는 일이 많다. 주로 나이든 남자 가수들이 식사 초대를 하는 것 같다.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에서 그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 젊은 아가씨가 오십이나 먹은 테너와 그런 데서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 나의 벌이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그런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에 갈 수 있고, 필요하다면 도버 서대기를 52마르크나 주고도 사 먹을 수 있다. 그러는 게 역겨워서 안 하는 것뿐이다

    

당연히 사라를 잊으려고 노력해 봤다. 하지만 리허설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 천사 같은 목소리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 자체로 지적이라는 것을, 물론 그런 목소리를 가진 여자가 실제로는 아주 멍청할 수도 있다.

 

힘없는 목소리로 이야기 하다 씁쓸하게 웃기도 하고, 한숨을 내쉬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힘을 낸다. 때로는 일어나 맥주를 가지러 가다가 콘트라바스에 걸려 넘어진다. 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직접 모노드라마가 보고 싶어진다. 총리까지 참석하는 큰 무대에서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국립 오케스트라의 따분한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겠다고 하는 이 결심이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지만 한 평범한 시민의 절망감뿐 아니라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마음에 심금을 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