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역사 세미나리움 총서 9
스티븐 미슨 지음, 윤소영 옮김 / 영림카디널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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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prehistory of the mind>이다. 마음의 선사시대사? 정도가 더 정확할까? <마음의 역사>라고 하니 카렌 암스트롱의 <마음의 진보>같은 내용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mind'라 하면 마음 외에 사고, 인식이란 의미도 있으니 내가 쓰는 이 리뷰에서는 '마음'이란 용어 대신에 걍 'mind'라고 하겠다.

 

선사시대, 구석기, 인간은 어떻게 인간으로 진화했는가, 4만년 전 인류 문화의 대폭발,,, 이런 쪽으로 혼자 삽질하며 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이 책이 속한 쟝르는 고고학 중 인류 조상들의 정신 세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고찰하는 ‘인식고고학(Cognitive Archaeology)’이라고 한다. 두개골 안쪽을 살펴 뇌의 모습과 기능을, 그들이 제작해 남긴 석기를 통해 지능을, 장신구를 통해 사회성을, 예술 작품과 기타 등등,,, 을 통해 종교의식과 언어능력을 연구한다. 아, 물론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도 연구하고.

 

'mind'의 진화는 5천5백만년 전 인류의 진화와 함께 시작한다. 직립 보행을 하고 고기를 먹고 뇌가 커지고 도구를 만들고 집단 생활을 하면서 스위스 아미 나이프처럼 각각 특수한 행동영역을 담당하던 지능이 점차 발전해가며 통합된다. 결국  인간의 'mind'는 사회적 지능, 자연사 지능, 기술 지능 그리고 언어지능이 통합되어 형성된 것이다. 이 과정을 저자는 성당 건축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본당을 먼저 건설한 후 주위에 부속예배실을 지어 점차 건물을 늘리고 완성해 가는 과정에.

 

네안데르탈인까지 계속 용량이 커져만 가던 뇌는 크로마뇽인에 이르러 성장을 멈추고 오히려 작아지며 크기 키우기 대신 기존 지능의 통합 쪽으로 발전한다. 그러다 드디어 4만년전, 동굴 벽화와 조각상 등 예술을 창조하는 등 ‘문화의 폭발’을 낳았다. 이런 발달한 지능으로 당시 인류는 복잡한 도구를 고안하여 대형동물을 사냥하고 보트를 만들어 오스트레일리아에까지 진출한다. 돌 아닌 뼈로도 도구를 제작하여 바늘을 이용하여 추위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는 옷을 지어입고 인간이 살기에 너무 추운 지역까지 진출한다. 'mind'의 진화의 완성은 바로 진정한 호모 사피엔스의 출현인 것이다. 이에 인류는 1만년 전쯤부터 수렵채집인에서 농경인으로 변화하였다.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사시대'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구분짓는 특징, 언어와 높은 지능 같은 특질들이 발생한 것이 바로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대한 이해는 사람됨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한 바른 인식을 낳는다.

- 9쪽에서 인용

 

 

 

 

지난 빙기의 끝에서 사람들이 엄청난 환경 변화에 직면했을 때, 그들로 하여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바로 인식의 유동성을 지닌 마음이었다. 어느 지역에나 농경으로 이어진 역사적 경로가 있었다. (중략) 농경의 씨앗이 처음 뿌려진 것은 1만년 전이겠지만, 그것이 마음 속에 처음 자리잡은 것은 중기와 후기 구석기 시대의 이행기였다. 현대 세계의 뿌리가 되는 것은 농경의 탄생 시점이 아닌 바로 이 시기였다.

- 325 ~ 326쪽에서 인용

 

그동안 나는 중세사가 재미있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현대인의 불합리한 면을 중세 문화사나 민중신앙 쪽 미시사가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새 구석기 시대 쪽을 조금 읽다보니, 현대인의 모든 정신세계의 기틀은 4만년전 구석기 시대에 다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 재미있는데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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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2017-03-07 0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석기시대 이야기 리뷰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석기시대나 청동기 시대가 끌리는 면이 많은데, 실제로 할만하거나 읽을만한 얘기는 많지 않은 거 같아요.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처음 접했을 때는 무척 감명깊었는데, 껌정드레스님 리뷰들을 읽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좁은 영역에서 통하는 주장이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 석기시대 의식에 관한 부분이나 그 관련된 부분이 나왔던 책 중 재밌었던 책은 2권이 있었습니다. Chris Stringer는 <Lone Survivors>에서 인류의 진화를 자신의 연구경험과 함께 내용은 학구적이면서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도록 너무 건조하지 않게(연구수단을 자세히 설명하므로 어쩔 수 없이 건조한부분이 있음) 나름대로 균형을 잡아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일즈 2017-03-07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안데르탈인 부분도 적지않게 할애하고 있고, 특히 원인류에서 현생인류까지 오는 단계를 단순히 선형으로 설명하지 않고, 진화의 실제 과정을 포함하려는 노력을 많은 영역에서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안에 석기시대 의식에 관한 내용도 심심찮게 등장하고요.
그리고 Thomas Metzinger <the Ego Tunnel> 이 있습니다. 이 책은 직접 석기시대 의식을 다루지는 않는데요, 의식의 기본 구조에 대한 대담한 주장들이 담겨있습니다. 그 기본 구조에 석기시대인들이 의식을 갖게 된 과정에 대한 간접적인 이해가 꽤 담겨 있는 거 같습니다.
석기시대 글들 보면서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많이 올려주세요~~

자유도비 2017-03-08 23: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마일즈님. 책 소개 감사합니다. 나중에 읽어 보겠습니다.
구석기인들이 도대체 뭔 생각으로 동굴벽화를 그리고 여인상을 만들었나, 이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은 말씀대로 인간의 의식 발전과정에 대한 공부가 되어야 할 것같네요.

2020-05-17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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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전에 저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전작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출판 전문잡지 <기획회의>에 연재되는 독서 칼럼을. 처음 저자의 글을 읽었을 때,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히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 관심이 갔다. 영리하게도, 저자분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연출'하신다.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이 웃기고 재미있다고 한다지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엄청 진지하다. 가벼운 말장난 개그 스타일로 웃기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미리 세팅해놓은 무대배경에서 차근차근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반전을 일으키는 상황으로 웃긴다. 마치 저자는 자신의 글을 읽어갈 관객의 심리를 미리 알고 밀당을 즐기는 것 같다. 아래처럼.

 

진돗개가 그렇듯 장서는 한 주인만을 섬긴다. 주인을 잃은 장서는 안타깝지만, 애물단지에 지나지 않는다. (중략) 이런 이유로 헌책이나 희귀본 수집가들에게 최고의 대박 기회는 다른 교양있는 장서가의 죽음이다.

- 본문 20쪽에서 인용.

 

책은 <독서만담>이라는 제목답게 경쾌하게 일상의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의 전작 <그래도 명랑하라 ~ >처럼 가족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기획회의> 칼럼처럼 책 소개로 끝난다. 이 과정에서 아내와 소소한 일로 다투고 삐졌다가 항복하는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저자는 스스로를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가부장으로 정해놓고 그런 자신을 궁지로 몰아 스스로 망가뜨려서 독자에게 웃음을 준다. 일부러 옛 왕조의 유물처럼 이 시대 사람들은 일상 생활에 안 쓰는 한자어를 사용하여 서술한다. 그래야 결말에서 상황이 반전될 때 낙차로 인해 그 웃음의 효과가 증대되니까. 이런 점에서 나는 저자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연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상 설겆이하고 빨래 개고 마트에 장 보러 가면서도 저자는 가부장의 권위 운운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는다. 이는 설정이다. 결코 저자가 가부장의식에 찌든 보수 아저씨여서가 아니다. 저자는 이런 허위의식을 간파하는 즐거움까지 독자에게 줄 것을 계산하고 웃음을 준다. 영리하시다. 퇴고를 많이 하시는 걸까, 아니면 타고난 능력일까? 근래에, 이렇게 날  정신줄 놓고 웃게 만들면서 한편 저자의 스타일을 분석해보고픈 학구적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분은 없었다.

 

책 내용 자체도 즐거웠다. 나 또한 독서광이기에. '표지 디자인의 무성의함을 이데올로기로 삼는 까치 출판사(30쪽)'라는 대목과 '만약 꼭 책을 베게로 삼고야 말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글항아리 책들을 권한다. (69쪽)'라는 대목은 아마 어지간한 책벌레라면 다들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셨으리라. 뭐, 까치 책의 표지 디자인이야 30년 동안 변함없지 않습니까? 글항아리야 돌항아리 아니겠습니까? 뿐만 아니다. 책을 사랑하는 방법에 따라 독서인을'육체파'와 '정신파'로 나누는 대목도 정말 공감이 갔다. 저자에 따르면 책에 밑줄 치고 메모하고 침 묻혀 책장 넘겨가며 책을 읽는 사람은 '육체파'이고, 보물처럼 아껴서 책을 소중하게 읽는 사람은 '정신파'라고 한다. 흠, 저는 줄을 빡빡 쳐가며 읽는데다가 특별히 좋아하는 책은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자다가 깰 때마다 쓰다듬어 보는데요? 저는 육체파 + 변태파인가요? 뭐 이런 생각도 읽어가며 하고, 저자가 맛깔나게 소개하는 책 제목을 메모하기도 하고,,, 그렇게 읽어가는데, 어머나,

 

김현의 저작은 눈이 좀 아프더라도 누런 구형 종이 위에 오밀조밀 박힌 글씨로 읽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것이다. 이제 막 진지한 독서를 시작한 대학 시절이나 초보 직장인 시절에 나왔던 책은 그 시절의 책으로 읽어야 제맛이 느껴진다.

- 33쪽에서 인용

 

내 서재는 나와 함께 늙어갈 터이고 언젠가는 아내나 딸에 의해서 묘지(헌책방)로 실려 가겠지.

- 59쪽

 

위 문단처럼, 통찰력 있고 은근 쓸쓸한 문장들도 리모콘을 들고 쇼파에 누워 티비 채널권을 외치는 가부장처럼 곳곳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대놓고 '사랑해요'라는 말을  못 하기에 어버이날에 어머니께 꽃을 달아드리면서 '꽃에 사랑합니다, 라고 적혀 있네요'라고 말한다니,,, 이런이런. 다만 실컷 웃으려고 주문해 읽은 책인데 감동까지 주다니, 이 저자분 스타일, 정말 독특하시다. 정말이지, 다음 책도 기대가 된다.

 

서울애들은 '김밥천국'식당을 줄여서 '김천'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나는 외가가 김천이기에 김밥천국 앞을 지나칠 때마다 외삼촌과 사촌들을 그리워했는데, 이제 다른 남자분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직원이 알아볼까봐 매일매일 다른 츄리닝으로 갈아 입고 김밥천국에 가는 어떤 분 말이다.

 

 

*** 옥의 티.

 

1

그리스인들이 알파벳을 발명함으로써 지식의 대중화를 가져왔다는, 다른 역사서에서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통찰을 서두에서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이 단지 서양 역사의 입문서나 요약서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191쪽

=> 알파벳 발명은 그리스인이 아니라 페니키아인. '그리스 식 알파벳 발명'의 오타가 아닐까 싶다.

(중요한 내용은 아닌데, 그동안 역사책 읽으면서 오류 넣어 쓰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요. 죄송 )

 

2

젊은 날의 초상, 변경, 태백산맥, 장길산 정도만 곱씹어도 짧은 인생이다. 인터넷과 게임 그리고 알바 세대가 쓴 작품이 내가 곱씹어 읽을 정도로 공감과 추억을 줄 리가 없다.

- 58쪽

=> 저자분의 의도는 알겠는데,  좀 생각해보시고 이 문장을 고쳐 보신다면 책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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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6 0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유도비 2017-03-06 13:19   좋아요 1 | URL
박선생님, 언짢게 느낄 수도 있는 부분을 흔쾌히 답해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인걸요. ^^

박균호 2017-03-06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마운 배려이신거죠 ㅎㅎ 정말 고맙습니다
 
선사 시대 - 원시 인류의 생활과 문화 브라보 시리즈 16
조반니 카라다 지음, 이희정 옮김 / 사계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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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밤마다 찾아오는 우리 석기 씨 책 이야기 시간. 오늘은 이탈리아 생물학자인 조반니 카라다 선생이 쓴 <선사 시대>다. 사실 이 책은 두 달 전에 읽었다. 그런데 선사 시대 관련 독서를 시작할 때 초기에 읽었기에 내게 배경 지식이 없어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쓸 수 없었다. 다른 책들 좀 읽고 나서 다시 이 책을 펴드니, 이제야 이 책의 진가를 알겠다. 이 책, 매우 훌륭하다.

 

이 책은 선사시대 독서 초보자가 시작하기에 딱 좋다. 분량은 얇지만 내용이 매우 집약적으로 꼼꼼하게 들어가 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부터 시작해서 호모 속에 속한 다른 고인류를 설명한 후, 호모 사피엔스가 전 지구에 퍼져 살게 된 과정을 추적해 보여준다. 수렵, 채취를 하던 구석기 시대 생활상을 소개하고 세계의 선사 미술과 호모 사피엔스의 지적 능력 발달과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이어서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야생 식물과 동물 길들이기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촌락이 발생하고 인구가 증가하고 전염병이 돌고 불평등이 시작된다. 마지막 장은 '최후의 선사 시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는데, 선사시대가 문자 발명과 고대 문명 탄생으로 막을 내린 것이 아니라 유럽인들의 침략으로 끝났다는 견해를 밝힌다. 서구 침략자들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과 유라시아 북극 근처에서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취나 신석기 시절의 농경 생활을 하던 원주민들의 문화를 말살한 것을 일컫는 것이다. 이 부분이 특히 좋았다. 

 

쿵!(Kung)족

남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부족으로 '부시맨'이라고도 한다. 부족 이름인 'Kung'을 발음할 때 공기를 들이마시라는 뜻으로 '!'을 넣어 표기한다. 이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렵, 채취 생활을 한다. 이런 이유로 인류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는 부족 가운데 하나이다.

- 본문 42쪽에서 인용

 

위에서처럼, 본문은 물론, 옆에 관련 용어 설명이 상세하다. '!쿵족' 발음법에 대한 위의 사항은 다른 두꺼운 학술 서적에도 없던 설명이었다. (주의! 옆에 사람 있을 때 소리내어 발음해보지 마시라. 지시대로 발음하면 코고는 소리 비슷하게 난다.)

 

이 책의 이탈리아 원서가 2000년에 나온 것이라, 비교적 최근까지 연구 성과가 반영되어 있는 점도 좋았다. 구석기 동굴 벽화가 많은 동물을 사냥하기를 기원하는 목적이라고 쓰여지지 않고, 최근 견해도 소개되어 있다. 삽화도 고증이 잘 되어 있다. 선사시대라고 다들 똘이장군 패션으로 그려 놓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남아시아에 호모 사피엔스가 정착한 과정에 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다. 이 지역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날씨가 더워서 유골이나 유물들이 잘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아시아에 살던 호모 사피엔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 35쪽에서 인용

 

중동, 동남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 같은 곳에는 그러한 유적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의 사람들이 예술적인 감수성과 표현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 나무나 동물 가죽 같은 곳에 어떤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부식되어 버렸을 것이다.

- 71쪽에서 인용

 

선사시대 역사마저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침팬지 사촌인데도 유럽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는 것이 그동안 의아했는데, 이 책의 저자가 위의 두 문단처럼 이런 사실을 깨알같이 설명해 줘서 좋았다.

 

여러 면에서 맘 놓고 어린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정도 퀄러티라면 믿을만하다. 사계절 출판사의 브라보 시리즈를 다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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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일곱 딸들
브라이언 사이키스 지음, 전성수 옮김 / 따님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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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엔 석기 씨가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대한 책이다. 저자는 사람이 가진 미토콘드리아 DNA가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만 유전되는 것에 착안하여 현대인들의 모계 조상을 찾아낸다. 저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 유럽인들의 조상은 일곱 여성이라고 한다. 이 일곱 여성을 포함한 33명의 여성이 전체 인류의 조상이며, 이들의 조상은 아프리카에 살던 한 여성이다. 저자는 그를 이브라고 이름 짓는다. 이제는 상식으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최근 집필된 세계사 통사류 서적에도 점차 발췌언급되고 있어 궁금했는데 이번에 원전을 찾아 읽었다.

 

아프리카의 씨족들이 세계에서 단연 가장 오래되었지만 우리는 이들의 유전적 관계 역시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조상의 조상을 찾을 수 있다. 마침내 내 꿈이었던 전세계 인류의 완전한 모계 가계도가 만들어지려고 한다. 모든 씨족들은 아프리카인의 어머니이자 전세계 사람의 어머니인 단 한사람의 조상만이 남을 때까지 하나의 가지로 모아진다. 그녀의 존재는 미토콘드리아 DNA와 인류의 진화에 대한 1987년의 논문에서 이미 예상되었다. 나는 즉시 그녀에게 '미토콘드리아 이브'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전혀 아프리카식 이름 같지는 않다.  그녀가 바로 오늘날 60억이 넘는 전세계인의 모든 모계조상들의 뿌리이다. 우리 모두는 그녀의 직접적인 모계 후손이다.  (중략)

유전학은 현대인간의 기원이 약 15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음을 매우 분명하게 말해준다. 약 10만년 전 어느 때부터 현대인간은 아프리카에서 펴져나와 나머지 세계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 본문 287 ~ 288쪽에서 인용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은 과학서 답다. 미토콘드리아 DNA에 대한 설명과 연구 방법, 기존 학설과 존쟁, 현재까지 인정된 결과 등을 설명한다. 뒤쪽은 유럽인들의 조상 어머니인 이브의 일곱 딸들의 생애와 생존 당시 모습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내용이 있다. 우설라, 제니아, 헬레나, 벨다, 타라, 캐트린, 재스민이라 이름 지은 일곱 여성의 일대기를 들려준 후 후손들의 분포를 알려준다. 이 부분이 매우 재미있다. 기존 다른 구석기 시대에 대한 학술적 내용이 허구적 내용과 잘 어울려져 있다. 그래서 어떤 여성은 쌍둥이를 낳고 어떤 여성은 예술 작품을 창작하고 어떤 여성은 통나무 보트를 개발하며 어떤 여성은 늑대를 개로 길들인다. 그 시대에 있었을법한 일은 다 이들 일곱 조상 여성에게 골고루 배분해서 일어나게 짜 놓았다. 대단한 구성력에 필력이다. 

 

결국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생겨난 인류의 조상이 세계로 퍼져 나가 현대인이 되었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현대 유럽인의 80%는 4~5만년 전에 유럽에 살기 시작한 수렵인(크로마뇽인)의 후손이며 20%만이 근동에서 이주해온 농경민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같은 공통조상으로 연결된 존재라며 인종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많은 이야기들은 인종 분류의 생물학적 토대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내가 여기서 예를 든 것은 단지 빙산의 일각으로서 가장 쉽게 해독할 수 있는 유전자가 전해주는 분명한 메시지이다. 세포핵 속에 있는 수만개의 다른 유전자들도 같은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완전한 혼합체이자 서로 연관되어 있다. 각각의 유전자는 다른 공통조상으로 각기 연결되어 있다.

- 306쪽에서 인용

 

참, 이 책에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현대유럽인에게 없다고 하지만, 그건 아니다. 현대유럽인들에게는 크로마뇽인과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 이 책에 실린 연구를 하던 당시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고, 새로운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 점을 검색해서 더 알아보시면 즐거운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2017년 2월 말 기준, 내가 접한 가장 최근 연구 결과 뉴스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두뇌와 고환에서만 보인다고 한다.)

선사시대와 인류의 기원을 알아보려는 독자들의 필독서가 될 만 한 책이다. 현재 절판인데, 가까운 도서관에 없으면 중고로 구입해서 읽는 것도 괜찮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곱 딸들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저자의 문장력을 맛보시라는 의미에서 강추한다. 맛나고 영양가 높은 것은 나눠 먹던 구석기 시절, 이브의 딸의 후예답게 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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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기시대 경제학 (반양장)
마셜 살린스 지음, 박충환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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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석기 씨 이야기다. 지난 두 달간, 구석기 시대 쪽으로 50여권 읽었다. 이제 구석기, 하면 구남친 이름처럼 느껴진다. 석기 씨에 대한 책들 중 이 책은 독특하다. 별 경제도 없을 것 같아보이는 구석기인의 경제를 다루고 있다. 물론, 그 옛날 구석기인이 아니라 !쿵족 등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아메리카의 수렵채집경제민을 연구한다. 1972년 발간된 이 책은 이미 경제인류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데 한글번역본은 2014년에야 나왔다. (그러니까 2014년 이전 나온 국내 역사책에 이 내용이 있다면 그분은 원서로 보신 것. 진짜 공부하고 책 쓰신 것이다. )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제1장 '원초적 풍요사회' 부분이다. 저자는 수렵채집민은 구석기 수준의 기술적 무능력 때문에 많은 노동 시간을 들여 고된 노동을 하면서 굶주림에 시달린다는 우리 농경민의 생각이 편견임을 밝힌다. 오히려 그들은 농경민보다 다양한 식단을 즐기며 적은 시간을 노동하며 여가 시간을 즐긴다는 것을 풍부한 민족지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2장과 3장에서는  수렵채집경제의 '가족제 생산 양식'을 설명하고, 4장, 5장에서는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에 대한 비판을 통해 구석기 수준 경제 규모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물질적 교환관계를 사회, 정치, 도덕적 가치로 설명한다. 마지막 6장에서는 원시적 교역과 분배 체계를 분석한다.

 

사람들은 수렵채집인이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로 빈곤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마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히려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즉, 그들은 극히 제한된 물질적 소유로 인해 일상의 필요와 관련된 모든 걱정에서 벗어나 인생을 즐길 수 있다.

- 본문 44 ~ 45쪽에서 인용

 

(앞에 도표) 부시맨의 수치는 남성 1명의 수렵채집 노동을 통해 4~5명의 인구가 부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면적인 수치상으로 볼 때, 부시맨의 식량채집은 인구의 20% 이상이 그 나머지를 부양하는데 종사했던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농경보다도 더 효율적이다. (중략)  이는 각각의 노동 가능한 성인이 주당 이틀 반 정도밖에 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생산 능력이 있는 개인은 자신과 피부양자를 부양하고도 여전히 3일 반이나 5일 반을 다른 활동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 본문 54~ 55쪽에서 인용

 

전체적으로 저자는 신석기 혁명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현대 농경민들의 문명과 야만이란 이분법에서 벗어나 수렵채집 사회가 원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였으며 그들 경제 규모와 사회, 친족 관계에 맞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었음을 주장한다. 선물이나 증여, 공납, 교환 등등의 방식으로. 그들에게 수요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이란 없다. 이윤 추구 자체가 목적도 아니었다.

 

인류학, 고고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경제사, 선사시대사 등등 여러 분야에 관련 고전적 저술들이 신나게 인용되지만 신기하게도 다 아는 이야기같다. 증여, 덤, 빅맨 관련 전문연구인데도 걍 1970 ~ 80년까지 외가집(경상도 종가집) 명절 때 늘상 보던 풍경 이야기다.

 

물건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폐기처분 방침이 인간에게도 적용되는데, 이는 앞서 논의한 것과 유사한 용어로 기술할 수 있고 또 유사한 원인에 귀속시킬 수도 있다. 이들 다소 냉혈한적으로 들리는 용어에는 휴대성의 한계점에서 발생하는 수익 감소, 최소한의 필수도구, 복제의 배제 등이 있는데, 이는 바로 영아살해, 노인살해, 수유기 성적 금욕 등 대다수 수렵채집민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는 관행의 다른 이름이다. 아마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러한 장치를 고안해냈을 것이라는 추정은 ‘부양’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데리고 다닌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면 사실일 것이다.

- 71쪽

 

석기 씨에 대한 책들 읽어나가다보면 우리 인간 사고방식의 근본틀이 이 시대에 다 완성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구석기인들의 원초적 관념을 덮고자 강제하는 사회제도나 도덕 등등이 다 진보며 정의는 아닌듯. (이건 이 책의 주내용과 상관없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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