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사
구태훈 지음 / 재팬리서치21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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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폴 발리의 <일본문화사>를 읽다가 잠시 덮어 두었다. 서양 저자의 일본 관련한 역사서를 읽으면 저자의 공부 부족인지, 일본의 국력 덕분인지 고대사 부분에서 한반도의 영향을 거의 서술하지 않거나 축소, 왜곡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열 받는다. 그래서 국내 저자의 일본 문화사를 다시 찾아 보다가 이 책을 만났다. <일본사 파노라마>를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믿고 골랐는데 다 읽은 지금 나의 선택에 만족한다.

 

저자는 일본 문화를 고대, 중세(가마쿠라 바쿠후 성립부터), 근대(아즈치 모모야마 시대, 즉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시대부터)로 크게 나눠 서술한다. 더 자세히 메모해 놓자면 이러하다, 일본의 신석기 시대이며 조몬 토기로 유명한 조몬 문화 - 벼농사를 시작한 야요이 문화 - 초기 왕조가 성립한 고분 문화 - 쇼토쿠 태자와 호류지 금당 벽화등 불교 문화가 유명한 아스카 문화 - 천황을 칭하기 시작한 하쿠호 문화 - 도다이지 대불로 유명한 나라 시대 - 교토로 천도하며 일본적 문화가 완성된 헤이안 시대 - 최초의 바쿠후가 성립한 가마쿠라 시대 - 다음의 바쿠후인 무로마치 시대 - 화려한 아즈치 모모 야마 시대 - 도쿠가와 이에야스 바쿠후가 성립된 에도 시대. 저자는 메이지 유신 이후 메이지 시대 - 다이쇼 시대 - 쇼와 시대 - 현재 헤이세이 시대는 다루지 않는다. 아무래도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문화를 살펴 보려면 다시 폴 발리의 일본 문화사를 읽어야 할 것 같다.

 

가부키나 조루리 등 일본 전통 유예들이나 우키요에 등 일본미술사, 무사도, 하이쿠 등등 각각의 주제별 책으로 읽었던 내용을 통시적으로 한번에 꿰어 기원과 변천의 맥락을 파악하며 읽는 재미가 좋다. 좀 지루하지만 이렇게 이따금 통사류 이론서를 읽어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가마쿠라 바쿠후 시절의 무사도와 에도 시절 무사도의 변천을 한 눈에 비교하며 읽을 수 있었던 것 , 또 그동안 메이지 유신 관련한 역사서에서 미토번의 미토학이 존왕론의 원류가 되었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이 책을 통해 1657년 미토번에서 편찬한 <다이니혼사大日本史>에 관여했던 학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학풍이 미토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아무렇게나 내가 주워 모아 놓은 서 말의 구슬을 이 책이 꿰어 보배를 만들어 주었다고나 할까.  한편 일본이란 나라의 지리적 특수성 때문인지, 청동기와 철기가 별 시차없이 동시에 전래된 점, 그리고 주자학 양명학, 고증학 등 유학들 역시 별 시차없이 한꺼번에 전래된 것도 흥미롭다. 에도 시절에 이미 여러가지 실용서가 발간되어 인기를 끈 것을 보니, 일본의 세세한 실용서 출판 강세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라 전통과 역사가 있음도 알게 되었다. 다시 한번, 나같은 독학 독서인에게 통사류 이론서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느낀다.

 

구태훈 저자의 책은 이제 2권 읽었지만, 내용 설명과 전개가 깔끔해서 내 취향에 맞는 느낌이다. 쓸데없는 "작가의 개입"이 없어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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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 지리 서남동양학술총서 5
류제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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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뻔한 평이지만, 이 책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화장하는 여자 입장에서 말하자면 메이크업 베이스 같다. 중세 회화 식으로 말하자면 프레스코화의 바탕이 되는 회칠같다. 이 책 자체로는 큰 효용이 없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다른 중국 관련 서적을 접하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중국은 정말 땅덩이가 넓다.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일기예보에서,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겠습니다'라는 예보를 이해못한다는 우스개가 있듯이. 그래서 어느 분야를 파더라도 중국의 역사지리에 대한 바탕 지식이 없다면 깊은 이해가 어렵다.

 

나도, 이 책을 좀 늦게 만났다는 후회가, 즉, 그 동안 읽었던 중국 관련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설렁설렁 넘어가 버린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지형의 변천이나 농업 지리, 인구 이동과 한족의 형성에 대한 내용은 정말 탁월하게 궁금증을 풀어 준다. 하다못해, <삼국지>를 읽더라도, 삼국의 수도를 왜 그 위치에 잡았는지 하는 점, 전란 와중에 손실된 농토와 유이민에 대한 생생한 보고 등을 이 책을 통해 접했으니, 이제 더욱 <삼국지>를 즐길 수 있으리라. 오호라, 정말 기본 중의 기본 필독서로고,,,, 

 

세계사 시간에 언뜻 지나갔던 한무제의 도로 정비라든가, 수나라의 대운하 등 백문이불여일견 격 지도가 충실히 실려 있다. 각 왕조별 고도의 성곽 위치도 나와 있어 이해를 돕는다.

 

제 7편의 '도시 지리의 역사적 변천' 부분에서 장안, 낙양, 개봉, 남경, 베이징 등 6대 고도의 역사적 편천과 정치, 지리적 배경을 설명한 부분이 제일 재미있었다. 그 앞 부분은 조금 지루하다. 솔직히, 의무감으로 읽은 부분도 있었다. 앞부터 읽다가 질린 독자는 제 7편이나 부록의'중국지지'를 먼저 읽는 것도 좋겠다.

 

단, 어느 정도 중국사에 대해 배경 지식이 있는 독자가 읽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함양과 장안과 시안이 같은 도시라는 정도, 중국 왕조사를 외우는 정도는 메이크업 베이스 이전의 로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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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1
질 베갱 지음, 김주경 옮김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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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디스커버리 도서야 워낙 정평이 나 있으니 뭐 더 할 말은 없다. 얇지만 화보가 잘 되어 있어 좋다. 다른 베이징이나 자금성을 배경으로 다룬 책들 읽으면서 틈틈이 들춰 보기 좋은 책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책은 베이징이 대도라는 이름으로 처음 중국 왕조의 수도가 된 원나라 시기부터 출발한다. 칸의 도시란 의미의 칸발리크라고 불리던 몽고족 통치자의 시기를 거쳐 지금의 베이징 모습을 갖추고 자금성을 건설한 시기는 명나라 영락제 때이다. 그 이후 자금성은 명, 청 2왕조의 황제가 거주하게 되며, 각 황제마다 자금성을 보수, 증축하는 역사가 이어진다. 최근에는 서태후의 이화원 건축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선통제 푸이를 끝으로 자금성은 중국 인민의 재산이 된다. 뜻밖에, 중국사에서, 그 오랜 역사와 수많은 왕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남아있는 궁궐은 자금성 밖에 없다. 새 왕조가 전 왕조의 궁궐을 불태우는 전통 때문이다. 그러나 만주족 황제는 어찌된 영문인지 명의 궁궐을 보존했다. 그리고 청일전쟁과 문화혁명 등 거센 중국의 근대화시기를 거치면서 자금성은 살아남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다.

 

언뜻 언뜻 알고 지나치던 사물을 정확히 알고 보게 되는 기쁨을 주는 책이다. 뭐, 예를 들면, 영화나 소설에 언급되는 중국 풍물 묘사를 제대로 시각적으로 알게 된다거나, 서울 용산 드래곤 힐 스파 정문에 있는 사자상이 자금성 태화전과 건청궁 앞 계단의 황금 도금 청동 사자상을 카피한 것이었군,하는 소소한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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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강의
이중텐 지음, 강주형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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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이중톈 교수가 2005년 중국 CCTV강의를 통해 인기를 얻고 나서, 그 강의 내용을 낸 책이다. 책 소개글이나 책 표지, 날개에는 그런 언급이 전혀 없는데, 저자 후기를 보니, 항우와 유방, 한신 외 소하, 조참, 장량, 진형, 여치에 대한 글은 다른 저자인 궈용젠 박사가 집필했다. 책 앞장에도 공동저자로 표기되어 있지 않은데, 독자로서 우롱당한 기분이다. 언짢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한나라 수립 초기의 역사, 즉 초한의 대립에 대한 부분 설명은 없다. 그냥 초한지에 등장하는 인물평이다. 나는, 큰 맥락외에 다른 인물들의 활약사를 잘 몰라서 항우, 유방, 한신 외의 인물에 대한 품평은 와닿지 않았다. 전적으로 나의 무지탓이리라. 곧이어 <삼국지 강의>를 읽는데, 삼국지편은 잘 이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하다.

 

역사 자체보다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결과 어떻게 되는가를 더 잘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유방은 역사의 승자로 건조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항우는 문학과 설화, 연극 등으로 더 긴 생명력을 갖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유를 알게되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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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강의 - 역사와 문학을 넘나들며 삼국지의 진실을 만난다!
이중텐 지음, 양휘웅 외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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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이중톈 교수가 중국 CCTV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거의 강연할 때의 어투 그대로 구어체로 표기되어서 500쪽이 넘는 분량이 쉽게 읽힌다. 단점은 적벽대전 당시 조조군에 돈 전염병이 싸스, 조류독감이었다는 식의 현장에서나 먹히는 농담까지 그냥 실려 있다는 점.

 

삼국지를 안 읽었거나, 읽었어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이 책이 좀 당황스러울 것 같다. 전체 맥락 설명없이 바로 조조 인물분석으로 들어가면서 관도대전이 지나치고, 손권과 유비 인물평이 나오면서 적벽대전을 언급한다.하지만 삼국지 매니아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편역자에 따라 달라지는 정도가 아니라, 이 책은 삼국지의 인물과 사건들에 대해 아주 다양한 각도의 이야기를 구수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로 아는 삼국지는 소설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이다. 알다시피, 중화주의적 관점이 강해, 유비의 촉한을 높이 평가하고 조조를 깎아 내린다. 그리고 제갈량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주유나 노숙은 업적을 축소해서 서술한다. 저자 이중텐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하여 소설 <삼국지연의>뿐만 아니라 진수의 <삼국지>, 범엽의 <후한서>, 사마광의 <자치통감>등의 역사자료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황을 재구성한다. 정사, 야사, 문학, 민간전승까지 관심을 가지고 기존의 삼국지 연구자들의 견해를 골고루 소개한다.

 

인물들을 그 인성 자체보다 시대상황에서 그 인물의 그런 성향이 발현될 수 밖에 없음을 지적하는 점 - 조조를 '사랑스러운 간웅'이라 평하는 장면 - 을 읽으면, 비단 1800년전 남의 나라의 허구 범벅 이야기와 역사지만, 와 닿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당신이 삼국지 매니아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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