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자의 미소를 보는 것은 행복하다.

 

절차상 문제는 있었지만, 뜻밖의 돈이 생겼다. '사람은 미워하되 돈을 미워하지 말라'는 명언이 있다. 누가 한 말이냐고 묻지 말라. 내가 방금 지어냈다. 이왕 입금된 돈, 가족과 친구들에게 잘 쓰면 된다.

 

그래서 설 연휴 마지막날인 어제, 봉투 네 개를 준비해 가족 식사 자리에 나갔다. 나 아니면 집에 오는 손님도 없기에 언니의 행복을 위해 우리는 명절이면 밖에서 만나 식사하곤 한다. 명절 손님 핑계로 일거리 만들어 권력 행사하려 드는 언니의 시어머니가 싫어서 내가 제안했다. 언니의 시어머니가 누구냐고 묻지 말라. 내 친어머니시다.

 

사실, 설날이라고 굳이 만나서 같이 밥 먹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어린 조카들이 세뱃돈 받을 기회는 주어야 하지 않은가. 그렇다, 동심은 돈으로 지켜 줘야 한다. 그건 고모의 의무다.

 

조카는 둘인데 봉투 네 개를 준비한 이유는 평소 간절히 해보고 싶은 대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긴긴 인생, 이런 에피소드라도 있어야 늙어서 요양원 침대에 누워 회상할 거리가 있지 않겠는가.

 

만나서 밥 다 먹고, 후식 먹을 때,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사를 쳐 보았다. 나는 봉투 네개를 꺼내 돌리며,

 

껌정 : 자, 다들 하나씩 받으세요!
오빠 : (어리둥절) 왜 우리도 줘?
껌정 : (무심하게) 이번에 내 책이 대만에 팔려서 꽁돈이 생겼는데 쓸 데가 없어서.

 

순간, 오빠(만으로는 40대인 반백살 아저씨. 배 조금 나오고 머리숱은 아직 많음)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눈이 붙으면서 눈가에 주름이 잡혔다. 나는 안다. 말은 안 해도 지금 오빠가 얼마나 동생을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고 있는지.

 

나는 바로 이 표정이 보고 싶었다. 이 사랑스런 남자의 사랑스런 표정을.

 

여기서 끝나면 흔한 가족극이지.
내가 그럴리가. 나는 껌정드레스인데.

 

오빠는 기쁘지만 티는 안내려고 입꼬리를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역시 유전자의 50%는 경상도 남자답다. 나이들수록 오빠는 서울 남자이면서도 경북 내륙 종갓집 외삼촌들을 닮아간다.  나는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짓고 기어이 오빠에게 물어보았다.

 

껌정 : 해외진출한 한류스타 여동생을 둔 기분이 어때? 막 걸그룹 멤버의 오빠가 된 것 같지 않아?
오빠 : 에라이~ 걸그룹은 무슨! (피식)

 

오빠는 긴장을 풀고 평소 표정대로 썩소를 지어 보였다.

사랑하는 남자의 썩소를 보는 것도 행복하다.

 

 

 

    제 책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 다닐까>가 대만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童話裡 隱葬的 世界史 : 동화속 숨은 세계사>입니다.

                                    알라딘의 글벗님들께도 감사합니다.

 

https://www.books.com.tw/products/0010808886?fbclid=IwAR2wu47eNKblEWBy-75lsH2QMPj6OXTgHMn2PrWuIRagQgZyPOjpUtdn2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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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의 책이 4월 30일 부로, 절판되어 현재 품절입니다.

 

 만 5년간 7쇄 인쇄했네요.

 

 제 첫 책을 사랑해주신 독자와 친구분들,

 

 정성들여 책을 만들고 판매해주신 출판사의 담당 에디터님, 마케팅 담당자님,

 

 그리고 이 책에 대한 기사와 리뷰를 써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곧 다른 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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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8-05-02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대단하십니다. 축하드려요. 다음 책도 기대합니다.

자유도비 2018-08-08 00:25   좋아요 0 | URL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지런히 작업해야 하는데, 좀 슬럼프가 기네요. ㅠㅠ
 

 

 

 

 

 

 

 

  박균호 선생님의 <독서 만담>을 읽었다.

 

 특히 아래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얼마전부터 갑자기 알라딘에서만 <백마 ~ > 판매량이 늘었다.

 

 아무래도 박균호 선생님의 <독서만담>덕분인 것 같다.

 

 박선생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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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7-02-24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럴리가요. 책이 워낙 좋아서 잘 팔리겠지요.

자유도비 2017-02-28 21:11   좋아요 0 | URL
박선생님의 필력 덕분입니다. b^^d

한기호 2017-02-25 0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더욱 많아지기를. ^.^

자유도비 2017-02-28 21:12   좋아요 0 | URL
신기합니다. 출간된지 4년 넘었는데, 오랫만에 세계사 베스트 순위에까지 다시 올랐네요.

낭만인생 2017-02-25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마탄 왕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책이 책을 부르네요.

자유도비 2017-02-28 21:13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는 말씀, 감사합니다.
 

 

<연화화생 수막새>입니다. 중국 낙양 영녕사 출토 유물인데 한성백제박물관 기회전에서 보고 사진 찍어 왔습니다.

 

 

 

<연화화생도>입니다. 파주 보광사 대웅전의 판벽화입니다. 답사가서 찍어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찍은 사진이 없어 올리지는 못했는데, 6-7세기 호탄 출토 <연화화생 스투코 상>도 놀랍더군요.

 

불교, 동양 철학, 동양 사상사, 미술사 쪽 잘 아시는 글벗님들!

연화화생(蓮華化生)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책, 논문 알려 주세요.

경판본 심청전 읽다가 궁금해서 자료 찾고 있습니다.

불교미술 관련 대중서 찾아보니 한 문단 정도 간략한 설명밖에 없네요.

 몇 분께 개인적으로 쪽지 드리려다가 부담스러우실까봐 이렇게 페이퍼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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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1-22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레스님 저는 나이 드니 나무가 좋은데, 나무 에 그린 판벽화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선명하고 멋있네요.

자유도비 2016-01-23 15:00   좋아요 0 | URL
파주 보광사 대웅보전이에요. 다른 그림들도 멋졌어요. 기회되면 꼭 가 보세요. 조선 후기작인데 보는 순간 뭉클했어요.

나의 ㄱ님, 오랫만이에요. 건강하게 잘 지내셨죠? ^^

기억의집 2016-01-23 20:15   좋아요 0 | URL
드레스님 여기서 봐서 무척 반가워요. 저는 요 몇 년 예스 알라딘 다 소홀했어요. 그럴 때가 있나봐요. 드레스님 저는 건강하고 드레스님은 어찌 생활하고 계신가요?!

자유도비 2016-01-25 22:31   좋아요 0 | URL
만두언니 권유로 알라딘에 책 리뷰만 올리고 있는데, 여기도 고수분들이 많으셔서, 많은 도움 받고 있어요.
저야 뭐 읽고 쓰고 뻘짓하고,,, 그러고 살아요, 헤헤.

2016-01-23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3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두 언니, 그 기사는 연재 칼럼이 아니라 납량특집으로 청탁받아 쓴 글이에요.

중앙일보사의 어린이청소년지 <소년중앙 위클리>7월 6일자 지면에 실립니다.

 

아래 링크로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주의  : 그림이 좀 무섭습니다.  그림은 제가 주문한 것이 아닙니다. ^^;; )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25&aid=0002503006&date=20150705&type=1&rankingSectionId=103&rankingSeq=1

 

그런데 제가 송고한 글에서 한 문단이 잘렸어요.  원문 아래에 파란 색으로 표시해서 부가합니다.

 

 

<왜 어린이들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할까?>

 

여름이다. 열대야를 시원하게 보내려면 무서운 이야기가 최고다. 귀신과 유령, 요괴와 미라가 나오는 만화나 영화, 이야기들은 빙수처럼 짜릿하고 중독성이 있다. 그런데 왜 어린이들은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밤에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갈 정도로 무서워하면서도 아침이 되면 무서운 이야기를 또 찾아보는 이유가 뭘까?

 

유럽에는 유령 전설이 있는 오래된 성이 많다. <해리 포터>를 보면 각 기숙사마다 유령이 하나씩 있을 정도다. 래번클로 기숙사의 유령인 회색 숙녀(Grey Lady : 회색으로 greygray 둘 다 씀)’는 영국 런던탑의 유령인 레이디 제인 그레이(Lady Jane Grey)’가 모델이다. 1553, 에드워드 6세가 사망한 후 에드워드의 5촌 조카인 제인 그레이는 주위 세력에 떠받들여져 여왕이 된다. 에드워드의 친누나인 메리 여왕이 즉위하기까지 단 9일동안의 여왕이었다. 다음해 212, 제인 그레이는 갇혀있던 런던탑에서 처형당했다. 지금도 매년 처형당한 날이면 하얀 옷을 입은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유령이 런던탑에 나타난다고 한다. 정복왕 윌리엄이 1078년에 세운 성채인 런던탑은 왕족, 귀족의 감옥과 처형장소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종종 유명인의 유령을 목격한다. 삼촌인 리처드 3세에게 왕위를 빼앗긴 에드워드 5세와 동생 요크 공작의 유령도 런던탑에 자주 나타난다. 런던탑에 갇혔던 형제는 1483년 경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친척 어른들의 정치 욕심에 희생당한 이들은 사망 당시 레이디 제인 그레이는 17, 에드워드 5세는 겨우 12세였다. 이들 유령 전설의 바탕에는 피비린내나는 역사에 희생된 약자에 대한 동정,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민중들의 죄책감이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마귀할멈은 오니바바라고 부른다. 지역마다 다양한 오니바바 이야기가 있는데 후쿠시마현에 전해지는 아다치가하라의 오니바바가 가장 유명하다. 오니바바는 지나다니는 나그네를 잡아먹는 요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 이야기에 겨우 다른 지역간의 이동을 금하고 태어난 곳의 영주들에게 충성하라는 일본 중세 지배자들의 교훈이 있나 싶어 시시해진다. 그런데 오니바바의 내력을 알고 보면 이면적 주제가 보인다. 오니바바는 원래 교토 귀족 집안에서 유모로 일했다. 원래 이름은 이와테였다. 모시던 아가씨가 병에 걸려 태아의 생간을 먹어야 낫는다는 처방을 받자 이와테는 임산부를 찾아 나섰다. 아다치가하라에 이르러 집을 짓고 길 가는 임산부를 기다렸다. 15년이 지나 드디어 만삭의 임산부가 이와테의 집에 머물렀다. 이와테는 임산부를 죽이고 태아의 생간을 꺼냈다. 그런데 눈에 익은 부적이 임산부의 품 안에 있었다. 자세히 보니 교토를 떠날 때 딸에게 준 부적이었다. 충격을 받은 이와테는 즉지도 않고 살아있는 상태로 귀신이 되었다. 결국 오니바바 이야기는 지배자들에게 충성해봤자 아무 의미없고 자신만 손해라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명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일본에는 이렇듯 겉보기에는 그저 무섭지만 알고보면 엄격한 신분질서 아래 오랫동안 억눌렸던 일본 민중의 정서를 반영하는 요괴 이야기가 많다. 더 궁금하면 우물에서 접시 세는 귀신 이야기를 찾아 보시라.

 

이번에는 중국으로 가 볼까. 중국에는 요괴가 미녀로 변해 순진한 청년을 유혹하는 이야기가 많다. 대개 남자가 기빨려 죽기 전에 도사가 구해준다. 이런 유형의 이야기는 <천녀유혼>, <청사> 등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영화 <청사>의 원작은 항저우 지방에 전해지는 <백사전>이다. 천년 묵은 흰뱀 백소정은 선비 허선과 사랑에 빠진다. 금산사의 법해법사는 백소정의 정체를 알고 허선을 요괴로부터 구하려한다. 백소정은 목숨을 걸고 법사와 싸워 사랑을 지킨다. 결국 허선은 천년 묵은 백사라는 것을 알지만 백소정의 진심을 받아들이게 된다. 가만 보면 이 이야기는 서로 다른 처지에 있는 연인들이 사랑을 방해하는 자에게 저항하며 사랑을 지키는 이야기다. 옛날에는 자신과 다른 계급이나 집단에 속한 상대와의 사랑이 금지되었다. 기생의 딸 춘향이의 사랑도, 원수 집안의 딸 줄리엣의 사랑도 금지되지 않았는가. 사회가, 기성세대가 반대하는 사랑에 빠진 자에게는 상대가 사람이든 뱀이든 요괴든 별 차이 없는 셈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아닌 요괴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 기존 질서를 옹호하는 법사와 대결하는 이야기는 약자의 사랑할 권리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예전 음료수 광고처럼 으아!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귀신으로는 소복 입은 처녀귀신이 유명하다. 우리나라 처녀귀신들은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하소연하기 위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울함이 풀리면 인사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대표적인 처녀귀신 이야기로는 <장화홍련전>이 있다. 평안도 철산의 배좌수는 장화홍련 자매를 두고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허씨에게 새 장가를 든다. 계모 허씨는 장화에게 누명을 씌워 연못에 빠져 죽게 만든다. 이 사실을 안 홍련은 그 연못에 찾아가 자살한다. 귀신이 된 자매는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철산부사를 찾아가지만 다들 놀라 죽는다. 그러던 중, 정동우라는 사람이 철산부사로 자원해 와서 귀신 자매의 하소연을 듣고 자매의 한을 풀어준다. 장화홍련 자매는 돌봐줄 친엄마가 없는 가정 내의 약자였다. 친아버지 배좌수는 자매를 보호하지도, 계모 허씨의 악행을 말리지도 않았다. 결국 처녀귀신 이야기는 가정 내의 약자인 소녀들이 죽은 후 귀신이 되어 자신이 당한 억압을 고발하는 이야기다. 지금은 비록 우리가 힘이 없어 당하더라도, 죽은 후에라도 반드시 복수할테니 당장 악행을 중지하라는 약자의 저항, 경고를 담고 있다. 그러니 혹시 귀신을 만나더라도 절대 당황하지 말고 귀 기울여 사연을 들어 볼 일이다.

 

약자의 저항과 경고가 담긴 무서운 이야기라고 하면 이집트의 미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공포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미라는 대개 서구 제국주의 침략기인 19세기~20세기 초반에 이집트에서 서구의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미라가 된 죽은이의 안식을 방해하는 도굴꾼들은 저주를 받는다고 한다. 1922년 발굴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유래한 파라오의 저주가 가장 유명하다. 실제로 당시 발굴 관련자 중 22명이 사망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발굴 당시보다 한참 늦게, 그 시절 평균 사망 연령보다 고령으로 사망했기에 이들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파라오의 저주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파라오의 저주’‘미라의 저주를 즐겨 말한다. 이는 사실 관계를 떠나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 이야기는 약탈을 일삼는 제국주의 침략자에게 경고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서구 제국주의 국가에서 파견한 탐험가와 고고학자들은 군대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각국의 유물을 약탈해 본국으로 옮겼다. 이때 미라의 저주나 다이아몬드의 저주 등, 유물이나 보물에 얽힌 괴담이 그들의 박물관으로 함께 옮겨져 근대의 새로운 전설이 되었다. ‘미라의 저주를 이야기할 때마다 과거 도굴꾼이나 침략자의 후손들은 선조들의 과거 범죄를 떠올리며 뒤늦게나마 죄책감을 갖고 반성하게 되었다. 반대로, 수탈당한 쪽의 입장에서는 괴담의 형식으로나마 침략자에게 저항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미라의 저주역시 겉보기에는 그저 무서운 이야기이지만, 이면적으로는 약자의 저항과 경고를 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미라의 저주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이다. 일제가 신작로를 닦는데 길 한 복판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그 나무는 마을 사람들이 신령스럽게 생각하고 제사를 올리는 나무였다. 일꾼들은 나무를 베면 천벌을 받는다고 하며 아무도 나무에 도끼질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미신이라며 일본인들끼리 나무를 베어냈는데, 모두 줄줄이 피를 토하고 죽었다고 한다. 각 지방마다 마을마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전해진다. 그런데 이런 신성한 나무의 저주 이야기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반대편인 유럽에도 많이 있다. 고대 로마제국이 갈리아 지역을 점령할 때의 일이다. 로마인들은 원주민인 켈트족이 믿는 드루이드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나무를 베어낸다. 나무에 도끼질을 한 로마인들 역시 급사한다. 이런 이야기는 서양 선교사들과 원주민들의 우상숭배 관련해서 세계 각국에 많이 있다. 역시 겉보기로는 종교 갈등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약소 민족이 저항하는 주제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 많이 있는 유령과 귀신 이야기, 괴담은 단순히 무섭지만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만은 아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무서운 이야기는 이면적으로는 강자들에게 희생당하거나 저항하는 약자들의 입장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약자들이 죽어서 유령이 되어 출몰하거나 귀신이 되어 복수하는 이야기는 이야기를 듣는 현실의 약자들에게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그래서 기성 세대에 반발하기 시작하는 나이인 여러분, 바로 소년중앙 독자 연령대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무서워하면서도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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