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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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보냈다. 나름 치열히 읽고 쓰고 고민하고 싸웠다. 다시 시작할 시간. 사실 두 달 전부터 중간 점검 시간을 갖고자 읽기와 쓰기, 공부하기에 대한 입문서를 주욱 보고 있다. 그 중 대중적 전달력이 가장 좋은 책이 이 책이었다.  

 

책은 읽기 시작하는 법, 다독하는 법, 정독하는 법, 어려운 책 읽는 법, 문학 읽는 법, 고전 읽는 법,,, 등등으로 나뉘어 읽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다. 자신의 독서 경험과 독서 모임 다른 회원의 경험을 알려주어 이해를 돕는다. 특히 독서 모임 하려고 하시는 분들께 유용할 것 같다. 저자의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명저를 소개하여 예로 드는 부분도 좋았다. 읽으면서 더 읽고 싶은 책들이 생겨서 정신없이 장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그중 '죽도록 책만 읽거나, 죽은 책을 읽거나, 책만 읽다가 죽지 마라' 라는  '3不 독서법'이 서문에 소개된 <동양 고전과 역사. 비판적 독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 본문 29쪽에서 인용

 

함께 읽기를 잘하려면 무엇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독서란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눈으로 듣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중략) 책이란 사람을 읽는 것이고 사람은 살아있는 책입니다.

- 68쪽

 

그러므로 마르크스가 진짜로 무슨 말을 했는지, <도덕경>에 대한 왕필의 주석이 옳은지 아닌지를 따지는 건 학자라면 모를까 독자의 인생에선 무의미합니다. 정말 중요한 건 지금 왜 그 책들을 읽는지, 오래전에 살았던 그들에게서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을 통해 내가 구성한 새로운 삶의 원리가 지금 이 시대의 삶의 문제에 얼마나 유효하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책을 제대로 잘 읽으려는 모든 노력은 지금 내 삶의 문제에 제대로 잘 응답하려는 간절한 요구에서 나옵니다. 독서란 다만 그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163 ~ 165쪽

 

장점이 많다. 일단 친근하게 들려주는 문체가 편하다. 나는 이 정도 읽었노라 과시하는 자세도 없고 관련 책 인용하고 의미 부여하는 부분도 현학적이지 않다. 이 장점이 어디서 올까,,, 생각해 봤다. 저자가 독서 지도사로 오래 활동해온 것이 반영된 것 같다. 함께 읽으며 각각 다른 독서 이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읽고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관찰하여 얻은 노하우를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쉽고 다정하게 읽히면서 실용적 정보를 전달해 주는 글을 쓰는 것은 보통 능력이 아니다. 물론, 이런 장점은 단기간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장기간 노력으로도 얻을 수 없다고 본다. 저자 본인의 인성이 반영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정도의 글 밖에는 쓸 수 없고,,, 나는 이 점에 절망한다.)

 

표지 디자인이 멋지다. 책이 긴 튜브로 들어가서 햇님으로 나온다. 긴 튜브는 아마 인간의 소화기관이겠지? 오른쪽에 꼬여 있는 부분을 보니 대장이 생각난다. 햇님은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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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껌정드레스, 박신영입니다.

 

이번에 신간을 내게 되어 알라딘의 시스터들께 보고합니다.

<제가 왜 참아야 하죠?> 인데 페미니즘 에세이입니다.

 

제가 전업작가(겸 백수)가 되기 전 직장다닐 때 경험을 바탕으로

성폭력 고소 등에 관한 실용적 정보와 성폭력 권하는 사회를 분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은근 웃깁니다. ㅋ

 

지금 이 시대 이 사회에 의미있는 책을 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책 소개 보시고 관심 가시면 한번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꾸벅. m(__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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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6-07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껌정드레스 님.
책 잘 읽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려다가 껌정드레스 님의 이 페이퍼를 보게 되어 응원차 댓글 남깁니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건필 하시길 바랍니다.
잘 버텨주셔서 그리고 이겨주셔서 감사해요.

자유도비 2019-06-17 10:25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좋은 리뷰와 다정한 댓글, 감사합니다.
이 책에서 다룬 사건을 겪고, 세상이 하도 이상해서 무작정 역사서와 페미니즘 서적을 읽고 제 이야기를 쓰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하하.
 
여자라는 문제 - 교양 있는 남자들의 우아한 여성 혐오의 역사
재키 플레밍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세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교양 있는 남자들의 우아한 여성 혐오의 역사'라는 부제 그대로다. 개성있는 삽화와 짧은 논평으로 지워진 여성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만, 영미권 더 나아가 서구 여성사 위주이고 빅토리아 시대 인물들 위주이다. 반어적 표현이 많아서 원래 역사와 그 인물에 대한 기본 정보를 가진 독자 아니면 어느 대목에서 통쾌한지 모를 수도 있겠다. 음유시인이 노래하는 말투로 번역되어 있어 현장에서 구술사를 듣는 기분을 주는 점은 재미있었다.

 

얇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여성사 초보용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내용이 집약적인데다가  그나마 내용의 반은 사실 전달이 아니라 유머를 사용한 공격이기 때문이다. 어우, 이렇게 쓰고 나니 저자와 출판사에 죄송한 마음이다. 이건 책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이런 스타일로 태어난 책이 가지는 숙명적 한계 같은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여성들이 서로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끌어내 구원해 주려는 시도는 반갑다.

 

아주 오래 전, 그 시절에는 여자란 존재하지 않았다네.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여자들에 대해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없었던 이유지.

- 8

 

몇몇 여성 예술가의 작품은 우연히, 아니 실수로 위대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런 평은 즉시 역사의 쓰레기통에 담겼고 그렇게 실수는 바로잡혔어.

여자들은 수천 년 동안 역사의 쓰레기통에서 서로를 끌어내 구해주고 있다네.

- 70~ 71

 

흑인 노예 여성 엘리자 그리어는 무려 14년 동안 한 해는 면화를 따고 한 해는 학교 다니기를 반복하며 교사 자격증과 의사 자격증을 취즉했다는군. 그녀는 로마네스가 그토록 자랑하던 남자들만의 목표 의식이 여자에겐 부족하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였지. 그런 정신은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당연히 우리는 학교에서 이 여성에 대해 배울 수 없었네

 - 112

 

소개된 인물중 엘리자 그리어(Eliza Anna Grier, 1864~1902)에 관심이 간다.  미국 조지아 주에서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의사 자격을 획득한 인물이라고 한다.

 

자, 그럼 나는 다시 면화 따러 가야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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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페미니즘 책을 처음 읽는 남성 독자분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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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페미니즘 책을 처음 읽는 남성 독자분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TED 강연 “A Call To Men(한국어 번역 제목: 남자들에게 고함)”으로 미국에서 화제를 모은 토니 포터가  남자를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맨박스(man box)’로 규정하고 이를 깨야 여성 폭력이 없어지며 남성도 행복해진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죄없는 선량한 남성인 자신에게 화를 내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남성분이라면 이렇게 남성 저자가 쓴 책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은듯.

 

중년 남성인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회상한다. 어떻게 남성 사회에 적응하여 동료 남성들에게 진짜 남자로 인정받으려 했는지, 남성 집단의 사회화 과정이 어떻게 잘못 이뤄지는지를 고백한다. 특히, 동네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면서 서로 돈독한 남성 연대를 이루는 그 과정을 고백한 부분은 꼭 읽고 함께 문제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흠이 있다면, 중년 남성으로서 저자는 여성을 보호할 대상으로 여기고 남성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다는 점. " 가정 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는 노력은 전적으로 남성들의 몫입니다." "남성들은 서로에게, 어린 소년들에게, 주변 청소년에게 건강하고 발람직한 남성성을 가르치고 홍보할 의무가 있습니다."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물론 훌륭하나,,, 나는 그냥 동등한 동료 시민으로서, 한 인간의 인권 차원에서 성폭력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편이 좋다. 걍 같은 인간에게 그렇게 굴면 안 되는 건데,,, 문제는 여성을 아예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데,,,  아휴. (솔직히, 불법 영상 하나 다운 받는데 100원인 웹하드 업체의 연 수익이 200억이라는 기사 읽고나니, 이제 문제 있는 남성은 일부이고 대다수 남성들은 선량하다,는 말을 못 믿겠다.  현실이 너무 암울해서 우울하다.)

 

여튼 좋은 책이다. 많이들 읽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아래, 좋은 부분을 길게 인용한다.

 

여성을 무시하고 억압해온 남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나야말로 '선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여성을 때리거나 의도적으로 상처 주지 않는 착하고 평범한 남자 말이다. 우리 선한 남자들은 자신이 여성 폭력을 조장하는 문화에 어떻게 기여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실제로 나도 그 가르침에 반발한 적이 있다. 이런 반발은 인종, 사회 계급 등 사회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자주 보이는 반응이기도 하다. (중략)

우리가 알고 있는 남성성 속에는 분명 남성 자신의 행복을 해치고 여성 폭력 문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는 이러한 남성성의 그늘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 본문 10쪽에서 인용

 

성차별주의자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성차별적인 행동을 할 때 이를 자각하고 그 행동을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의 문제다. (중략) 언제든 건설적인 비판을 수용하는 자세를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당신의 의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당신의 행동이 남에게 끼치는 영향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남성들은 자신의 언어 표현이 여성을 크게 억압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바꿔야 한다.

- 본문 158쪽에서 인용

 

대다수 남성들은 그저 소란피우지 않고 조용히 착하게 살아간다. 선한 마음을 가진 착한 이들이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게 있다. 남성들의 대다수가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고 여성에게 폭력을 쓰는 나쁜 남자는 극소수라면 대체 어떻게 여성 폭력이 이토록 만연할 수 있는가? 여성 폭력 문제는 전염병만큼이나 널리 퍼져 있고 암과 심장 질환만큼이나 흔한 여성의 신체적 상해 요인으로 꼽히는데 말이다. 이들 착한 남성들의 묵인 하에 오늘도 여성 폭력은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착한 남성들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할 문제다.

- 본문 162쪽에서 인용

 

여성 폭력은 명백한 인권침해다. 만약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공격한다면 그 행위는 당연히 인권침해로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성 폭력 문제에 관해서만은 남성들에게 책임을 면제해 준다. 이때부터 여성 폭력은 사회적 문제도 아니고 남성들의 문제도 아닌 '여성 문제'가 되고 만다. 가정 폭력, 성 폭력 및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모든 폭력과 학대 행위가 '여성만의 문제'로 치부되는 순간 문제의 심각성이 훼손된다. 평범하고 선한 남성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 본문 171쪽에서 인용

 

대다수 남성들의 본심은 폭력적인 남성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함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우리의 침묵이 결과적으로는 동의의 표현이나 마찬가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폭력적인 남성들은 착한 남성들이 침묵을 지킬 것을 믿고 있으며 우리가 구시대적인 남성상에 충실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해동한다. 폭력적인 남성들은 선한 남성들이 계속해서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믿음을 공유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이 여성에게 무슨 짓을 하든 간섭하지 않게 말이다

- 본문 172쪽에서 인용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은 남성 중심주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남성 중심주의는 왜곡된 남자다움을 만든 주범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남자다움의 정의는 세 가지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입니다. 둘째,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입니다. 셋째, 여성은 남성의 성적 도구라는 시각입니다. 이런 인식은 여성을 향한 차별 문화를 조장하는 역할을 해 왔습니다.

- 본문 179쪽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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