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심리 조종자 - 내 인생 꼬이게 만드는 그 사람 대처법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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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넘게 심리상담을 한 저자가 상대를 감정적으로 조종하여 지배하려드는 사람을 심리 조종자라고 정의하고 그들이 조종하는 방법, 피해자가 당하는 이유, 심리조종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서술한 책이다.

 

읽다보니 심리조종자의 만행은 사이코패스나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가해자는 정신병자가 아닌 멀쩡한 사람이다. 피해자는 가족이나 직장, 연인사이 등 일상적이고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당한다. 희롱, 지배, 착취, 학대를 당하며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세뇌당해 가해자의 논리를 따르게 된다. 자존감을 잃고 수치심, 죄의식에 빠져 상황을 피해자 자신의 단점 탓으로 인식하거나 상대를 미워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기도 한다. 급기야 정신적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 1부 '당신은 그 사람에게 조종당하고 있다'에서는 이런 심리 조종에 대한 설명 위주다.  그런데 문제는 조종자는 다른 곳 다른 상대에게는 전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조종당하기 쉬운 유형의 사람이 있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 잭 2부인 '그 사람이 조종하는 방법 & 당신이 당하는 이유'에서는 실제 상담 사례를 들어가며 세세한 조종방법과 피해자의 예를 나열한다. 예측대로, 너무 착한 사람이 조종자에게 휘둘리는 것. 그러나 저자는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다. 이미 조종자때문에 피해자는 무력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맞는 아내 증후군'같은. 이어 3부 '굿바이 심리 조종자'에서는 심리 조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지 명쾌하게 밝힌다. 심리조종자들은 그들 자신이 변화를 원치않기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없다. 저자는 대화나 타협 없이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거나 그동안 함께 지낸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거나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다거나,,, 저자는 이런 기대를 다 포기하고 상황에서 얼른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언젠가 자기도 알겠지."라는 기대는 무서운 함정이다. 심리 조종자들은 자기 행동과 과오를 철저하게 부인한다. 그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모르기 때문에 피해자를 그렇게 조종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자기들은 완벽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는 남들에게서 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략) 그러니만큼 당신도 계속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 200 ~ 201쪽에서 인용

 

1부를 읽어가면서 심리조종자들이 상대를 지배하는 방법이 폭언처럼 확실히 피해자가 알 수 있는 방법뿐만이 아니라 죄책감이나 의무감 불러 일으키기, 연극적 과장 반응, 과민성, 책임 전가 등등이 있음에 놀랐다. 프랑스 저자가 프랑스 사람들을 상담한 사례인데도 가족 내의 갈등이나 남녀 문제 등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과 똑같은 유형이어서 더 놀랐다. 그동안 이런 문제는 한국이 보수적 유교사회이기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걍 사악하고 미성숙한 인간 유형이 보편적으로 있는 것인가? 아래 인용부분을 읽으니, 계속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나의 본질적 문제를 알게 되어 낯이 뜨겁다.

 

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존중받고 싶은 욕구보다 클 때에 골치 아픈 일들이 시작된다. "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타당하다.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까.

- 180 ~ 181쪽에서 인용

 

나는 왜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내 시간과 애정, 헌신, 돈을 바라는 사람에게 단호하게 대하지 못하는가?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은 내가 착해서인가? 아니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였다. 상대가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소문내는 것을 두려워해서였다. 조종자인 상대는 내 이런 심리를 알고 나를 휘둘러서 지배의 쾌감을 느끼며 자기 목적을 달성했을 뿐. 이제 뼈져리게 알겠다.

 

책은, 같은 말이 계속 반복되는 등, 그리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사실, 오랜 세월 세뇌된 내용을 지우려면 그만큼 반복 세뇌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지금의 내겐 너무도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별 다섯개다. 번역도 참 재미있다. 기빨린다, 지랄발광하는 조종자 등등,,, 원문은 모르지만 정말 와닿는 표현으로 번역해 놓아서 쏙쏙 읽힌다. 

 

한편으로는 나 또한 부지불식간에 상대를 지배하기 위해 이런 수법들을 사용하지 않았나, 하고 돌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지속적 영향을 끼칠만큼 자주 만나는 사람이 없다. ㅋㅋ) 여튼,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계속 묻고 읽고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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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5-11-2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같은 저자의 `나는 왜 그에게 휘둘리는가`와 같은 책 다른 제목.. 일까요? 저도 진짜 이 분 책 재밌게 읽었어요. 뭔가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요.

자유도비 2015-12-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같은 책이네요. 개정판인가봐요.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한편으로는 나는 바보같이 당하고 살았구나, 한편으로는 나도 몰래 이렇게 굴가봐 조심해야겠다,,, 이랬죠. ^^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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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그림자 이론 입문서 중 가장 얇은 책. 그러나 얇다고 쉽고 대중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책. 개인 심리 문제나 문학 등의 예를 든 전반부를 지나 신을 이야기하는 후반부로 가면 깊은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하고 있어서 초보자에게는 어려울듯하다.

 

책은 크게 세 부분이다. 처음은 융의 그림자 이론이다. 시소의 예를 들어 내면의 빛과 그림자를 설명한다.

다음은 아니마와 아니무스 이론으로 남녀 관계와 사랑을 말한다. 마지막 부분은 완전한 자아를 위해 만돌라(Mandorla) 영역을 말한다. 두 개의 원이 만나 생기는 교집합 형태 타원인 만돌라는 자아와 그림자의 중간 영역, 중도를 이른다. 각 부분마다 자신의 경험, <파우스트>, <트리스탄과 이졸데>같은 문학의 예를 흥미롭게 들고 있다. 서구 책이나 우리나라 책이나 융의 그림자 이론을 말하면 중년의 흔들림이나 일탈, 외도를 다루는게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가톨릭 미사 등 전통적인 제의가 갖는 기능이 그림자를 드러내어 균형을 맞춰 주는 것이라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왜 그렇게 무시무시한 카니발리즘을 일주일마다 성스럽게 반복 재현하나 했더니, 결국 희생양 제의였던 것인가. 아아, 이 부분은 더 알아보고 싶다.  

 

융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러나 서구 가톨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에게는 이부영 저 <그림자>가 더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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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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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에세이집 <나는 게 뭐라고><사는 게 뭐라고>를 읽고, 이 저자에 관심이 생겼다. 어떤 성장기를 보내고 어떤 삶을 겪었기에 이렇게 독특한 개성을 가지게 되었을지,,, 저자의 책을 검색해보니 그림책 외에 창작물 아닌 자기 이야기 쓴 책으로 국내 번역본은 이 책밖에 없었다. 게다가 저자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쓴 책이라니 , 원제가 걍 드라이하게 엄마 이름 그대로 <시즈코 상シズコさん>이라니,,, 이 책이 더 궁금해졌다. 그러나 현재 절판이었다. 아아, 난 이러면 돌아 버린다. 서울시 도서관 23곳을 검색했다. 이 책이 비치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 뛰어가 앉은 자리에서 책을 다 읽어 치웠다.

 

저자는 아버지 부임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다. 종전 후 고생, 일본으로 돌아와서도 고생이다. 두 동생과 오빠의 죽음을 겪고, 19세엔 아버지를 잃는다. 혼자 힘으로 대학을 다니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다. 두 번 결혼과 이혼을 겪는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집안 살림을 거들지만 엄마에게 따뜻한 사랑을 받지는 못한다. 냉정한 엄마가 가족 외 타인에게는 더욱 친절하고 사교적인 사람이었기에 엄마를 증오한다. 그러기에 나이든 엄마가 며느리와 갈등을 겪고 학대 받는 것도 모른척한다. 몇 십 년이 흘러, 어쩔 수없는 상황이 되어 맏이인 저자가 엄마를 모시게 된다. 그렇지만, 엄마를 만지기도 싫어해서 가정부를 둔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자 엄마를 요양원에 보낸다. 애증, 죄책감,,,, 무시무시한 마음의 고통을 저자는 아래와 같이 담담하게 쓴다.

 

 나는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
- 30쪽에서 인용

 


 나는 어머니를 어머니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싫어했다.

- 135쪽에서 인용

 

그러다, 엄마의 치매증세가 점점 심해지던 어느날, 저자는 요양원에 있는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엄마 역시 저자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저자는 엄마의 말에 조금씩 변해간다. 나중에는 엄마가 치매에 걸린 것을 고맙게까지 생각하게 된다. 여튼 엄마와 화해하고 엄마를 용서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이미 저자도 암에 걸린 상황이었다. 책은 휠체어에 앉아 엄마 장례식을 치룬 이야기에서 끝나지만, 독자인 우리는 후일담을 알고 있다. 저자는 2년 뒤, 엄마 뒤를 따르게 된다. 

 

나는 '미안하다'와 '고맙다'가 얼마나 좋은 말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 말을 하는 어머니의 웃는 얼굴은 온화했고 정감이 넘쳐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말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갔다.

'뭐야? 그냥 귀여운 할머니잖아. 도대체 그 난폭하고 험악했던 사람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거지? 어느 쪽이 진짜야? 치매에 걸리면 인격이 망가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치매에 걸리고 나서 어머니는 인격이 훌륭해졌잖아.'

- 185 ~ 186쪽에서 인용

 

"미안해요, 엄마. 미안해요."
나는 거의 흐느끼다시피 말했다.
"전 못된 아이였어요. 미안해요."
어머니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던 것일까?
"나야말로 미안하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폭발했다.
"엄마, 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하느님, 어머니를 이렇게 만들어 주셔셔 고맙습니다."
수십 년 동안이나 내 안에서 응어리져 있던 혐오감이
빙산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처럼 녹았다. 

 - 200 ~ 201쪽에서 인용

 

도서관의 큰 창 앞에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소나기가 내렸다. 내 엄마 생각도 났다. 비 내리는 잠깐 사이, 나도 조금 울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요새 좀 예민해서 그런거지 책이 신파적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엄마 옷주머니에서 나온 외간 남자와의 숙박 영수증을 목격한 일화까지 서술할 정도로 글은 담담하다. 그렇지만 그 담담한 글이 읽는이의 마음을 후벼판다. 냉소적 유머도 곳곳에 있다. 아, 어떻게 하면 이렇게 솔직함이 주는 힘이 담긴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사노 요코 저자에게 관심있거나, 나이들어가면서 이상하게 변해가는 엄마를 둔 딸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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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9-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게 뭐라고도 괜찮은 제목 같아요 ㅋㅋㅋ
마침 제가 지금 그 책 읽고 있는데요 드레스님 글을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요

사는게 뭐라고 2003년 일기를 보면 `70대 후반인 우리 엄마는 어였한 치매환자다`라는 대목이 있어요. 요코가38년생이니 2003년이면 64세인데, 엄마가 70대 후반이라니 79세라고 해도 엄마가 요코를 15세에 낳았다는 이야기인데 맞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흔히 애가 애를 낳았으니..이런 경우에 자식에 대한 감정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종종있는거 같더라구요..혹시 뭐 그 비슷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자유도비 2015-09-06 23:55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사는 게 뭐라고>를 <나는 게 뭐라고>라고 타이핑했군요. 고쳤습니다.
말씀대로 `나는 게 뭐라고`도 괜찮네요. 에리카 종의 `나는 게 두렵다`보다 씩씩하고,, 헤헤.

붉은돼지 2015-09-0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면 연도에 오타가 있는지도 ^^;;;;

자유도비 2015-09-06 23:58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부분 읽으면서 의아해서 나이 계산해 봤어요. 사노 요코 손위 오빠도 있는데, 이상하더라고요. 그리고 책에 엄마 시즈코상이 여학교 졸업 학력으로 나오거든요. 소학교 졸업 후 바로 결혼해 애 낳은 것도 아니더라고요. 아무래도 오타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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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심리학>을 읽은 후, 저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물론, 이 책을 만든 에디터님과 출판사에도 관심이 있다. 그래서 주문해 읽은 책이다.

 

저자가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묶은 책이다. 구어체이므로 기본적으로 쉽게 읽힌다. 현장에서 많은 청중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말하려면 단순하게 강조점을 확실히 해서 말해야 한다. 나쁘게 보면 독선적으로 보일정도로 어느 정도는 몰아치듯이 말할 수밖에 없다. 일부 자기계발 명강사들의 상담 현장 기록을 읽었을때 은근 기분이 나쁜 이유가 아마 현장에서 말한다는 이런 특징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장 상담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는 그런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따뜻하게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도 핵심 문제는 정확히 건드린다. 아무래도 상담을 바탕으로 한 책이므로 즉각적 생각을 담았을텐데, 말의 기록이 아니라 오래 고심하고 오래 퇴고한 글같아 보인다. 저자와 책 만든 이들의 역량이 다 돋보이는 책이다.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러저러한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에게' 당신은 비정상이 아니고 정상'이라고 말해 주는 것이다. 노력하고 꿈을 갖고 어쩌구 하며 몰아치는 것도 없고, 당신 마음의 문제가 어떤 일 때문이었구 어쩌구 하면서 이미 지나가서 손댈 수 없는 일을 너무 파헤치거나 상대를 자책하게 하지도 않는다. 걍, 지금 이 위치에 이르기까지 버티고 열심히 살아온 자신을 인정하고, 스스로 사랑하고, 소소한 '생활 기스'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말한다. 너무 상담자의 예만 대하지도 않고 심리학 이론을 말해 주면서도 이론에 묻히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요, 내가 굳이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 68 ~ 69쪽에서 인용

 

소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하는 건 당신이 자폐나 우울증이 생겨서가 절대 아니고, 상황상 마음속에 있는 그릇이 넘치게 생겨서, 물이 끓어올라서 그런 거예요. 그걸 알고 그릇에서 물을 빼내거나, 온도를 낮추도록 해야 해요. 그러면 되는 거지 병이 된 건 아닙니다.

- 153

 

'우리 집안에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내 기억은 이런데, 그래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였나 보다'라는 합리화 내지는 정당화를 하는 경향이 생겨요. 근데 그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나를 설명하는 이론의 틀, 일종의 신념의 틀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 그 구멍에 집어 넣게 돼요. 그걸로 설명하려고 해요. 나의 오늘을. 그건 자칫 위험할 수 있습니다.

 - 228쪽에서 인용

 

아들러 유행 이후, 비슷비슷한 짜깁기 책들이 쏟아져서 좀 뜨악한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 좋았다. 요새 나오는 대중 심리 서적들과 딱 차별화가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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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나는 이럴까 - 자기 이해를 위한 심리 이야기
김현옥 지음 / 그물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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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쪽 분야는 여기저기서 주워 읽고 들어서 내가 알긴 많이 아는 것 같다. 읽다보면 시시하다. 하지만 머릿속이 마구 섞여 있고 내가 아는 지식에 두서가 없다. 말로는 하겠는데 글로 쓰면 얕은 내용만 나온다. 아아, 이럴 때는 동아전과부터 봐야한다. 아니면 구구단 책받침부터 읽든가.

 

그래서 고른 책이다. 제목은 좀 썰렁하고 표지는 더 썰렁하지만, 책 의외로 괜찮았다. 책은 여러 사람들의 실례로 친근감있게 시작해서 기본적인 심리학 이론을 쉽게 알려준다. 이드 에고 슈퍼에고의 개념을 말하고 성욕과 유년기의 중요성을 말하는 프로이트. 아니마와 아니무스, 새도우와 집단 무의식을 말하는 융, 열등감을 말하는 아들러. 거기다가 다른 대상심리학자 인지심리학자 등등,,,, 기존 대중 심리 책들이 어떤 유명 학자 한 사람의 견해 위주로 진행되다보니 자연스레 갖게 되는 단점이 없어 좋다.

 

특히, 유년기를 중시하거나 내면 아이 쪽을 말하는 책들을 보다보면 너무 결정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이 이미 끝장나 버린 것 같은 절망감에 빠지게 되고 엄마가 너무 원망스러워진다. 그런데 이 책은 균형잡힌 시각이다. 성인이 되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노력하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좋다. 특히 마흔 전후 나이대, 중년의 흔들림과 아픔에 대한 부분이 많아서 공감이 간다. 홀어머니의 착한 딸로 살아온 한 상담자가 마흔 나이에 고통을 호소해서 저자를 찾아온 이야기(180쪽)를 읽는데, 마구 공감이 가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뻔했다.

 

기독교 상담 심리 쪽 전공자이신지라, 책은 기본적으로 기독교쪽 견해가 깔려 있다. 이 사실이 불편하지 않다면, 초보자에게 입문용으로 무난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맨 뒤에 '더 읽을 만한 책들' 소개가 있어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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