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 -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나를 지켜 내는 방법
권혜경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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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한 일 겪으며 멘붕이 왔다. 약오남용하듯 마음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다가 이 책을 만났는데,,, 오! 책 참 좋다. 리뷰 처음부터 '강추'라고 외치고 싶어질 정도로. 

 

책의 제목인 '감정 조절'부터 짚고 시작하자. 감정조절은 무조건 참으라는 것이 아니다. 또 부정적 감정을 억압하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화 나면 화 내라는 식이 아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 감정이 내 몸과 생각, 인식,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  또 감정조절이란 내가 원하는 좋은 감정만 선택적으로 느끼는 것도 아니다. 슬픔이나 분노를 안 느끼게 해 버릇하다보면 긍정적 감정도 못 느끼게 되니, 그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데 감정 조절을 잘 하려면 반드시 안전감을 느껴야 하는데 안전감은 개인적 차원의 안전과 사회, 집단 안에서의 안전 두 가지를 다 이른다고 한다. 어라, 이거 출발부터 느낌이 좋은데? 개인적 차원의 수양만 말하는 책들과 다른걸?

 

책은 자기계발서 스타일로 나온 심리서적들 같이 가볍지 않다. 전공 서적처럼 딱딱하고 어렵지도 않다. 저자는 독자의 지식욕을 만족시킬 정도의 전문적 내용을 잘 풀어서 설명해 준다. 내용을 소개하자면,1장에서는 감정과 감정 조절의 개념을 설명한다. 감정 조절의 필수 조건이 안전감이라는 것을 밝힌다.  2장에서는 우리 몸과 감정 조절의 신경 생물학적 매커니즘을 설명한다. 최신 경향의 뇌 연구 현황을 소개해줘서 좋다. 파충류의 뇌 등등이 그 예가 되겠다. 안전이 위협받는 가운데 감정 조절이 되지 않으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방어 기제를 쓰게 된다고 한다. 싸우기, 도망가기, 얼어붙기 등. 흠, 나는 도망가기 스타일이었구나, 이렇게 자신의 문제 스타일을 살펴보며 읽는 재미가 있다. 뭐 굳이 지난 과거를 복기하며 또다시 괴로워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다만, 그래도 살펴 봐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문제의 패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어떤 경험을 많이 하고 어떤 방어기제를 많이 쓰느냐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초기 설정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었을 때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닥치면 다양한 방어기제를 유연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늘 쓰던 방어기제를 쓰게 된다.

- 75쪽

 

3장은 개인적 안전감과 감정 조절을 설명한다. 여기서는 다른 책에서도 많이 나오는 유아기 부모와 관계,  애착 유형을 말한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과거의 경험을 현재 상황에 투사하는 확률이 거의 90%라고 한다.  사람은 과거 경험을 통해 형성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청사진으로 내 눈앞에 있는 사람과 현상을 본다고.  마치 수십년 전에 만들어진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운전하듯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엉뚱한 길로 가 버리는 데에 문제가 생긴다고. 여기서 잠깐 절망한다. 그럼 애착 유형의 문제에 나는 평생 지배당해야하나? 과거는 못 바꾸는데 어쩌라구?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변한다. 변할 수 있다,라고. 우리 뇌는 평생에 결쳐 우리가 반복하는 것, 경험하는 것에 따라 변하므로 새로운 시도를 반복해서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유레카! 나도 구원받을 수 있는 건가?

 

이어서 4장.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인데 사회적 안전감과 감정 조절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사건과 그 트라우마의 대물림 설명 부분이 나는 특히 좋았다. 2003년 미국의 어느 연구결과에 따르면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손자손녀들이 소아 정신과를 찾는 비율이 일반인들에 비해 300% 더 높다고 한다. 부모가 자신들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책임을 자손이 대대손손 지게 되는 것.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 이런 트라우마 대물림 현상에 저자는 세월호와 남아선호 풍조도 함께 넣어 말한다. 아,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이런 대물림의 가장 끔직한 아이러니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무력감을 자신들보다 약한 희생양을 찾아 또 다른 피해자로 만들면서 극복하고, 이로 인한 피해자들은 또 자기보다 더 약한 누군가를 찾아 가해자가 됨으로써 자신의 무력감을 극복한다는 것이다

 -195쪽

 

의식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거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릴 때 형성된 청사진대로 삶을 살아가게 되고, 이것이 바로 앞에서 말한 세대 간의 저주, 트라우마가 대물림되는 바탕이 된다.

- 20쪽

 

그럼 트라우마의 대물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개인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자신의 것과 부모에게 속하는 것을 구분하고 트라우마를 전달받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고. 부모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구분되고 부모와 나 사이 분리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고. 이는 부모를 비난하거나 부모와 절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 반면 사회적 측면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사회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파악하고 사실 그대로 인정,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명확히 파악해 내고 피해자의 치유과 회복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희생을 보상하며 가해자는 엄중히 처벌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한다고. 개인의 고통을 양지로 끌어내어 이슈화, 이를 통해 개인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이어 저자는 세월호를 말한다. 이 책이 촛불집회와 박대통령 탄핵 이전에 나온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저자의 발언은 내게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마지막 5장은 감정 조절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결국 감정 조절 능력이란 살면서 불가피하게 위협받는 신체적, 심리적 안전감을 보다 빨리 유연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우리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자신 방어하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어  지적 심리적 신체 유연함이 떨어지게 된다.  오오, 주위에 이런 분들 많지 않은가? 다들 집 쇼파에 한 분씩은 계시지 않은가? 나이 들어가면서 맨날 서운해하고 화 내고 별 거 아닌 일에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분들 말이다. 아니, 그 인간이 바로 나였나? 흠. 그럴지도. ㅋㅋ

 

근래 읽은 대중적 심리서적 중에 제일 좋았다. 지식 요약 설명 부분도,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말하는 부분도 좋다. 무엇보다 개인의 잘못이나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잘못된 양육 탓으로만 몰아가지 않는 점이 좋다. 변할 수 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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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입문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살림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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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병이 도지는 것 같다. 왜 내가 잘 해주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일단 떠오르면 평생 들었던 폭언들이 벽에서 마구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럴 때는 약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복용한 책.

 

아들러 심리학이라지만 아들러 본인이 쓴 것은 아니고,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기시미 이치로 저자가 자기계발서 성격으로 평이하게 쓴 책이다. 쉽고 빨리 읽기 좋다. 이 저자의 다른 아들러 책은 좀 웃긴 대화식이어서 집중이 안 되는 반면 이 책은 좀더 읽기 편하다.

 

저자가 말하는 아들러 심리학은 무의식이나 트라우마를 강조하지 않는다. 문제가 '어디에서' 생겨났는가를 문제 삼는 원인론이 아닌 '어디로' 향해 가는가를 중시하는 목적론이다. 자주 나오는 예는 응석받이 아이의 경우다. 받아주는 어머니 때문에 애가 응석받이가 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응석받이가 되겠다는 목적이 있었기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 부모의 반응을 이용한 결과 응석받이가 되었다는 것. 결국 인간은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세상에서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모습으로 살게 된다는 것. 그러기에 저자는 말한다. 일이라는 과제, 친구들과의 교우 과제, 사랑이라는 과제가 인생의 3대 과제인데, 인생의 과제와 맞서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과 인내를 들이부어야만 한다고. 문제는 사람들이 종종 그와 같은 과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자신에게 없다고 생각하고는 인생의 과제에서 도망치려 한다는 점이라고. 그 회피의 구실로 열등 콤플렉스를 끄집어 내는 것이라고. 너무 가난했다거나, 부모님이 사이가 아주 안 좋았다거나, 이런 이유들을 들으면 사람들은 그로 인해 어떤 사람이 방황하게 되는 것을 상당 부분 인정해 주니까.

 

그러나 아들러가 보기에 그건 핑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구실을 통해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그와 같은 구실을 '인생의 거짓말'이라고 불렀다.

- 221 ~ 223쪽에서 인용

 

혼자 있노라면 과거의 힘들었던 일이 자꾸 떠올라서 괴로운데, 그렇다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상태가 내 현실과 내 인생의 과제를 회피하기 위한 '인생의 거짓말'인 건가? 그냥 지금 내 나이가 인생을 한 번 리셋할 나이어서 그런게 아닌가? (솔직히 부모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만,,, )

 

여튼 문제가 '어디에서' 생겨났는가를 문제 삼는 원인론이 아닌 '어디로' 향해 가는가를 중시하는 목적론. 이거 하나 명심하고, 너무 자학하지도 말고 경거망동하여 상황을 악화시키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정도만 해도 이 책의 약효는 괜찮은셈.

 

깊이있는 심리학 이론 책은 아니다. 남에게 잘 휘둘리거나 착한 아이로 사랑받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 길들여져서 쓸데없이 상처받고 좌절해버릇하는 사람들이 빨리 읽어보기 편한 책이다. 결국은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네 삶을 살란 이야기. 말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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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질 용기 -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실천 지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더좋은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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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과거에 겪은 나쁜 일들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내가 역사책에서 읽은 일들이 모두 나를 공격하여 무기력하게 만든다. 잠잘 때가 제일 행복하다. 아침이 와도 영원히 눈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다면, 아아, 약 먹을 시간이 온 게다. 이번에는 <행복해질 용기>를 복용한다.

 

내용이야, 늘 같은 이야기다. '직업, 교제,사랑'이란 인생의 과제에서 도망치려 하지 말아라. 내가 해결하겠다고 인생에게 응답하는 것이 진정 책임을 다하는 자세다.  이때 남들의 평가에 신경쓰지 말고 그들에게 미움받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자신의 선택과 주장에 따르는 책임을 질 각오를 하라,,,, 는 내용이다. 

 

과제를 회피하기 위해 지금의 처지를 남 탓으로 돌리거나 이런 저런 사건 탓으로 돌리는 등 여러 가지 핑계를 내세우지 말고,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어야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 178쪽

 

현실이 어떻든 간에 '이상을 잃지 않는 것'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을 양립시켜야 한다.

- 243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사건과 맞닥뜨려도, 넓은 눈으로 보면 그 사건은 인생의 커다란 에피소드이기는 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 243

 

기시미 이치로 저자가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쓴 자기계발서적 에세이는 이미 6,7권 읽었다. 내가 이 저자의 용기 시리즈(자꾸 '용기'가 들어가는 제목을 붙이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인생의 과제에 맞서도록 도와주는 일을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용기 부여'라고 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를 약 복용 삼아 종종 읽는 것은 위 인용부분처럼 트라우마나 과거 경험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아서다. (여기서 사회의 폭력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생긴 트라우마는 예외로 하고 말한다. 인간이 살다보면 자연스레 겪는, 내 노력과 의지로 콘트롤 가능할 정도 내에서의 일상생활과 관계의 문제만 말하겠다.) 내 마음의 병을 고치려고 내가 왜 이럴까, 저 새끼는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럴까,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지,,, 를 파고들다보면 답이 없다. 상황은 바뀌지 않고 오히려 본병이 도진다. 이럴 때, 이 저자가 말하는 방식으로 나부터 얼른 바꾸고 선을 그은 다음, 그 상황에서 발을 빼는 것이 낫다.

 

그러니, 현재의 사건 상황이 어떤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하는 '겉으로 보이는 인과율'에서 벗어날 것. 자신의 삶은 자신의 지난 경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 겉으로 보이는 인과율은 인생의 과제에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핑계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고, 과거 생각이 나거들랑 자신이 회피하려는 현실을 바로 보고 용기내어 맞설 것. 좋아하지도 않는 인간들과 엮어서 고민하지 말고 걍 미움 받으면 되니까 관계를 끊어낼 것. 이상이 이 책의 약효다. 내겐 유용했다.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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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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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의 베스트셀러라면 당연 이 책이다. 성공 요인이 궁금해서 읽었다. 

 

일단은 기존 자기계발서의 노력 또 노오력 강조와 다른 측면의 접근이 좋다. 인간 관계에 대한 책인데, 상대와 나의 문제의 근원이나 잘잘못을 따지고 성찰하고 노력하라,,,, 이런 진부한 이야기가 없다. 걍 타인과 나 사이에 적당한 선을 긋고,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느라 기빨리지 말고, 사랑받기 위해 잘 해 준 후 보답을 기대하거나 서운해하지 말라는. 한 마디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니 인생을 살라는 말이다. 

 

책의 형식은, 대중적 자기계발서다. 그 목적은 정확히 끝까지 유지하는 책이다. 심리학 쪽 독서 이력 쌓이신 분들은 읽기 시시할  수준이다. 게다가 대화 형식을 통한 각성,,, 이 과정이 매우 유치하고 웃긴다. 마치 일본 학원물 만화의 말풍선 속 자의식 과잉 대사와 비슷해서 읽다가 집중 못하고 여러번 뿜었다. ("뭐야? 철학자가 저런 말을 하다니! 난 인정할 수 없어!" 이런 대사가 많다. ㅋㅋ) 

 

책의 내용으로 말하자면, 이미 사회생활 어느 정도 하고 가족을 비롯, 각종 인간관계에 데이고 시달린 경험이 쌓인 사람들이라면 이미 이 정도 깨달음은 자력으로 얻었을 만한 내용이다. 아마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한 20, 30대 여성들이 이 책을 베셀로 만드는 주 구입 독자층이 아닐까 싶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를 가지고 무조건 남들의 기대에 맞추고 내가 잘하면 사랑받고 인정받을 것이라며 연애와 결혼, 직장 생활을 시작했건만, 현장에서 숱한 좌절감을 맛본 그런 어리버리한 내 동생뻘 여성들. 어긋난 인간 관계를 고민하며 본인 잘못이 무엇인지를 찾고 스스로를 자책하곤 하는 분들께 이 책은 강력히 권할만하다. '저 사람이 나에게 왜 그럴까?'를 고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내 과거에 이런 일이 있어서 지금 내 마음에 이런 문제가 있구나'하고 트라우마를 분석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자기 이익만 챙기며 약게 살라는 말은 아니다. 아래 인용한다.

 

철학자 : 인간은 모두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네.(중략) 더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내 제안은 이렇네. 먼저 '이것은 누구의 과제인가'를 생각하게. 그리고 과제를 분리하게. 어디까지가 내 과제이고, 어디서부터가 타인의 과제인가. 냉정하게 선을 긋는 걸세. 그리고 누구도 내 과제에 개입시키지 말고, 나도 타인의 과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구체적이고도 대인관계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아들러 심리학만의 획기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지.

- 171쪽

 

 

 

철학자 : 자네가 어떤 찰나를 보내더라도, 설령 자네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공헌한다'는 길잡이 별만 놓치지 않는다면 헤맬 일도 없고 뭘 해도 상관없어.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으며 자유롭게 살면 되네.

- 318쪽

 

이 책을 포함해서 아들러 이름을 걸고 나온 책 6권을 연달아 읽었다. 그중 3권은 기시미 이치로가 지은 책이다. 현재 국내에 불고 있는 아들러 유행열풍은 엄밀히 말하면 아들러 심리학에서가 아니라 기시미 이치로 저자의 편하고 대중적인 글쓰기 능력에서 오는 것 같다. 기시미 이치로 저자는 전체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를 예상 독자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편집해서 여러 권의 책으로 내 놓고 있다. 이런 일본의 자기계발, 실용서 독자 맞춤 출간 관행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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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5-12-18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계발서 고를때 껌정드레스님 리뷰를 많이 참조 하는데요. 이번에도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대화 형식 때문에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부분이 맘에 들어서 중고로 사볼까 했거든요. 그런데 까만드레스님이 이게 다다 하고 요점 정리해주시니까 이상하게 더 읽고 싶어졌다는요 ㅋㅋㅋㅋ 글을 너무 재밌게 써놓으셔서 그런 거 같아요. 리뷰 늘 잘 보고 있어요 감사드려요~!! ^^

자유도비 2016-01-02 18:07   좋아요 0 | URL
오, 자기계발서적 성격 책들 많이 보세요? <삐딱해도 괜찮아> 추천합니다.
추천 이유는,,,, 하하.

2016-01-02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이듦에 대한 변명 -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김희재 지음 / 리더스북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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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한 책을 주욱 살펴 보고 있다. 이 책은,,, 리뷰 남기기가 좀 애매하다. 독자의 독서 목적에 따라 다르게 느낄만한 책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나이들어 외모가 추레해지거나 실수를 많이 하거나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이해해 주라는 것. 주로 모녀간의 일상 대화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거나 한의학 지식을 사용하여 몸과 마음의 증상을 설명하는 것 등등 내용 자체는 괜찮다. '도대체 우리 엄마/아빠는 점점 왜 저렇게 이상하게 변해갈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젊은 독자라면 매우 도움이 될 듯 하다. 그외에도 장점이 많은 책이다.

 

하지만 나는 나이를 무기로 삼아 행패를 부리는 이기적인 어르신들에게 너무나도 질려 있는 상태여서, 이 책의 장점에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 한마디로 '너도 늙으면 이렇게 되니까 뭐라고 하지마!'라고 말하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 세대들이 단순히 나이들어 아픈 데 많다고 하소연한다거나, 냄새 난다거나,,, 하는 이유만으로 어르신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잖은가.

 

튼튼하고 건강했던 부모의, 선배의, 상사의 젊음을 발판삼아 지금의 삶을 누리고 있는 세대라면 어르신들의 구취를 연민할 줄 알아야 합니다. 누구나 그렇게 연민받을 시기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116 ~ 117쪽에서 인용

 

나는 몸의 낡음보다 정신의, 염치의 낡음이 더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위에 인용한 것과 같은 문장들이 별로 와 닿지 않았다. 걍 구취가 문제가 아니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여 충고를 가장한 지적질을 해댈 때의 구취가 문제다. 구취는 노인 혐오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거리와 예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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