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사전 - 게임 시나리오를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110가지 추리 규칙·트릭·이론 비즈앤비즈 게임 크리에이터 시리즈 7
미스터리 사전 편집위원회 지음, 곽지현 옮김, 모리세 료 감수 / 비즈앤비즈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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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성실하고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의 가치는 쟝르, 상황, 캐릭터, 트릭, 도구와 장치, 이론 등 6장으로 크게 정리된 목록 아래 세부 꼭지들 이름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거의 영국과 일본 추리소설 위주이긴 하지만 프랑스와 미국 소설도 주요작은 다 나온다. 간단한 내용 소개 정도가 아니라 여러 작품을 넘나들며 이론을 적용해 설명한다. 한마디로 충실한 내용이 담긴, 잘 만든 사전이다.

 

관련 시대배경도 잘 나와 있다. 이를테면, 사회파 미스터리를 정의내리는 부분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장르가 성립되고 지지받았던 배경은, 당시 일본에서는 국민소득배증계획(1960년 이케다 내각 아래에서 책정된 장기 경제계획)으로 대표되는 고도 경제 성장기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불안 때문에사회문제에 관심이 커진 데에 있다. (28쪽)'라고. 아놔, 모든 이야기는 역사로 통하누나!

 

사실 나는 미스터리 장르소설보다 기차와 근대, 대중문학의 발생 쪽에 관심이 가서 찾아 읽었다. 예상대로, 이 책에 관련 내용이 많았다. 글쎄, 이런 대목까지 이 책에 있지 뭔가.

 

교통 시설을 이용한 밀실 살인사건이 추리소설에 사용된 것은 1830년대 유럽에서 여행 가이드북 출판이 일반화되고 근대 관광 산업이 발흥하기 시작하면서 1860년 12월 6일에 뮬하우젠발 파리행 열차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사건(포완소 사건)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이 사건은 당시 작가들을 자극해, 열차 내 밀실 살인을 제재로 하는 작품도 몇몇 발표되었다.  여행지에서의 살인을 다룬 트래블 미스터리는 이런 19세기 말 사회 상황을 배경으로 성립된 것이다.

이러한 트래블 미스터리를 일본에 보급한 일인자가 니시무라 교타로라는 점에는 감히 이론이 없을 것이다. 1960년대 중반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으로 데뷔해, 1978년 마침 그 당시의 블루 트레인 붐으로 크게 히트한 <침대차 특급 살인사건>이후, 열차와 그 정차역 또는 종착역 주변의 관광지를 무대로 한 트래블 미스터리 작품을 차례차례 발표했다. (중략) 이러한 니시무라의 작품이 절대적으로 관광객 수나 승객 수에 영향을 미치면서, 한 철도 회사의 중역은 자사의 신형 관광 열차의 선전을 위해 니시무라에게 이를 무대로 한 작품을 집필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를 받아들인 니시무라의 작품이 간행된 후 바라던 대로 그 열차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에피소드마저 남아있다.

- 238 ~239쪽

 

마지막 참고 문헌 정리한 부분도 대단하다. 아아, 색연필로 줄 치며 한 권씩 읽어줘야할 책들의 목록이다. 어쩌란 말인가, 끝까지 이 책은 심히 유용하다. 편집은 좀 촌스럽지만 내용이 단단하니 봐줄만 하다. (그래도 같은 삽화를 3,4번씩 각각 다른 꼭지에 쓰는 건 좀 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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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 - 위대한 작가의 특별한 인생 이야기 네버랜드 지식 그림책 9
믹 매닝 지음, 브리타 그랜스트룀 그림, 장미란 옮김 / 시공주니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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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고, 25쪽 정도 분량이지만 내용이 알차다. 디킨스의 전기적 사실과 작품 소개가 삽화와 같이 잘 어울려 있다. 덕분에<올리버 트위스트>,<크리스마스 캐럴>, <위대한 유산> 등 국내 번역본 소설책에 곁들여 조금 소개된 작가 이력 이상의 내용을 만나서 기쁘다. 빚을 갚지못해 디킨스의 아버지가 간 감옥에서 가족들이 같이 살았던 사실, 어린 찰스 디킨스가 돈을 벌어오길 원해서 어머니가 학교에 가는 것을 반대했는데, 디킨스는 그런 어머니를 평생 원망했다는 사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때문에 디킨스가 어른이 되어서도 방황하며 고통스러워 했다는 것,,, 등등.

 

구두약 공장을 지나 옛집으로 가다 보면, 눈물이 나왔다. 큰 아이가 제법 말을 할 정도로 자랐을 만큼 세월이 흘렀는데도 말이다! (중략) 유명해지고 행복한 지금도 꿈속에서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내가 다 자란 어른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다. 그저 쓸쓸하게 그 시절 속을 방황하는 것이다.

- 본문에서 인용

 

위 인용부분은 자전적 소설인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쓰던 당시 디킨스가 밤에 남들은 모르는 어린 시절의 아픔이 어린 장소를 돌아다니며 하는 독백이다. 이 책의 저자는 디킨스가 자서전을 남기지 않았기에 그가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 편지, 가족의 회상 등을 토대로 이 책을 구성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 뒤편의 참고 도서를 찾아 읽어보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디킨스에 대한 더 깊은 사항을 알 수 있겠군! 


 

책은 좋다만, 그림책이지만, 어린이 용은 아니다. 어른이라도 디킨스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재미없게 느껴질 것 같다. 그런데 디킨스가 바람 피운 이야기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어린이 용인가? 뭔가 예상 독자 설정이 알쏭달쏭한 책이지만 나는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책 뒤편의 참고도서 리스트가 바로 그것! 디킨스에 관한 수많은 참고도서 원서들 중에서 우선 <The Life of Charles Dickens>를 봐야겠다. 지은이 John Foster는 디킨스 딸의 대부였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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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한국문학
조두영 지음 / 일조각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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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은 내 인생의 수수께끼이다. 어릴 적에 보기에도 심청이의 정신상태는 정상이 아니고 심봉사는 더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 심청을 칭찬하는 조선 후기 심청네 마을 사람들이나 심청전을 읽고 효를 말하는 현대 사람들이나 다 이상하다. 나이들어 책 좀 읽고 엄마와 주변 어르신들과 갈등을 겪으며 원전으로 읽어보니 <심청전>에서 보이는 것은 갸륵한 효 정신이 아니라 아픈 사람들과 아픈 사회의 모습들이었다. 이기주의는 물론 매저키즘과 새디즘이 우글거린다. 아, 고전소설에서 이런 것만 보는 내가 변태냐, <심청전>이 변태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청이가 주위에서 강권하는 효행을 하며 사는 것이 너무 지겨워서 자살을 선택한 것만 같다. 그를 통해 심봉사와 세상에 소극적 피학적 저항을 한 것 같다. 보라, 니들이 원하는 대로 살다가 이렇게 죽는 나를! ( 이 대목에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겟세마네 (I Only Want to Say)' 가사가 생각난다. '좋아요, 죽을게요. See how I die ~~~")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나는 사악하고 삐딱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책 읽다가 이런저런 의문을 품고 찾아보면, 늘 이런 쪽으로 먼저 생각하고 글로 쓰신 전문가들이 있더라. 바로 이 책같은.

 

그럼, 두둥! 이 책을 소개한다.

책의 저자는 국내 최초로 국제정신분석학회 공인 정신분석가인 조두영 현 서울대명예교수시다. 책의 구성은 독특하다. 예제와 연습문제가 나란히 실린 수학문제집같다. 앞 부분은 정신분석 기본 이론을 요약하고 있다. 동화, 설화를 통한 정신분석의 역사와 예를 서술하면서 브루노 베텔하임과 이부영 교수 소개도 한다. 이어서 뒷부분에서는 앞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이상, 손창섭, 김동인 등 현대문학 작품들과 해와 달이 된 오누이와 우렁 각시 등 국내 설화를 분석한다. 이 중 심청전 분석 부분은 두 꼭지이다. 참, 영화 <서편제>분석 부분도 크게 보아 심청전 분석의 연장이다. 서편제의 아비 역시 심봉사나 마찬가지니까.

 

여튼, 이 책의 <심청전>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심청전에 대한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전문가의 견해를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역시, 내 생각대로 심청이는 피학적 나르시시즘 환자였던 것이다. 심봉사와 마을 사람들은 '효'란 미명 아래 자기 이익을 꾀하며 아동 학대를 일삼았고. 결국 <심청전>의 주제는 '심청이를 본받아 효도해라'가 아니라 '어떤 효가 바람직한가, 효를 강권하는 사회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다함께 생각해보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심청전>은 사회고발소설이다.

 

어머니 곽씨 부인은 비록 집적적인 접촉은 거의 없었지만 아버지와 동네사람 등 주위 사람들을 통하여 그 피학적 열녀상이 이상화되어 심청에게 주입됨으로써 심청에게는 언제나 비교되는, 그러나 결코 능가할 수는 없는 강력한 경쟁자로, 그리고 본받아야 할 존재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그녀의 효행을 채찍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 371쪽에서 인용

 

결국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던 곽씨부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자신이 유기당했다는 느낌에 빠진 심학규에게 심청의 존재는 그러한 상황을 초래시킨 원인으로 파악되며, 따라서 그녀에 대한 원망이 그 무의식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략) 이와 같은 피양육자에 대한 양육자의 학대, 거부, 분노는 피양육자에게도 양육자에 대한 유사한 반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양육자에 대한 분노와 적의는 피학적인 양상으로 표출될 수가 있다.

- 372, 379쪽

 

'효'란 효의 대상에 대한 주인공의 공격성이 피학성으로 표출되는 것이며, 따라서 주인공들이 지극하기 이를 데 없는 피학적 성격의 효도를 행하는 이유는 섬기는 대상에게 갖는 공격성을 억제하는 부정과 반동형성이라는 자아방어기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 379쪽

 

비록 자청한 일일지라도 막상 그러한 현실에 부딪히고 보면 입으로만 자신을 위로하고 칭찬해 주며 자신을 험한 세상으로 내몬 아버지와, 자신을 그러한 상황 속에 남겨놓고 죽어버린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적의를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부모에 대한 배신감, 분노, 공격성이 의식 수준에서 인식됨을 막기 위해서 심청은 더욱더 자신의 효성을 채찍질하는 가운데 그녀의 효는 피학적 성격을 더해 가게 되는 것이다.

- 383쪽

 

효자, 효녀의 특징이 약한 자아와 의존적 성격이라는 것은 (중략) 아버지에 대한 심청의 지나친 배려는 그녀가 아버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의존성의 이면인 것이다.

- 383, 384쪽

 

심청이 가진 죄책감의 이면에는 또한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적의가 존재한다. 자신으로 하여금 그러한 죄책감에 싸여 살도록 무의식적인 가학성을 가한 것에 대한 분노, 또는 자신에게 기대어 자신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시켜 왔고 이제는 그 해결방법이 전혀 보이지 않는 공양미 삼백석의 문제를 자신에게 떠넘겨 버린 것에 대한 분노가 있었고 그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에는 그 분노와 욕구를 억압하고 그러한 자기를 스스로 처벌하는 피학성이 함께 작용하여 몸을 파는 결심이 나온 것이다.

- 385쪽

 

효를 주제로 한 한국의 대표적인 전래소설에서 그 효의 대상인 심학규의 성품 묘사가 이처럼 이기적이고 착취적으로 그려진 배경에는 지나치게 효를 강조해 왔던 문화에 대한 자체적인 무의식적 반발이 작용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 393

 

프로이트 스타일 분석이어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성 본능 쪽 접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렁 각시 읽다가는 성적 접근이 너무 웃겨서 몇번 뿜었다. 왕과 대결해서 신랑이 이기는 것이 늙은 왕에 대해 젊은 신랑의 성 능력이 뛰어나다는 해석이라니. 아놔, 난 관탈민녀 쪽으로 역사배경 반영 보는 것이나, 우렁색시가 거부하는 데도 서둘러 부부인연을 맺어버리는 신랑을 분석하는 페미니즘 쪽 시선이 더 재미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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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라는 극장 그리고 문화
최영주 지음 / 글누림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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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비극 관련 서적들을 주욱 찾아보고 있다가 좋은 책을 만났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에 있는 이 책 상품 상세 페이지에는 책 관련 정보가 거의 없다. 책 소개글은 너무 간략하고 저자 소개도 아예 올려져 있지 않다. 독자 리뷰도 한 편도 없다. 안타깝다.

 

독자가 책을 읽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뭐 정답이 있겠느냐만은, 내가 읽고 생각하는 셰익스피어란 고전이 아닌 당대의 대중 오락인 연극 대본이다. 셰익스피어 사후 400년 지난 지금에서야 불멸의 고전이지 셰익스피어 당대에도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1페니 극장에 올릴 목적인 대중 희극과 왕실의 화이트홀에서 공연될 목적으로 쓴 역사비극은 좀 차이가 있겠지. 여튼 근본적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은 당대인 영국 자본주의 초기의 대중 문화 상품이었을뿐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작품은 400년 지나 현재까지 연극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등 문화 상품으로 계속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분명 셰익스피어를 문자로 접한 사람보다 이런 문화 상품으로 접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를 책으로 읽더라도 그 대본 자체보다 셰익스피어라는 문화 상품이 어떻게 작가 생존 당시 역사적 문화적 상황을 반영했으며, 400년동안 재생산되고 소비되어오면서 어떻게 그 소비 대중들의 시대와 문화, 욕망, 가치 등등 당대의 삶을 반영했을까,,,, 하는 점에 더 주목해야하지 않을까.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관련 책을 찾아보다 이 책을 만나서 반가웠다. 책은 연극 대본으로서 셰익스피어 작품과 해석의 역사를 다룬다. 각 시대별 무대별 연출자별 셰익스피어 인물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하는 셰익스피어 연구자이자 연극평론가인 전문적인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보이는 것은 셰익스피어 당대부터 현재까지 각각의 시대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도 다룬다. 특히 거투르드, 오필리아, 데스데모나, 레이디 맥베스 등 여성 인물들을 분석하는 페미니즘적 시선이 정치적으로 올바르(pc)다. 저자는 10년전 이미 '여성혐오'를 말하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10년전 나온 책이어서 편집 등이 좀 촌스럽기는 하지만 내용은 2016년 지금 봐도 전혀 10년전 책 같지 않다.  

 

또 이 책의 좋은 점이다. 저자는 세익스피어의 조국 영국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셰익스피어 극 수용 역사도 같이 다루고 있다. 셰익스피어 관련 이론서 찾아보면 거의 영어권 저자들 책이 많아서 영미 쪽 상황만 읽게 되는 것에 비해 이 점, 이 책의 엄청난 장점이다. 문학과 역사를 같이 보길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햄릿>이 일제강점기와 1070년대 저항 정신을 우의적으로 표현하는 무대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셰익스피어 작품의 시대 배경은 늘 현재였던 셈.

 

셰익스피어의 공연사에서 <햄릿>은 단연 극장 안팎의 관심을 독점하였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햄릿>에 쏟아부은 관심과 정성은 플롯이 함유하는 다층적인 의미, 주인공의 심오한 대사, 그리고 무대 구성에서 오는 재미뿐 아니라 우리 관객이 무대 속의 현실을 자신의 삶으로 전환시켜 볼 수 있는 보편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전자의 관점이 전통적인 해석으로 성실히 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후자의 관점은 군사 독재 시대를 거치며 사회 현실을 무대에 담아내는 정치극의 면모로 발전하게 된다. (중략)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현실에서 안민수의 <하멸태자(1976)>가 현실 인식을 은유적이고 우회적으로 패망하는 백제의 아사달과 아사녀의 사랑 이야기를 빌어 동양적 색채로 바꾸고 있다면, 80년에서 90년에 걸쳐 진행된 기국서의 <햄릿>연작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며 군사 독재, 광주 사태, 사회 부패 등의 현실 사회에 통렬히 비한을 가하는 저항 문화의 첨단에 서 있다.

- 본문 388쪽에서 인용. (광주 '사태'란 용어 사용은 맘에 안 든다만)

 

개화기 셰익스피어 소개는 격언으로부터 시작되어 찰스 램의 셰익스피어 이야기가 일본을 거쳐 번역되고, 1930년대 동경 유학생들의 극예술연구회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며 1960년대에 와서야 셰익스피어의 한국 수용은 학계의 연구와 번역, 공연이 삼위 일체를 이루며 일단 완성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좀 의아하다. 그러니까, <햄릿>의 원작을 읽지도, 무대에 오른 모습을 보기도 전에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이니라"같은 격언이 먼저 대중에게 알려졌다는 것 아닌가?  "죽느냐 사느냐" 같은 대사야 식민지 청년들의 갈등을 대변하는듯하여 유행했을만 하지만, "약한 자여" 는 왜 유행했을까? 식민지 남성성 관련,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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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셰익스피어 대전집
    from to be immortal 2016-04-03 23:42 
    십년 전 우연케 도서관에서 발견하여 다행히도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전집. 20년 전에 이만한 전집을 출간한 대한민국의 문화역량에 감동!
 
 
blackbooks 2016-04-12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데 예전 리뷰보고 말씀드립니다

blackbooks 2016-04-12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에어는 작은아버지가 아니고 외삼촌에게 유산을 상속받은게 맞습니다

껌정드레스 2016-04-13 08:12   좋아요 0 | URL
예, 제가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 읽기>란 책의 리뷰 마지막에 이렇게 적어 놓았네요.

이 시대의 문학과 역사에 관심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서구 책 읽으면 늘 그렇지만, 등장인물 가계 호칭이 멋대로인 점이 거슬린다. 엉클을 무조건 외삼촌이라 번역했다. 제인 에어가 작은 아버지가 아니라 `외삼촌`에게 유산을 물려 받았다고 서술되어 있다. 박사 학위 가진 전공사분이신데, 좀 방심하신듯.

껌정드레스 2016-04-13 08:25   좋아요 0 | URL
제인 에어에게 유산 상속하신 남자친척어른의 이름은 John Eyre입니다.
제인 에어가 자선기숙학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친척집은 the Reeds입니다.
제인 에어의 아버지 성은 Eyre이고 어머니의 결혼전 성은 Reed였습니다.

제인 에어의 아버지 형제는 3남매였죠. 그 중 한 남자 어른이 제인 에어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존 에어이고, 그 중 한 여자 어른, 즉 제인의 고모님이 샌존, 다이아나, 매리 리버스의 어머니였습니다. 샌존의 풀네임은 St. John Eyre Rivers거든요. 그래서 제인과 샌존이 사촌간이 됩니다. 제인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존 에어는 샌존네 남매들에게는 외삼촌이 됩니다.

그러므로, 제인 에어는 외삼촌이 아니라 작은아버지에게 유산을 상속 받은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국내 <제인 에어>번역본에는 uncle을 삼촌이라고 번역한 책이 많기에 많이들 착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혹은 백부, 숙부라고 번역한 책도 있습니다. 숙부는 원래 작은 아버지이지만, 요새는 외숙부 외숙모 하는 식으로 더 많이 쓰기에 숙부라고 번역해 놓은 책으로 읽어도 외삼촌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여튼,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길게 답댓글 단 것 같네요. 민망해하지 마세요. ^^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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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은 여러번 봤다. 하지만 그동안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최근에 어떤 글벗님 글을 보고서야 마음이 움직여 책을 펴 들었는데, 숨 쉴 틈도 없이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후회했다. 아, 이 책을 좀더 빨리 읽었더라면, 그랬더라면 (물론 갑자기 글을 잘 쓰게 되지는 않았겠지만) 좀더 마음이 편했을 텐데. 그동안의 개고생이 떠올라 억울하기까지 하다.

 

블로그에 리뷰를 쓰기 전에 검색해보니 이 책은 이미 3판이고 많은 리뷰가 달려 있었다. 10년 전 나온 책이지만 광고없이 입소문만으로 이런 쟝르의 책이 이렇게 스테디하게 사랑받다니! 블로그에서 조용히 꾸준히 글 쓰시며 몇 년 전에 비해 글쓰기 실력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친구분들은 벌써 이 책을 읽고 이런 자세로 글쓰기를 장기적으로 실천하고 계셨다니,,, 여러가지 생각하고 반성할 점이 많았다.

 

이 책은 문장 쓰기나 책 한권 쓰기 과정에 대한 실질적이고 세세한 팁을 주는 책이 아니다. 글을 쓰는 자세, 삶을 충실히 사는 자세를 말하는 책이다. 물론 별 대단한 내용은 없다. 그냥 써라, 평생 써라, 평생 살아가듯 매일매일 하루를 성실히 사는 자세로 쓰라는 것이다. 그것이 글쓰기이고 삶이라는 것. 천재작가니 뭐니하면서 짜깁기로 자기계발서 같은 글쓰기 책이 많은데, 그런 책들의 내용에 비해 소박하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다. 글쓰기이건 삶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다. 지름길을 찾느니 매일 매일 한 걸음씩 걸어나가면 내가 읽고 쓰고 살아간 삶 뒤로 길이 생긴다. 내 역사가 서서히 이뤄진다. ,,,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이런 깨달음에 이른 것이 최근이다. 그러기에 저자가 나보다 먼저 깨닫고 써 놓은 이 책의 내용이 너무도 맘에 와 닿았다. 진작 읽었더라면 큰 위로를 받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이하, 이 책을 읽으며 저자와 내가 대화한 대목. :

 

실천적으로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 17쪽

(맞아요, 전 좋은 작가이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두 달 전에 꽤 괜찮은 글을 썼다고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쓴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글을 써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 19쪽

(그러게요, 언제나 새롭게 새 글을 써야하고 언제나 새롭게 절망해야 하는 것이 우리 운명이죠.)

 

우리는 글이 안 써질 때도 무조건 계속해서 글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죄의식과 두려움,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어떤 글이든지 쓰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 55쪽

(그래요, 무조건 써야 해요. 가만 앉아서 영감아 떠올라라, 하면 기욤 영감님만 오더라고요. 일단 써야 그 내용에서 영감이 꼬리를 물고 솟아나더라고요. )

 

습작 시절부터 '자기 속의 작가'를 내면의 편집자 또는 검열관과 분리시키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가 자유롭게 호흡하고, 탐험하며 표현할 공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56쪽

(저는 이게 힘들어요. 제 안의 검열관 엘사가 자꾸 제 타이핑하는 손가락을 얼려 버려요. 렛 잇 고 ~ ) 

 

작가란 결국 자신의 강박관념에 대해 쓰게 되어 있다. 자주 출몰해서 괴롭히는 것, 절대 잊을 수 없는 것,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이야기로 엮는다.

- 78쪽

(헉, 자신의 육체가 풀려나기를,,,, 그래서 제가 요즘 그레이에 꽂혔나요? 부끄부끄 ~ )

 

사람들은 글쓰기가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생각하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중략)

그러므로 글쓰기 훈련은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중간에 포기하거나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써 내려가는 것, 끊임없이 글쓰기를 방해하는 생각들을 육체적으로 물리쳐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 94 쪽

 (그러게요. 글쓰기가 육체 노동이더라고요. 우린 키보드 노동자죠. 좋은 글은 몸 컨디션이 좋을 때 나오더라고요. 밤 새 커피 한 드럼 마시며 글 쓰는 작가 이미지는 다 뻥이야!  작가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야!)

 

글쓰기 속에 몰입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상으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세상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몰입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 균형을 잡는 데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125 쪽

(아, 마님. 이 문장 참 좋아요. 저는 예술 지상주의자들보다 정당한 현실 발언을 하는 작가들을 존경해요. )

 

우리는 앞서 있었던 모든 작가들의 짐을 나르고 있다. 우리는 이 시대의 역사, 이념 그리고 대중문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글쓰기 안에 용해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 136 쪽

(많이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해 보면 다 내 글 안에서 큰 자산이 되더라고요. 남자는 도망가도 내가 경험한 것들은 끝까지 나와, 내 글과 함께 있죠! 그리고 나는 역사 속의 개인이죠.)

 

예술가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존재라는 생각 같은 것은 떨쳐 버려라.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고통스럽다. 자신만이 고통스럽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이유는 없다.

- 138 쪽

(와우, 이거였어! 힘들 때마다  별나게 굴지 말고 징징거리지도 말자, 어차피 1인분의 인생이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요. 이 문장을 좀더 빨리 만났더라면 제 미모가 이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텐데! )

 

자신의 글쓰기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라.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인내심과 유머 감각을 키우라. 의심이라는 생쥐에게 갉아먹히지 말라. 훈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잃지 말고 저 너머에 잇는 광활한 인생을 바라보라.

- 175 쪽

(흠, 유머 감각이라면 저는 이미 대가급일걸요? ㅋㅋ) 

 

만약 하루도 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계속 글쓰기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잠시라도 완벽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 글쓰기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해 보라.

- 210 쪽

(그래서 제가 폴댄스와 발레를 배웠죠. 요새는 김치도 담궈요. 글쓰기를 놓고 다른 몸쓰는 일을 하면 심신이 이완되며 아이디어가 팡팡 터지죠. ) 

 

작품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을 두고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잠시 미루어 두라. 그리고 6개월 후 다시 작품을 읽어 보라. 무언가 더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중략)

만약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읽었을 때에도 작품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낙담하지 말라. 당신이 쓴 좋은 부분은 이미 당신을 위한 퇴비가 되기 위해 발효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무언가 좋은 것이 되어 밖으로 나올 것이다. 인내심을 가져라.

- 251 쪽

(그러더라고요. 퇴고는 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해야 제대로 자신 글의 장단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몇 달이 지나 다시 봤을 때 자기 글이 쓰레기같아 보이면 절망할 필요 없어요. 그건 성공한 거죠. 그동안 내 눈이 더 높아져서 기존의 내 문제가 객관적으로 보일 정도로 내가 성장한 것이니까요. )

 

산만한 정신을 뚫고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훈련이다.

- 259 쪽

(자주 산만해 지지만, 말씀대로 지속적으로, 제 표현으로는 '걍' 글쓰는 것이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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