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혁명사 - 식민지 독립전쟁과 노예해방
로런트 듀보이스 지음, 박윤덕 옮김 / 삼천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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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민주주의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상당 부분 생도맹그 노예들의 투쟁 덕분이다.

- 본문 19쪽에서 인용

 

 

서구인 입장에서 서구사 위주로 세계사를 배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티 혁명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인도 제도에 있던 섬나라 아이티는 독립 이전에는 프랑스의 식민지 생 도맹그였다. 사탕수수와 커피 플랜테이션을 위해 식민지 지배자들은 아프리카인들을 이 섬에 노예로 끌고 왔다. 1791년, 이들 노예들은 봉기한다. 이때 프랑스는 혁명 와중에 있었다. 프랑스 공화파들은 이들과 동맹을 맺는다. 혁명 이념의 평등한 적용이라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진실은 식민지 반란을 당당 무력 진압할 형편이 안 되었고 오히려 흑인 병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군사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프랑스는 노예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이는 곧 식민지 노예제 폐지로 이어지고, 1794년, 프랑스 국민공회는 프랑스 영토내 노예들은 모두 프랑스 공화국의 시민이라고 선포한다. 한편, 프랑스가 대륙에서 전쟁에 휘말린 틈을 타, 산토 도밍고(현재 도미니카 공화국)를 식민지로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과 자메이카를 식민지로 지배하던 영국이 생 도맹그를 침략한다. 흑인 군대들은 양대 제국과 싸워 이긴다. 그러나 프랑스 상황이 수습되자, 나폴레옹은 생 도맹그에 군대를 보내 '식민지 반란 진압'에 나선다. 혁명군은 삼색기의 흰 색을 찢어내고, 더이상 프랑스 공화국에 기대를 갖지 않는다. (생도맹그에서 삼색기는 흑인, 혼혈인, 백인의 평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역부족, 혁명 지도자 투생 루베르튀르는 프랑스에 포로로 잡혀 간다. 1803년, 쥐라산맥에 있는 주 요새의 감옥에서 사망한다. 백인과 유색인의 보복 학살과 테러가 서로 자행되고, 남은 사람들이 버티고 버텨서 전쟁은 이어진다. 1804년, 드디어 생 도맹그는 프랑스로부터 독립해 본래 원주민인 타이노족이 그 섬을 부르던 이름인 '아이티'를 국명으로 삼는다.

 

아이티 혁명은 식민지 독립과 노예해방을 동시에 완수한,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한 혁명이었다. 게다가 그시대의 막강한 제국인 스페인, 영국, 프랑스와 각각 전쟁을 해서 이겨 내지 않았는가. 이 혁명은 교과서에서 그렇게 위대하다고 말하는 프랑스, 영국, 미국 혁명보다 규모가 크고 더 전세계적으로 의미있는 혁명이었다. 유일하게 승리한 노예반란이기도 했다. 아이티 혁명은 카리브 해 식민지들은 물론,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독립과 혁명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쳤다. 유색인과 가난한 사람, 여성을 차별하던 서구 혁명의 실상을 보라.  재산과 성별에 따라 시민권이나 선거권을 주던 앞서 세 혁명의 성과와, 1793년에 이미 여성들에게도 투표권을 주던 송토나 시절의 아이티의 성과는 비교도 안 된다. 프랑스 혁명 이념의 전파와 혜택, 식으로 아이티 혁명의 동기를 왜곡해서도 안된다.

 

아이티혁명은 온갖 피부색을 띤 모든 사람이 자유와 시민권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냄으로서 영원토록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이 혁명은 아메리카에서 노예제 페지의 핵심적 부분이었고, 따라서 인권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의 기초를 닦은, 인류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아이티혁명의 후예들이고, 또한 우리는 이 조상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 본문 24쪽에서 인용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조상들을 알지도 못하는가? 그것은 서구인 시각에서, 서구인의 이익을 반영하여 쓴 세계사만 알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는 대로 보다보니, 전쟁광 나폴레옹이 위대한 혁명가인줄만 알고, 자신의 영토욕을 위해 자유 평등을 외치는 것에 속아 편협한 위인전만 읽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이 생도맹그에 '반란군 진압'을 위한 원정 군대를 보내면서 "아메리카에 일어나고 있는 흑인 야만주의에 맞서는 서양 문명인들의 십자군(본문 396쪽)'이라는 헛소리를 한 것은 모르기 때문이다.

 

아아, 나는 이런 역사를 계속 공부하고, 나 역시 이런 잘 모르는 역사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주는 글을 쓰고 싶다!

 

워워,  이 책에 있는 기본적 내용 소개만으로도 너무 흥분했다. 아이티 혁명 요약이 아니라 책의 특징도 말해야 하는데.

 

책은, 전체의 절반 분량이 투생 루베르튀르의 본격적 등장과 활약 이전을 다룬다.그래서 아이티 뿐만 아니라  1800년대를 전후한 서인도 제도 식민지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아이티 혁명이 서구 식민주의자들의 시각으로 왜곡되기 쉬운 이유 중 하나가, 혁명 주역 당사자들의 기록이 너무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시 농장주의 편지 등 혁명 상황을 반영한 기록을 인용해서 최대한 1차 사료를 보여 주려 노력했다. <제인 에어>의 광녀 전처, 크레올 여성 버사에게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반가운 자료들을 많이 접해서 좋았다.

 

하지만 책은 혁명 이후 아이티 역사의 어두운 면까지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얼머무려 버린다. 혁명 후일담이랄까, 그런 점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사실 그걸 다 써버리면 아이티 혁명이 기껏 독립했더니 내전 벌이고 독재하고 가난하게 살잖아? 하는 식의 반응을 받을 수도 있겠다. '왜정 시대' 찬양하는 우리나라 어떤 분들같은 반응은 세계사 어디에서나 나온다.

 

그러나 알 건 알아야지. 이 리뷰에 내가 공부한 아이티 독립 이후 역사를 좀 덧붙인다. 아이티 정부는 프랑스와 국교를 맺기 위해 배상금(농장 등 재산을 상실한 망명 농장주의 요구)을 1825년에 지불한다. 돈이 없기 때문에 프랑스 은행에 돈을 빌려서 프랑스에 지불한다. 그래서 현재까지 프랑스에 부채를 지고 경제가 종속되게 된다. 또, 상업 작물 플랜테이션외에 산업이 없기에 경제가 취약한 점. 식민지 시절에 농업이 왜곡되었기에 주 식량까지 수입해야 하는 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플랜테이션에 집중하다보니 농업 노동자들이 농장에 다시 노예계약처럼 묶이게 되는 점, 독립 지도자들의 변질, 내전, 1915년 ~ 1934년까지 미국의 아이티 점령, 그 시기 미국이 자행한 6만 명 학살, 미국이 지원한 독재자 뒤발리에 부자의 독재,,,,  최근의 아이티 지진,,, 내가 아는 건 대략 이 정도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아이티 혁명이 위대하구나야, 나는 아는데, 하고 잘난척하듯 이 책의 리뷰를 쓰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이 책을 읽은 나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일단은, 이것을 하겠다 :

 

친구분들아! 이 출판사 책 좀 돈 주고 사 보시라! 촘스키 선생님이 쓰신 <쿠바 혁명사> 등 매우 좋지만 안 팔릴 책을 많이 낸 출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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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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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이 글이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시절부터였으니, 내가 이 보석같은, 단도같은 글을 만난지 어언 20년 가까이 흘렀다. 오랫만에 다시 읽어도 역시 온달 산성과 청령포 이야기는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당신은 기억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은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당신이 먼저 말했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인 반면에 어리석은 사람은 그야말로 어리석게도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인하여 조금씩 나은 것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직한 어리석음, 그것이 곧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고 내용입니다.

'편안함' 그것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은 흐르지 않는 강물이기 때문입니다. '불편함'은 흐르는 강물입니다. 흐르는 강물은 수많은 소리와 풍경을 그 속에 담고 있는 추억의 물이며 어딘가를 희망하는 잠들지 않는 물입니다.

- 본문 82쪽에서 인용

 

당신은 유적지를 돌아볼 때마다 사멸하는 것은 무엇이고 사람들의 심금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를 돌이켜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오늘 새로이 읽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라고 하였습니다. '과거'를 읽기보다 '현재'를 읽어야하며 '역사를 배우기'보다 '역사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 본문 84쪽에서 인용

 

이 책은 소개글이 필요없다. 그냥 읽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그 장소에 가 보면서 선생님의 이 말씀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물론 이 책은 선생님 책 중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다. 지금 다시 보면 좀 비약적인 견해도 올드 패션드한 느낌도 보인다. 게다가 막상 가보면 이 장소들은 이미 똑같은 등산복을 입은 중년남녀들로 바글바글하다! 실망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렇게 국토와 민중과 역사에 대한 애정을 담아 올곧은 이야기를 쉽게 다정하게 들려주는 책은 흔하지 않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근 이십 여년 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보니, 눈물이 핑 돌아 잠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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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자본 세계사 가로지르기 3
박홍규 지음 / 다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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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들 피케티 읽는 이 시점, 나는 아장아장 걸음마 시작하며 이 얇은 책을 읽는다. 생각해보니 대학시절 정치경제학 학습서 좀 읽은 후 이쪽은 세계사 쪽으로만 읽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읽어야할 지도 막막하다. 확실한 것은 박홍규 교수님의 시각을 내가 믿는다는 것. 그래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언급하자면, '1장 자본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자본, 자본주의 , 자본가 등 기본 개념을 설명한다.  2장은 자본 이전의 세계를 다룬다. 3장에서는 유럽 초기 자본이 16~18세기를 어떻게 바꾸어 갔는가를 설명한다. 결국 식민지 침략사이다.  4장은 19세기이다. 제국주의와 기계화의 관계, 노동자계급 형성, 대공황 등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 5장은 주로 미국 자본 비판 위주였으며 반자본 운동을 소개한다.

 

저자는 반자본, 민주주의 관점에서 서술한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 시대가 아니며,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의 본질을 은폐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되었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식민지, 분단, 전쟁,,, 이 아니라 30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자본주의를 경험한 탓이라고 진단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30여년만에 한국 사회는 새로운 계급사회에 돌입했다고 본다. 대략  이 정도면 이 책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청소년 용 경제학 서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이 책을 기획한 분들이 있는 출판사에 급 관심이 간다. 검색해보니 재미있는 책이 많다. <인류 모두의 이야기>를 낸 곳이니 말 그대로  이 출판사는 '다른'시각을 보여주는 곳이라 하겠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박홍규 저자의 다른 책에 비해 이 책의 서술 문체가 매우 안정적이고 책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 이는 저자분의 전공 분야여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편집실의 프로정신 덕분일까? 여튼 저자도 책도 출판사도 흥미롭다. 더 지켜 보겠다.

 

나는 지금 산업 혁명기 노동자, 여성, 어린이, 혼혈인 등 약자들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큰 얼개와 기본적 시각 정립 정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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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속의 세계사 - 세계사 속에 숨겨진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장지연 엮음 / 미네르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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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에 대해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은 다 찾아 보고 있다. 단행본 외, 인물 열전, 대중 역사 등등.

이 책에 '헬렌켈러는 사회주의자였다'라는 꼭지가 있어서 그 부분을 읽다가 걍 전체를 다 읽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대중 역사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책은 아마 컨셉이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 사실을 알려주고 유명 인물을  재조명해 주는 것이 목적인 것 같다. 그런데 고대문명과 신화의 미스테리를 다루는 1부는 애매하다. '고대문명보다 앞선 초고대문명은 실재하는 것일까?','바다 속에 수장된 고대문명','남극에도 비밀도시가 있었다? ' 이런 믿거나 말거나식 서술 때문이다. 나머지 책 내용도 100년 전쟁은 100년 동안이 아니었다거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아라비아 숫자는 원래 인도에서 발명되었다'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들은 바이킹이었다' 등등 대중 역사서를 즐겨 읽을만한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을 새삼 소개한다. 서술의 문제점도 보인다. '마르코 폴로는 중국을 가본 적이 없다 '는 찬반 양론을 다 다뤄주지 않는다. 인물의 일화도 호기심 위주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쟌 다르크가 바지를 입은 죄로 처형당했다는 꼭지가 그 한 예.

 

읽다가 읽다가 이 책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서 지은이 관련 서지사항을 보니 장지연 지음이 아니라 '장지연 편'이다. 흠, 괜히 다 읽느라 시간 낭비했다. 리뷰까지 쓰는 것도 시간 낭비이지만, 다른 독자를 위해 남긴다.

 

여하튼, 전체 책 수준에 비해 헬렌 켈러의 사회주의자 면모를 소개한 부분은 균형잡혀 있어서 한번 읽어볼만 했다. 하지만 '편'이라니, 어떤 책의 어떤 견해를 복사해 붙였는지 모르니 읽고 잊어 버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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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대기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63
피터 그레이 지음 / 시공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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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년부터 시작된 아일랜드 대기근과 그 여파를 다룬 책. 얇지만 작은 글자로 빽빽히 많은 내용이 들어가 있다. 우리야 아일랜드가 멀게 느껴지니 아일랜드 대기근, 아일랜드 감자기근이라 칭하지만, 서양사에서는 보통 ‘대기근’이라 할 정도로 이 기근은 끔찍했다. 100만명이 넘는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과 역병으로 죽었다. 절망끝에 이민간 사람들도 많았기에, 1845년 기점으로 60년 후, 아일랜드의 인구는 절반이 되어 버렸다.

 

기근의 직접적 원인은 ‘감자마름병’이었지만 100만명의 사람들을 굶어 죽게 만든 것은 정치적, 인종적, 경제적, 종교적인 문제들이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영국 지배자들 때문이었다. 아일랜드는 12세기 이래 700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 청교도 혁명 이후 크롬웰은 1652년 아일랜드 식민법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아일랜드의 토지를 수탈했다. 전체 경지 2/3는 영국인 지주 소유였다. 몰락한 아일랜드인은 소작인이 되어 수확한 곡물은 세금과 지대로 영국인 부재지주에게 바치고, 그들은 감자만 먹고 살았다. 

 

감자마름병으로 기근이 들고, 역병이 확산되어지만 영국 지배자들은 이들을 구제하지 않았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게으르고 미개한 탓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신교도 영국인들은 이를 카톨릭을 믿는 아일랜드에 대한 신의 징벌이라고도 말했다. 감자 수확은 어려웠어도 들판에는 밀 등 곡식들이 잘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가난한 아일랜드인들은 이 곡식을 살 돈이 없었다. 영국은 여전히 군대를 동원해 강제로 아일랜드에서 생산한 밀을 영국으로 가져 왔다. 당시 영국은 매년 50여만톤의 밀을 아일랜드에서 영국으로 가져왔는데, 이 양이면 충분히 당시의 아일랜드의 굶주린 사람들 전체를 먹일 수 있었다고 한다. 영국인 대지주들은 아일랜드인들이 지대와 임대료를 내지 못하자 그들을 강제로 내쫓았다. 쫓겨난 사람들은 빈민구제소까지 걸어가다가 길에서 굶어 죽거나 병에 걸려 죽었다. 종교 기관의 후원으로 설립된 구제소는 죽 한 그릇 주면서 개종을 요구하기도 했기에, 신앙심 깊은 아일랜드 사람들은 구호를 거부하며 죽어가기도 했다. 당장 무상 배급이 급한데 영국은 아일랜드인들이 게을러질까봐 공공사업을 벌여 일을 시킨 후에야 돈을 지불했다. 그런데 품삯도 충분히 주지 않아 그 돈으로는 식량을 구입해서 굶주린 가족을 먹일 수 었었다. 이상이 바로 네덜란드 등 전유럽에 감자마름병이 유행했지만 유독 아일랜드에서만 대기근이 발생한 이유다.

 

책은 아일랜드 내만 서술하지 않고, 이민간 아일랜드인들의 이후 이야기까지 추적해서 보여준다. 크롬웰 시대부터 영국(잉글랜드)로 이주해간 아일랜드인들은 대도시 공장에서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며 대영제국의 산업혁명에 기여했다. 대기근 이후 미국으로 이주해간 아일랜드인(케네디 대통령 조상들 포함)들 역시 저임금 노동자로 혹사당했다. 미국의 대륙 횡단 철도는 중국 쿨리들과 아일랜드인들이 만들었다.

 

재난의 발생은 하늘에 달려 불가피할지 몰라도, 희생자들을 더 늘이는 것은 항상 지배계급의 잘못된 대처때문이라는 것을 절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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