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이, 자유를 찾은 아이 ㅣ 사계절 그림책
폴 티에스 지음, 크리스토프 메를랭 그림, 김태희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제가 좋아하는 커피가 아동의 무분별하고 공정하지 못한 노동과 관련이 있다고 해서 충격받은 적이 있어요. 형편없는 노동환경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제 3세계 아동들의 실태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치룬 커피 원료를 팔기도 하는데 가격이 상당하더군요. 우리가 무심코 먹고, 사용하는 물건들 중에 가난한 나라의 힘없는 아이들의 땀과 시간과 눈물이 배어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자이, 자유를 찾은 아이> 는 인도의 큰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아동 노동 착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긴 시간의 노동과 말도 안 되는 보수만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인간 이하의 대접, 거짓말과 협박,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노동현장이었어요. 뉴스에서 보았던 이야기들, 충격적인 현장을 지켜보면서 정말로 어린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어요.
갈색 피부, 까만 눈과 머리칼을 가진 아이, 자이는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지닌 아이입니다. 개울에서 헤엄도 치고 친구들과 뛰어놀면 무럭무럭 자라던 아이였지요. 가난한 부모가 자식을 어떤 남자에게 팔았고, 그 남자는 자이를 도시로 데려와 공장에 넘겼어요. 이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아무리 가난해도 자식을 팔고, 또 어린 아이를 사가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어른들도 지내기 힘든 공장 환경이 아이들을 더욱 힘들게 했어요. 열다섯 시간씩 일을 했지만 먹는 것도 자는 것도 형편없었어요.
자이는 꿈을 잃지 않았어요. 자신이 만든 양탄자를 타고 다니는 꿈을 매일 꾸고, 자유를 다시 찾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삶을 늘 그리워했어요. 어떤 어려움에 쳐해있어도 아이들의 마음은 여전히 거울 같은가 봅니다.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가난하고 더럽다고 무시당하면서도 자이의 꿈은 더욱 빛을 발했지요. 힘들게 일하고 굽신거리면서도 아이의 빛나는 마음은 더욱 갈고 닦아졌어요. 그럼, 자이의 꿈을 이루어졌을까요.
그림이 참 어둡고 우울한 그림책이에요. 내용은 희망을 잃지 말고 꿈을 가지라는 것이었는데, 그림 속 인물의 모습이나 배경이 모두 그림자처럼 컴컴하고 뾰족합니다. 웃음보다는 실망과 절망과 아픔을 말해주고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계절 초등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다소 무겁고 깊이있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들이지만 많은 생각거리들을 갖고 있어요. 어른들이 읽어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할 만큼 다양하고 심오한 주제를 이야기를 해주어요. 인종에 대하여, 환경에 대하여, 사람 관계에 대하여,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책들입니다. < 자이, 자유를 찾아서> 역시 제 3세계 아동노동 착취문제를 담고 있어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쓰여진 글이라 부담없이 세상살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