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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엔도 슈사쿠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8년 5월
평점 :
아주 멋진 할아버지를 만났다.
<침묵> 작가 엔도 슈사쿠.
<침묵>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만든
사일런스(Silence)의 원작이기도 한데
노벨문학상 후보로 뽑힐 만큼
대단한 글을 쓴 작가이다.
조금 무거운 주제의 소설을 쓰던 작가로
알고 있었기에 그가 동물기를 냈다고
했을 때에는 바로 에에에??? 라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가
바로 아~ 엔도 슈사쿠가 썼다는 동물기는
무조건 읽어봐야 한다는 마음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동물기라니.. 어떤 이야기를
어떤 말투로 내뱉을지 너무 궁금해서..
읽었다.
역시나. 읽기를 잘했다.
안 읽었으면 너무 후회했을지도.
주로 진지하고 묵직한 종교적 이념이 가득한
소설을 써왔던 엔도 슈사쿠의 에세이는
정말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재미를 가졌다.
특히나 툭. 툭. 던지는 듯한 말투의 문장이
너무 맘에 들었던..^^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그는
에세이 안에 여러 동물에 관한 관찰과 감동,
푸념 같은 걸 혼잣말하듯 읊조리고 있는데
한편한편 웃기기도 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는 등,
책을 읽는 내내 이 할아버지
정말 내 스타일이야~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만주에 살 때 검둥이라는 만주견이
첫 반려견이었고 부모님께 말할 수 없던
속 마음을 검둥이에게 털어놓는 등 많은
추억을 검둥이와 함께 만들었는데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오게 되며 검둥이와 헤어진 것이
처음으로 겪은 이별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우리 엘지가 생각나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생전 만났던 검둥이라는 개에서부터 고양이,
구관조에 오리, 판다며 원숭이 등등의
동물들에 대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늘어놓는데
개인적으로 반려하는 동물이 있어서
좀 더 많은 공감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동물을 키우거나 키워봤던 사람들이라면
추억과 함께 그래, 맞다 맞아... 하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아직 안 키워봤거나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팁이라던지
실제 반려하게 되었을 때의
일을 미리 알려주는 선도자의 역할을
할 것 같은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
아~ 정말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더욱 엔도 슈사쿠의 팬이 돼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엔도 할아버지의
유쾌한 동물기를 읽었으면 좋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줄기차게
페이지를 넘기며 킥킥거렸던 시간이
너무 행복했던 독서였다.
내세에는 사슴이 되렵니다..로
글을 마무리한 엔도 슈사쿠.
그는 과연 나라 사슴공원의
사슴으로 태어났을까?
그렇다면 꼭. 나라에 가서
사슴 전병을 양껏 던져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