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보기왕이 온다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그게 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들여보내선 안 된다고.
현관으로 오면 문을 닫고 내버려 두면
되는데 뒷문으로 오면 위험하다고.
뒷문을 열면 끝이라고.
잡혀서 산으로 끌려간다고.
보기왕이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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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기왕이 온다>라는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보기왕이 뭘까.
엿보는 왕? 엿보기를 좋아하는 왕?
.. 이런 식으로 정말 단순하게 자체적으로
해석을 했었는데 실제로 읽고 보니 멀어도
한참 먼 나만의 해석이었다.

그렇다면 보기왕이라는게 도대체 뭘까..
했더니 아.마.도 과거에 외국의 문물이
들어올 때 서양의 부기맨을 어찌어찌 부르다
보니 보기왕이 된 게 아닐까.. 라는 해석이
있던데 정확한 해석이나 유래를 따지는 건
그닥 중요치 않으니 여기까지 하고 패스.

<보기왕이 온다>에서 보기왕의 타깃이
되는 존재는 다하라 히데키. 초등학교 6학년
때 치매에 걸린 데다 거동까지 힘든
할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갑자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렸다. 이유 없는 섬뜩함을 느낀
히데키는 문을 열지 않고 그 여자가
돌아가기를 기다렸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밖에서는 계속해서 이름을 부르고 있다.
이유 모를 두려움에 휩싸인 히데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그때까지 자고 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큰 소리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로 여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문을 열면 안 돼.
사실은 대답도 해선 안 돼.
물론 나 도 고함을 쳤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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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찾아온
그 여자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보기왕이 온다>는 3개의 장으로 나뉘어서
히데키와 그녀의 아내 가나, 그리고 노자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야기의 시작이자
주인공인 히데키가 보기왕에게
쫓기는 사건의 발단이 서술되는 1장에서는
과거의 그 여인이 자신을 찾아온 사실을
깨닫고 그제서야 그 여자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는 히데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느 날 직장 후배가 치사의 일로 찾아왔다는
손님이 있다는 말을 전한다.
치사라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히데키의 딸의
이름.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며 얼른 로비로
뛰어갔지만 히데키를 찾아왔다는 사람은
온데간데없다. 그러고는 무언갈 깨닫는
히데키. 그는 딸의 이름을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데 방문자는 어떻게 치사라는
이름을 알고 찾아온 것일까.
그 후 손님이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직원이
이유모를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상처가 악화되며 시름시름 앓게 되고 결국은
회사까지 그만두게 된다. 잇달아 히데키
주변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게 되고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것으로부터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직접 그것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의 존재는 너무나 강력했고
그의 힘만으로는 도무지 정체를 알아낼 수도,
그것의 손길에서도 피할 수 없는데...

남들이 보기에 너무나 행복한 가정이었던
히데키와 가나, 그리고 귀여운 치사.
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두 번째 이야기로 흘러가게 되면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게 되면서
세상사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보기왕이 온다>의 초반에는 머릿속으로
충분히 그려지는 겉으로 드러난
공포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뒤틀린 심리적 틈에 의해
불러올 수 있는 공포가 그려지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히데키가 묘사하는 보기왕의
외적 모습이 상상하는 것조차 너무 무섭게만
여겨졌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의 마음과
사람이라는 존재가 더 무서워져버렸다.
특히나 왜 보기왕의 타깃이 되어버렸나.라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 제일 소름이 돋았다는...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히데키의 가족에게
보기왕이 찾아올 만큼의 틈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그 틈을 비집고 보기왕이 찾아왔다면
과연 그것을 물리칠 수는 있는 것인지..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의문은 깊어지고
그만큼 공포도 커져갔다.
아무래도 비현실적인 것이 주가 되었기에
그것을 물리치기 위해선 똑같이
비현실적인 힘을 가진 자들이 등장하는데
와~~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겠다.
했는데ㅎㅎ 12월 초에 영화가 개봉된다고..
역시나. 이렇게 좋은 소재를 영화계에서
그냥 둘리는 없겠지?

에고고. 두서없이 쓰다 보니
사족이 잔뜩 달린 긴~ 리뷰가 돼버린 듯.
어찌 되었건 최근 읽었던 호러 소설 중
엄지가 자동으로 올라가고
그와 함께 추천 지수도 덩달아 올라가는
<보기왕이 온다>.
사람들의 마음의 틈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패닉에 빠트리고 가정을 파괴하고 결국은
망가트리고 마는 공포 = 보기왕.
한참 추워지고 있는 요즘.
더욱 오싹하게 초겨울을 즐기고 싶다면
절대!! <보기왕이 온다>를 추천.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기왕을 만나보기를....

점선의 영역

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퓨즈가 나가듯
툭. 예언을 내뱉는 할아버지가 있다.
그 예언이란 게 피해 간 일이 없기에

"만나서는 안될 사람을
만나게 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돼."

라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예언을 듣고도
주인공인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걸 알기에.

만약 나였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다 어쩌면 히키코모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한들 피할 길
없다는 걸 아는 주인공은 불길하기 짝이 없는
할아버지의 예언을 지나가는 달걀 장수의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판매 방송처럼
흘려듣고 마음에 담지 않으려 한다.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취업을 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나'. 어느 날 여자친구인 서진이
취업을 위해 면접을 다녀오겠다 하고는
다음날 오전이 지나도록 그녀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퇴근시간이
다가올 때 집으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단순히 면접 결과가 좋지 않아 잠수를 탄 거라
생각하고 있던  '나'는 퇴근 후 찾아간
서진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의 방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고
사물이든 생물이든 그 모든 것들의 한켠에는
작든 크든 각자의 그림자를 달고 있다.
서진만 빼고.

도대체 서진의 그림자는 어디로 간 걸까.
할아버지의 예언 속 소중한 걸 잃는다는 게
서진의 그림자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만나선 안될 사람이란 게
서진이었을까. 어찌 되었건 서진의 그림자를
찾자고 말하는 '나'에게 그녀는 그림자가
사라지고서야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에게 찾아온
그림자를 쫓아냈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기까지...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내는 서진에게 그림자를
찾자고 강요할 수는 없었지만
서진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난 후
이상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이유 없는 정전이 이어지고
곧이어 사라지는 사람들도 생겨나자
'나'는 서진의 사라진 그림자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그림자를 찾기로 하는데...

과연 '나'는 서진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을까?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서진에게 그림자가
돌아오게 되면.. 그녀가 느꼈던
행복은 어떻게 되는 걸까.

불길한 미래에 대한 예언을 말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시작된 <점선의 영역>은
책의 진도가 나갈수록 의문에 의문이
쌓여갔다. 그 의문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생각거리를 계속 던지며 책에 대한
나의 관심과 되새김을 요구했다.
재미있었다. 이야기의 흐름과 중간중간
독자 스스로가 뭔가 생각하고 궁금해하고
자기만의 답을 꺼내도록 유도하는 게
재미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소설 자체는 그리 두껍지 않아 두 시간도
안되어 다 읽었는데 책을 읽은 후의 여운은
이틀, 사흘이 지나도 계속되는...
나에게는 간만의 뒤끝(좋은 의미로)이 남는
<점선의 영역>이었다.

은수의 레퀴엠

은수의 레퀴엠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속죄의 소나타>와 <추억의 야상곡>
다음으로 이어지는 <은수의 레퀴엠>.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
이야기꾼인 나카야마 시치리가 이번에는
또 어떤 기막힌 상황을 보여줄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는데 그저 감탄만 할 뿐.

<은수의 레퀴엠>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배를 배경으로 시작되는데 흡사 세월호의
이야기 같아서 불편한 마음으로 책을
시작했다. 깊은 바다로 가라앉는 배에서
살아남기 위해 힘없는 여자의 구명조끼를
폭력을 사용해 빼앗고 목숨을 부지한 남자.
구명조끼를 빼앗긴 여자는 배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아 사망하게 된다.
남자가 폭력으로 구명조끼를 뺏는 장면이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된 후 그는 재판에
넘겨지게 된다. 읽으면서 당연 남의 목숨을
폭력으로 빼앗고 살아남았기에
이 뻔뻔한 남자는 큰 죄를 받을 줄 알았는데
허!! 긴급피난 뭐시기라는게 적용되어
이 사내는 무죄를 받는다! 이 대목에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쌍욕을 뱉어낸 게
나뿐만은 아니라 믿고 싶은 순간이었다.

아무튼 배가 침몰한 이후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구명조끼를 빼앗아 살아남은 사내는
백락원이라는 요양원에서 살해를 당하게
되는데 그를 살해한 사람이 놀랍게도
미코시바의 교관이었던 이나미.
미코시바는 그가 알던 이나미라면
우발적인 살인 따위 할 사람이 아니라며
그의 변호사가 되기를 자처하고
그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에게 전혀 협조할 의사가 없는
이나미. 그는 자신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만큼 거기에 맞는 처벌을 원하면서
미코시바에 맞서게 되는데...
과연 사건의 뒤편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변호사보다는 마치 탐정처럼 사건의 진실에
깊숙이 파고드는 미코시바!!
그는 어떻게든 이나미를 무죄로 만들려고
하지만 스스로 저지른 죄는 반드시 속죄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이나미는 자신 또한 죄에서
도망치지 않겠다고 나서며 변호사인
미코시바와 정면으로 대립하는데...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몰입도 있게 전개되어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었는데다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인 선과 악,
진정한 속죄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은수의 레퀴엠>.
아. 그리고~ 사회파 성격이 강한 작가답게
법에 대한 허점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도대체.. 이 작가는 이 스토리들을 어떻게
구상해 내는 걸까?) 이번 이야기에서는
요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대한 고발도
이어지는데 사건에 대한 해결도 해결이지만
다 읽고 난 후 요양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공포가 더 커져 버렸다. 나 또한 늙을 테고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마냥 소설 속 이야기라 믿기엔
난.. 그만큼 순진하지 않기에...

어찌 되었건 믿고 읽는 작가의 이야기답게
(틀에 박힌 표현이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던 <은수의 레퀴엠>.
시체 배달부라 불리 던 소년범이
변호사가 되어 또 다른 악명(?)을 떨치는
이 시리즈가 끝나지 않길 바라며...
리뷰를 마쳐본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전 남자친구로 인해 생겨난 트라우마로
심각한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케이트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육촌인 코빈이
몇 개월간 집을 바꿔서 살아보자는 제안에
크게 고민한다. 공황장애로 인해 비행기
타는 것조차 힘든 케이트이기에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반가울 턱이 없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것도 사실이지만
곧 케이트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6개월간 보스턴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처음으로 홀로 보스턴에서 생활하게 된
케이트는 코빈의 아파트에 들어온 첫날
그녀가 살게 될 아파트의 이웃집 여자
오드리라는 여자가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되며 이유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거기다 새롭게 만나게 된 맞은편 집 남자
앨런. 그 또한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는데....

과연 미국. 보스턴이라고 하는
완전 새로운 곳이라는 환경적 요인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이웃의 실종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사소한 그 모든 것이
 불안감을 조성하는 상태에서 케이트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역시 피터 스완슨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말 머리에 뭐가 들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사이코패스들을 소설에 등장시키는데
이번에는 스토킹과 집착이 주 종목인
사이코패스를 등장시켰는데 묘사가 너무
자세해서 그런지 읽는 내내 소름이 돋았던...
거기다 사이코패스가 그 한 명뿐이면
얼마나 심심했을까...(ㅋㅋ)
사이코패스.. 까지는 아니지만....
심각한 관음증을 가진 사람이 나오는가 하면
살아 숨 쉬는 내내 심각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까지 불안감을
전이시키는... 도무지 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페이지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만큼 작가의
묘사가 뛰어나단 말인데..
어디서 이렇게나 많은 정상적이지 못 한
사람들의 정보를 구하는 걸까. 묻고 싶을 정도.

평소에 가장 안전을 느낄 수 있는 내 집이
알고 보니 제일 위험한 곳이라면?
매너 좋고 친절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이웃이
마냥 내 생각 같지만은 않다면...?
예전 같았으면 소설을 읽고
상상하는 게 다였을테지만
요즘은 그냥 상상에 지나지 않고
거의 매일같이 뉴스로도 접할 수 있는 내용에
더 소름 돋았고 뒤끝이 씁쓸한 소설이었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 시점과 화자가
속도감 있게 바뀌기 때문에
소설의 진행 속도 또한 빨랐고
이야기 꾼 피터 스완슨답게
몰입도 또한 높았다.

주말을 헌납한 보람이 있었던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거기에서 왜 그 여자가 보였는지
궁금한 사람은 당장 책을 펼쳐보기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 장담하며 추천!!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김제동씨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어떤 책일지 너무 궁금했는데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의 서문을 읽고는 뜨악. 했다는.

읽고 보니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책 표지를 유심히만 봤다면 바로 알 수
있었던 건데... 서문을 읽고서야
이 책이 헌법에 관한 책이었다는 걸 알은... ㅋ

법이라고 하면 법조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이나 입에 올리는 거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감히 입에
올리는 게 어렵기만 하고 다가가기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내가 헌법 독후감을
읽는다? 읽기도 전에 아후.. 어렵겠다..
내가 과연 끝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서문에서 김제동씨가 언급한 대로
이 책은 헌법에 대한 책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의외로 재미나고 에세이라 생각하고 읽으면
의외로 무게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딱. 그 말이 맞았다.
잔뜩 움츠린 채 시작했다가 점점 읽고 있는 동안
가슴이 펴지면서 내가 왜 몰랐을까?
정말 이 내용들은 딱 우릴 위한 거였는데
지금까지 전혀 몰랐다며 책에 체크를 하고
메모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법이라고 하면 마냥 어려울 것만 같아
그동안 굳이 알려 하지 않았고
최대한 가까이하지 않게 멀리 돌아갔는데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를 읽고 나니 헌법이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
아니 사알짝 만만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거 같다고 하면 너무 나갔나? ㅋ

평소에도 김제동씨 말빨이 워낙 좋아
한 번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김제동씨가
읽어주는 느낌이 들어 한 번씩 웃음이 픽픽
나왔다. 나만 그랬을까? 싶긴 한데
강약강약으로 조절되며 특유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느낌.. 그러고 보니 김제동씨
목소리로 녹음해서 들려주는 것도
재미날거 같다. ㅋㅋㅋ

어렵게만 생각되고 정말 이 책을 펴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헌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재미난 구성으로 워낙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다 보니 다 읽고 난 지금은
정말.. 헌법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재미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헌법은 재미날 수도 있었고
쉬울 수도 있었던 것인데 ...
왜 지금까지는 무조건 어렵다고만 여겼을까.
그건 아마도 그 누구도 우리에게
헌법을 우리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쉽게 해석해서 이해하면
누구든 헌법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라고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하기도 ...

저는 헌법을 처음 읽었을 때 이렇게
토닥여주는 것 같았어요.
"당신 안전해야 해."
"당신 행복할 자격이 있어.
위로받고 보호받는 느낌 이 었어요.

처음 헌법을 읽었을 때 울었다고 하는
마음을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니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거 같은 기분?! 솔직히 김제동씨의 책을
읽고 헌법에 대해 알고 나서 울기까지는
아니었지만 감동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헌법이 있어야만 하는 그 존재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재해석하고
재미나게 풀어낸 그의 노력이 정말
박수받아야 한다 느꼈다.

마지막까지 김제동씨는
국민 누구나가 헌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가 헌법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잘 몰라서 어렵다..
우리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야..라고
멀리했다면 이제라도 우리가 먼저
헌법을 이야기하고 이해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헌법이  원래 우리를 위한 것이었으니.
내가 내 거를 안 챙기는데 누가 챙겨주겠는가.
이제 내 밥그릇은 내가 챙기자는 말.

읽는 내내 뭉클했고 감동적이었던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1가구 1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