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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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렇게나 심오한 좀비물이라니.

좀비가 나오긴 하지만 여느 좀비 소설과는 다르게

좀비가 세상을 뒤집어엎어 문명이 종말 한 후

살아남아 악착같이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종말 아닌 종말의 도래 후 단 3일간의

짧다면 짧은 날들의 이야기이지만 작가 특유의

건조하고 장황한 말투에 오히려 더 긴장감이

느껴졌다. 뜬금없이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현재에서

과거로.. 또다시 현재로.. 지금 서술되는 게 실제

사건인지.. 망상인 건지.. 다소 헷갈릴 수도 있지만

조금만 찬찬히 시간을 들여 읽어나가면 금세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 때문에 나중에는 작가의

이런 서술 방식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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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애틀랜틱시티에서 돌아와 부모님의 침실 문을

열었다가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섬뜩한 짓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을 때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당연히 그때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몸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아버지의 창자 한 조각을 홀린 듯이

열정적으로 갉아먹고 있었다. (중략)

.....

그것이 그가 겪은 최후의 밤의 시작이었다.

모두 저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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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그날'이라고 불릴 만큼 단숨에 지구에는

감염된 존재와 그로부터 살아남은 자들로

나뉘어버리고 생존했다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물어뜯길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 도시 수비대가 되어

좀비를 제거하는 일을 맡고 있는 마그 스피츠가

보여주는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일상은

상상이상으로 소름 끼치고 암울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희망보단 암울한 미래의 모습이

씁쓸하기만 한데 멸망이 코앞인데 이 지옥 같은

하루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한 나날 속에 과연

인간들은 무얼 희망하며 오늘을 견뎌낼까?

책을 읽고 있다 보니 문득, 오로지 살아있는 것들을

먹어 치우기 위해 존재하는 좀비와.. 

매일 나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이기적인

내 모습에 좀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 ... 오버인가? ㅎ

분명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닐도 모르겠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재미나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휴가에 어떤 책과 데이트할지 아직

미정이라면 꼭! <제1구역>을 리스트에 넣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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