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비탄의 문 1~2 세트 - 전2권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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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님의 신간 소식에
두 손 두발 다 들고 환영했던 나.

어. 그런데 이번 소설은 심상치 않다.

미미여사님이야 장르물이건 현대물이건,
에도를 둘러싼 에도 시리즈건..
또 판타지건 가리지 않고 다 재미나기 때문에
장르 구별 안 하고 무조건 읽기. 중이지만
이번 <비탄의 문>은 미스터리와 판타지
결합된... 뭔가 새로운 느낌의 형식이다.
사실 에도 시리즈에서는 몇 번 봐오긴 했지만
현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와 판타지의
결합은.. 조금 낯설었던 게 사실.
그래도 작가가 누군가!
미야베 미유키.
그냥 장르가 어떻니 시대가 어떻니 하는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일단 읽기나 햇. ㅋ

<비탄의 문>은 겨울임에도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지는 밤에 생활고로
수도도 전기도 끊긴 작은방에서
폐렴으로 죽어가는 엄마 옆에 있던
다섯 살배기 마나가 창밖에 보이는
커다고 검은 날개가 달린 괴물새를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학생활이 지루했던 고타로는
선배 마키씨의 권유로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정보를 관리하고 사이버 패트롤을
함께 진행하는 쿠마라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의 균형을
잘 맞추며 생활하던 고타로는 어느 날 인근의
노숙자들이 실종되는 사건에 흥미를 보이며
혼자 사건을 추적하겠다고 나섰다가
그 마저 사라진 모리나가를 찾아 나서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모리나가의 행적을 뒤쫓다 보니
우연히 검고 커다란 새가 공통으로 언급되며
이야기 초반의 마나와 조우하게 된 고타로는
커다랗고 검은 새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더욱 집중력을 가지고 
흔적을 찾아다니다 그것이 어느 닫힌 건물
옥상에 자주 출몰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경찰에서 은퇴하고 척추협착으로
고생 중인 쓰즈키는 동네의 한 할머니가 집
근처 폐건물 옥상에 있는 가고일 조각상이
밤마다 움직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위해
그 건물 옥상으로 향하게 된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건물에서 쓰즈키는
모리나가의 뒤를 쫓는 고타로와 만나게 되고
커다란 검은 미지의 존재 가라를 만나게 된다.
가라는 어떤 존재이며 어디서 온 것일까.
인간의 현실 세계로 온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연쇄 절단마
살인범에서부터 고타로 동생의 친구인
미카의 따돌림, 자신이 근무하는 쿠마의
사장에 얽힌 사건 등등 뭔가 다 따로 노는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현실에 분노한
고타로는 가라의 힘을 빌리게 되고
후회할 거라는 가라의 경고를 무시한 채
더욱 깊이 사건의 중심으로 빠져드는데.

과연 <비탄의 문> 마지막 장에는
어떤 이야기가 쓰여있을지...

가라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저 주인공의
환각이거나 꿈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게 되었을 때는 정말이지
미미여사님의 레퍼토리는 어디까지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갑작스러운 현대물에서 판타지로 빠지는
이야기 구성이 자칫하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
이야기의 힘이 빠질 수도 있는데
현실의 주인공인 고타로와 쓰즈키,
그리고 가라의 합은 의외로 신선하면서도
통쾌함을 안겨줬다. 현실에서 일어난 범죄의
대부분이 좁쌀만 한 작은 마음에서
비롯되어 그게 말도 안 되게 큰 갈망으로
이어져 세상을 경악시킬 범죄로 이어졌을 때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막다른 곳에
다다랐을 때 가라가 낫을 휘두르는 그 순간.
통쾌함과 동시에 소름을 느꼈다.

소설이든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든 말도
안되게 비현실적인 범죄들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뭔지 모를 답답함과 공포,
공권력에 대한 불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  하는 황당함들이
해소되지 않아 이제는 솔직히 인터넷의
기사를 클릭하는 것도 뉴스를 보는 것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는데
<비탄의 문>에는 비록 소설일지라도..
가라가 휘두르는 낫에 더럽고 추악한 갈망이
사라지는 걸 보니.. 마음 한켠에 후련함이
느껴졌다고 하면 .. 오바일까?

이번에도 실망 1도 없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비탄의 문>. 이렇게 맛들어지게
비벼진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조합.
어디 가서 이렇게 고급 진 소설을 읽겠냐며
자신만만하게 추천 날려본다.
날씨도 추워지고.. 옆구리도 시린데
외출 약속은 없는... 우리... ㅋㅋㅋ
미미여사님 책으로 마음만이라도
포곤하게 데워봐요.

두 권짜리지만 금세 다 읽어치우고
또 다른 미미여사님의 책을 찾게 될거고
곧 미미여사라는 개미지옥에 빠지게 될건..
미리 사과드립니다. ㅋㅋㅋㅋㅋ

참! 고타로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익명으로 전하는 말에 대한 경고도
눈에 띄어 몇 자 옮겨본다.
착하게 인터넷 생활해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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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고 쌓인 말의 무게는
언젠간 그 말을 쓴 사람을
변화시켜. 말은 그런 거야.
어떤 형태로 꺼내놓든 절대로
자신과 떼어놓을 수 없어.
반드시 자신도 영향을 받지.
닉네임을 몇 개씩 번갈아 쓰며
아무리 교묘하게 정체를
감춰도, 글을 쓴 사람은 그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아.
스스로에게서 달아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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