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퓨즈가 나가듯
툭. 예언을 내뱉는 할아버지가 있다.
그 예언이란 게 피해 간 일이 없기에

"만나서는 안될 사람을
만나게 될 거다."
"소중한 걸 잃게 된다.
힘들 거다.
용기를 잃지 마라.
도망치면 안돼."

라는 할아버지의 마지막 예언을 듣고도
주인공인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다.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일도 아닌 걸 알기에.

만약 나였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다 어쩌면 히키코모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한들 피할 길
없다는 걸 아는 주인공은 불길하기 짝이 없는
할아버지의 예언을 지나가는 달걀 장수의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판매 방송처럼
흘려듣고 마음에 담지 않으려 한다.
(그게 마음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취업을 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나'. 어느 날 여자친구인 서진이
취업을 위해 면접을 다녀오겠다 하고는
다음날 오전이 지나도록 그녀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퇴근시간이
다가올 때 집으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는다.
단순히 면접 결과가 좋지 않아 잠수를 탄 거라
생각하고 있던  '나'는 퇴근 후 찾아간
서진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의 방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고
사물이든 생물이든 그 모든 것들의 한켠에는
작든 크든 각자의 그림자를 달고 있다.
서진만 빼고.

도대체 서진의 그림자는 어디로 간 걸까.
할아버지의 예언 속 소중한 걸 잃는다는 게
서진의 그림자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만나선 안될 사람이란 게
서진이었을까. 어찌 되었건 서진의 그림자를
찾자고 말하는 '나'에게 그녀는 그림자가
사라지고서야 진정한 행복과 자유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녀에게 찾아온
그림자를 쫓아냈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기까지...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고
만족감을 나타내는 서진에게 그림자를
찾자고 강요할 수는 없었지만
서진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난 후
이상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이유 없는 정전이 이어지고
곧이어 사라지는 사람들도 생겨나자
'나'는 서진의 사라진 그림자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녀의 그림자를 찾기로 하는데...

과연 '나'는 서진의 그림자를 찾을 수 있을까?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서진에게 그림자가
돌아오게 되면.. 그녀가 느꼈던
행복은 어떻게 되는 걸까.

불길한 미래에 대한 예언을 말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시작된 <점선의 영역>은
책의 진도가 나갈수록 의문에 의문이
쌓여갔다. 그 의문은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생각거리를 계속 던지며 책에 대한
나의 관심과 되새김을 요구했다.
재미있었다. 이야기의 흐름과 중간중간
독자 스스로가 뭔가 생각하고 궁금해하고
자기만의 답을 꺼내도록 유도하는 게
재미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소설 자체는 그리 두껍지 않아 두 시간도
안되어 다 읽었는데 책을 읽은 후의 여운은
이틀, 사흘이 지나도 계속되는...
나에게는 간만의 뒤끝(좋은 의미로)이 남는
<점선의 영역>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