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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사 - 신화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
개릿 라이언 지음, 최현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1월
평점 :
미술 관련 책을 많이 보다보면, 혹은 영화 속에서 그리스, 로마의 역사에 대해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또 그리스로마 신화도 한번쯤은 읽어봤구요. 그런데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본 그리스 로마 시대의 진짜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였습니다.

이 책은 총 36가지의 질문을 담고 있어요. 질문들을 보면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질문이고 그렇기에 궁금해지는 질문들입니다. 차례대로 읽어도 되고 원하는 질문만 추려서 읽어도 될 것 같습니다.

포도주하면 품종에 따른 종류, 알콜도수 정도만 떠오르는데 예전에는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와 보리로 풍미를 더했던 포도주도 있었다고 하니 상상이 안 되기도 하고 어떤 맛인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시간 기록과 시간 약속에 대한 부분도 우리 나라 과거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가졌듯 고대 사람들은 어떠했는지 왜 그동안은 궁금해하지 않았을까요? 고대에도 시간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기술과 기법이 있었지만 시간을 기술할 수 있는 것과 시간을 실제로 기록하는 것은 별개라고 하는 부분에서 고대인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월별 명칭으로 7월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8월은 아우구스투스 등 황제 이름을 썼다고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황제의 이름을 딴 월이 더 많을 뻔 했다는 것이죠. 이 책은 추가설명이 재미있어서 꼭 읽어보게 만들었습니다.
또 콘스탄티우스는 일요일을 종교 의례를 지키는 날로 공표하고 농사 제외 모든 일을 금지했지만 이 후 일요일의 전차 경주, 야수싸움, 연극 공연도 금지되면서 주말이 재미있진 않았을 것이라는 작가의 추측이 재미있게 와닿았습니다.

키 만큼은 무엇을 먹지 않느냐가 결정한다는 부분도 재미있었고, 로마 황제의 자리를 산 이의 최후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영역을 골고루 다루고 있습니다. 고대 도시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어요. 인술라이 복원도를 보면서 당시 공동주택에 대해서 공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로마의 신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어요. 신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보다 신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했다고 해요. 그래서 희생제물을 바치게 된 것이고요. 그리스 철학자들과 지식인 일부는 신화가 불건전하고 아이들에게 부적절하다고도 비판했닥 합니다. 그리스인에게 모든 영혼이 사후 심판을 받는다는 생각은 나중에 출현하며 이집트종교의 영향이라고 저자는 짐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화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인식도 바뀌는 것 같습니다.

실생활에 대한 질문은 재미있었지만 신화와 종교로 갈수록 점점 서술대로 상상하다보면 잔인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을 당시의 시대상을 상상해보며 올림픽 관련 질문으로 넘어갔어요.
프로운동선수들이 있었을지, 헬스장에 다녔을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를 답해주는 부분에서는 고대 세계의 이동이 대단히 느리고 불편했지만 후추와 이윤을 찾아 지중해를 건너다닌 상인, 운동경기대화와 제전들을 따라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한 배우, 운동선수, 음악가. 학문의 중심지로 모여든 학자들과 학생들, 신탁을 받으러간 순례자. 지방 순회한 고관, 행군하는 군인, 팔려가는 노예. 그리고 여행객들... 적힌 것만해도 그 옛날에도 많은 이동들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원형경기장에 출연할 동물들에 대해 읽으며 다시 잔인함에 휩싸이더군요.
영화에서 근육질 몸매로 등장하던 검투사들은 신분상 좋은 음식이 아니라 콩수프와 보리죽을 먹었고 그 식단이 피하지방을 늘여 신체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전쟁과 정치에 관한 질답을 다룬 파트도 좀 잔인한 서술들이 많이 되어서 읽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마지막 질문이었던 그리스, 로마인의 진정한 후손에 대한 답도 재미있었습니다. 수십세대를 거쳐 유전은 무의미하지만 지혜와 어리석음을 물려받았고, 이것을 이해하고 수용한다는 의미에서 유럽인들은 그리스 로미안의 후예라는 것을.
부록에서는 그리스로마 역사에 관한 속성강좌라고 시작한 부분도 질답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리스인이야기, 로마인이야기, 고대후기 이야기로 나누어 역사를 쉽게 설명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는 것이 많아진 기분이 들었어요.

저자의 세심한 묘사로 당시 생활상을 상상해보았고, 종종 잔인한 부분이 상상되었을때는 그 시대라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해하며 읽었습니다. 그리스로마 세계사 책을 읽었다기 보다는 그 당시 생활 속으로 들어가 당시 그리스와 로마를 이해했다고 느껴지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