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해서 빵을 샀어 - 일상이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이 되는 52가지 감성 레시피
안드레아 카스프르작 지음, 이현숙 옮김 / 이든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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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해서 빵을 샀어.˝
하면 뭐라고 대답하냐는, MBTI 문제가 기억이 났다. 그 질문을 내가 받은 적은 없지만 나 혼자 생각해본 적은 있다. 나는 ˝어떤 빵 샀어?˝ 하고 물어볼 것 같았다. 아마도 우울한 감정이 무척이나 익숙한 성격유형으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우울감이 곧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럴 땐 그냥 일상적인 이야기, 별 거 아닌 대화를 하는 쪽이 훨씬 더 위로가 되지 않나? 내 친구는 그런 편인데, 그리고 나도 그걸 좋아해.

갑자기 친구 이야길 하게 되는데, 내 친구는 정말로 이야길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아마 내가 우울해서 뭔가 말하고 싶어하면 그걸 들어주되 너무 그 감정에 빠지진 않도록 환기시켜주는 소재를 꺼내주곤 한다. 그러면 정말로 기분이 나아져, 그리고 우울해지는 이유도 늘 같은 것 같고, 나도 점점 우울감을 표현하진 않게 되었다. 오히려 우울감이 느껴지면 그 감정을 활용해서 뭔가를 써본다거나 그린다거나, 너무 심각한 우울인 것 같으면 영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내가 이번에 읽게 된 이 책도 비슷한 결을 가졌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자마자 ˝아, 작가님 INFJ 같아.˝ 하고 느꼈는데(아닐 수 도 있음), 내가 수공예만 하던 시절의 MBTI가 바로 INFJ였기에 글만 봐도 과거의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드레야 카스프르작 작가님은 일상을 행복하게 느끼는 법을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제목처럼 ‘우울감‘을 작은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내용이라기 보다는 ‘감각‘을 살려서 일상에서 행복감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고 하면 더 잘 맞을 것 같다. 여러가지 구체적인 일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 속에서 감각을 느껴보게 하는 것이 작가님의 숨겨진 의도(?)라고 느껴졌다. 게다가 그 ‘감각‘이 ‘삶‘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그러니까 빵을 먹으면서 맛도 음미하겠지만 향도 맡아보고, 빵을 만든 장인의 수고로움도 느껴본다던지, 침대 머리맡에 꽃을 두면서 그날의 꽃의 꽃말을 알아본다던지, 농장에서 과일을 딸 땐 농장의 공기를 마셔보고, 딴 과일은 사람들과 함께 나눠먹는다던지, 하는 것들. 이것 말고도 일상이 정말로 영화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52가지의 ‘감성‘ 레시피들이 담겨져 있다. 레시피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우리나라와는 동떨어진 레시피도 있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작가님의 레시피를 한국식으로 바꿀 순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암튼 [우울해서 빵을 샀어]를 읽는 동안 나 역시 조금 마비되었던 감각들을 다시금 회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사실 느리고 여유로운 에너지로 돌아간다는 건 저항이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워낙에 바쁘고 빨리빨리 해야하고, 속전속결을 좋아하니까, 정말로 ‘푸셔‘의 에너지가 강한 나라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느려진다는 건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과거의 나는 정말로 부드럽고 느리고 여유로운 사람이었음에도 그 ‘느린 에너지‘를 되돌리는 것이 쉽지가 않더라. 주된 에너지의 반대로 흘러간다는 건 당연히 저항이 크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나의 에피소드가 하나가 있는데, 그게 ‘느려지는‘ 것의 신호탄,같은 것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좀처럼 오지않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좀처럼 먹지 않는 자판기의 커피가 먹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게 되면 오래 기다린 지하철을 놓칠 수 있다. 그때 읽고 있었던 이 책이 생각이 났고, 나는 500원 짜리 동전을 넣고 까페오레의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지하철은 그대로 보내야 했지만 그때 500원 짜리 까페오레를 마시던 그 순간은 사소한 것인데도 추억처럼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알던 그 여유로움의 감각이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일상을 깊은 수준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조금 어려웠는데 그 날 이후로 일부로 느려지는 걸 선택하는 날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너무 조급한 마음이 들거나 불안감이 느껴진다거나, 무언가를 빨리 해치워야 한다고 느껴질 땐 일부로 느리게 움직이거나 미뤄도 괜찮은 건 미룬다. 마음 속으로 ˝괜찮아˝ ˝괜찮아˝ 말해주면서- 그러고보니 과거엔 내면아이와 소통을 한다던지 책의 내용처럼 감각을 깊게 느낀다던지 내가 느낀 행복을 나눈다던지 그런 것들을 참 열심히도 하고 살았다. 지금은 그렇게까진 아니어도 책에 담긴 로맨틱 에너지들을 내 일상 속으로 꺼내오고 싶다.

[결론] 마음을 열고 매순간의 삶을 사랑하라.



˝모든 로맨스가 그렇듯,
진짜 중요한 이야기는 그 여정 중에 경험하는 모든 이야기에 얽힌 것이니까요.˝

˝적절한 순간에 울림을 주는 말은 깊은 깨달음으로 우리를 진정 살아 있는 상태로 이끌어 주고, 이를 통해 단순히 삶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을 충만하게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도록 합니다.˝

˝로맨스는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니까요.˝

- [우울해서 빵을 샀어] 안드레아 카스프르작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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