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을 재밌게 읽고 하권을 기쁜 마음으로 읽어내려 갔다.
그런데 예상했던 흐름의 틀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뭔가 석연찮아지는 개연성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카타상을 도와주는 호시노상이나 뜬금없이 사에키 상에게 사랑을 느낀다며 잠자리를 요구하는 15살의 카프카.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머 물론,글씨를 읽을 줄 모르는 나카타 상을 위해 호시노군이 동행해주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가 이 거대한 사건을 마무리하는 역할이라는 것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가 아무리 나카타상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을지라도 나카타가 죽었을지라도,또 호시노가 평생에 끈기있는 일을 단 한번도 해내지 못했을지라도 그가 회사까지 쉬어가며 어쩌면 퇴사 당할 위기와 경찰에 연행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으시시한 이 사건을 마무할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카프카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거기다 카프카 이 아이의 성장통을 내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할 수없다. 망상과 현실 사이에서 얼마든지 뜨거워질 수 있는 청춘이지만, 아직 나약하고 완전하지 못한 그 소년에게 하루키는 너무 큰 자유를 준게 아니냔 말이다. 프로이드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바탕삼아 너무 자유로운 전개가 아니요! 하고
막 따지려던 찰라.


‘예술가란 장황한 걸 회피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잖아‘p32 라며 오시마 상을 통해 하루키는 내 입을 봉해 버린 것이다. 다시말해 개연성 따위는 애당초 설명할 생각 따위가 없으니 내가(하루키) 이끄는 대로 따라오라 선수친 것이다.
이 망할. 하루키사마.


하루는 재밌게 하루는 분통 터트리며 상 하권을 읽었다. 설명할 생각없다니 더 이상 묻지도 않겠다. 내가 너무 멀리 와있어서 카프카의 성장통에 공감하지 못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까마귀(카프카)가 제자리를 찾아 되돌아가는 뒷모습 만큼은 열렬히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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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5-15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어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제가 판타지 장르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던 감정은 기억하고 있어요. 지금 다시 읽는다면 그때의 감정과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긴하네요.^^

해피북 2017-05-20 08:51   좋아요 0 | URL
저도 첫 권은 판타지 형식이라 재밌게 즐겼는데요 하 권은 글쎄 흠... 하면서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이 여러번 제판되면서 표지 글이 달라졌지만 어떤 표지에는 ‘곁에 두고두고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책‘이라 써있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생각으로는 아. 글쎄. 과연? ㅋㅋ 이런 생각이 드는데 보슬비님은 어떻게 달라지실까 저도 궁금해집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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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사면 작가의 음성파일도 덤으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mp3 형태의 음원 파일이 아니라, 글을 읽을 때마다 저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서 마치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워낙 티비 프로그램에서 역사 강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서인지,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친절한 강의를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책의 내용 역시 강의를 하는 것처럼 조곤조곤 구성되어서 읽기도 좋았고 이해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살펴보면, 각 왕조사의 중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마지막에는 한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마인드맵으로 정리되어서 갑자기 궁금증이 떠오를 때 핵심 부분만 살펴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는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사를 무조건 외워야만 했는데 만약 설민석 강사님이 우리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우리 학교 역사는 전국 최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살포시 하기도 했다.

 

물론 조금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핵심 내용만 간추리다 보니 내용이 빈약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고 그림을 삽입했기 때문인지 판형이 커지고 두툼한 두께 때문에 두 손으로 들고 읽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면지까지 깨알 정보를 넣는 설민석 강사님의 센스만은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표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年年歲歲花相似歲歲年年人不同

매년마다 꽃은 비슷하나 매년마다 사람들은 다르다.

 

- 당나라 시인 유희이

 

' 21세기 대한민국에는 당나라 시인 유희이의 말처럼, 그냥 사람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세종과 같은 어진 리더, 참된 일꾼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는 소중한 투표권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다르게 만들까요? 그건 바로 우리 모두가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우리 손으로 직접 세종을 선택할 수 있고, 연산군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에필로그.

 

'매년마다 꽃은 비슷하나 매년마다 사람들은 다르다'라는 시인 유희이의 말이 얼마나 큰 위안을 주던지. 2017년의 5월의 봄은 이전의 봄과는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 담아서 투표날을 기다리고 있다. 세종과 같은 어진 리더를 식별하기는 어려워도, 연산군과 같은 폭군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내게 있음에 소중한 한 표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품으며 투표 전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보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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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03 0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추억의 암기 3대장 : 태조태세(국사), 근의 공식(수학), 주기율표(과학)

또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제가 중, 고딩이었을 땐 역대 조선 왕을 외운 적이 없어요. ^^;;

해피북 2017-05-03 14:43   좋아요 1 | URL
저도 뭐 제대로 알았던 것도 아니에요~~ 국사시간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외우는 것이 즐겁기도 했고, 괴로웠기도 했기 때문인데, 요즘 학생들은 맘 먹는 것에 따라서 정말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교재가 많아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학생이 아닌 제 눈으로 바라본 모습이지만요. 아마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공부는 여전히 힘들다고 하겠죠? ㅋㅋ
 

지난주 친정집에 다녀왔다.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명절도 내려가지 못 했던터라, 실로 오랜만에 친정집을 찾았고 정신없이 회포를 푸느라 휴대폰을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이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 덕분인지 책과 서재를 쉬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일주일간 밀린 빨래를 하고, 설거지 거리를 정리하고 집안 곳곳을 정리하고 나니 몸살이 왔다. 하는 수 없이 자리에 누워  그간 읽으려고 벼르고 있던 <해변의 카프카>를 집어 들었다. 아직까지 하루키 사마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내게, 자리 보존하고 누워있는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줄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지루한 책이 될지 걱정이 앞섰지만 어쨌든 첫 장을 열었다.

 

 

소설의 첫 시작은 15살 생일날 가출을 결심한 소년이 아버지 돈 40만 엔을 훔쳐 가기로 한다. 40만 엔이라니.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4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니 적은 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큰 액수의 돈을 서랍 속에 보관하고 있던 아버지라. 왠지 소년의 가출을 미리 짐작한 게 아닐까 하는 기묘한 생각이 들었는데 몇 장 읽다가 "모래 폭풍'이란 단어가 눈에 밟혔다.

 

 

'그리고 그 모래 폭풍이 그쳤을 때, 어떻게 자기가 무사히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너는 잘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아니, 정말로 모래 폭풍이 사라져버렸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게 되어 있어.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해.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래, 그것이 바로 모래 폭풍의 의미인거야.'p19

 

 

이 구절을 읽으며 '모래 폭풍'은 성장기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를 뜻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그러다 헤르만 헤세의 '알'에 생각이 미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한 세계의 파괴. 성장기는 그만큼의 고통을 담보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는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헤르만 헤세를 떠올렸던 건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곧 이 소설도 한 소년의 성장기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가 보다고 짐작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야기가 흘러들어온다. 때는 1944년 전쟁 통으로 먹을 것이 풍성하지 못했던 시절, 버섯을 따로 산으로 갔던 16명의 초등학교 아이들과 인솔 교사는 집단으로 기이한 사건을 경험하고 2시간여 만에 깨어난다. 그러나 나카타라는 아이만은 삼 주 후에 의식을 회복하고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소년과 기억을 잃어버린 나카타. 소설은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면서 연결점 없는 직선으로 달리는듯했다.  소년의 가명은 다무라 카프카, 그리스 신화와 음악과 책 그리고 그림에 이르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소년의 이야기와,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나카타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그 지점에서 갑작스러운 소년과의 연결. 막연한 짐작은 했지만 그 연결 지점에 이르고 보니 마구마구 의문이 생겨난다. 어떻게 두 사람이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 소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소설의 첫 시작은 책을 읽는 내가 주도했다면, 소설의 말미엔 다무라 카프카와 나카타에게 완전히 압도 당하여 책 속에서 끌려다니다시피 했다.

 

 

 

443페이지를 거침없이 읽어내리며 하루키 사마의 힘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재미와 속도 기묘함까지 두루두루 잘 버무려진 이야기. 또 그만큼이 남은 하 권의 책을 집어 들기 전에 잠시 숨을 돌리려 서재에 들렀다. 그동안 하루키 사마의 에세이만 읽었던 내게 소설은 하나의 세계를 열어준 계기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거침없는 성적인 묘사에 그가 왜 그토록 비난을 받고 있는지도 이해가 되었다. 특히 다무라 카프카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오시마 상은 여자이지만 여자이지 못한 존재. 이 역시 <데미안>에서 어떤 구절. 자웅동체라고 나왔던 어떤 구절이 가물가물 떠오를듯하지만 잘 떠오르진 않는다. 무튼. 이렇게 재미난 책을 알려주신 서재 친구 '고양이라디오님'께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제 하 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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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오전에 일찍 서가에 가면 아동열람실엔 사람이 없어서 마치 제 서재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런 기분을 느껴보려고 서둘러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반납할 책 10권을 에코백에 넣고서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서 내려 20분을 걸을 때는 솔직히 책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어깨에서 짓누르는 책의 무게가 무릎에 전달될 때 한 걸음씩 내딛는 발걸음이 썩 유쾌해질 수 없거든요 .

 

 

그런데 도서관에 가까워질수록 자꾸 웃음이 나고 마음이 설렙니다.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날 수 있을까 두근거리기도 하고요.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계단을 올라 열람실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유모차를 끌고서 나오신 어머님부터 서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책을 고르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아. 혼자 만끽할 수 있는 여유는 사라졌지만, 왠지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책을 고르고 읽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사람들과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며 책을 고르고 골랐어요. 어떤 책장에서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제법 많이 보여서 꽤나 큰 보물을 찾은 기분이기도 했고요. 당분간은 그림책 나들이에 신이 날 거 같습니다.

 

 

오늘 빌려 온 그림책입니다. <치킨 마스크>는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반가워서 또 빌렸어요. 그런데 그 옆에 <상어 마스크>도 빌려왔고요. 같은 작가의 그림책인데 무척 궁금해하고 있답니다.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은 내용은 살펴보지 못하고 그림만 살펴봤는데 화초들이 풍성해서 단박에 빌리 게 되었어요. 그리고 <나의 엄마>는 살펴보다가 그만 울컥했는데 요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그 외에 <살랑살랑 고개의 약속)이나 <너도 내 친구야> 그리고 <나는 지하철입니다><이유가 있어요>까지 빌려왔는데 워낙 서재에서도 낯익은 책들이라 반가움에 빌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고르고 대출 기계 앞에 섰는데 제 앞에 어떤 남자분이 대출을 하고 계셨어요. 아이에게 줄 책인지 모두 자연과학사진첩이더라고요. 한 10권 정도 대출하신 거 같은데 제 차례가 돼서 대출을 하려고 보니 책을 올려놓는 선반에 1권, 멜론 책을 가져가지 않으셨더라고요. 이 순간의 갈등! ' 저기요~~ 멜론 두고 가셨어요' 라고 부를까 아니면 책을 가지고 뛰어갈까 망설이던 그 순간에 다행스럽게 책을 세어보시더니 다시 오시더라고요. 휴~ 다행이었습니다.

 

 

저 역시 대출을 마치고 도서관 화장실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휴지통 위에 소품 지갑이 놓여있더라고요.  화장실에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죠. 이번에도 누군가 급하게 나가셨구나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났어요. 이렇게 오늘 두 번이나 놓고 간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하루지요?  그래서인지 돌아오다가 은행에 들러 나올 때,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나올 때 자꾸만 소지품을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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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5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6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4-25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나들이 하셨군요. 책 열 권은 무거울 것 같은데, 올 때도 그림책을 많이 가지고 오셨겠네요.
그림책이라서 조금 무거울 것 같은데요.^^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을 수 있다는 건 부럽습니다.
해피북님, 즐거운 책읽는 시간 되세요.^^

해피북 2017-04-26 10:20   좋아요 1 | URL
ㅎㅎ 솔직한 심정으로다가 반납하러 가는 길에는 절대 빌려오지 말거나 딱 두권정도만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면 자제력을 잃고 좀 무거우면 어때 ~~집에가면 신날텐데 라는 변덕이 생긴답니다. ㅋㅋ 병인가봐요 ^~^

근대 서니데이님 도서관 이용이 안되시는거예요?

서니데이 2017-04-26 11:05   좋아요 0 | URL
도서관이 가까운 곳에 없거든요.^^;

2017-04-26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늑대 가부와 염소 메이 시리즈를 아세요?
2013년에 방영했던 <주군의 태양>이라는 드라마 때문에 인기를 얻게 된 그림책인데요 총 6권으로 이어진 이야기랍니다.


이야기를 살짝 보면, 어느 폭풍우치던 밤에 동굴로 피신했던 가부와 메이가 너무 컴컴한 나머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친구가 되었다고 해요.(1권)
그리고 함께 나들이를 가기로 합니다.(2권)



바위산을 오르던 가부는 그만 싸온 도시락을 절벽 아래로 떨어트려버리는 실수를 해버리고선 자기는 배고프지 않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천하의 먹보라는데 말이죠.



함께 바위산 꼭대기에 오른 가부는 자꾸 눈앞에서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메이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키기도 하고, 점심을 먹고 살짝 잠이든 메이의 움직이는 귀를 보며 살짝 깨물어보고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그리고 야속해하죠. 자기는 이렇게 배고픈데 살짝 한쪽 귀를 맛보라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는 위기가 오고 맙니다.


그렇지만 가부는 곧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아프겠지! 피도 날 테고....‘


가부와 메이의 이야기를 읽다가 <개인주의자 선언>의 문유석 판사님의 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척 논리를 펴도 결국 인간이란, 자신의 선호, 자기가 살아온 방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게다가 현대 심리학의 연구 결과는 인간의 성격조차 타고난 요소, 즉 유전자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말해준다. 그 바탕 위에 인간관계, 일, 독서, 등을 통해 쌓아온 직간접 경험들이 결국 ‘나‘라는 고유한 개인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p9


이런 개별적 개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어느 순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잦은 다툼과 싸움으로 번지기까지 하는데요, 이때에 필요한 게 톨레랑스가 아닌가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란 뜻을 품고 있는 프랑스어인데 문유석 판사님은 '그 불편함을 찾아주는 마음'이라 정의하시더라고요.

염소인 메이를 바라보며 힘겨워하는 늑대 가부지만, 자신의 폭력은 메이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모습에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나보다 약자라는 이유로, 나와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부와 메이.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을 거 같은 관계가 친구가 되어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변치 않은 우정을 마지막 권까지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서둘러 다음 권을 빌리러 도서관에 나들이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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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4-24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성격 형성에 유전의 영향이 크군요.
저는 <폭풍우 치는 밤에> 읽었던 것 같아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해피북 2017-04-26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폭풍우 치는 밤에)를 못 읽었어요 ㅋㅋ 도서관에 2번부터 있는거 있죠? 이게 시리즈인데 어쩜 1권을 빼놓고 구비해놨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ㅋ

성격 형성에 유전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누구나 개인주의자가 될수밖에 없다던 글이 떠오르네요. 판사라는 직업때문인지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 바탕에 따스함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단발머리 2017-04-26 10:46   좋아요 0 | URL
전 밀려 있는 책들 있어서 아직 못 읽었는데요. 저희 집 아이가 <개인주의자 선언> 읽고는 완전 자기 스타일이라고... ㅋㅋㅋㅋ 저 책 찾는데 제가 여기~~~ 해피북님 선물이야~~~ 이러면서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