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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흔들리다
김미자 지음 / 낮은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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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그림책을 읽어 봤다면, 또 그 그림책에 마음이 흔들려봤다면 이 책을 읽고 큰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공감했고 가슴 뛰었고 단숨에 읽으면서도 너무 아까워했던 책이다. 그리고 그림책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강추 할 수 밖에 없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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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구석구석 매거진 - 개성 만발 4인방의 초밀착 취재 여행코믹스
오오타가키 후미 지음, 장은선 옮김 / 꼼지락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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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기라고 생각은 금물. 쿄토에 잡지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좌충우돌한 이야기랄까.교토 가게들의 팥빙수나 빵을 보면 군침을 삼키고 마쯔리(축제)에 대한 이야기가 가 흥미롭다. 그렇지만 어설픈 러브라인과 어설픈 사투리가 좀 아쉽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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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4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25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너의 이름은>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다. 사춘기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쯤으로 생각했다. 영상이 흐르는 동안 아기자기한 배경과 음악이 좋아서 마냥 신카이 마코토란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년과 소녀의 사랑 뒤에 숨겨진 장치들, 매듭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나는 맥스무비에서 발간한 <신카이  마코토>편을 읽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움으로 치부했던 한편의 영화가 위로와 희망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이토모리에서 사는 마츠하와 도쿄에서 사는 타키가 서로 몸이 바뀌는 첫 장면. 엉뚱하고 황당한 표정 덕분에 코믹하게 즐길 수 있는 이 영화는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서로를 기억하지 못해서 노력하는게 포인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사이에 흐르는 과거와 대재앙의 키워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한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장 결정적인 건, 2011년 일어난 일본 대지진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했습니다. 그 후로 일본 사람들은 ' 모두 살아있기를,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도 <너의 이름을>을 만들면서 그때의 기도를 담고 싶었습니다. 기적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p147)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마츠하가 살아가는 이토모리가 혜성으로 어떻게 되는지. 또 타키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런데 이토모리를 향한 타키의 마음이 무스비와 연결되어 간절함, 희망, 용기로 변화되는 과정이 얼마나 많은 위로와 치유를 전달하는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달려가는 그들과 함께 얼마나 숨이 거칠어지는지. 그것이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라는 사실을 알고나니 예술가들의 힘이 얼마나 센지 새삼 실감했다. 우리에게도 아픈 세월호 참사가 있을 당시 '거짓말거짓말거짓말'이라는 노래를 짧은 시간 속에 완성해 우리를 위로했던 이적씨처럼 예술가들은 정말 힘이 쎄다 느낀다.

 

무스비(むすび)

'잇는다'는 뜻. 명사로는 실을 엮어 만든 매듭이라는 의미다. 땅의 수호신도 '무스비'라 불렀다. <너의 이름은>에서 미야미즈 신사의 현 신주이자, 미츠하의 할머니 히토하는 손녀들과 사당으로 향하는 길에 무스비의 의미를 들려준다. "얇은 색실을 꼬아 만든느 매듭 끈도 신의 능력,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거란다. 한데 모여들어 형태를 만들고, 꼬이고, 엉키고,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 그것이 시간이지. 물이건 쌀이건 술이건, 사람 몸에 들어간 것이 영혼과 이어지는 것도 무스비" 무스비는 사람의 인연, 이는 모두 신의 영역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무스비를 소망한다.(p141)

 

맥스무비 매거진이 2017년을 여는 첫 이슈로 신카이 마코토를 택한 건, 이런 이유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작품을 만든 "대박"감독이라거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을 것 같은 '대세' 감독이라서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시대를 위로하는, 동시대 거장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거장의 탄생을 함께 목도하는 즐거움을 모든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편집장-

 

 

그런데 이 잡지 정말 대박이다. 왜 그런거 있잖나.

영화를 한 편 보면 어디서 촬영했지? 뭘 먹는거지? 이 감독의 다른 영화는 뭐가있지 등 끊임없이 찾아들던 궁금증으로 인터넷을 뒤적거리던 일들이. 그런 일을 한꺼번에 해소해주는 잡지 책 한 권을 발견했으니 왜 대박이지 않겠나. 마치 무슨 보물을 발견한 심정이다.

 

<맥스 무비 매거진>이 창간 3주년을 맞아 하나의 주제로 한 권의 잡지를 완성하는 원 이슈 매거진으로 탈바꿈했다." 37호 p143)

 

 

기존부터 맥스무비를 알았던건 아니다. 아주 운좋게 발견했는데 37호 주제가 원피스 38호 주제가 신카이 마코토 였으니 이런 횡재가 어디있겠나?

 

 

 

 

 

 

 

 

 

 

 

 

 

 

아직 37호편은 읽지 않았다. 아껴 읽고싶어서 부러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놓아 두었다. 볼때마다 엄마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지금은 많이 성장해서 좀 징그러운 녀석들이지만, 초창기 순진했던 모습의 원피스를 너무 좋아하기에 또 내 일본어 공부에 일등 공신인 녀석들이기에 무튼 부러 읽지 않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고...

 

 

신카이 마코토 컬렉션이라고 해도 좋을 이 작품집은 그의 초기 작품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이야기한다. 그가 게임회사에 입사해 일본 사상 처음으로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사람들을 놀랬켰던 당시의 이야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더욱이 재밌었던 점은 마코토 감독의 영화 속 등장한 책들을 소개하고 또 마코토 감독이 좋아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부분이다. 그가 하루키의 팬이라고 하는데 하루키 작가는 실로 다양한 팬층을 가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너의 이름은>으로 검색하면 무수히 쏟아지는 책 때문에 뭐가뭔지 헷갈리는 부분이 많은데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놓은 부분 역시 인상적이다.

 

 

신카이 마코토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인터뷰 나눈 장면도 인상적인데 특히 최현석 셰프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아내에게 <언어의 정원>을 보러 가자고 말했는데 거절 당해서 혼자 극장으로 가는 길이 무지 막혔다는 것, 어렵게 도착한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 까지 일어서지 못했다는 부분을 읽으며 참 섬세한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섬세함이 요리와 연결되는 건가.

 

책 후반부엔 영화의 실제 배경이 된 장소와 음식 그리고 찾아가는 경로까지 꼼꼼하게 담아놓았다. 그런데 경로이동을 살펴보니 경비가 무려 7천엔이라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7만원이 넘는다는 소리인지라, 이렇게 직접 가보지 않아도 살펴볼 수 있게됨을 감사하게 된다는. 

 

참 기쁘게 읽고 즐기고 생각하고 느끼고 감동하고 이해하고 행복하게 책을 덮었다. 요즘 이동이 불편해 앉아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아니 기쁘게 보낼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신카이 마코토 그의 영화를 쭉 살펴볼 생각이다.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러니 기대가 크다. 맥스무비가 앞으로 어떤 주제로 찾아올지 쭉 지켜보고 싶다. 맥스무비 꼭 화이팅하시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래본다!

 

 

책은 기쁘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된다. 책은 자신만의 시력으로 찾아낸 독자가 자기보다 더한 시력을 얻게 한다. 책의 호흡은 독자에게서 비로서 생겨난다. 책은 무수한 점들의 모음이다.<언니들이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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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7 1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채팅창에 ‘무스비‘를 쓰더군요. 아직 만화를 보지 않아서 처음에 저게 무슨 단어인지 몰랐어요. ^^;;

해피북 2017-01-18 11:58   좋아요 0 | URL
ㅎㅎ 무스비가 유행어가 되었나봐요. 실은 저두 무스비 뜻을 알고서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했답니다 ㅋㅡㅋ

고양이라디오 2017-01-17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 읽다가 말았어요. 영화를 보고 다시 읽고 싶어서요. 영화 기대되네요^^

해피북 2017-01-18 11:59   좋아요 1 | URL
ㅎ 고양이라디오님 마음에 꼭 드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빛을 잘 다루는 감독이라는 평이 자자하니 영화보실때 참고하시길요^~^

김민혜 2017-01-17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되네요

해피북 2017-01-18 12:00   좋아요 0 | URL
혹시 영화 안보셨다면 한번쯤 보는것도 좋은거 같아요. 저는 워낙에 이런 영화를 좋아해서요. 영화보시고 궁금하시면 이 잡지가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희선 2017-01-17 2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잡지가 있었군요 저는 처음 알았는데, 지난번 것이 <원피스>였다니... 다른 일본 만화는 잘 모르지만 <원피스>는 알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이것을 끝까지 보고 싶기도 한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제 반 조금 넘었는데... 반 이상이라 하면 좀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우연히 처음에 만든 <별의 목소리> 봤어요 예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그때는 감독 이름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이름만 알고 다른 건 거의 모릅니다 다른 것보다 어떤 영화를 만들었나만 알아도 괜찮겠지요 그렇다고 다 아는 건 아니군요

영화에 마음을 울리는 게 있을 것 같고, <맥스무비 매거진>에는 볼 게 많겠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곳 정보도 있다니...


희선

해피북 2017-01-18 12:10   좋아요 2 | URL
원피스를 좋아하신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ㅎㅎ 워낙 그 초창기 멤버 캐릭터들을 좋아해서 한참 빠져지냈던 기억이나요. 그런데 후반부에 갈수록 사람이 늘어나고 어수선해지는 분위기인지라 아쉽더라고요. 저는 원피스에서 특히 아리바스타에서 비비를 구하고 돌아갈때 ‘우리는 하나다‘는 표식으로 손목에 x표 표식을 보여주던 장면이 참 멋지다 생각했는데 살짝 본 잡지에 그 부분이 있어 정말 좋았어요 ㅋㅂㅋ 저두 반덕후 일까요 ㅋ

저도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를 제대로 본 건 (너에 이름은)인데 일본에서는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구성하고 만든 최초의 사람이라는 평이 많더라고요. 아마 말씀 하신 작품도 혼자 만들었다 읽었던거 같고요. 작품이 꽤 있더라고요. 아마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께 궁금한게 있으시다면 볼 게 많은 시간이 되실꺼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7-01-18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잡지 완전..꺄~>.< ㅎㅎ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으로서 꼭 소장해야겠어요~!!! ^~^

해피북 2017-01-18 12:11   좋아요 1 | URL
우앗! 달팽이개미님은 역시~~독서 뿐 아니라 영화에도 깊은 안목이 있으시군요 ㅎㅎ 잡지로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래요^~^

단발머리 2017-01-19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에도 <너의 이름은>에 꺄악!!! 을 외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최근에 일어 원서를 한 권 산 것 같기는 한대 저는 어떤 책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맥스무비 매거진> 정말 알차보여요. 저는 잡지는 챙겨서 읽지 않는 편인데, 해피북님은 정말 골고루 독서 하시는 것 같아요. 덕북에 맥스무비 매거진 실컷 구경하고 갑니다. ㅎㅎㅎ

해피북 2017-01-19 10:05   좋아요 0 | URL
ㅎㅎ 꺄악을 외치는 순수하고 매력적인 분은 뉘실지요 ㅋ 일본어 원서를 구입하실 정도의 ...아! 혹시 야나님 카페에서 함께 공부 하신다는 묘령의 아리따운 아가씨...가 맞나요 ㅎㅎ혹시 도련님은 아니겠죠? 긁적긁적ㅎ

제가 워낙 지조없는 독서를 하는가봐요. 제목에 이끌려서 내용이 좋아서 궁금해서 읽다보니 이것저것 읽게 됩니다 ㅋ 저도 이번에 알게된 맥스무비인데 참 알차더라고요 ^~^

고양이라디오 2017-01-22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너의 이름은> 봤습니다! 영화는 인생영화 등록하고 저는 신카이 마코토님의 팬으로 등록했습니다. 저도 앞으로 신카이 마코토님 영화찾아보려고요ㅎ

해피북님이 <원피스> 팬이시라는 것도 반갑고, 신카이 마코토님이 하루키팬이라는 사실도 반갑네요. 저도 둘다 팬입니다^^

원피스는 초창기가 좋았는데 요새는 제 맘속에서 <킹덤>과 <원펀맨>에 자리를 내줬습니다ㅠㅋ

해피북 2017-01-23 15:33   좋아요 1 | URL
꺄~~짝짝짝짝!
인생의 영화로 등록하셨다니 정말 반가워요 ㅎㅎㅎ
그리고 고양이라디오님이 원피스 팬이신 것두요 ㅎㅎ
정말 원피스는 초창기가 재밌었는데 요즘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가끔 상디가 죽었네 ~ 조로가 에꾸눈이 되었네~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철렁 하지만요 ㅋ 그리고 킹덤과 원펀맨은 아직 안봤는데 저도 나중에 살펴봐야겠어요.
오늘은 한파라고 하는데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오후 시간보내셔요^~^
 
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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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우리집은 한 달에 두세번 목욕탕에 갔다.

 

언니, 나, 여동생, 남동생이 손에 손을 잡고 엄마 뒤를 종종거리며 쫓노라면 집 근처 목욕탕이 나왔다. 자식이 남들보다 두 배는 많았기에 엄마는 늘 일사불란하게 지시를 내렸다. 누구는 욕탕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가 좋은 자리를 맡아야 했고, 또 누구는 깨끗한 의자를 식구 수만큼 안고 돌아와야 했으며 또 누구는 엄마가 도구를 꺼내놓는 동안 어린 동생을 안고 있어야 했다. 그렇게 목욕 준비가 끝나면 엄마는 순번대로 우리의 등을 밀어주시곤 했다.

 

우리는 항상 순번이 될 때까지 뜨거운 온탕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온탕을 싫어했다. 살갗에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데임을 사람들은 어떻게 참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두 눈을 꼭 감고 태연하게 앉은 어른들이 등에 뜨거운 물을 들이붓고 뜨거운 수도꼭지를 콸콸 틀어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혀올 즘이면 드디어 엄마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러면 의자에 앉아 나에 작은 등을 맡겼다. 언니를 끝내고 이어지는 차례인지라 엄마의 힘이 그렇게 많지 않음이 느껴지지만 언제나 때 타월은 아파 눈물을 찔금거렸다. 그렇게 내 차례가 끝나면 나는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어린 동생들과 소꿉놀이 비슷한 놀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형제들의 때밀이 시간이 끝나면 엄마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었다. 엄마의 몸도 구석구석 씻어야 했고, 집에서 몰래 가져온 빨래도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에 체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그렇게 사 남매의 목욕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하얀 빨대가 꼽아진 요구르트를 사주셨고 남은 한 방울까지 쪽쪽 빨아먹던 빨대를 질겅질겅 씹으며 집으로 돌아오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바로 이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을 만나고부터다.

 

요즘은 대중목욕탕에 가는 일이 부끄럽다. 함께 벌거벗고 씻으려니 영 엄두가 안 난다. 아마도 스무살이 거의 넘어서부터는 대중목욕탕에 가는 일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목욕탕은 추억의 공간이 되었는데,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을 보고 얼마나 실실거리고 웃었던지 또 우리 사 남매가 엄마의 뒤를 종종거리며 쫓던 추억들이 즐겁게 떠올랐는지 모른다.

 

 

"큰 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에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도 있고 게임방도 있다는데...."

 

 

오늘 덕지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장수탕에 왔다. 큰 길가에 새로 생긴 스파랜드라는 곳도 있는데 엄마는 늘 한결같이 장수탕에만와 심통이 난다. 그래도 한가지 이 장수탕에서 신나는 일이 있다. 그건 목욕을 끝내면 사주시는 요구르트와 냉탕에서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씻는 동안 덕지는 냉탕에서 신나게 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등 뒤에서 이상한 할머니가 나타나 덕지에게 선녀라는 이야기를 하신다. 날개옷을 잃어버려서 하늘나라로 못 올라간다는 진부한 이야기를 하셨지만 덕지는 왠지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좋다. 함께 물장구치고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으며 놀이하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 할머니가 갑자기 조심스럽게 손가락 끝을 가리키시며 저건 뭐냐고 물으신다.

 

 

" 그런데 애야, 저게 도대체 뭐냐?

아주 맛나게들 먹더구나."

선녀 할머니가 요구르트를 가르키며 수줍게 물었다.

 

' 요구르트요."

"요.....요구릉?"

" 읍,,,잠깐만요!"

 

 

덕지는 할머니가 궁금해하시는 요구르트를 드리기 위해 뜨거운 온탕에서 때를 불리고 때를 미는데

 

 

 이 그림책에 있어 가장 사랑스러운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덕지가 가장 좋아하는 요구르트지만,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드리려는 순수하고 순박한 마음이 이 두 장의 그림 속에, 덕지의 표정속에 고스란히 담긴 것만 같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이 그림책에 가장 코믹했던 장면은,

 

 

 

덕지가 수줍은 표정으로 내민 요구르트를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게 먹는 할머니의 표정이 아닐까 싶다. 이후의 이야기가 더 남았지만 생략하겠다. 그저 이 그림책을 내 머리맡에 두고 수시로 펼쳐들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그림책의 작품은 그림이 아니다. 손수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장면마다 생기가 느껴졌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이 섬세하게 느껴져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한때 <구름빵>이라는 작품으로 출판사와 마찰이 생겨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는 백희나 작가님이 이제는 법의 보호를 받으며 활동을 하신다는 이야기에 안도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계속 만날 수 있기를 은근히 바라며 응원하게 된다.

 

어떤 그림책은 추억을 선물한다. 이 그림책이 그렇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고스란히 떠올려주며 내게도 목욕탕이라는 추억의 장소가 있었음에 행복하게 했다.

덕지가 머리끈으로 사용한 사물함 열쇠며, 목욕 끝에 물었던 달달한 요구르트와 빨대의 감촉까지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추억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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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0 0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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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0 01: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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