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
아즈마 가나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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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엔 늘 고민이 생긴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 그 길이 만만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에코백에 잔뜩 담겨진 책을 어깨에 매고 걸어야하는 길은 고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날이면 신랑은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택시를 이용하라며 생각해보란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시간을 택시가 단축해주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집에 일찍와서 쉴 수 있는거 아니냐며 이야기한다.

 

 

버스는 왕복 삼천원, 택시는 왕복 만원, 그래도 차액이 칠천원인데. 그 편리함을 선호하는 신랑과 차액 칠천원을 아껴서 차라리 책을 한 권 사겠어 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은 서로가 생각하는 효용의 가치가 다를 뿐이라 생각하면서, 가치의 결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의 저자 아즈카 가나코는 도쿄 중심부의 전통가옥에서 살아간다. 흔히 집안에 있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휴대전화등 생활필수품이라 여기는 것들을 들이지 않고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믿는 생활필수품이 물증만능주의 속에 꽃피어진 피해라면서 무소유의 즐거움을 설파한다.

 

세탁물은 손빨래하는 즐거움으로 냉장고 없는 대신 신선한 식자재를 그날그날 들여와 조리하는 즐거움으로 티비는 필요할때만 벽장 속에서 꺼내보고, 집안의 모든 일은 해가지기 직전까지 해치우고 아이들은 일곱시면 잠자리에 든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무소유적 가치가 참 이쁘기도 했다. 자급자족하는 생활. 너무 편리함에 길들여져버린 내게는 한번쯤 해보고 싶던 생활이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물질 만능주의를 운운하면서 편리함과 풍족함에 길들여져 버린 사람들을 질타하는 듯한 글은 읽는 동안  불쾌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앞서 도서관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목적에 따라 효용 가치에 순위를 두고 탄력적으로 살아간다.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려 아침 시간을 단축시키고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 시간을 자급자족하며 손수 이루는 삶의 즐거움을 맛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효용가치는 서로 다를 뿐 그것의 자잘못을 논할수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면에서 저자 아즈마 가나코는 자급자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이런 생활이야말로 삶이며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에 긍정적인 마음이 싹 가시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본받고 싶은 이야기도 있더랬다. 뭐든지 직접 보고 구입한다던 이야기.

 

" 그 가게에 가면 항상 그 사람이 있으니까요. 카페도 개인이 운영하는 곳을 좋아해요. 저는 쇼핑도 '이 가게에서' 산다기보다 '이 사람에게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물건이 목적이라면 어디서 사든 똑같지만, '이 사람에게 산다'는 것은 거기서만 가능하죠"(p168)

 

요즘은 클릭 한번이면 집앞까지 배달되는 편리함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이 많이 줄어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나도 채소는 채소가게에 고기는 식육점에서 옷은 옷가게에서 구입하며 이웃과 정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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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7-03-23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냉장고는 없어도 괜찮을것 같은데.. 세탁기는... 이불빨아야 하는데..
ㅎㅎ 결국 아무것도 양보못할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해피북 2017-03-23 18:40   좋아요 0 | URL
저도 어찌어찌 냉장고는 포기할 수 있다지만,,, 음... 이분은 아직 ‘손목터널증후군‘을 겪어보지 않으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여 ㅋㅋ 요거요거 잘못 걸리면 손끝에 통증하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어올라서 한동안 고생 좀 했던 기억이 있어서리 ㅋㅋ 저 역시도 결국엔 아무것도 양보하지 못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지금 행복하자님 정말 오랜만에 뵌거 같아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요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데 감기 조심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7-03-23 19:56   좋아요 1 | URL
봄 타나봐요~ 북플 접속이 영 버벅해서 뜸해져요 ㅠㅠ 글 써도 올라가지 않고 랙도 잘 걸리고..
이걸 핑계로 열심히 놀고 있어요 ㅎㅎ

해피북 2017-03-25 02:26   좋아요 0 | URL
ㅎㅎ 봄볕에 지금행복하자님 마음을 흠뻑 빼앗아간거 같아서 아쉬워요~~ 그렇지만 이런날은 그런 봄볕에 마음껏 빠져서 지내는게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인거 같아요 ㅎㅎ 마음껏 즐기시고 언젠가 책이 그리워지시면 오셔서 책이야기 마구마구 들려주셔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ㅎ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서니데이 2017-03-23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멀라이프도 좋지만,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는 어쩐지 하루에도 여러번 보는 친구같아서, 다른 걸 줄여야겠네요.^^;

해피북 2017-03-23 18:48   좋아요 1 | URL
저두 당장 ‘미니멀라이프‘라고 실천 할 수 있는 사항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보면 식비를 줄여 간소하게 먹는 것 정도랄까요 ㅎㅎ
오늘은 날씨가 포근하다고 했는데 어제랑 똑같이 쌀쌀한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감기 걸리기 정말 딱 좋은 시기인거 같아요, 서니데이님 감기조심하시고 맛있는 저녁 식사 하시길요^^

서니데이 2017-03-23 18:51   좋아요 1 | URL
오늘도 바람이 차가워요.
해피북님 따뜻하게 입으세요.^^

해피북 2017-03-25 02:04   좋아요 0 | URL
아웅~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오늘도 포근하다고 했는데 햇살로 나가야지 따뜻하지 그늘진 곳은 너무 춥더라고요 ㅎㅎ 오후 외출때 패팅입고 나가려다가 간신히 참았는데 역시 햇살은 따뜻해서 한시름 놨답니다.
내일은 비온다고 하는거 같던데 외출하실때 우산 잘 챙기시고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3-24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탁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데 일단 한 표 하구요. ㅎㅎㅎㅎ
저는 냉장고도 포기할 수 없네요. 텔레비전은 포기할께요. (집에 없어요^^)

그런데,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실천하려면 엄청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엄청 게으른데... 청소기도 로봇청소기.... ㅠㅠ

2017-03-25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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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혼밥이란, 아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일종의 자유 시간이었다. 반찬이나 국거리를 특별히 챙기지 않고 간단하게 한끼 해결하며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그래서 혼자 먹는 날이면 빵이나 콘푸라이크 또는 라면을 먹지만 라면을 먹는 날도 거의 없었던 듯하다. 특별히 시원한 맥주가 먹고 싶은 날은 맥주가 그날의 식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히라마쓰 요코가 지은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를 읽으며 혼자 먹는 일의 즐거움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누구보다도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떤 곳을 가고 싶은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게 바로 혼자 먹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늘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식탁을 차리던 난 왜 한번도 나를 위한 근사한 식탁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들. 누구보다 소중한건 내 자신인데. 이런 생각을 떠올리니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가 떠오른다. 배고플때는 흥분하지 말고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무엇이 먹고 싶은지, 어느 가게가 좋을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선택하고 음식 앞에서도 성급하게 젓가락을 들지않던 그 의젓함! 입안에 퍼지는 풍미에 감격하며 천천히 식사를 즐기던 그 모습!

 

카페에서 차와 케익을 먹는 일까지 혼자해봤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건 내성적인 내겐 극복하기 어려울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집에서 내가 나를 위한 한끼 식탁을 차리는건 어렵지 않을거 같다. 이런 야심한 밤에도 당장 돈까스가 생각나는걸 보니 내일 점심은 돈까스를 튀겨야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런 돈까스 한입 베어물며 작은 사치를 즐겨볼까나.

 

 

그런데 왜 이책이 에세이로 분류 되었는지 모르겠다.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 했을때는 너무 혼동이 와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까 보통 에세이집이라고 하면 자기에 관한 이야기이던가, 자기를 둘러싼 주변 이들의 이야기를 뜻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은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소설쪽에 가깝지 않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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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라는 팟케스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호랑이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하셨는데 책을 쓰시게 된 이유를 묻자 영상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까지 담아낼 수 없어서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더라는.

 

지난번 영화로 먼저 보게 된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을 보고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대략적으로 비슷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영화에서 느낀 부분과 책에서 느낀 부분은 분명 달랐음을 느꼈다.

 

갑자기 뇌종양 4기 판정을 받은 주인공 앞에 도플갱어처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악마가 나타나 하루에 하나씩 이 세상에서 물건을 없애면 하루치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제한을 한다.  그렇게 휴대폰, 영화, 시계, 고양이 순으로 물건이 사라져가면서 주인공은 그 물건들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는 이야기로 영화를 보며 생각했었다. '아 나에게도 이렇게 소중한 추억이 많았구나'라며 위안을 얻고 있음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추억을 떠올리는 행위가 아님을 느꼈다. 주인공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은 소멸을 뜻하는 게 아니라, 다른이의 삶 속에서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주인공과 함께했던 추억들로 그들의 삶에 조금쯤 균열이 생기고 아파하면서 그 추억을 소중히 간직한다는 것. 그 추억들로 인해 그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영원할 수 있음을 느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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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신이 끝난다. 화면이 암전된다. 엔딩롤이 올라간다. 내 인생이 영화라면, 나는 엔딩롤이 끝난 후에도 누군가에 기억속에 남아있는 영화이고 싶다. 작고 밋밋한 영화일지라도 그 영화에서 위안과 격려를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엔딩롤 후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내 인생이 계속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p111)

 

사람에게 '죽음'이라는 그림자만큼 두려운 게 또 있을까. 그러나 그 죽음의 그림자는 삶을 맺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찾아올 수 있는 사실임을 환기 시키며 그러므로 삶이 더 찬란해질 수 있다는 주인공의 이이기가 마음에 콕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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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도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끝난다는 걸 알지만,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그것은 삶도 똑같을지 모른다. 반드시 끝이 찾아온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사랑이 그렇듯이 끝이 있기에 삶이 더더욱 찬란해 보이겠지'(p78)

 

영화가 마음에 들면 책이 마음에 들지 않고 책이 마음에 들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이 많았는데 영화와 책이 서로 못다 한 부분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꽤 만족스러웠다. 더욱이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어느 작가님 말씀처럼, 영화에서 미처 담아낼 수 없던 주인공의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부분들로 꼭 원작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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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우편배달부 사토 타케루는 어느 날 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경험하고 병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뇌종양이란 판정을 받는다. 자신에게 닥쳐온 죽음에 대해 생각하던 타케루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영화를 몇 편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책은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조금은 놀랐더랬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걱정거리나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객관화 시켜서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고민이 1차적 발생하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내공이 정말 부족하다. 뭔가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에 침잠해서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인지라 하루종일 빈 방에 티비를 틀어놓고 누워있는 것으로 ' 나 고민있어요~'라며 일종에 시위를 하곤했다.

 

그런데 타케루는 차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에 대해 생각한다. 죽음이 닥쳐와도 의연하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내공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해 그게 바로 세상의 룰이야'

 

아마도 이 대사에 답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케루에게 죽음은 처음 겪는 과정이 아니다. 이미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했기에 낯설지 않다. 어머니를 잃는 슬픔을 통해서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해 세상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고 먼저 받아들였다고 해서 의연해진다는 표현은 과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쉽게 받아들이거나 생각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니까.

 

그러고보면 나는 아무것도 잃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강했던거 같다. 친구도 친구의 마음도 직장과 동료들도 가족들도 어느 것 하나 잃고싶지 않아서 끙끙대며  자책하고 비난해버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뭔가를 얻으려면 그 무언가를 잃어야한다는 말. 그저 영화 속에서 악마의 속삭임일지라도. 왠지 이 대사를 구절거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게 세상의 룰이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고싶어진다. 그러니 두 개를 손에 쥐려고 끙끙거리진 말자고. 하나는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그게 친구건 친구의 마음일지라도...

 

영화 속 이야기는 뇌종양을 선고받은 타케루의 집에 악마가 나타나 타케루가 내일 당장 죽을거라 선언한다. 그러면서 하루 더 생명을 연장하고 싶다면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야한다고 말한다.

 

 

휴대폰, 영화, 시계. 고양이가 차례로 사라져 가는데..

그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추억들도 모두 사라져 버리는 일을 경험 하면서 자신의 삶에 소중한 것들이 가득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케루가 아버지를 미워했던 감정 속에 자신이 놓쳐버렸던 아버지의 마음을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뜨거워진 눈시울을 주채하지 못하기도 했다.  잔잔하면서도 감동도 있고 삶과 죽음에 대해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여운을 남겨주는 영화를 뜻밖에 발견하고 나서 너무 좋았는데 이 영화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건 장면 보다도 더 깊은 대사 속에 있는거 같다.

 

 

' 나는 책을 읽을 때 반드시 결말을 먼저 본다.
다 읽기 전에 죽으면 곤란하니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 빌리크리스털'

 

 

' 좋은 이야기와 말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살만하다.'

 

 

'아버지께

이 세상에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요?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군가 슬퍼해 줄까요?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이루어지지 못한 꿈과 생각, 사는 동안 못 했던 일 남겨둔 일 등...분명 수많은 후회가 남을 겁니다. 하지만 내가 있던 세상과 내가 사라진 세상은 분명 다르리라 믿고 싶어요. 정말 작은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온 증거니까요. 몸부림 치고 고민하며 살아온 증거요'

생각보다 깊은 여운에 원작을 찾아보니 역시 있다.

평을 살펴보니 영화도 좋았지만 원작에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작도 서둘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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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7-02-13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 영화, 소설 모두 만나고 싶었던 작품이에요~~~>.< 소설과 영화중 어떤 걸로 먼저 만날지 행복한 고민중이어요 ㅎㅎ

해피북 2017-02-17 13:03   좋아요 0 | URL
ㅎ 책도 평이 좋고 영화도 평이 좋아서 행복한 고민이 이해가 됩니다 ㅎ 어쩌면 벌써 책이든 영화로든 만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즐겁게 보시면 소식 전해주세요^~^

고양이라디오 2017-02-14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너무 좋네요~ 저도 욕심이 많아서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한다는 걸 너무 쉽게 잊곤합니다.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7-02-17 13:07   좋아요 0 | URL
아공~~고양이라디오님^~^
과한 말씀을 ㅋ 감사드려요 영화를 무척 좋아하시는 고양이라디오님의 내공을 따라갈 수 없지만, 좋은 영화 한 편은 멋진 책 한 권 만큼의 힘이 있다느꼈습니다. 저도 영화 열심히 보고 좋은 대사들 장면들기록하면서 고양이 라디오님과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눴으면 좋겠어요 ㅋ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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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한 베트남 사람이 "왜 하필 라오스 같은 곳에 가시죠?"라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자.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까지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p159)


 

그때 한 사람이 내게 "왜 하루키를 읽는거죠?"라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자..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하루키를 읽으려고 하는 것이니까. 누군가를 알아가는 방식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키의 글을 빌려서..)

 

하루키를 읽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한 물음표가 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데 고작 한 권의 책으로 될까만은, 이 책을 읽으며 그나마 알게된 사실이 하나있다. 그는 사실적인 부분을 풍성하게 만들어 글로 옮기는 재주는 뛰어나지만, 그의 글 속에는 감성이 없다고나 할까.

 

그냥 내 의견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혹여 하루키 팬들께서 이 글을 보시고 노여워하지 마시기를! 뭐 어쨌거나 내가 느낀 부분을 생각해보자면 이렇다.

 

보통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이렇다. <소소책방 책방일지>의 조경국저자, <내 사랑의 시간들>의 이보영씨,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의 손미나씨, <처음보는유목민여인>배수아씨,<혼자 책 읽는 시간>의 니나상코비치,<나의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교수님등이다.

 

책을 읽어봤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책들엔 풍성한 감성들이 넘쳐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지난했던 일들을 끄집어내놓기도 하고, 때론 한숨을 눈물을 웃음을 행복을 전해주는 그런 이야기들에 고개를 끄덕이게되던. 원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은근히 다독이던 이야기들에 재미를 느끼곤 했다.

 

그렇지만 하루키의 글에는 사실을 사실적으로 풍성하게 만드는 글솜씨는 뛰어나지만,  어떤 감정을 이끌어주는 이야기들을 찾지 못해서 조금 건조하다는 생각을 잔뜩 했다.

 

하루키의 책이 에세이도 있고 소설도 있는데 너무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라디오님의  조언처럼 에세이가 맞지 않은 사람도 있고 소설이 맞지 않은 사람도 있고 아니면 둘 다 영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또 이 한 권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stella.k님의 조언대로 따르기로 했다.

 

" 암튼 꾸준히 관심을 갖고 도전하다 보면 읽게되는 것같아요.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하진 말구요. 하루키 말고도 읽을 게 얼마나 많은데. 언젠가 그분이 오십니다."

 

언젠가는 오실 하루키사마를 위해 조금 자리를 비워두고 너무 깊이 생각하지도 너무 모른다 자책하지도 말자고 생각한다. 하루키신드롬이란거 나 하나쯤 모른다고해도 크은 사단이 나는것도 아니고. 단지 일본 문화를 배우고 싶던 마음에 조금 허전함을 남겨두는 것 뿐이라며. 앞으로 더 알아가자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ps. 갑자기 소환해버린 '고양이라디오님'과 'stella.k님'께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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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2-07 1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미안하기는요?
언젠가 하루키사마가 오신다니깐요.
뭐 벌써 임했네요.ㅋㅋㅋ

제가 지난 번에 말씀 드렸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저는 1Q84 다시 읽고 있거든요,
조금 감탄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감성적인 부분이 부족하지만
그 시대 이슈나 사회적 현상들을 잘도 엮더라구요.
이전에 제가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책을 워낙에 늦게 읽어 완독까지는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그 사이 다른 책도 읽어야 할 것 같고.
그래도 읽어보려구요. 하루키는 그 책을 5년에 걸쳐 썼다는데
저는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텐데 독자로서 읽어주는 게 맞는 것 같더라구요.^^

해피북 2017-02-08 09:36   좋아요 1 | URL
으흐흐~~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말을 해주셨는데 혼자 알고 있기 아까워서 허락도 안받고 적었는데 이리 유쾌하게 받아주셔서 행복한 아침입니다 ㅋ

그런데 IQ84가 5년에 걸쳐 탄생한 책이었군요! 책의 역사를 아는 순간 부터 더 살갑게 느껴지는 맛이 있으니 읽는 구절마다 얼마나 즐거우실지 짐작이갑니다 ㅎ 완독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루키사마와 진솔하게 만났다면 그 시간이 마냥 부럽게 느껴지는데요. 그러고보니 마냥 하루키사마를 알려고하지 말고 책에 대해 조사도 해보고 이해하는 시간도 필요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 저는 고양이라디오님이 무난히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몇 권 소개해주셔서 기회가 될때 시작해보려고 해요 ㅋ댓글 정말 감사드리고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7-02-07 16: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상실의 시대때부터 그분이 오셨는데
이 책은 살짝 실망이었습니다.ㅎ최근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또 그분이 오셨어요~
흠 뭐랄까 집밥같이 질리지 않는 그만의 오리지낼러티ㅎㅎ
취향문제니 그 분이 안 오실수도^^;


해피북 2017-02-08 09:40   좋아요 2 | URL
ㅎㅎ 무수히도 많은 그분의 책 중에서도 오실때도 있고 안오실때도 있다니 왠지 위안이 되네요 ㅋㅂㅋ. 맞아요~ 이 책은 살짝 실망이었습니다. 또 시드니라는 책도 있는데 같은 마음이 드는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요. 그러고보니 저희집엔 에세이류 밖에 없어서 소설책을 들여다볼 생각을 못했던거 같아요 ㅋ 저도 그 질리지 않는 집밥같은 맛을 찾아봐야겠습니다. ㅋ 댓글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7-02-13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순간 폭닥 빠져 읽다가 또 어느 순간에 슬몃 발을 빼낸 작가이도 해요~ㅋ 슬몃 발을 빼낸 시간동안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뭐부터 만나면 저도 다시 그 분을 영접할 수 있을지 ㅎㅎ 흥미로운 리뷰였슴돠! ^ ^

해피북 2017-03-04 16:4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순간 폭닥 빠져 읽다가 또 어느 순간에 슬몃 발을 빼낸 작가라는 표현이 크은~~ 위안이 되네요 ㅎ 달팽이 개미님을 포옥 빠뜨린 책은 어떤 책이고 또 슬며시 발을 빼게 만든 책은 어떤 책일지 궁금함이 생깁니다. 하루키씨의 명성 만큼이나 많은 분들에게 사연이 있는듯 한데 이런 이야기도 묶어서내면 참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ㅋㅋㅋ 뭐.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라는 소설처럼 <하루키의 북클럽>내지 <하루키와 징검다리>라는 뭐 그런 이야기들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