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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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책을 사면 작가의 음성파일도 덤으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mp3 형태의 음원 파일이 아니라, 글을 읽을 때마다 저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서 마치 옆에서 책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워낙 티비 프로그램에서 역사 강사로 활약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서인지,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친절한 강의를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책의 내용 역시 강의를 하는 것처럼 조곤조곤 구성되어서 읽기도 좋았고 이해도 잘 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살펴보면, 각 왕조사의 중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마지막에는 한 눈으로 살펴볼 수 있는 마인드맵으로 정리되어서 갑자기 궁금증이 떠오를 때 핵심 부분만 살펴봐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는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사를 무조건 외워야만 했는데 만약 설민석 강사님이 우리 학교 선생님이었다면 우리 학교 역사는 전국 최강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을 살포시 하기도 했다.

 

물론 조금 부족한 부분도 보인다. 핵심 내용만 간추리다 보니 내용이 빈약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고 그림을 삽입했기 때문인지 판형이 커지고 두툼한 두께 때문에 두 손으로 들고 읽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면지까지 깨알 정보를 넣는 설민석 강사님의 센스만은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투표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年年歲歲花相似歲歲年年人不同

매년마다 꽃은 비슷하나 매년마다 사람들은 다르다.

 

- 당나라 시인 유희이

 

' 21세기 대한민국에는 당나라 시인 유희이의 말처럼, 그냥 사람들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세종과 같은 어진 리더, 참된 일꾼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는 소중한 투표권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을 다르게 만들까요? 그건 바로 우리 모두가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가능한 일일 겁니다. 우리 손으로 직접 세종을 선택할 수 있고, 연산군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에필로그.

 

'매년마다 꽃은 비슷하나 매년마다 사람들은 다르다'라는 시인 유희이의 말이 얼마나 큰 위안을 주던지. 2017년의 5월의 봄은 이전의 봄과는 다르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 담아서 투표날을 기다리고 있다. 세종과 같은 어진 리더를 식별하기는 어려워도, 연산군과 같은 폭군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내게 있음에 소중한 한 표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품으며 투표 전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보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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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5-03 0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추억의 암기 3대장 : 태조태세(국사), 근의 공식(수학), 주기율표(과학)

또 있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제가 중, 고딩이었을 땐 역대 조선 왕을 외운 적이 없어요. ^^;;

해피북 2017-05-03 14:43   좋아요 1 | URL
저도 뭐 제대로 알았던 것도 아니에요~~ 국사시간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외우는 것이 즐겁기도 했고, 괴로웠기도 했기 때문인데, 요즘 학생들은 맘 먹는 것에 따라서 정말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교재가 많아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학생이 아닌 제 눈으로 바라본 모습이지만요. 아마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공부는 여전히 힘들다고 하겠죠? ㅋㅋ
 

얼마 전 도서관을 다녀오던 길 입니다. 마침 따뜻한 햇살에 걷기 좋은 날씨라서 에코백에 든 책의 무게만큼 즐겁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제 바로 앞에서 두 명의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고요. 한 분은 안경을 쓰시고 긴 머리를 질끈 묶으신 좀 마르신 체형이셨고 그 옆에 분은 베이지색 바바리 코트에 단발머리가 인상적이셨던 여성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제가 걸어가는 방향으로 걸어오시는 게 아무래도 수상쩍었죠.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제 앞에 길을 막으시더니 저보고 시간이 있느냐 대뜸 물으셨습니다. 저는 귀에 꼽았던 이어폰을 빼고 대답했죠. 왜 그러시냐고. 그랬더니 저보고 이야기 좀 하자시네요.

 

 

'무슨 이야기요?'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이야기 좀 해요~'

 

 

 

유독 안경끼고 마른 체형의 여성분이 적극적이었습니다. 단발머리의 여성분은 이런 일이 익숙하지 않으신지 한발 떨어져 계셨고요. 무튼 저는 할 이야기 없다고 손사레치며  버스 정류장까지 걸으며 곱씹어 봤지요. 세상 돌아가는 이치라.. 어떤 이치?

 

 

 

그리고 몇 주 후.

이번에는 체격이 통통하신 여성분과 남자분이 제 쪽으로 걸어오시는 게 수상했는데요. 역시나 저보고 이곳에 사는 사람이냐 묻더군요. 저는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도서관이 있는 곳은 저희 집 근처가 아니니까 뭐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서요. 그랬더니 저보고 얼굴에 복이 많아 보인다며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요? 했더니 이것저것 이야기 좀 하자고 재촉하더라고요. 저는 할 이야기 없다며 이번에도 손사레치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었습니다. 도대체 이 분들은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으셔서 그러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따라나설 용기는 없으니 궁금함은 묻어 두기로 했습니다.

 

 

 

임경선 저자의 책 <자유로울 것>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임경선 작가가 길을 걷는데 어떤 여자분이 자신과 눈을 맞추며 걸어오더란 겁니다. 틀림없이 팬일 거라며 짐작하신 작가님은 기쁘게 독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마주 섰는데요. 글쎄 이 여성분이 이러더랍니다.

 

 

' 얼굴에 복이 많아 보이시네요~~'

 

 

푸흡. 이 글을 읽으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저 같은 복이 많은 든 얼굴이신가 하는 짐작도 해보고요. 물론 책 날개에 있는 작가님의 아리따운 사진은 볼 수 있지만 작가님이 자꾸 그러시는거예요. 그 사진을 절대 믿지 마세요 ~~ 라고요. 후후.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길을 막고 서는 사람들은 전국구이신가요? 어디서 교육을 받고 다니시는 건가요? 어떤 단체?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건지. 더욱 궁금증이 생겼지만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특히 여성분과 남성분이 함께 다니실 적에는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드니깐요.후후.

 

 

임경선 작가님의 에세이는 그러니까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읽을수록 더 읽고 싶은 책이 있고 이제 그만 읽어도 되겠군 싶은 책이 있다면 이 작가님의 책은 제게 전자에 해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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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솔직함, 둘째는 작가 고유의 문체, 에세이는 저자의 연한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자비없는 장르의 글이다. 솔직함을 가장한 자기 포장인지, 담백하게 있는 그래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 했는지는 글의 행간에서 모두 고스란히 드러나 독자에게 전달된다. 솔직하지 못한 글에 감정 이입할 독자들은 별로 없고, 솔직한 글이 지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p51

 

 

글의 마지막 문장 ' 솔직하지 못한 글에 감정 이입할 독자들은 별로 없고, 솔직한 글이 지루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표현처럼 이 책은 정말 솔직하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지루해할 틈도 없이 읽어버렸고요. 작가라는 직업이 독자에게 주는 환상성이란, 뭐랄까 다른 시공간을 상상하게 한다고나 할까요. 예를들어서 작가님이 마시는 커피와 커피 담은 잔 하나에도 어떤 특정한 의미를 갖고 있다거나, 좋아하는 노래, 좋아하는 와인의 맛과 향,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책의 판본형태, 좋아하는 작가와 애정하는 작가, 좋아하는 음식과 레시피 등등 실로 무궁무진한 취향을 갖고 계실텐데 그 취향이 독자와는 다른 감각적인 것일꺼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임경선 작가님의 일상이 너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의 밥을 챙기고 씻기고 시간에 맞춰 유치원에 보내고 자질구레한 집안일들을 해치우고 나서야 노트북을 든 가방을 메고 집에서 나와 커피숍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작가로써의 일을 시작한다고요. 그런데 오후 3시쯤이 되면 아이 맞을 준비에 정신이 없어진다고 해요. 그러니까 작가님도 여느 주부와 같은 일상을 보내면서도 그 시간을 잘게 쪼개서 자신의 일을 하고 계셨더라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이런 환상성의 파괴야 말로 독자에게 줄 수 있는 큰 응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어요. ' 당신은 할 수 있어요''당신이 잘못 된 게 아니에요'라는 의미를 함축시킨 표현 보다도,  내 삶이 곧 당신의 삶입니다. 하지만 보세요~ 저는 그 삶 속에서 제가 꿈꾸는 세계를 꾸준히 변함없이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들리는거 같았거든요. 그런 솔직함이 진솔하게 다가왔습니다. 또 이런 말씀도 잊지 않으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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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한 가지 변치 않고 확실한 것은, 그 대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직접 부딪혀 보고 발을 깊이 담가 보는 것 말고는 다른 샛길이 일절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딱 그만큼의 고통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다'p48

 

 

'그 과정은 딱 그만큼의 고통을 담보로 한다는 것' 이 얼마나 삶의 단비같은 이야기인지요. 꿈을 이룬 길은 꽃길 일 거라 상상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자신의 일상을 통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세상에 완벽한 꽃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죠. 변하지 않고 확실한 것은, 삶에 질문을 품고 샛길없는 길을 걸으면 언젠가 답을 만나게 되지만 그 만큼의 고통은 존재한다고. 그렇지만 그 고통이 아픔이 아니라 삶에 대한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이죠. 아아. 벌써 이 찰진 이야기들이 그리워집니다. 언제쯤 다음 작품으로 나와 주실지 기다려지는데요. 그 만나는 날까지 다른 책을 찾아 읽으며 그리움을 달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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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2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7-04-24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임경선 작가 좋아하는데, 이 책도 참 좋네요.
저는 <태도에 관하여>를 읽었는데, 좋은 기억이 많습니다.

위의 서술해주신 임작가의 일상이 마음에 닿네요.
엄마니까 밥을 차리고 먹이고 아이를 보내고 글을 쓰고,
또 아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돌아와 아이를 챙기고 그런 모습들이요.
힘들겠지만서도 부럽고.... 막 그래요.

해피북 2017-04-26 10:24   좋아요 0 | URL
지난번에도 임작가님 좋아하신다고 말씀하셨던게 기억이납니다. 저도 우연하게 도서관에서 만나게되서 빌렸는데 안 읽었으면 서운할뻔 했어요 ㅋ 하루키에 대해, 작가 생활에 대해, 솔직함에 대해 , 일상에 대해 이야기 들려주셔서 재밌게 읽었거든요 ㅎ 저도 막~~ 부럽고 그랬어요 ㅋㅋ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은 책이에요.

요즘은 이 '우연히'란 단어가 주는 느낌이 참 좋아서 우연한 만남을 위해 자주 서가를 서성이게 되는거 같아요.

 

 

 

제목도 참 멋진 타샤튜더 할머니의 이야기랍니다. 그런데 저희 도서관에는 기계로 대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요. 그 바코드를 읽는 위치 때문인지 자주 저렇게 보고 싶은 부분을 가려버려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조금 개선해주면 좋겠어요. 흐흐.

 

 

그림동화 작가셨던 타샤튜더 할머니가 정원을 가꾸며 지냈던 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담겼는데 저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사진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가끔 마음이 바싹거릴때, 오늘처럼 온통 하늘이 먹구름에 스산해질때 그럴때 들여다보며 기분전환 하고자 사진을 담아봅니다. 잠시 사진을 통해 한박자 쉬어가는 시간이 되시길.

 

 

 

 

 

 

 

 

 

 

집 안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헛간에서 이것저것 정리 하다 보면 지난날에 저질렀던 실수나 잘못들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난 그 기억을 떨치기 위해 수련꽃을 떠올린 답니다. 수련 꽃은 좋지 않은 기억으로 가라앉은 내 기분을 금세 밝게 띄워 주지요.p23

마음은 사람마다 제각각이에요.
그래서 사람은 늘 ‘혼자‘인가 봐요.p25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밤 하늘의 달처럼
그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는
뒷면이 있다.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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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7-04-21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코드에 가려진 책의 표지 부분을 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느끼는 해피북님의 마음이 콕! 와닿았어요 ㅎㅎ 타샤할머니 책이네요~~언제 들여다봐도 좋은..사진에 눈길이 한참 머물렀어요~~~도서관 가보렵니다~~~^^

해피북 2017-04-21 09:58   좋아요 0 | URL
ㅎㅎ 달팽이 개미님두 많이 느끼셨을까요? 빌려볼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하는데 자꾸 투정이 생기네요 ㅋㅋ 타샤투더 할머니의 책은 언제 들쳐봐도 좋은거 같아요~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려나 봐요. 그간 너무 비가 와서 마음이 유쾌하지 못했는데 모처럼 해님이 방긋해주면 좋겠어요 ㅋ

보슬비 2017-04-21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을 이용하면 저도 해피북님처럼 바코드에 가려져있거나, 커버를 벗긴 책들을 만나면 안타까워요. 타샤 투터의 책 몇권 읽어보았는데, 진짜 멋진 분같아요. 해피북님 읽으신 책은 안 읽은 본 책인데, 절판되서 도서관에 검색해보니 다행이도 있어서 책배달 신청해두었어요. 이럴때는 도서관이 있어서 좋아요. ㅎㅎ

해피북 2017-04-22 09:29   좋아요 0 | URL
맞아요~~특히 커버가 없는 책을 만날 때는 정말 아쉬워요. 특히 작가님 소개를 읽을 수 없으니 어떤 분이실까 무척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ㅋㅋ

저도 예전에 집에서 제법 떨어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때가 있었는데요. 거리가 너무 먼 나머지 슬쩍 책배달 서비스 되냐고 문의 했더니, 이곳은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 한해서만 한다고 하더라고요.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보슬비님네 도서관이 참 부러워요 ㅋㅂㅋ~~
 
Everyday 에브리데이 달걀 - 빠르고 간단하게, 영양 많고 맛있게
손성희 지음 / 리스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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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아침 식단에 손쉽게 올릴 수 있었던 계란후라이나 스크램덤블,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계란찜을 주로 했었다. 계란은 늘 주메뉴 음식이기보다도 곁가지 반찬으로 인식되는 재료였기 때문에 색다른 시도라고 해봐야 모닝빵 속을 파내고 계란을 통째로 깨 넣고 구워내는 계란빵이랄지, 우유를 섞어 반죽한 핫케이크 가루와 달걀을 넣어 구워내는 계란빵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부였다.

 

이 책을 우연찮게 보고 계란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집에 늘 있는 식재료와 야채를 가지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된 부분도 마음에 들었고 좋아하는 달걀을 가지고 다양한 음식으로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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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3
유홍준 지음 / 눌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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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쯤 동대문 디지털프라자에서 열린 간송 문화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당시 '우리 강산 우리 그림 진경산수화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마침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백인산 저자의<간송미술 36> 과 이충렬 저자의 <간송 전형필>이라는 두 권의 책을 읽었던 터였다. 그래서 전시회를 본다는 부푼 기대보다도, 책에서 보았던 대작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그만 주눅이 들어버렸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각 구역마다 배치되어 그 알수 없던 이질감과 작품 보존을 위해 실내조명은 어두웠고 유리 보호막에 둘러쌓여진 빛바랜 그림들은 눈으로 식별기 어려웠다. 

 

 

 그 때문이었는지 작품을 오랜 시간 들여다봐도 내 실력으론 어림잡아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특히 책으로 봤을 때는 줌인하듯 끌어당겨놓은 선비들의 생동감 넘치고 익살스러운 표정들이, 어두운 조명과 먼 거리감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어 눈만 끔뻑거리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전시회를 다녀온 후 다시 <간송미술 36>이란 책을 펴들고나서야 책의 가치를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억은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접할때 마다 느낀다. 유홍준 교수님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문화유산의 찬란하고 아름다움을, 당대 예술사가들의 뒷담화 같은 재미난 이야기를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또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넘어서 많은 이들에게 쉽고도 재미나게 알려주시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어찌 탄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안목>은 건축, 청자, 불상, 백자, 열전등 미술사 전반을 아우르며 교수님의 특유의 실사구시의 길을 보여주는 명저다. 우리나라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일본 목조 반가사유상의 유례와 두 불상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나, 곡선이 아름다운 청자와 백자를 감상해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는 변월룡 화백의 발견이다. 생면부지인 고려인 화가 탄신 100주년 변월룡 회고전이 열린다는 신문기사를 읽고도 시큰둥 하셨던 교수님이 미술사 가인 허영환 선배님의 권유로 다녀오게 되었는데 벅찬 놀라움과 감동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끼셨다고 했다.

 

 

1916년 연해주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그림 솜씨를 좋았던 변월룡 선생은 38세의 나이에 소련 최고의 미술교육 기관인 레핀예술아카데미에서 교수가 되었다고 한다. 1953년 소련 정부로부터 북한 미술계를 지도하라는 과제를 받아 평양에 파견되어 1년 3개월 동안 북한에 체류하게 되었는데, 그때 화폭에 담아낸 명작들을 소개하시며 동족상잔의 애잔함과 디아스포라적인 예술세계와 끝내 이름을 개명하지 않으셨던 화백의 지조에 탄복하시는 글들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 전시회가 개최되기까지 20년의 세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했던 미술평론가 문영대씨의 자랑스러움에 감복하여 일일이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전시회를 꼭 보러 올 것과 신문 지면을 빌려 얼마 남지 않은 전시회를 알리고 우리가 잊어버린 천재 화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놓았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서술하셨어도 독자들은 이런 부분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꺼내시고 20년의 세월 동안 고생했던 후배 문인을 살피시며 늦게나마 대중들에게 알리시려 노력하시는 부분이 비로소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이란 부제를 완성하고 있음을. 그래서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거라고. 더욱 유홍준 교수님의 책은 기다려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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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를 창조하는 것은 생산자이지만, 문화를 창달하는 것은 소비자이다.' 이 명제는 아무리 뛰어난 예술품이 태어난다 해도 세상이 이를 알아보지 못하면 묻혀버리고 만다는 명구로, 예술작품이든 상품이든 똑같이 해당된다'(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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