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을 살고 싶은 그대에게
구본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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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고전읽기'라는 ebs 팟캐스트를 들으며 구본형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중저음의 음성도 좋고 고전에 대한 쉽고 재밌는 해설이 귀에 쏙쏙 들어와 즐겨듣게 되었다. 그러다 일에 치어서 듣는 횟수가 줄어들고 거즘 듣지못하는 시간들이 쌓여가던 어느 날 구본형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에 화들짝 놀랬던 기억이난다. 너무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기에 안타깝기도 했고 더이상 그 멋진 중저음을 들을 수 없다는 생각이 참 슬펐던 기억이 난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생전에 못다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것 같아 기대심도 들었고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하면서 선생님의 멋진 중저음이 귓가에 들리는것만 같았다. 이 책은 살아생전에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편지 쓰기를 즐기셨다는 선생님이 쓰셨던 편지를 모았는데 결혼, 직업, 가족, 여행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담겼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일밖에 모르는 지인에게 제발 여행을 떠나 세상을 보라는 선생님의 당부가 담긴 편지였는데 젊었을때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셨다.

 

' 정말 나를 놀라게 하여 여행에 대한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게 만든것은 바로 그 초로의 부부 였다네. 사회가 주는 의무와 책임을 마치고, 퇴직후 오래 미뤄둔 여행을 시작하는 것은 모든 퇴직자의 즐거운 미래 계획이지만, 그때는 이미 진정한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네. 왜냐하면 그때는 이미 육체가 모험을 거부하기 때문이네. 정신 역시 새로운 공간에 열망하고 도취하여 삼빡하게 반응하는 쾌감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네....

 

여행의 맛은 육체를 마음대로 굴릴 수 있어야 그 맛을 십분 향유할 수 있다네. 몇 시간의 여정에 피곤함을 느끼고, 시차 적응때문에 며칠간의 숙면을 희생한 것에 대해 불편해 하며, 깨끗한 호텔을 선호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모험 정신을 잃어버린 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네p73'

 

여행에 관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이제는 거리낄것 없이 살 수 있는 초로의 나이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시기이건만, 평소 계획했던 여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미적거리는 자신을 질책했던 김서령 저자의 말들이 떠올랐다(참외는 참 외롭다, 나남출판사). 초로의 시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여행은 단순히 행동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퇴화되고 있는 신체의 문제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기에 김서령 저자 역시 젊었을적에 많은 경험과 생각들로 풍성해지라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 끝에 닿게 되자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정년 퇴임후 작은 트럭을 개조해서 방방곳곳을 여행하시며 낚시를 즐기시겠다던 당찬 계획은 퇴임 이후 지금까지 실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실행될 가망은 없었다. 그러니.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에 콕 박힌다. 모든 사람들이 삶과 죽음 속에 놓여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삶과 죽음의 시간을 부여받은게 아니라고. 또 젊었을적의 여행과 노년의 여행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와 나중에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냐 묻는 선생님의 말씀에 공감을 하게된다.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실행하라'고 내 귓가에 울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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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1-26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나중은 없는데.... 지금 당장 실행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뭐 그렇게 재고 대보고 생각할게 많은지!
정년퇴직후의 아버지의 계획을 들으니, 엊그제 보았던 비밀독서단에서 소개된 무라카미 류의 <55세부터 헬로 라이프>가 생각나네요. 저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정년 퇴직 후에 캠핑카를 사서 여행다니고 싶은 가장의 꿈이 나오는 대목이 있었어요. 거기서도 그 꿈을 실행하지는 못하는 것 같더라고요.

해피북 2015-11-27 19:44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매일 후회되는 부분이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인생...우리는 모두 스토너다!라던 오로라님의 글이 떠오르네요 ㅎ <55세부터 헬로 라이프>는 읽어봐야겠어요^~^

2015-11-26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5-11-26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출간되었을 그 시기에 읽었던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해피북님, 오늘도 즐겁고 좋은 하루 되세요.^^

해피북 2015-11-27 19:48   좋아요 1 | URL
오홋 그러셨군요^~^ 서니데이님의 독서내공이 느껴집니다 ㅎㅎ 즐거운 금요일 저녁보내세요^~^

서니데이 2015-11-27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좋은 밤 되세요.^^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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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이동진 작가님 때문이다.  팟캐스트를 함께 이끄는 김준혁 작가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동진 작가님이 생각나더라는 것이다. 분명 좋아할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책을 읽다가 누군가 떠오른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다. 그 사람의 소소한 부분까지 느낄 수 있어야지 갖을 수 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동진 작가님은 어떤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시나 하는 궁금증이 크게 생겨났고 또 독서광인 그를 매혹시킨 소설이란 생각이 나쁘지 않아 읽게되었다. 그러나 책을 펼쳐들고 1/3 지점까지 읽었을때는 큰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너무나 잔잔하게 흘러가는 한 남자의 일대기가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진 않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아버지의 일을 돕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4년제 농과 대학에 입학한다. 대학 생활중 영문학에 재미를 느낀 그는 농과에서 영문과로 바꾸며 영문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게 되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슬론 교수님은 학사 과정을 밟아 강사로써의 삶을 권유한다. 슬론 교수님의 말을 쫓아 평탄한 과정을 밟아가는 중에 한 모임에서 첫눈에 '이디스'라는 여성에게 반해버린 그는 그녀에게 청혼하기에 이르고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을 하고난 이후부터의 삶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앉은 자리에서 그만 책을 홀딱 읽어버리고 말았다. 왠만하면 밥을 먹을때 음식물이 튈까봐 책을 읽지 않는데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스토너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디스'라는 여성에 대한 증오심에 불타올랐었다. 이렇게 미워해도 되나 싶을만큼. 은행장의 외동딸로 태어난 이디스는 부족함 없는 생활을 했었다. 그러다 스토너와 결혼하면서 낡고 작은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풍요로운 삶에서 가난한 삶 속에 떨어진 이디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히스테릭한 성격으로 인해 스토너를 괴롭히고 외롭게 만드는 삶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디스는 딸 그레이스를 낳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집안일과 딸을 돌보지 않았다. 모든 일은 스토너가 도맡아 해야했다. 그러다가 극단에 호기심이 생긴 이디스는 극단일에 열성을 보이며 집으로 많은 사람을 초대하며 자신을 과시하다가도 실증이 나면 집안에 틀어박혀 스토너를 왠종일 괴롭게했다. 스토너에게 집에서 유일한 공간은 서재였다. 딸 그레이스와 함께 책상을 놓고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런 모습을 이디스가 놓아둘리 없었다. 그녀는 스토너에게서 딸을 빼앗고 그의 서재를 빼앗았다. 그를 집안의 구석 자리로 내몰고 딸과 이야기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낀 스토너는 강의와 집필에 열중하게되고 그러다가 캐서린 이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외도에 수긍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이디스라는 여성의 병적인 성격에 질려서 캐서린과 스토너의 사랑을 응원하게 되었다. 이제라도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 그가 다행스럽다 느꼈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륜 사실을 알게된 학교에서는 캐서린을 제명 시킬 생각을 했고 스토너는 할 수 없이 그녀와 이별을 했다. 그녀가 떠난 후 그는 학교 생활에 전념하며 노년을 맞고 어떤 사건(?)에 의해 죽음에 이른다.(혹시 읽으실 분들을 위해 사건(?)은 밝히지 않는다)

 

 

그와중에 딸 그레이스가 혼외 임신을 했다. 순전히 이디스에게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원치 않았지만 탈출구가 필요했던 그레이스는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몇달만에 과부가 되어버리며 알콜중독자의 모습이 비춰진다. 이렇게봤을적에 이디스라는 여성은 딸과 남편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악마중에 악마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너무 미웠다. 조금만 다정하게 굴었더라면, 조금 더 스토너를 생각했더라면 충분히 사랑받고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죽음에 이른 스토너가 ' 나는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자문하는 순간 외롭고 불행했던 삶이 순전히 '이디스'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아버지가 그에게 농과 대학의 입학을 권유하던 장면으로 거슬러올라 모든 순간에는 '선택'이 있었고 그 선택은 순전히 스토너에 의해 이루워졌으며 선택의 순간들이 나비의 날개짓이되어 그의 인생을 만들었다. 이디스를 선택한것도, 캐서린을 선택한것도 또 그녀를 떠난것도 모두 스토너의 선택이었다. 만약 스토너가 모든것을 포기하고 캐서린을 선택했더라면 말년이 그리 외롭고 쓸쓸하진 않았을터다. 혹은 그가 이디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며 안정적인 가정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그에게서 뺏어가는 그레이스를 온전히 지켜냈더라면 그의 노년의 그림은 달라졌을터다. 하지만 그는 그가 선택한 모슨 순간을 주워 삼키면서 모든걸 포기하지 못했다. 그를 끔찍히 괴롭히는 이디스도, 호시탐탐 그를 내몰 궁리만 하는 학교측도 스토너가 남기를 원했고 그렇게 선택했다. 그의 끔직한 외로움은 순전히 그의 선택이었고 그 선택 속에서 그는 점점 삶이 던지는 질문에 무뎌져 가는 자신을 깨닫지 못했다. 그러자 더이상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이제 나이를 먹은 그는 압도적일 정도로 단순해서 대처할 수단이 전혀 없는 문제가 점점 강렬해지는

순간에 도달했다. 자신의 생각이 할 만한 가지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나 그의 운명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슬픔이었다(그의 생각에는 그런것 같았다). 문제의 의문이 지금 자신이 직면한 가장 뻔한 원인, 즉 자신의 삶에서 튀어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나이를 먹은 탓에, 그가 우연히 겪은 일들과 주변 상황이 강렬한 탓에, 자신이 그 일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겨난 것 같았다p252'

 

 

모든 사람에게는 성향이라는게 있다. 어떤 문제점에 도달했을때 두들어지게 나타나는 성향은 그 사람을 나타내준다. 그렇기에 스토너는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반복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들어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는 스토너와는 반대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금융권에서 잘나가는 일을 하던 그가 어느날 화가가 되고 싶다며 가족과 모든것을 버리고 홀연히 떠나버린다. 스트릭랜드가 꿈을 쫓아 죽음에 이르기까지, 또 죽음의 순간에도 그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결국 대작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된다. 그는 꿈을 이룬것이다. 그러나 스토너는 자신의 모든것을 포기할 수 없었다.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캐서린을 쫓아 모든것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비교이지만, 내 삶 속에서 묻게된다. 스토너처럼 안정적인 삶을 쫓아 외롭고 지루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스트릭랜드처럼 힘겨운 삶이지만 꿈을 쫓아 이뤄나갈 것인가. 모든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있고 또 그런 과정을 겪는 중이라면 나는 힘겹지만 꿈을 쫓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스토너의 외로운 죽음이 내게 그렇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동진 작가님이 좋아하는 소설은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는 잔잔한 물결같은 이야기인가 보다. 그 잔잔한 물결속에 삶의 의미를 묻는 소설. 그런 소설을 또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와 비슷한 소설이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이라고 하는데 이 소설도 얼른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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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개미 2015-11-25 2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인생이 누구에게나 한번 뿐이라는 대전제를 상기시켜 주는 소설같아요~선택의 연속이란 말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끌어내려주는..그런 이야기요~ㅎ

해피북 2015-11-25 21:02   좋아요 0 | URL
네^~^ 저두 이디스라는 여성에 초점을 맞춰서 스토너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죽음에 이르러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 모든 과정에 `선택`이 있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ㅋ 그리고 의외로 재미도 있어서 잘 읽었답니다 호호^~^

살리미 2015-11-2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너 읽으셨군요! 저도 이 소설이 너무 좋았어요. 모든 사람은 스토너다! 이 말이 너무 너무 이해가 갔거든요. 저도 여자지만 이디스가 이해가 안가고 왜 그렇게 삐뚤어져야 하는지 알수 없어서 스토너가 마냥 불쌍하기만 하다가도, 한편 이디스가 이해가 가기도 했어요. 전업주부로 오래 살다보면 문득 문득 드는 어떤 우울감 같은게 있거든요. 그런 마음이라면 스토너를 괴롭히는 것으로 인생의 목표를 삼은 이디스도 나름 이해는 가더라고요. 어쨌든, 스토어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낸 사람이죠.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도 스토너만큼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어떤 면에서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고민을 잊을 수 있었던 그는 행복한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나의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간 사람들보다, 보통의 사람들처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선택을 하며, 묵묵히 꿋꿋이 살아가는 스토너가 저도 너무 맘에 들었어요. 어떤 안쓰러움과 함께요.

저도 빨책 초창기부터 열심히 듣고 있는데, 이동진씨가 정말 좋아할 만한 소설이라고 느꼈어요^^

해피북 2015-11-25 21:10   좋아요 0 | URL
어마낫 오로라님도 빨책 팬이셨군요 ㅎㅎ 저는 자주 듣진 못하지만 가끔 듣는데 좋더라고요 ㅋ 지난번에 앞부분 조금 듣다가 책 다 읽고 들으려고 멈춰놨어요 ㅋ 그런데 `모든 사람은 스토너다`라는 말이 왜이렇게 공감이 가는지요 ㅎ 물론 히스테릭한 이디스도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너무너무 궁지로 몰아넣는통에 한동안 이디스 밖에 안보이더라고요. ㅎㅎ 오로라님 말씀처럼 자신이 지고 갈수있는 삶의 무게만큼만진 스토너가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한 불꽃같았던 찰라의 행복만이 있던, 너무 행복한 시간이 짧기만 했던 스토너가 안쓰럽고 답답하기도 했답니다. ㅋㅂㅋ

2015-11-26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벌레와 메모광
정민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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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초 헌책방을 배경으로 실연의 상처를 입은 타카코가 책을 통해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란 영화를 보면, 삼촌 사토루가 헌책방에 들어온 책을 읽고 값을 책정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토루가 사용한 인지(印紙)에는 모리사키 서점에서 사용하는 인장이 찍혀있었다.

 

 

 

 

한때 영화의 이 장면이 너무 좋아서 나도 인장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흐뭇했지만, 책과 나를 더 결속시켜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 같다. 그렇게 인장을 만들기 위해 며칠 동안 고심을 하던 중 인장에 넣을 마땅한 문구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을 넣자니 쑥스러웠기에 간서치 이덕무가 이름지은 구서재(독서讀書,간서看書,초서鈔書,교서校書,평서評書,저서著書,장서藏書,차서借書,포서曝書)나, 강세황의 그림에서 따온 향기는 멀수록 맑아진다는 뜻의 '향원익청(香遠益淸)'이란 글귀를 사용해볼까 하는 당찬 계획을 세워보기도 했다. 그렇게 얼추 문구를 생각해갈즘 이번에는 인장을 만들 마땅한 곳을 찾을 수 없어 이리저리 궁리만 하다 보니 깊던 마음은 조금씩 희미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헌책방에서 우연히 구입하게된 책에서 예상치 못한 흔적을 발견하고서 나도 모르게 함박 웃음짓던때가 떠오른다.

 

 

 

책에서 흔적을 발견할 때면 마치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설레는 마음이 들곤 한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책을 고르고, 또 나와 비슷한 마음으로 자신만의 '흔적'을 남긴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라 더 살갑게 느끼곤 한다. 그래서인지 정민 교수님의 '책벌레와 메모광'이라는 책에 소개된 장서인들의 모습을 아주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책이 한없이 귀한 시절, 돈을 받고 책을 베껴주는 '용서傭書'라는 직업이 있던 그 시절에, 장서인은 그야말로 '소유권'을 나타내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렇기에 사용하는 인장에는 본관과 성명, 자와 호등이 새겨진 경우가 많았고 집안 대대로 내려져오는 가보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제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진 후손들이 더이상 소유할 수 없을때 처리하는 방법을 두고 한일중 삼국을 비교해 놓은 글귀가 무척 재미있었다. 

 

 

한국의 경우엔 인장을 예리한 칼로 도려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흔적을 도려내고 종이를 덧대 잘려나간 글을 다시 채워 넣는 방법을 썼다고 한다. 거기에 비해 일본은 이전의 인장 위에 '소消'라고 쓴 인장을 덧찍어 말소 되었음을 표시했다고 한다. 역시 일본다운 실용적이고 간소한 성격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경우에는 어지럽게 찍힌 인장이 있는 책을 더 높이 쳐주고 또 유명한 문인의 인장이 있을 경우엔 책값이 치솟기도 했다고 하는데 역시 통큰 중국 사람들의 성품이 엿보인다. 이렇게 비교해놓고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유교사상이 깊었는지와 또 얼마나 작은 부분에도 신경 쓰며 살고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정민 교수님의 사연을 읽게 되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 반대로 내게 자신의 서명을 담아 처치 곤란한 책을 보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구실이 워낙 옹색한데다 도저히 봐줄 수 없는 민망한 책도 많아서 중간에 한 차례씩 내다버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때 가장 신경쓰이는 것이 그 안의 서명 부분이다. 이게 잘못해서 헌책방에 흘러나가기라도 하면 훗날에 내 자식이 돈이 궁해 팔아먹었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게 아닌가. 서명한 본인이 어쩌다 보게 되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두고두고 앙심을 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을 내다버릴 때는 슬그머니 내 이름이 있는 면을 잘라내게 된다. 준 사람의 명예도 지켜주고, 내 이름도 욕보는 일이 없게 하려는 것이다.'p22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쓰이고 또 책을 건네 준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야 느낄 수 있지만, 역시나 책에서 흔적을 지워내야했던 교수님의 모습은 영낙없는 조선시대의 선비들과 같아 귀여움(죄송합니다 ㅜㅜ)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교수님의 그런 걱정을 조금만 거둬주시기를 살며시 바라게된다. 요즘이야 워낙 책이 흔해져서 인장을 찍는 일도 거의없고, 또 인장을 찍거나 책에 흔적을 남기면 값이 뚝 떨어지는 탓에 책 한 권을 읽어도 조심스럽게 읽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가끔씩 만나게 되는 책방에서의 흔적들은 망망대해와 같은 지구상에서 잠시 있었던 '인연'의 흔적을 나타내주는 것만 같아서 반가움과 소중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은 인장을 찍거나, 작가에게 사인을 받았던 순간의 기록이나,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했던 마음이나, 학창시절을 추억해줄 번호나 또 낯선 여행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던 순간의 기록들이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떤 개인적인 사정으로 책방에 흘러들어왔는지 알길이 없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수 만권의 책 중에서 길들여진 단 한 권의 책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 그러니 그 옛날 조선시대의 인장이 '소유자'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오늘날의 장서인은 스쳐지났던 '인연'을 나타내는 소중한 기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윌리엄 포크너는 헌정 사인이 담긴 자신의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 한 후, '다시 존경을 담아서'라고 써서 되보내주었다는 일화가 있다는데 그 마음 역시 모르지 않지만, 나는 윌리엄 포크너와는 달리 그런 '흔적'들을 발견할 때마다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치 잠들어 있던 책에 생명을 느낄 수 있고 어떤 사연이 담겨진 책마냥 기묘한 느낌도 들기때문이다. 아! 그렇다고 책에다 낙서는 하지 마시기를! 엄연히 낙서와는 다를지니!! '책벌레와 메모광'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에는 책벌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에 역시 눈에 띄는건 간서치 이덕무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2부에서는 메모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많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메모를 적을때 '계통과 체계를 가지고 적어라'는 부분이었다. 매일 책을 읽고 좋았던 문장을 필사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뜨끔한 가르침을 받은 기분이었다. 역시나교수님의 글을 꾸준히 읽던터라 반복되는 구절도 많고 익숙한 문인들 이야기가 많았지만  읽어도 읽어도 따끔한게 정민 교수님의 책인거 같다. 알아도 안하고 몰라서 안하는 얍삽하고 게으른 내 마음에 놓는 일침(가르침). 그게 정민 교수님이라 말하고 싶다.

 

 

' 나도 새로 다산의 편지나 증언첩을 찾게 되면 우선 붓으로 원문을 또박또박 베껴 쓰는 것으로 분석을 시작한다. 어지러운 흘림 글씨 상태로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던 글이 옮겨 쓰는 과정을 한 번 거치고 나면 신통하게도 행간의 맥락까지 선명하게 잡힌다. 베껴쓰기 공부의 위력은 해보지 않고는 잘 알수가 없다. 일단 손 글씨로 베껴 쓴 뒤에 거기에 붉은 먹을 찍어 구두를 떼고 메모를 한 뒤, 그 다음 컴퓨터에 입력해서 번역을 하는 순서다. 초서의 단계를 그저 건너뛰면 글의 내용도 수박 겉핡기로 대충 읽고 마는 경험을 수 없이 했다.'p107

 

 

' 빠른 것이 늘 좋지는 않다. 생각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을 아무나 적지는 않는다. 적을때 생각은 기록이 된다. 덮어놓고 적기만 할게 아니라 계통과 체계를 가지고 적으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p149

 

 

'천재는 없다. 다만 부지런한 기록자가 있을 뿐이다. 요즘도 같다. 처음에는 덮어놓고 적다가 차츰 분명한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적어나가면 된다. 적기만 하면 안되고 중간 중간 갈무리 해서 하나의 체계속에 정리해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p155

 

 

'사소한 관찰과 메모에서 공부가 시작된다. 조각의 정보가 하나의 체계로 갖춘 정보로 발전하려면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퍼즐 조각이 꽤 모여 전체상을 드러날 때까지는 인내와 집중이 요구 된다'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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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1-20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싸인이나 인장이 찍혀 있는 책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군요..죽을때까지 가지고 가야할 인생의 부채이자 선물이라서...

해피북 2015-11-20 16:29   좋아요 0 | URL
ㅎㅎ 인생의 부채이자 선물이란 말씀 명언이세요~^^ 저두 작가님한테 싸인 받은 책 있는데 그 책은 가보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ㅋㅂㅋ~~

살리미 2015-11-20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있어요^^ 장서인 부분에 꽂혀서 읽어보고싶다 했는데 마침 해피북님께서 자세하게 올려 주셨네요.
저도 책도장이 너무 갖고 싶어서 벼르다가 인터넷에서 책도장 만들어주는 곳을 찾아내서 애들꺼로 주문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 애들 초등학생때니까 벌써 십년이 다 되어가나? ㅎㅎ 우리 아이 이름이랑 귀여운 그림을 같이 넣어서 주문했었는데, 아직도 유용하게 쓴답니다. 다만 어릴때 주문한거라 아들래미껀 귀여운 곰돌이 그림이라서 지금은 자기 책에 별로 찍고 싶어하지 않는게 문제! ㅋㅋ 딸아이껀 어린왕자 그림이랑 이름을 같이 넣어서 만들어줬는데 아직도 잘 쓰고 있고요.
해피북님 말씀 들으니 멋진 글귀와 함께 장서인을 새기면 좋겠네요. 북스탬프 라고 검색하면 맞춤 도장을 만들어주는 곳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어쩐지는 잘 모르겠네요 ㅎㅎ

해피북 2015-11-20 16:37   좋아요 0 | URL
아닛!
오로라님은 저한테는`선구자` 같으세요^~^ 와인이며 커피며 책도장까지! 뭐든지 물어보면 말씀해주셔서 댓글이 기다려지기도 해요 ㅋㅂㅋ~~ 그리구 아이들이 사용하는 책도장은 흥미유발에도 좋고 독서 의욕을 활활 불태우는데 좋은 역할을 했겠는걸요ㅎ 그리구 문구만이 아니라 귀여운 캐릭터를 사용해도좋을거 같구요. 어린왕자도 좋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좋을거 같아요. 북스탬프 찾아봐야겠어요정보 감사해요 ^~^

지금행복하자 2015-11-20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서인.. 항상 관심 가지고 있는데... 맘만 ㅎㅎ
이번 기회에 확 질러볼까요? ㅎ

해피북 2015-11-25 08:20   좋아요 0 | URL
네네~~ㅎㅎ 혹시 책도장 생기시면 자랑해주세요 ^~^

달팽이개미 2015-11-2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서 해피북님 리뷰를 기다린다니까요~~~ㅎㅎ 친절하고 세심하고 따뜻한 리뷰^^ 방향과 목적을 가지고 하나의 체계속에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장에 가슴에 담아봅니다~^^ 아! 북스탬프도요~ㅋㅋ

해피북 2015-11-25 08:21   좋아요 0 | URL
아홍~~달팽이개미님의 무한 응원 덕분에 항상 힘이 불끈 솟네요 ㅎㅎ 북스탬프는 정말 탐나는 아이템같아요 ㅋ 언젠가는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ㅎㅎ

2015-11-21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치 못한 좋은 영화까지 만나고 가네요. 저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 더욱 와닿는 리뷰였어요^^~

해피북 2015-11-25 08:22   좋아요 0 | URL
아~~도움 되었다니 기쁘네요 쌀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ㅋㅂㅋ

transient-guest 2015-11-24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책은 다시 팔면 헐값이겠어요, 저는 1998년부터 읽은 책들에는 밑줄을 그어가면서 본 책이 많아서요.ㅎㅎ 조선의 선비들은 그렇게 인장을 칼로 베어내면서 책과 정을 끊는 의식을 치룬 것 같습니다. 아예 미련이 생기지 못하도록..ㅎ

해피북 2015-11-25 08:25   좋아요 0 | URL
네^~^ 책에 흔적이 있는것은 값이 떨어지더라고요 ㅋ 그렇지만 책방에서 찾아낼때는 보물찾기한 기분이고요 ㅋㅂㅋ 저도 한때 열심히 밑줄긋고 메모까지 적어놓은 책이 있는데 다른분께 드리고 싶어도 드릴수 없는 책이 되었어요. 저랑 평생 동고동락해야하는 ㅎㅎ
 

' 소설이 유독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문장 부호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 따라가면서 읽으세요. 큰 따옴표 안의 글은 정말 대화한다는 느낌으로, 느낌표가 있는 문장은 정말 감탄하거나 놀라듯이, 쉼표에서는 꼭 쉬어주는 것이다. 그러면 책은, 소설은, 정말 재미있다! 그렇게 문장부호를 충실히 따르며 읽다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면서 내용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p44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이유경/ 다시봄)

 

 

처음 만나본 줄리언 반스의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읽는 책마다 '줄리언 반스'를 찬양하다시피해서 늘상 궁금하던 참에 빌려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이일 저일에 밀리고 밀려 반납하기 하루 전에 펼쳐들었건만 의외로 가독성이 좋아 신나게 1부와 2부를 읽게되었고 그렇게 결말에 도달하고 나자 거짓말 처럼 저 문구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 그러게 아무리 가독성이 좋아도 그렇지, 문장 부호를 지키면서 읽었어야지~ 라고 혼이난것 처럼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서 빠진 퍼즐조각을 맞춰보았다. 그리고 입밖으로 꺼낸 말. 아!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해하시겠거니 싶다. 또 다락방님의 저 문구 만큼 이 책을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니 가독성에 낚여 술술 읽는 우(愚)를 범하지는 마시기를. 예순의 노년이된 토니 웹스터의 술회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십대 시절 만났던 베로니카와 그의 가족에 얽힌 이야기가 40년이 지난 후 사건이 되어 추리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인데, 더 크~~은 반전을 예상했던 탓인지 결말에서 조금 싱거움을 느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펴낸 이동진 김중혁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의 크나큰 반전은 주인공 '토니'에게 있으며, 이 소설을 추리소설처럼 읽어내선 이 소설이 주는 '참 맛'을 느낄 수 없다고 하니, 부디 이 책을 읽지 못한 독자가 앞으로 읽을 예정이라면 '반전'이라는 속성에 묶여 '참 맛'을 놓치지는 마시길. 한 문장씩 꼭 꼭 곱씹어가며 읽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나는 '반납'과 '반전'에 묶여 너무 성급하게 읽게 되었고 또 성급하게 결론에 도달하여 다시 앞으로 돌아와 곱씹어 가며 읽기를 했다. 그랬더니 결말로 도출되기 위한 장치들이 그려지기 시작했고, 그런 장치들을 곱씹을수록 촘촘함의 밀도가 느껴지면서 '역사 수업시간, 친구 에브리언, 베로니카의 별장에서 지낸 1주일'이라는 키를 놓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을 통해 어찌보면 내 삶도 이렇게 무심히 흘려보낸 날들이 '촘촘히' 모여 '현재'라는 밀도로 나타내고 있으며 '나는 왜 이럴까? 왜 이것도 못하지?'라는 한탄은 결국 '토니'처럼 인생을 밀도 있게 들여다보지 못한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를 판단 하기엔 아직 성급하단 생각이 든다. 앞으로 더 그의 작품을 찾아 읽으며 그의 매력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진정한 문학은 주인공들의 '행위'와 '사유'를 통해 심리적이고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진실을 드러내야 했다'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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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2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사IN 제426호 2015.11.14
시사IN 편집부 엮음 / 참언론(잡지)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연일 '국정화' 문제로 나라가 들썩들썩하다. 그래서인지 '시사 in' 커버 스토리에서는 '국정화'에 대한 시각이 뜨겁다. 국정화를 지지하는 측에서 '전국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다' 는 주장. 그래도 어느정도 들어줄만 하더만, '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10월 26일 당 최고 위원회에서 "교과서가 친북이거나 좌편향 내용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한다.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p16 라는 비국민론을 내세우다니. 단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지켜줘야할 판에 편가르기식 논리를 펴대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참 씁쓸하게 느껴진다. '노유진 정치카페'의 팟캐스트에 현 사태를 이렇게 정의하더라. '마치 장미꽃밭에서 경작자의 허락도 받지않고 피어난 잡초와 같은 입장에 처한거'라고. 더욱이 12월부터 시행예정인 5인이하 상시인원과 매출 1억원 이하 인터넷 신문사들은 모두 퇴출 예정이라고 한다. 무려 85%정도가 퇴출 예정이며 그중 대부분이 지역 언론사라고 하는데, 인터넷 신문을 보면 허위적이고 과대적인 기사 때문에 눈쌀을 찌풀이게도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와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소규모 언론사를 꾸린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움이 크다고 한다. 이 사태를 두고 '언론 국정화'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정부의 생각을 강요하고 억압하려는 움직임 때문에라도 앞으로 '시사 in'에 꾸준한 관심을 갖어야할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시사 in'을 읽다보니 아쉬운 부분도 보인다. 제일 마지막 장에 실리는 '시사 에세이' 편에 보면 제일 하단에 '※ 외부 필자의 기고는 <시사in>의 편집 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글귀. 일치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모호함. 삼성 비리에 대한 글을 실을 수 없는 답답함을 겪었던 기자들이 모여서 창간한 잡지가 <시사in>이라 들었는데, 알게모르게 그런 초심을 잃어버린건 아닐까. 외부 필자라는 이유로 바깥 테두리에 두고서 '독자에게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라 비춰지는 글귀 마냥 마음을 아프게 한다. 부디 '시사 in' '(주) 참언론인 '이라는 매체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길 바라는건 내 욕심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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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1-1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 교과서 한 권을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고, 아군인지 적인지 따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합니다. 이념 구도 프레임에 갇힌 역사 논쟁은 끝이 절대로 나지 않는 무의미한 싸움입니다.

해피북 2015-11-19 15:2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깐요. 무의미한 싸움, 끝없는 싸움임을 아니까 이젠 강제성을 띄고 하려나봐요ㅠㅠ 앞으로 또 어떤일이 생길지 어휴. 걱정입니다.

yureka01 2015-11-1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조건이 회자되는 이유를 그들은 애써 외면하죠. 모를거 같아도 다 압니다.알지만 아는대로 할 수 없죠. 배울만큼 배웠고 살만큼 산 사람들이고 게다가 한자리씩 하는 걸로봐서 모를리가 없죠..국정화 안따르면 다 빨생이의 논리가 그렇거든요.

해피북 2015-11-19 15:19   좋아요 0 | URL
저는 처음에 `헬조선`이라고해서 무슨 말인가했는데 정말 요즘사람들은 어찌 이리도 딱 들어맞는 말을하는지요. 진짜 헬조선이 되어가고 있어요ㅠㅠ

2015-11-18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9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5-11-19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론국정화, 언론을 정부가 장악해서 이미 공중파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인 미디어나 소규모의 독립언론들이 정부 비판의 역할을 하고 있다보니 이젠 그것마저 정리해버리겠다는 의도죠.
얼마전에 jtbc 밤샘토론을 보면서도 느꼈는데요, 백번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은 알겠는데, 왜 다른 의견을 가만두지 못하고 다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느냐는 거죠.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타협이 있을 수가 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해피북 2015-11-19 15:11   좋아요 0 | URL
어후 맞아요. 역사는 논쟁을 통해 발전한다고 하는데, 무조건 자기말만 들어달라고 그러니 참 답답한 마음이 들어요. 어쩌려고 그러는지. 이러다 빅브라더 시대가 오는건 아닌지 걱정이예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