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이 42일 앞으로 다가왔다.
연말이 다가오면 으레 그랬던 것처럼
연초의 계획을 되짚어본다.
첫째, 한국 문학을 깊이 읽겠다.
둘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겠다.
셋째, 마르셀 프루스트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겠다
넷째, 세계문학을 읽겠다.
다섯번째 칼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겠다는, 정말이지 당찬 계획으로 보낸 7,752시간 동안 나는 정말 '읽는 인간'으로써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동안 읽었던 시간들이 얼마나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일이였는지는 '땡스북 12호'에 실린 '타인의 독서법' 코너를 보며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오이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을 소개한 부분에 이런 글귀가 눈에 띈다.
'오이 겐자부로의 지난 50년 세월은 읽고 쓰는 오직 '읽는 인간'으로 몰입된 인생이었다. 읽는다는 것은 삶 자체였고, 읽고 사유하는 힘으로 살았고, 삶을 글로 썼다.그만의 인생에 투영되어 나오는 독서 역사에서는 실용적이면서 개성 있는 독서법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p36
'읽는다는 것은 삶 자체' 였다는 오이 겐자부로 처럼 나도 '읽는다'는 것 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집에있는 시간은 늘상 책을 읽었고, 집을 나서는 모든 공간에 책을 지니고 다니며 짬짬이 펼쳐들기도 했다. 하지만 '읽고 사유하는 힘'으로 살아냈다던 부분에선 미약함을 느꼈다. 요즘은 듣기 힘든 단어가 되어버린 '사유의 힘'. 내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정답이 되어버린 것 마냥 궁금한 문제가 생기면 지식인 검색창을 두드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책을 읽는 것' 과 '사유하는 힘'이 분리되어있음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읽는 인간임에도 사유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할까 혹은 왜 다른 이의 의견에 의지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다가 오이 겐자부로의 독서법을 정리해놓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오이 겐자부로의 독서법을 살펴보면 재독, 필사, 원문과 번역본 대조 읽기, 훌륭한 문체의 감각 키우기, 고전 읽기, 사전 곁에두기, 3년마다 주제 골라 집중해서 읽기, 여행할때는 신간보다 익숙한 책 읽기가 있는데 유독 눈에 밟히는 독서법은 '재독'이었다.
'재독- 몇 번이고 반복해서 다시 읽기, 읽기가 반복 될수록 정확한 의미와 훌륭한 표현들을 발견하고 기억하게 된다, 내면의 깊이와 지식의 축적이 자연스럽게 쌓인다'p36
빨간책방의 김중혁 작가님은 밀란쿤데라의 소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너무 좋아서 12번 읽었다는 글을 읽은 적 있다. 또 '까페에서 책 읽기'의 저자 뚜루님이나 '사랑의 시간들'의 저자 이보영씨는 글을 쓰기위해 읽었던 책을 몇번씩 다시 읽었음을 언급을 했으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님은 답사기를 출간하기전 세번의 과정을 거쳐 검증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모두들 나름의 재독 방식을 거쳐 사유된 생각의 꾸러미들이 지식과 지혜가 되어 독자에게 전해지고 있음을 비로소 떠올려보았다. 그러니 앞으로는 무한히 '읽는 인간'을 넘어 '재독하는 인간'이 되어보자 생각해본다.1 000일 앞으로 다가온 2015년 동안 후회하지 않도록 사유할 수 있는 힘을 키우며 부단히 노력해보자 생각해본다. 이번 12호 땡스북은 '끝'이라는 주제로 노년에 대한 얼개코너도 좋았고 김성현 선생님의 '독서토론 활동'에 대한 인터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오이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은 독서습관을 정비해보는 시간을 만들어준 것 같아 인상 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