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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 다큐와 문학을 접목한 그녀의 작품 세계는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 그녀만의 장르가 되었고, "영혼의 감정의 역사를 담은 산문"이라는 평가받았다"  < 2015년 12월 독서신문 < 책과 삶 > 조성일 기자>

 

책을 받아들고서 읽어내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차라리 이 모든게 픽션이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번씩 거듭하며 힘겹게 읽어냈다. 증언,증언, 그리고 증언들. 1917년 소비에트 정권을 시작으로 사회주의혁명이 만들어낸 '사회주의적'인간들은 정권의 붕괴와 함께 거대한 광기를 드러냈다. 인간이라 표현할 수 없는 발작과도 같은 변화 속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가 소련이 붕괴되고 20년 후 '붉은 인간'이라 명명된 '포스트 소비에트의 시대' 와 '페레스트로이카(1985년 4월에 선언된 소련의 사회주의 개혁의 이데올로기)시대를 거치며 살아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청취하여 담았다.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했을때 그녀의 독특한 이름, 아직까지 잘 외워지지 않는 그녀의 생소한 이름을 읊조리며 언젠가 한번쯤 읽어보리라 생각을 했는데 주변에서 우려섞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 않을꺼라고. 그런 우려속에서 읽기 시작했던 책은 정말로 쉽지 않았다. 이 감정들. 이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 저는 무신론자예요. 하지만 신에게 묻고 싶은 건 많아요. 전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해요. "수용소는 견뎌낼 수 있단다. 하지만 사람들을 견뎌내는건 쉽지 않아. 난 말이다. '네가 먼저 뒈져라, 난 내일 따라가마,' 이 말을 수용소에서 처음 들은 것이 아니라, 내 이웃인 카르푸샤에게서 처음 들었단다."(p93)

 

" 그게 우리에요! 우리네 인생이요!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아우수비츠의 희생자와 망나니들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똑같은 경리부에서 월급을 받는 거예요. 전쟁 후 똑같은 훈장을 받고요. 그리고 지금도 똑같은 연금을 수령하면서요.'(p384)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가혹행위를 자행했던 부분들도 마음아팠지만, 가장 가슴아프고 가장 슬펐던 이야기는 바로 내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광기로 얼룩져버린 마음을 들여다보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광기의 시간이 끝나자 일상으로 돌아와 웃으며 희생자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 소름끼치도록 마음이 아팠다.

 

어찌보면 가해자들 역시 시대의 희생양일지도 모른다. 모두다 부를 꿈꾸며 더 가지고 싶고 누리고 싶은 인간의 본성에 충실할 뿐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꺼라던 포스트 소비에이트 시대도, 모두가 풍족하게 누릴꺼라던 페레스트로이카 시대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모두에게 공평하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부라는 열매는 세상 어디에도 없으며 모두다 희생자라는 올가미가 드리워졌을 뿐이다. 세컨드 핸드타임( 중고품의 시대)이 도래했다. 피로 물들던 사회주의가 끝나고 탄탄한 민주주의 기반으로 세워진 자본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공평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 바퀴를 돌아 투명한 피로 물드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마침 이 책을 읽게 되어서일까. 은근 걱정스런 부분들이 보인다. 우리는 어떤 광기에 휩쓸려 살아가고 있는지. 누가 이 시대가 떠미는 가해자가 되고, 또 누군가는 이유없는 희생양으로 내몰려 아픔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우리에게 필요한건 어떤 경우에도 놓치지 않을 이성과,  미세한 바람에도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간직하는 일일 것이다. 이성과 감성에 둘러싸인 공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무한히 감사하게 되는, 현재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음에 고마움을 느끼게되는 졸렬한 내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지만, 시대는 변화를 끊임없이 요구하고, 그 변화가 어떤 바람을 불러 일으킬지 예상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역할. 소 시민으로써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1000여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기까지 2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싸워야했고, 인터뷰를 하며 무수히 흘렸을 눈물과 공포와 분노들을 절제해가며 이 책을 완성한 그녀의 노고에 감정이 벅차오른다.

 

" 내가 대답했다. 전 믿어요. 전 당신과 같은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예요. 전 믿어요!(그리고 우리 둘은 함께 울었다.) (p443)

 ( 저자가  마르가리타라는 아르메니아 난민을 인터뷰한 후 증거가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믿을 수 있냐는 물음에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가 대답한 말이다. 인터뷰하는 시간 동안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는 그 시대 속에서 살았던 셈이다. 그러니 이 책은 그녀의 삶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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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3-31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베틀라나알렉시에비치의 책은 <체르노빌의 목소리>만 읽었어요.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도 대출해서 집에 모셔놓기만 하고 읽지 못했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책들은 진실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직시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그나저나 해피북님~~ 반가워요^^

해피북 2016-04-01 20:38   좋아요 0 | URL
예전에도 제게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 책은 힘들꺼라 말씀해주셨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마치 무게가 있는듯 한 장을 넘겨보기도 힘들던. 그저 아. 하는 탄식이 새어나오기도 했고요. 이 책 읽으니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픔을 모두 담으셔야했기에...

그리고 역시 북플은 친정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내일이 주말이예요.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ㅎ

2016-04-01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1 2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1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01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한때, 우리나라 권장도서 목록에 반기를 든 적이 있다. 물론 서재에서 나 홀로 아무도 모르게. 그때 읽었던 책은 허균의 <홍길동 전>이었는데 어떻게 이 소설이 초중고 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에 담겨져있을까 의아했던 적이 있다. 물론 고등학생 정도의 연령층이라면 사회 각층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이해할 수 있으니 그래, 고등학생 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고치자. 그러나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축약본을 어찌 생각해야할까 의문스러웠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뉴스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나는 슬쩍 반감이 생긴다. 그러니까 그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비난만 쏟아내는 기사를 접할때마다 '글쎄,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가만히보면, 우리는 어릴적부터 무수히 많은 책들을 마주한다. 기본적인 교과서는 제처두고라도, 권장도서 목록과 독후감이라는 숙제때문에 읽어야했고 써야했던 그 기억들엔 행복함이 없다. 왜 그렇게나 어려운 책을 읽어야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또 왜 꼭 써내야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쌓이고쌓여 성인이 된 지금에도 책은 '어렵다'는 생각이 각인되어버린 듯 싶다.

 

 

왜 학창시절에 읽는 고전들은 어렵게만 느껴질까.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물들과 배경에서 오는 공감의 부재가 아닐까. 아직은 성숙되지 못한 시선과 생각들이 등장인물을 탐색하고 이해하기엔 버거움을 느꼈으리라. 그렇지만 어린시절 읽던 책만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온전히 이해했다 말할 수 없다. 어떤 기회에 의해 어릴적 읽었던 책을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다시 펼쳐들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에는 베르디의 '레퀴엠(Requiem)이 시종일관 울려퍼지며 송곳같이 날카로운 히스클리프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바심을 냈던 기억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렇게 지독한 사랑도, 또 그 사랑에 침잠되어 죽음에 이르는 그의 모습도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다 느꼈다.

 

" 그러나 고등학생 때나 심지어 중학생 때(덜덜덜!) 우리가 이 책을 읽게 된다는 사실은 나쁜 소식이다. 그때 우리는 너무 어리고,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고, 회한이 인생을 어떻게 일그러뜨리는지 알 길이 없다. 사슬에 줄줄이 묶인 죄수들마냥 발을 질질 끌며 <개츠비>의 세계로 처음 들어갈 때, 우리는 시험 준비를 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p13)

 

" 하지만, 먼저 우리는 똑똑해 져야 한다. 나이도 더 들어야 하고 일상의 슬픔과 사랑스러움 양쪽 모두에 상처 받을 수 있도록 민감해져야 한다"(p15)

 

이번에 읽게된 모린 코리건의 책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은 <위대한 개츠비>를 열렬히 사랑하는 작가가 피츠 제럴드의 생애와 함께 소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린은 우리가 어린시절 읽었던 개츠비는 진실이 아니며 마지막 문장을 마주했을때는 반드시 앞으로 되돌아와 펼쳐들게 된다는 이야기로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왜 이렇게나 열렬한 사랑에 빠져있는지, 왜 이 책이  '가장 위대한 개츠비' (모린의 표현이다) 가 될 수 밖에 없는지를 그녀의 이야기로 들어보자.

 

" 소설 다시 쓰기에 대한 예리하고 흥미로운 저서 <예술적 편집>을 쓴 수전 벨은 피츠제럴드의 교정에 두 장을 할애했다.(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이래로 <개츠비>를 읽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첫 장을 시작한다. 2002년, 마흔 세 살때 이 책을 다시 읽고 그녀는 " 놀라 기절할 뻔 했다. 모든 문장과 사건들이 필연이라고 느껴졌다")"(p250)

 

 

" 그러나 실제로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것은 머틀의 쇼핑 목록이다. 머틀이 사고 싶어 하는 강아지용 목걸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톰 뷰캐넌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보여주는 소재이고, 재떨이는 재에서 재로 떠나는 운명에 가까이 다가가는 그녀의 상황뿐 아니라 그녀가 재의 골짜기라는 하층 계급 출신임을 환기한다. 그리고 묘지 화환은 그녀의 죽음을 싸늘하게 예언한다. 상징을 쌓기 위해 상징을 쌓는 일은 지루하지만, <개츠비>는 다르다. 피츠제럴드는 낭만적인 이기주의자였고, 성당에 더 이상 나가지 않는 냉담자였고, 또 몽상가였다. 타고난 기질과 교육 덕분에 그는 세속의 세계에서 의미를 보았다. <개츠비>가 너무 기이해서 독특한 까닭은 무엇일까. 왜 이 소설을 기적과 같다고 하는가. 소설에 상징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녹색 불과 에클버그를 제외하고) 상징이 거의 없는 듯 읽히도록 썼기 때문이다"(p230)

 

 

이 소설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의 '재즈 시대(1차 세계대전의 종전부터 1929년 경제 대공황 이전까지)'다. 전쟁으로 불안하고 횡폐해진 사람들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상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틈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신흥 부자들을 풍자한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요소들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모린의 책을 읽고 도저히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을 수 없어서 펼쳐들었는데 그녀의 말처럼  상징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했을때의 기쁨으로 그녀는 개츠비를 50번이나 읽게 되었고 무려 7시간 동안 <위대한 개츠비>을 읽어주는 연극 공연을 관람하며 온전하고 똑똑한 '닉'의 숨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나 역시 책을 무척 좋아한다 느꼈지만 모린을 보며 즐기며 사랑한다는게 무엇인지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의 부재 '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이라는 말을 온전히 느끼기엔 부족했다. 피츠 제럴드와 그의 저서에 관한 이야기 또 소설의 배경인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를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다니고, 오래된 문서를 보기위해 도서관에 끊임없이 노크를 해대는 모린의 모습에서 고전을 즐기는 방법을 어렴풋이 깨닫게된다.

 

 

그것은 책을 온전히 즐기라는 것, 풍부한 경험과 감성을 쌓아올리고 일상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불만과 고민 들을 쌓아올려서 책과 맞닿는 것. 또한 작가를 이해하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 이해되지 못하는 고전을 거듭 읽어야 한다는 것, 꼭 곁에두고 불현듯 떠오를때 집어들 수 있어야 하며, 쉼표 하나, 단어 하나에 모든 감각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고전을 즐기는 것은 삶을 더 풍부하게 느끼고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엔 반감을 표현한다. 독서는 억압하면 할수록 멀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진정한 문화부흥을 꿈꾸는 나라라면, 그렇다면 이런 권장 도서목록으로는 영원히 이뤄질 수 없으리라.

 

이 책을 읽다보니 에밀 파게의 구절이 떠올라 마지막 말로 장식한다.

 

" 읽기는 감미롭다. 그리고 거듭하여 읽기는 더더욱 감미롭다..........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읽는다"

( <단단한 독서> 에밀 파게 지음, 최성웅 옮김, 유유 출판사)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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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31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면서 절대로 잊지 못하는 책 한 권은 제2의 고향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예전 독서 감동이 그리워서 읽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되니까요.

해피북 2016-04-08 21:13   좋아요 0 | URL
답글이 너무 많이 늦었네요 ㅜㅜ ㅎㅎ `절대 잊지 못할 제 2의 고향`이라는 표현이 참 좋네요 ㅎㅎ cyrus님께는 어떤 고향이 있으실지 궁금해지는 저녁입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이니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기는 하지만, 정말 봄이 찾아왔다.

연일 쌀쌀한 날씨와 비가 쏟아져 봄이 찾아 올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무색해질만큼 한 낮은 따스했다. 이런 봄을 맞이하야 집안 이곳저곳 정리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뒤늦은 2월 신간 페이퍼를 작성한다. 아침 저녁으로 봄 타령하느라, 진즉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으니 이 불찰을 어이할꼬!

 

 

 

 추리소설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햇살이 쨍째 내리쬐는 한 여름에는 추리 소설이라는 부등호가 생겨버렸다. 니나 상코비치에 따르면, 한 여름이되면 가족들과 함께 모여 추리소설을 읽으며 이야기나누는 즐거움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했는데 그 즐거움, 그 짜리함이 어찌 여름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도 올 여름에는 추리소설 한 권끼고 그 무더운 여름을 나고 싶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좋은 추리소설 작가를 차근이 알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이 읽고 싶어진다.

 

 

 

 

 

 

 

요즘 내 마음을 표현한 책이 아닐까 싶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기에 책을 찾아 읽으며 세상을 떠도는 그 기쁨을 아는 사람을 만난 반가움이란! 이 책이 개정판으로 나왔을 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더 궁금하다. 과연 어떤 책을 통해 세상을 유람하고 있을런지.

 

 

 

 

 

 

 

 

 어린 시절 먹었던 음식. 친구들과 뛰어놀며 사먹던 길거리 음식, 특별한 장소, 특별한 시간에 먹었던 음식 등등.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수단을 넘어 저마다의 그리움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황석영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 음식 이야기엔 어떤 그리움이 담겼을지 내심 궁금해지는데.. 다이어트가 시급한 이 시기에 이 책을 집어들어도 될까싶은 마음이 들지만, 따스한 봄날 따스한 이야기에 젖어들고 싶다.

 

 

 

 

 

 

 

 

 

시인의 책이라길래 시집인줄 알았더니 음식과 관련된 에세이집이다. 황석영 선생님의 음식 이야기를 넘어 시인이 들려주는 음식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궁금함에 리스트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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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3-0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러리 퀸의 책과 윌러드 H. 헌팅턴의 《위대한 탐정소설》을 비교하면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

서니데이 2016-03-0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2016-03-14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6-03-14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롤리팝에서 알파벳으로 바꿨습니다.
해피북님 좋은 하루되세요.

서니데이 2016-03-1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오늘도 제 서재에서 퀴즈 준비합니다.^^

2016-03-22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0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8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0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0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1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0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30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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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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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신랑과 가까운 산을 다녀오곤 하는데 그날은 문경새재를 걷게 되었다. 화사한 봄날이었고 나무들은 초록색 잎사귀와 짙은 녹색 잎사귀들이 마치 물감을 뿌려 대비시켜 놓은 것처럼 멋드러졌다. 가지 끝마다 예쁜 꽃이 활짝 피어있기도 했지만, 미처 피지못하고 머금고 있는 모습이 멋져보이기도 했다.

 

' 오빠 이거봐봐. 어떻게 이 나무는 뿌리가 바깥으로 나와서 기울어졌는데도 살 수 있지?'

' 오빠 이거봐봐.  이 가지 끝마다 달린 꽃봉오리들을! 봄이 왔다고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해마다 예쁜 꽃봉오리를 내밀 수 있는 거냐고!"

' 오빠아 이거봐봐. 이 바위 좀 봐봐.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저 언덕 위에 붙어 있을 수 있는거야?'

 

봐도봐도 질리지않고 신기한 자연현상 앞에서 내 호기심은 끝도없이 생겨났다. 그럴때마다 신랑의 대답이라는 것은 이랬다.

 

' 이거 잣나무 보이지? 나 군대에 있었을때 말야 배가 너무 고파서 이런 잣나무가 보이면 일단 올라가서 막 따다 먹고 그랬어'

'야 이 돌 밭 보이지. 나 군대에 있었을때 이런 곳에서 야영을 하고 잠을 자는데 밤이되면 온통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요. 춥기는 얼마나 추운데. 너 그럴때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얼마나 곤욕인지 알아?'

' 나 군대에 있을때 말야. 이런 산길을 행군 했는데 그때 40킬로짜리 군장을 메고 행군을 했다고. 너 40킬로 멜 수 있겠어? 군화는 딱딱해서 발바닥이 아프다 못해 짓물이 생기고....'

 

 

남자와 여자가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안 것은 김미경 원장님의 책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를 읽은 후부터다. 좌뇌가 발달한 남성과 우뇌가 발달한 여성이 하루 소비하는 언어의 수는 남자는 7천 단어를 여자는 2만 단어이기 때문에 남녀사이의 말다툼이 어렵다고 한다. 아직까지 연구 중인 분야이긴 하지만 나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부부의 연을 맺고도  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것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우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은 박연준 저자와 장석주 저자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으며 그때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인의 도움으로 두 달동안 시드니에 지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인데, 앞 부분에는 박연준 저자가 뒷 부분에는 장석주 저자의 글이 담겨있다. 그런데 한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의 시선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먼저 박연준 저자의 글엔 시드니가 담뿍 담겨있는 일상이 있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 낯설지만 낯설지않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이니셜 JJ라고 부르는 장석주 저자와의 일상의 이야기까지 너무 마음에 드는 글들이 넘쳐나 포스트잇이 늘어만 갔다.

 

 

■삶은 현재형이다. 과거도 미래도 수면 아래 있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적으로작동한다. 잘사는 것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없다. 다만 많은 것들을 충분히, 고루 느끼고 싶다. 상처는 두렵지 않다. 후회가 두렵다. 오라, 갖가지 경험들. 내가 느낄 감정들, 인생을 좌지우지할 천 가지 얼굴들이여! 나쁜 경험이란 없다. 겪지 말았더라면,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괜찮았다. 누군가 내 삶을 세탁해 입어보라고, ‘처음선물한 것 같다. 입어볼까? 오래된 처음처럼, 꼭 맞기를. (p19)

 

■ 시드니에 도착하고 6일 동안, 좀 심심했다. 시드니 외곽에 자리한 글레노리, 올드 노던 로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줄곧 머물렀다. 여독을 풀며 글레노리를 둘러보자는 계획도 있었고, 초반에 해야 할 일들(원고들!)을 처리하고 후반에 느긋하게 즐기겠다는 JJ의 고집 때문이기도 했다. JJ인간 타자기처럼 무언가를 쓰고 고치고 쓰기를 반복했다. 나는 가끔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에 끼적였고, 청탁받은 월간지에 보낼 시 두 편을 쓴일 외에는 딱히 한 일이 없었다. 도착한 다음날, 침실 책꽂이에서 발견한 책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천천히 읽었고, 집에서 가져온 제임스 설터의 신작 올 댓 이즈를 여러 날에 걸쳐 읽었다. 3개월 전 타계한 제임스 설터의 마지막 작품이라 더 애틋했다. 여든이 넘은 제임스 설터가 이 두꺼운 책을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비로소 탈고하기까지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원래 내 독서 습관은 대단히 느리고, 또 사색적인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더욱 사색적이 되었다. 사색적이란 말은 잡생각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 p24~25)

 

 

 

■ 어리다는 것은 소위 좀 파닥일 줄 안다는 것이다. 파닥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생동이다. 살아 있다는 신호이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겠다는 선언이며, 지금 상태로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만히’,‘잠자코있는 것은 어른들의 특기이다(세월호 사태 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한 유일한 말은 가만히 있으라는 거였다. 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만 좀 덜해도 아이들의 창의력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릴 때 가장 많이 들었떤 말 중 하나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었다. 대관절, 살아 있는 것들이, 그것도 태어나서 얼마 안 돼 호기심으로 파닥이는 존재들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른들은 한곳에 잠자코 앉아 신문이나 책을 읽을 수 있고, 여러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팔과 다리를 지느러미처럼 사용해 파닥이고 싶어한다. 얼마나 경이로운 움직임인지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는다. ( 파닥이는 인류 중에서 p60)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스튜와 빵, 샐러드와 베이컨 등 음식을 잔뜩 시켰다. 롱블랙도 두 잔 시켰다. 롱블랙은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처음엔 이름이 근사해서 감탄했다. 내 멋대로 긴 긴 밤이라고 의역도 해봤다. 긴 긴 밤 한 잔이요! 얼마나 멋진가? 밤을 한 잔 마시는 시간이라니. 커피 속에서 기다란 검정도, 기다란 기차도, 기다란 밤도 넣어보며 홀짝였다. 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무엇이든 호명하고,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순간 빛나게 된다. 완전히 달라진다. (P70)

    

 

 

내게도 막히던 숨이 그녀에게도 똑같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더욱이 나와 같은 나이인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인지라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낡아가는 인생이지만 그 똑같지 않은 일상에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처음같은 하루를  선물 받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던 그녀. 그렇기때문에 같은 것을 바라봐도 새롭게 신기하고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게 아닐까.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함께 즐거워하고 그런 아이들에게 얼마 만큼 행복한지 묻는 시드니의 사람들에게서 묻어오는 평온함에서 우리네와는 다른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했다.

 

 

 그런데 장석주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큭큭거리며 읽게 되었다. 그 특유의 남자들의 습성(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므로 오해하지 마시기를!)으로 그 천혜의 자연인 시드니의 경관 앞에서 걷기예찬을 늘어놓는 모습이라니! 어쩌면 그렇게 달라도 너무 다르냐고 궁시렁거리기도 했다. 걷기라면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냐며, 굳이 그곳 시드니까지 가서 걷기예찬을 늘어놓는 저자에게 부디 이니셜 P라 불리우는 박연준 저자처럼 본 그대로를 느끼고 생각할 수 없느냐고 묻고 싶었다.

 

■" 발바닥은 항상 옳다. 발바닥이 옳은 것이라면 발바닥을 써서 걷는 일도 옳은 일일 테다. 네발로 걷는 소나 당나귀나 낙타가 비도덕적으로 엇나간 경우를 보지 못했다. 게으름을 피운 적은 있어도 수뢰나 비리 따위에 연루된 적이 없다. 그들은 풀을 먹는다. 초식에 길들여진 이 정직한 식성은 항상 순결하고 옳다. 두발로 걷는 사람들도 그렇다. 시드니를 한 달 동안 걸어보기로 했다. 느리게, 해찰하며 천천히 걸어보기. 두 팔을 흔들고 두 발을 움직이며 전진하는 이 단순한 행위,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육감적 복잡성 속으로 자신을 밀고 들어가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P와 나는 그 옳은 일을 해보기로,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고결한 선택을 한것이다."(P 120)

 

니체, 알베르 카뮈, 로버트 그루딘등 온통 옳고도 옳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와서 눈 앞에 펼쳐진 현상을 굳이 해석하려드는 장석주저자의 모습이 우리 신랑의 모습과 오버랩되는건 우연만은 아닐꺼라 굳은 확신을 하게된다. 그래서 더 말해주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부디, 철학적인 해석일랑 거둬주시고 그곳, 그 시간, 그 자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에 사람들에 시간에 더 깊이 빠져보면 안되겠는냐고 말이다.

 

봄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두고 군대 이야기만 꺼내는 신랑이나, 시드니의 멋진 풍경을 눈앞에 두고서 걷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느라 수 많은 책들과 철학자들을 끄집어내며 시드니를 잠시 망각한 장석주 저자의 이야기나 왠지 둘의 모습이 같아보이는건 나의 착각인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남녀 동상이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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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2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라면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카메라 들고 쏘다녔을 겁니다.ㅎㅎㅎㅎ

해피북 2016-02-21 23: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제 생각에도 유레카님은 엄청난 사진들을 찍고 서재에 듬뿍 올려주셨을 것 같아요 ㅎㅎ 덕분에 제 눈은 호강하고 말이죠 ^~^ 댓글 감사합니다 유레카님! 꿀밤 되세욧~~

비로그인 2016-02-22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낯선 곳의 풍경을 만나면 그 풍경과 접속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것이 노마드적 여행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아니면 이질적인 것은 배제를 시키려고 하는 정착민들의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남성들은 익숙한 것에 정착하려는 정착민이고 반면에 여성은 낯설고 이질적인것과 접속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려는 유목민인 것 같네요. *^

해피북 2016-02-22 16:18   좋아요 0 | URL
우앗! 배익화 시인님 멋진 말씀이세요^^ 익숙한 것에 정착하려는 남성들과 새로움을 찾아 여행하는 유목민의 삶이 여성들이란 글을 읽고 또 읽었는데 어찌나 고개가 끄덕거려지던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2-22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상이몽 ㅎㅎ 다르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겠죠?
우리 부부도 그림이 그려집니다. 저는 사진찍으면서 다니고 짝꿍은 휴대폰게임하면서 어슬렁 거릴듯 해요~ 그래도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부부다라는것을 느낄것 같아요~ ㅎㅎ

해피북 2016-02-22 16: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희 부부의 모습이 여기 또 있어요. 저도 휴대폰 들고 사진찍기 바쁜데요 신랑은 멀찌감치 서서 휴대폰 들여다보면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게임도 하면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지금행복자님 말씀처럼 서로 다르기때문에 티격태격하면서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렇기때문에 더 재밌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거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6-02-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집을 읽어본터라 문체가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아요ㅋ
근데 해피북님과 신랑님의 문경새재 이야기는ㅋㅋ
헌데 더 좋은데요??^^
우리신랑 보는 듯하여서요ㅋㅋ

해피북 2016-02-22 16:2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짐작하신다니 저는 그냥 웃기만하지요~~ ㅋㅋ
지금행복하자님의 말씀도 그렇고 책읽는 나무님의 말씀도 그렇고 신랑의 모습은 모두가 비슷한거 같아요. 그래서 즐겁다는? ㅎㅎㅎㅎ

달팽이개미 2016-02-2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의 대화 알콩달콩 보기 좋아요~^^ 다른 말속에 담긴 한마음이 들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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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1. 여행, 그 시작은...

 

어제는 무한도전에서 '못친소 페스티벌 2'를 했다. '못생김'이라는 외모를 주제로 모여든 게스트들과 게임이나 개인기 노래등으로 한바탕 어울어지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자신이 '못생겼다'는 이미지로 한 장소에 모였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 속에서 정이 쌓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더 오래 같이 있고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시 읽는 밤>의 하상욱씨가 이야기하는 소감에 울컥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일을 시작하게된 하상욱 저자는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지내면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매일 메이크업을 하고 콤플렉스인 입을 가리고 웃던 시간 속에서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와 메이크업을 모두 지워버리고 사람들과 신나게 어울리면서 비로소 '휴가'를 받았다며 홀가분해졌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 사회적인 관계를 깨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힘들어한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 놓여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잘못한 일을 지적받아 알 수 있지만,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꿈을 찾기 위해 스스로 박차고 나온 사람들에겐 누구도 자잘못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미래가 늘 두렵고 불안스럽기만 하다. 그런 답답함과 불안함을 벗어버리기 위해 사람들은 여행을 하는게 아닐까. 낯선 사람들과 낯선 땅이 주는 신선함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 삼십대에 사표를 쓰고 세계일주를 떠난 건 내가 세상에 태어나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혼자 2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메고 사나흘에 한 번씩 잠자리를 바꿔야하는 유목민의 삶, 그 이상 내게 어울리는 삶은 없었다. 세상은 거대한 물음표였고,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질문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늙음이란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어지는 순간이다. 자신이 나는 것이 전부이자 진리라고 믿는 좁은 세계에 갇히고 싶지 않다. "(p4)

 

 

■ " 지독히 낯을 가리는 내가 여행지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우리는 모두 바깥에서는 서로에게 느슨해진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슬쩍 열어버리는 순간, 삶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p69)

 

2. 내가 만나 본 김남희 작가.

 

처음 만나 본 김남희씨의 책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유난히 추위를 타는 저자가 따뜻한 나라인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그리고 태국을 여행했던 이야기가 담겼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엄마와 함께 여행했던 순간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각지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받게된 '온정' 이었다.

 

급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저자는 문득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리 우붓 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떠났던 여행길에서 누구보다도 엄마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자연을 즐길 줄 알고, 독서를 사랑하며 소녀같은 감수성을 풍부한 '엄마'가 있었음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 세상에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놓은, 욕망을 지닌 한 여성으로의 엄마를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오다니, 참 잘했다" (p29)

 

2년 전 엄마의 생신에 맞춰 가족끼리 부산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 자매들이 모두 참여하는 여행이었기에 언니네 식구들까지 대 식구의 이동이었는데 그때마침 휴일을 맞아 부산항에 크루즈가 정박해있던터라 부산은 어느때보다 많은 인파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어느 길이나 도로는 정체가 되었기에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장소가 없어 아쉽게 돌아와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는 용두산에 있는 절에도 다녀오고 싶어 하셨고 해수욕장의 한적한 길을 걷고 싶다셨는데 어느 것 하나 들어들이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책을 읽으며 뭉클하게 떠올랐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엄마와의 여행을 꿈꿀 수 있게 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다가 그저 나중으로 미룰 수 만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 오늘은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이곳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 카페의 매력은 창밖의 싱그러운 풍경, 커다란 반얀나무 한 그루가 창을 가득 채운다. 그 나무 아래에는 향과 공물이 놓여 있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아침마다 바치는 것일까.. 나무를 바라보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도 내 일상의 평화에 균열이 갈까 두려워 이 책을 쉽게 열지 못했다. 이곳에 와서야 이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p281)

 

천혜의 자연경관을 마주하고 맛좋은 커피 한 잔 탁자에 두며 읽는 독서의 맛이란 세계여행을 한번도 다녀오지 못했던 나에게도 그 기쁨으로 충만했던 마음 만큼은 온전히 전달되어진다. 여행을 떠날때 가져왔던 책이 무려 15권이나 되었다고 하니 그녀가 얼마나 독서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지만 <와일드>와 같은 두께가 어마무시한 책까지 가방에 넣었다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오랜 시간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책을 쓴 작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여행길을 걷느라 늘 등에 지고 있던 배낭(몬스터라고 불렀다)때문에 허리가 아파 무척 힘들다던 토로가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하루 일과 중 산책을 꼭 포함시키는 그녀가 걷는게 불편할 만큼 허리가 아프다던 이야기로 그녀의 기나긴 여행의 시간들이 책과 함께 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행지마다 만났던 사람들이 대가없이 베풀던 온정들이란!

탁발을 구경하던 라오스에서 자신의 손에 공양물을 쥐어줬던 사람들의 인심과 자리가 없는 버스에서 자리를 만들어 주던 사람들 또 하치하이킹을 하며 얻어 탄 차량과 길을 묻기만 하면 오토바이를 끌고나와 꼭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던 사람들의 '인심'과 '온정'에 뭉클한 마음이 샘솟았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시골인심이라면 뒤지지 않는 '정'으로 넘쳐났지만 지금은 불신이 넘쳐나고 이웃과는 단절된 시간에서 살아가다보니, 선뜻 정을 베풀기 쉽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에 그 따스함이 배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3. 다시, 바람이 분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러 천천히 읽게 되었다. 나에 급한 성격을 누르면서 천천히. 읽고 난 책에 대해 쓸때 너무 감상적이 되지말자, 칠푼이처럼 혼자만의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떠벌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매번 나에 다짐은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오늘도 반 칠푼이가 되어 주절주절 적어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 내 심리적인 상태는 '불안'이다. 앞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내가 읽고 있는 이 책들이 미래에 어떤 토양을 만들어줄지. 혹은 지금 지내고있는 시간들이 옳은 일인지. 누가 묻는 것도 아니건만 늘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여행을 떠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떤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그러다 베란다가 떠오른다. 주부라면 응당 주방이 제일 편한 공간이라고 하지만 나는 어떤 공간보다 베란다를 사랑한다. 햇살이 들어오고 여러 화초가 살아있는 공간. 늘 베란다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책을 보던 시간들이  내게 작은 즐거움이자 행복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흙과 화분을 정리하고 베란다 대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봄을 맞아 심을 식물들을 계획하고, 화원으로 달려가 온통 초록색인 베란다에 화사한 꽃을 피워줄 식물을 골라봤다. 그렇게 개나리 자스민과 함소화를  베란다 식구로 맞이하며 앞으로 이 공간에서 채소를 키우고 화초를 돌보며 그렇게 책을 읽으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 바람이 되어 한 줄기 불어오는 것만 같다. 그렇게 내 마음속엔 다시 산들 바람이 분다.

 

" 서치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

 넌 무슨 일을 해"?

"여행하고 글을 써"

서치가 다 알것 같다는 미소를 짓는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덧붙인다.

"한번 이런 삶을 살기 시작하니 네 나라 안에서만 살아갈 수 가 없지?"

그 말이 내 심장을 툭 건드린다.

그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7~8개월 일해서 돈이 모이면 3~4개월 밖으로 나가 떠도는 삶.

여행에서 돌아오면 바로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는 일상.

조금이라도 돈이 모이면 비행기 표를 끊는 습관.

늘 저곳을 꿈꾸며 이곳에 머물 뿐인 날들.

우리는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이런 삶을 살고 있다.

함께 세상을 떠돌던 친구들도 이제는 결혼을 하고, 취업을 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으며 정착했다. 우리는 아직까지 젊은 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소수로 남았다. 철이 들지 않은, 여전히 이기적인 중년으로"(p175)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려버린 생각들을 다시 주워삼킬 수 없기에 앞으로도 나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불안으로 고통스러울 테지만, 내 인생 만큼은 누구보다도 내게 주는 즐거움을 찾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아보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김남희저자, 그녀의 멋진 인생 만큼이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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