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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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적엔 안경쓴 여성이 첫 손님으로 택시를 타거나 가게를 방문하면 재수가 없다고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것도 불과 20년 사이의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이 꽤나 불쾌했는데..

 

여성이라 학교에 다닐 수 없고 책을 읽을 수 없고 글을 쓸 수 없으며 도서관에 들어갈 수 없다. 가정에서는 부모님이 정해놓은 약혼자와 결혼해야하고 거부하면 폭력에 시달리거나 죽여도 인정되는 삶이 묵인된 사회에 살아야 한다면 어떨까. 참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그런 사회 속에서

'내 생각에는 여러분은 수치스러울 정도로 무지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종류든 중요한 것을 발견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p163) 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지 못했어도 본능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들. 차별과 억압을 당당히 잘못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책을 따뜻한 이불 속에서 맛있는 자를 곁들이며 나는 오늘도 감사히 읽고 있다. 내 삶이 수치스럽지 않기 위해. 내 삶이 당당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 작은 방을 열어본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 덕분에 <오만과 편견>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우리나라 권장도서 목록에 이 책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시대상을 조금이라도 곁들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막연히 좋으니까 읽어라는 강압보다는 왜 좋은지, 무엇을 보면 좋은지 알려주는 사람들은 왜 없을까 하고. 그런 생각이 깊어가는 밤이다.

 

‘ 슬프게도 펜을 드는 여성은 주제넘은 동물이라 간주되어 어떤 미덕으로도 그 결함은 구제될 수 없다네. 그들은 말하지, 우리가 우리의 성과 방식을 착각하고 있다고. 교양, 유행, 춤, 옷 치장, 유희 이것이 우리가 바라야 할 소양이라고. 쓰고, 읽고, 생각하고, 탐구하는 것은 우리의 아름다움을 흐리게 하고, 시간을 낭비하며, 한때의 남성 정복을 방해한다고. 반면 지루하고 굴욕적인 집안 살림이 우리의 최고 기술이자 쓰임새라고 누군가는 주장하지.‘ (p92)

‘글쓰기에 놀라운 자질을 가진 여성조차 책을 쓰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더욱이 정신이 분열되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믿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 우리는 여성의 글쓰기에 대해 만연한 적대감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p98)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채 삼십 분도 되지 않는다.‘(p103)

‘ 어떻게 숙모님이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왜냐하면 숙모님에게는 종종 찾아갈 만한 독립된 서재가 없었고, 또 숙모님이 쓴 작품의 대부분은 공동의 거실에서 온갖 종류의 일상적인 방해를 받으며 쓰여야 했기 때문이다. 숙모님은 자신이 하는 일이 하인들이 나 방문객, 또는 가족의 범위를 넘어선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리하여 제인 오스틴은 원고를 숨기거나 압지 한 장을 덮어 놓았습니다.‘(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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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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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연주회 동안 시몽이 자기 손을 잡으려 들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자신이 그것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두렵기도 했다. 언제나 그런 기대가 사실로 확인되면, 떨쳐 낼 수 없는 권태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그녀가 로제를 좋아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했다. 로제는 모든 것이 너무나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언제자 그녀의 예상에서 조금 어긋나는 행동을 했던 것이다.(p58)

폴은 지쳤다. 사랑하는 연인 로제의 거짓말에도 그 거짓말 속에 숨은 수 많은 여자들과의 희희낙낙거림도. 그럴때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며 다가온 스물 다섯살의 청년 시몽. 혈기 왕성한 젊은 남자의 무한 애정공세는 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데, 그런 폴이 혼란스럽게 생각하던 장면에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익숙함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발견과 새로움에서 발견되는 권태 중에 뭐가 더 좋은걸까 하고. 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 새로운 것보다도 익숙함에서 발견되는 새로움이 좋긴하더라. 자주 쓰던 컵의 그림이 더 예뻐보이는 날. 읽던 페이지의 글이 새롭게 느껴지고 특히나 매일 보아온 신랑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을때. 아~ 저런 모습도 있었구나 싶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좋긴하다.

 

그래서 폴에게 그러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사랑해주는 시몽을 놔두고 어떻게 나쁜 남자인 로제에게 갈 수 있냐며 화를 내지도 못했다. 언젠가부터 사랑은 채우는게 아니라 만족하는 것임을 배웠기에. 폴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면 나도 폴처럼 이렇게 외쳐야 하는 것일까?

 

" 시몽, 시몽"

"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p150)

 

아! 슬프다. 나도 늙은 것같아~~

 

소설에서 시몽이 폴에게 보낸 메세지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보다가 문득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워킹맘 수연(송지효)은 미팅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헐레벌떡 나가보니  상대가 나타나지 않아서 앉아 기다리다가 울리는 휴대폰 메세지를 확인하는데.

 

매일 가방에 넣어다니지만 읽지 못했던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시간을 갖어보세요'

 

라던 메세지에 무너지던 장면이 떠오른다.(물론 저 대사가 정확하지가 않다) 마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시몽의 메세지에 흔들려버린 폴의 마음처럼. 폴이 오래도록 잊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환희를 끄집어내준 것처럼. 슈퍼맘이 되고 싶었지만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어 위태로웠던 수연의 마음을 흔들어 깨워준 저 책이야기(특히나 책이라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와 수연의 심정이 이해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어쨌거나 사람은 익숙한 환경을 매일처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직장, 익숙한 가족, 익숙한 친구, 익숙한 지인, 익숙한 장소들을. 그럴때 시몽의 속삭임처럼 브람스를 떠올리며 익숙함을 환기 시키는 활동이나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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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금동 2017-01-24 1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과 드라마 모두 재미있게 보아서 그런지 해피북님의 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시몽처럼 무한 사랑을 쏟아 부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 익숙함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에 기분이 좋아지는 거 보면 나이 먹었나봐요~늙ㅠ

해피북 2017-01-24 21:24   좋아요 1 | URL
아! 책과 드라마 모두 재밌게 보셨다니 반가워요ㅎㅎ 예전에는 새로운 만남, 설레임이 참 좋았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에 신선함을 못 느끼고 지금의 상태가 새로워지길 원하고..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게 정말 신호일까요? ㅎㅎㅎ 아 슬프지만 왠지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일도 재밌다는거 부정하지 못할 나이인가봅니다.ㅎ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감기조심하시고 꿀밤 되세요^~^

knulp 2017-01-24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폴에게 느낀 배신감. 잊을 수 없네요. 암튼 잼나게 읽었었습니다.

해피북 2017-01-25 20:17   좋아요 0 | URL
폴에 배신감 ㅎㅎㅎ 뛰쳐 나간 시몽의 뒷 모습도 잊을 수 없지요. 정말 아까운 청년인데 말이죠 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7-01-25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읽었습니다.^^

정말 슬프네요.. 저도 늙은 것 같아요..ㅠㅠ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해피북 2017-01-25 20:23   좋아요 0 | URL
후애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요 소설이 참 재밌으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더라고요 혹시 안읽어보셨다면 추천합니다 ㅎㅎ 후애님도 감기조심 하시고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7-01-25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오후 2시가 조금 지나서 햇볕이 잘 들고 좋아요. 해피북님도 겨울에도 햇볕 잘 드는 기분좋은 좋은하루 보내세요. ^^

해피북 2017-01-25 20:24   좋아요 1 | URL
바깥은 찬바람 생생인데 베란다에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정말 좋은거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감기조심하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희선 2017-01-25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그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난다 해도... 로제가 폴을 싫어하는 건 아니기도 하겠죠 익숙한 것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찾아내는 것도 괜찮고,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괜찮겠지요 이건 삶에서...


희선

해피북 2017-01-27 10:0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것보단 제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있는게 더 좋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폴이 로제에게 그랬던 것처럼요 ㅎ 제가 인생이라는 터널에서 보면 그다지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는 순간부터는 새로운 일보다 익숙한 일들에 둘러쌓이게 되고 무감각해지더라고요. 그런 일에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이 아직까지는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새로운 일에 관심을 넓혀 봐야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명절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17-01-26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피북 2017-01-27 10:06   좋아요 1 | URL
아~!!서니데이님
이렇게 늘 인사도 해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설연휴 행복 만땅으로 보내시고 가족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2017-01-28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30 0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몇 달 전 일이다.

집 앞 주차장에서 우리차가 접촉사고를 냈다.
회사에서 나를 태우려 집 주차장으로 온 신랑이 주차장에서 차를 한바뀌 돌아서 앞으로 나오려 후진하는 사이
갑자기 다른 차가 지나가려고 끼어들다 운전석쪽을 밀어버렸다.

주차장에서 일어난 접촉사고로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죄송하다 말씀드리고 연신 다치신 곳 없는지 물었다.
차에서 내린분은 내 나이 가량의 여성분

못봤나며 항의 하셨지만 자기는 다친곳도 없고 서로 바쁜일 있는거 같으니 보험처리 하자고해서 그리 하기로 했다.
그래서 보험처리 하고 쿨하게 헤어졌더랬다.

그리고 얼마 뒤 볼일보고 있는데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상대분이 병원에 가야겠다며 갔다고.
그리고 또 차 앞쪽과 뒤쪽 찌그러진 부분을 차문교체로
원했다고 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집안에 차보험하시는 분께 블랙박스 영상과 사진 보내드렸더니
차는 그냥 펴도 될 정도라고 하신다. 교체가 아니라.
그래도 상대방이 원하니 어쩌겠나. 보험에서 알아서 해주겠거니.

그런데 놀란건 이거다.
처음 사고났을때 정말 쿨하게 괜찮다 보험처리하자 다친곳 없다 말씀 하셨던 분이 시간이 지나자 마음이 싹 바뀐거다. 맥베스의 세 마녀처럼. 그분 곁에도 그리 소곤거리며 그분을 유혹하는 사람이 있었을거라 주변에서 그런다. 그래서 병원에 간거라고. 거기다 더 놀라운건 그분이 우리 앞동에 사시는데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차가 고쳐지지 않았다는 거다. 보험금은 팔십만원 받고서.

맥베스를 읽고 인간에 본성에 대해 세 마녀에 대해 그닥 놀랍지 않았다. 나는 맥베스보다 더 무서운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후진할때 접촉사고 나면 후진한 차가 100% 과실이란다. 우리는 블랙박스 보냈는데 그래도 90% 책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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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5 2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당한 일을 겪으셔서 많이 놀라셨겠어요. 저런 사람 만나면 정신적으로 피곤해요.

해피북 2017-01-17 16:35   좋아요 1 | URL
말씀 감사합니다. 요즘은 사람이 좀 무섭지만, 주변에 좋으신 분들이 계시니 그 힘으로 살아가고 있는거 같아요. 오늘은 정말 춥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꼬마요정 2017-01-15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놀라셨겠어요. 그 사람은 차는 안 고치고 보험금만 받았나보네요. 어딜가나 세 마녀의 꼬드김에 넘어가는 사람 있죠.. 가끔 저도 그럴지도ㅜㅜㅜㅜ 인간의 본성이란... ㅠㅠ

해피북 2017-01-17 16:36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해요 꼬마요정님^^
저 역시도 그럴지도 모르고 저 때문에 피해 보신분이 계실지도 모르죠. 맞아요 늘 반성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인간의 본성인거 같아요 ㅎ

그래도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다보면 세 마녀의 꼬임쯤 무찔를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 오늘은 정말 춥습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17-01-16 0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저런일이!!!
속상하셨겠습니다ㅜㅜ

2017-01-17 16: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1-17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접촉사고 났을때 인간의 본성이 많이 드러나는거 같아요... 후진한 차가 왜 더 과실이 많은지 이해가 안되네요. 아무튼 속상하셨겠네요ㅠ

해피북 2017-01-18 12:15   좋아요 1 | URL
후진할때 주시를 더 잘해야 한다는게 우리나라 법이래요 저희랑 부딪친 차는 정면에서 보고 있었는데 저도 처음 사고 났을때 50대50아니야? 했거든요. 그 차는 우리차가 들어오고 돌리는걸 다보고 있어서요. 그치만 법이 그렇지 않다니 참 많은걸 배웠답니다 ㅜㅜ. 그리고 말씀처럼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때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건 맞는거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 저두 조심해서 상대방을 대해야겠어요 ㅎ 댓글 감사합니다. 점심 맛있게 하세요^~^
 

결국 정리의 핵심은 버리라는 것인데 과연 와타나베의 말처럼 되려나? 유통기한이 오래된 음식이나 이가 빠진 그릇들 여분으로 사놓은 혹은 남겨둔 물건들이야 정리해보면 될거 같긴 한데 ..

책은?책은..,,책은!

아무리 쌓이고 책장이 무너져 곁에서 새우잠을 잔대도 책만은 절~대 못버릴거 같은데?.

주방 서랍을 열어보면 ‘언젠가는 쓰겠지‘싶어 모아둔 빵끈이며 고무줄 각종 쿠폰들이나, 이가 빠져도 버리지 못하고 사용하는 접시들, 쓰레기 담을때 유용하겠다 싶어 모아둔 마트표 봉지, 택배보낼때 사용해야겠다고 모아둔 각종 상자와 뽁뽁이 완충제들. 이런걸 버리라면 과감하게 버려보련다.

그렇지만 책을 버린다는 그녀의 생각은 동의가 어려운걸.
무언가 만족감을 얻기위해, 자신이 실행하지 못한 영역에
첫 걸음으로 책을 구입했고 그렇게 쌓인 물건이라지만
내 경우엔 호기심이자 즐거움 그냥 일상 자체인데...
책은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으론
화폐처럼 돌고도는 그런 물건이지 않나.

그리고 생각보다 내용이 깊지 않아서 아쉽다. 또 혼자서 아둥바둥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리는 여자만 하는건가 하는 생각에 <아내가뭄>의 저자 애나벨 크랩을 소개해주고 싶어졌다는.정리에 관한 책을 읽고 엉뚱한 생각만 잔뜩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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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7-01-15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버리지 말고 나누는걸로~~ ^^
절대 못 버리지요. ㅎㅎ

해피북 2017-01-17 16:43   좋아요 0 | URL
ㅋㅋ 맞아요 책을 우찌 버려요~!! 절대 절대 못버리지요.
오늘은 정말 춥네요 보슬비님.
감기조심 하시고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7-01-20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절대로 못 버려요.^^
책을 정리하려면 버리지 말고 나눔이 좋아용~ ㅎㅎㅎ
함께 보는 것도 즐거움이지요~

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한 불금되세요.^^

해피북 2017-01-23 15: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후애님ㅎㅎ 책은 절대 못버리지요 나누는게 좋고요 ㅎ
오늘은 한파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눈이 덜 녹은 곳은 더 추워보입니다.
후애님도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나의 핀란드 여행 - <카모메 식당> 뒷이야기
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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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씩 그런날이 있다.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시선이 닿는 모든 사물들에 대한 느낌,
내 몸을 감싸는 옷의 촉감.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커피의 맛과 향.
내 귀를 타고 들어오는 소음들. 어느것 하나 어제와 같지않던 날.
이런날 사람들은 대개 ' 우울증'이라 부르고
이러날 나는 대개 소박한 하루를 보낸다.


내가 보내는 소박한 하루는 다음과 같다.

소박한 음식과 소박한 책을 곁에 두고서
몸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피와 살로 구성될 음식과 문장이 몸에
해를 가하지 않도록 자극되지 않도록 지극히 조심스러운 하루를 보낸다.

 

음식에는 자극적인 음식과 순한 음식이 있다.
자극적이라고 하면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가공식품들도 있겠지만,
고추장이 잔뜩 들어간 맵거나 짠 음식 그리고 지나치게 단음식은 피하는 게 좋더라.
먹는 순간의 즐거움은 끝내 극도의 예민함과 흥분, 짜증스러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날의 음식은 몇 시간의 정성이 필요하다.

 

마늘과 파와 파뿌리, 양파와 양파껍질, 큼직하게 썰어넣은 무, 내장을 제거한 멸치 한줌
다시마 와 말린 무 몇 조각. 민물새우 한줌을 마지막으로 두시간 정도 푹 우려내면 아기 엉덩이 같은 뽀얀 육수로 탄생한다.

 

채썬 애호박과 당근, 다진마늘 한스푼, 함초소금 티스푼, 국간장 한스푼 ,
살짝 삶아둔 면을 넣고 육수를 부어 그릇에 담아낸다.
김치와 깍두기로 한 상을 차려낸다.

 

책에도 자극적인 책과 순한 책이 있다.
이리저리 꼬일데로 꼬인 긴박한 스토리, 함정처럼 파놓은 눈물 웅덩이에 발을 헛디뎌   눈물범벅이 되는, 강렬한 호기심을 동반하는 책은
너무나도 자극적이다. 이런 책은 피하는 게 좋다.
되도록 감정선이 변동되지 않으면서도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마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담백한 글이 좋다.


식탁 겸 책상으로 사용하는 (이제는 책상 쪽에 가까운) 식탁에 국수와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책을 펼친다. 카모메 식당으로 익히 알려진 가타기리 하이리가 쓴
<나의 핀란드 여행>이다. 벌써 두 번째 펼쳐든 책이지만 읽을 때마다 멈춰지는 부분은
여전히 멈춰 선다.

 

 하카니에미의 부추는 건조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스러울 만큼 싱싱했다. 비닐봉지에 피단이며 부추를 담아 트램을 탔다. 봉지 속에서 사정없이 부추 향이 났다. 작은 악취 소동이다. 헬싱키 사람들은 이 동아시아 특유의 향을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고 힘이 생기는 이 향을.

 

이런 것만 먹는 내 몸에는 분명히 희한한 냄새가 날 것이다. 예를 들면 나고야에서는 점심때가 되면 온 시내에 생선 된장국 냄새가 난다. 그러나 나고야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면 다들 "그 정도는 아니야"하고 부정한다. 나도 내게서 풍기는 냄새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건 아닐까.

 

부추 냄새를 뿌리면서 헬싱키 거리를 걸었다. 자신을 증명하는 냄새를 들고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P80)

 

우적우적 깍두기를 씹어먹으며 생각했다.  지금 먹고 있는 이 음식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책이 나를 말해주는 것일까. 오늘은 소박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일까. 타인에게 있어 나는 어떤 향기가 날까?

 

처음 <카모메 식당>에서 그녀를 봤을때 껑충 큰 키에 단발머리가 인상적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영화는 핀란드를 배경으로 세명의 여성이 주인공이었지만 어쩐지 단아하고 우아한 인상의 사치에가 유독 눈에 들어왔을뿐. 미안하게도 그녀는 금새 잊혀져 버렸다.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된 책으로 말미암아 나는 그녀의 작은 팬이 되었다.

 

" 처음 온 도시에서 처음 보는 탈것을 타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는 모험이다. 도쿄에서는 걸핏하면 택시를 타고 싶어 하는 주제에, 낯선 도시에 가면 고집스럽게 그 지역 고유의 교통 수단을 타고 싶어 한다. 나는 동전 수준의 모험을 아주 좋아한다.


타이완에서는 탈것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작은 메모장을 샀다. 미리 종이에 가고 싶은 곳의 지면과 '그곳에 도착하면 알려 주세요'하는 중국어를 한자로 써 두고, 버스를 탈 때 정기권처럼 제시했다. 그곳에 가지 않는 버스라면 타지 말라고 말해 주고, 가는 버스라면 운전사 옆에 앉아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하면 신호를 해 준다. 복잡할 때는 지도를 펴서 열심히 정류장 수를 세었다. 몇 번째에서 내린다는 것만 알면 어떻게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가끔 정류장에 서지 않고 지나쳐 버리면 몹시 당황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헤매면 헤맬수록 가슴이 설렌다. 지도를 보는 범위가 넓어진다. 예상 밖의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스릴이 넘친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또 다른 계획을 생각하면 된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해서 우연히 발견한 멋진 장소가 많다.

 

동행한 친구는 그런 나의 여행법을 싫어해서 도중부터 각자 행동하게 되었다. 여행을 함께 갈 사람을 고르기란 어렵다. 그 후로 작은 모험은 혼자 즐기기로 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도시와 사귀는 법이 있다.(P34)

 

 

그녀의 말을 살짝 바꿔 사람에게는 저마다 책과 사귀는 법이 있다.

나에게 있어 그녀의 책은 마음이 소박해지는 날, 소박하게 만나

가만가만 읽고 싶은 책이다.

 

방안을 감도는 정적과 함께 가만가만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그녀가 신뢰하는 사람에 대한 향기가, 그녀가 즐겨 먹는다는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그녀가 걸었다던 여행길의 추억담이 뭉개구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며 대단한 여행가이자 대단한 식탐꾼이다.

 

그녀의 다른 책을 검색해보니 <과테말라의 동생>과 <검표원이여, 오늘 밤도 고마워요>는 원서로만 있다. 하늘의 기회일까? 공부하라는. 하지만 그녀의 책을 읽어보건데 내 실력으로는 어림없는 글솜씨다. 번역서가 필요하다. 그녀의 값진 이야기들이 번역되어 나올때까지 <나의 핀란드 여행>은 읽고 또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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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01-09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자극적인 글보다는 순수한 느낌의 글이 좋아요. 먹는 음식처럼요~~~
물론 가끔 매운 낙지볶음이 먹고 싶기는 하지만요... ㅎㅎ

저는 해피북님 글 읽고 가타기리 하이리를 처음 알았는데, 배우군요~~~
껑충 큰 키에 단발머리라니....
저도 단발머리입니다*^^+

해피북 2017-01-09 18:21   좋아요 0 | URL
아! 컴퓨터로 북플에 접속하면 댓글 달아주신 글에 답글을 적을 수 없군요! 이제 알았어요 ㅋㅋ 컴퓨터로 하다가 다시 휴대폰으로 접속했답니다.
때론 북플에 이웃님들이 올리시는 책이나 글로다 이분은 어떤 분이시겠구나 하고 느껴질때가 있더라고요 ㅎ 뭐. 제 생각이 다 맞진 않을테지만 단발머리님의 글은 수수하고 소박한(같은 표현인가요? ㅋ)느낌을 많이 받곤해요. 그래서 팬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

가타기리 하이리를 아직 모르신다니 ㅎ 그녀의 영화이야기 한편 쓰려고 하는데 도움 되실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단발머리님 예전에 서민 교수님과 얼굴가리구 찍은 사진 공개하신거 봐서 알고 있었어요 ㅎㅎ 저 이래뵈도 단발머리님 조금 오랜 팬이라는요! 음핫핫 ㅋㅋ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cyrus 2017-01-09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취향은 죽을 때까지 같을 수가 없어요, 살다 보면 전혀 관심 없던 분야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 새로운 취향이 됩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예요. 생각날 때마다 자극적인 책, 순한 책을 읽어요. 그래서 독서가 지루하지 않아요. 같은 분야의 책만 계속 읽으면 지루해져요. ^^

해피북 2017-01-09 18:25   좋아요 1 | URL
맞아요! 시간에 따라서 환경에 따라서 기분에 따라서 여러가지 책을 읽는게 덜 지루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거 같아요ㅎ 저는 요즘 수수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지내는데 언젠가는 또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책들을 찾아 읽겠죵? ㅎ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후애(厚愛) 2017-01-09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글들을 보니 너무 좋고, 너무 반가워요.^^
정말 서재에서 자주 뵈어용~ ㅋㅋ
맛있는 저녁 드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해피북 2017-01-09 19:40   좋아요 0 | URL
아공 후애님^^
오랜만에 뵙는거 같아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ㅎㅎㅎ
아프신 곳은 좀 좋아지셨는지 모르겠어요~ 후애님도 얼른
몸 좋아지셔서 재미난 글 자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녁 바람이 많이 차갑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뵈뵈 2017-01-09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공감됩니다 ᆢ감사해요~~ ^^

해피북 2017-01-09 19:41   좋아요 1 | URL
뵈뵈님^^
글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보네세요^~^

달팽이개미 2017-01-09 23: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넘넘 좋아해요.....^ ^

해피북 2017-01-12 13:44   좋아요 0 | URL
ㅎㅎ 역시 좋은 사람은 좋은 책을 알아본다고... 감히 말씀을 드린다는요 ㅎ
이곳의 날씨는 무척 흐립니다.
하늘을 보면 비나 눈이 내릴듯한 날씨인데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보슬비 2017-01-10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책이 있다는건 좋은일인것 같아요. 일본어 공부에 목표가 생기니 말이지요. 저도 다른건 몰라도 스티븐 킹 책을 읽을수 있다는것이 넘 좋아요. 물론 50%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지만... ㅠ.ㅠ;; 해피북님도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 번역되길 기다리기보다 원서를 찾으실 날이 곧 올겁니다.

해피북 2017-01-12 13: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은 읽는 책마다 ‘너무너무 좋구나!‘하는 감탄사가 자주 튀어나오고 있어요 ㅎㅎ 이러다 모든 책들이 좋아지는게 아닐까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독서라서 그런가요 ㅎㅎ 스티븐킹을 읽고 계시다니 엄지척!
이 작가의 원서는 거의 다 찾았는데요, 아무래도 해석하려면 제 내공이 업그레이드 되야할듯 싶어서 고민이랍니다. 제가 번역해서 읽어도 이런 글맛이 날까 하는 고민이요. 이 책을 번역하신분이 권남희님인데 마스다미리, 사노요코등 번역하신 분이라 그런지 글맛이 무척 좋아요 ㅎㅎ 그런데 제가 번역해서 읽어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러워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어요 ㅎㅎ 말씀 감사합니다. 보슬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