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팝니다 - 가난한 여성들을 착취하는 착한 자본주의의 맨얼굴 질문의 책 3
라미아 카림 지음, 박소현 옮김, 한형식 해제 / 오월의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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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씨의 <사랑의 시간들>이라는 책에 이런 글이 있었다. 봉사활동으로 집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고 멋진 집이 완성되어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거라는 뿌듯한 마음이들었는데, 다음날 그 집을 방문해보니 아이들은 모두 쫓겨나고 두 부부만 살고 있더라는 것이다. 너무 황당한 나머지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야만 한다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집을 나갔던 남편이 돌아와 아이들을 모두 쫓아내는 일이 반복되어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사연을 읽으며 도움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찮게도 읽게 된 <가난을 팝니다>라는 책을 통해 가난을 착취해 잇속을 차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 중심에 제일 약자층인 여성이 자리잡고 있다는 현실이 무척 슬프게 다가왔다. 이 책은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소액금액을 대출해주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마이크로파이낸스의 효시격인 방그라데시의 그라민은행에 관한 이야기이다. 방그라데시어로 '그라민'은 '시골' 또는 '마을'이라는 의미인데 치타공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무하마드 유누스가 고리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자신의 돈을 소댁담보로 대출해준 것을 시작으로 1983년 그라민 은행이 법인 설립되었고 2006년 당시 2,185개의 지점이 생겨나 1만 8천여명의 직원을 두는 사업으로 급 성장하였고 회수율 99%를 자랑하며 58%의 가정이 빈곤에서 탈출했다는 보고서가 작성되었다.(보고서에 의하면 3년 동안 500여 가구가 빈곤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그 후 빈곤퇴치에 공로가 인정되어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다. 하지만 저자 라미아 카림은 이 보고서가 거짓말 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방글라데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NGO들을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추적 조사와 추가 조사를 통해 가난을 착취하는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폭로하였다.

 

 

방글라데시 내에서 꾸란의 율법에 따라 여성은 '수치'의 담지자가 되고 남성은 '명예와 존경'의 담지자가 되었다. 농촌사회를 구성하는 방글라데시는 친지 혹은 이웃들과 가까이 살아가는데 가족 중 누군가 가정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동을 하게되면 이웃이나 친지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올바르지 못한 행실을 한 책임을 물어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부분을 악용하여 NGO들은 대출신청자를 '여성'에게 한정시킨다. 여성들에게 대출을 할 경우, 금액이 상환되지 못할시 집으로 쫓아가 망신을 주면 망신을 당한 여성들은 명예를 더럽혔다는 수치심을 얻고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집에서 쫓겨나게 되므로 대출금 상환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또한 돈을 대출받은 여성들은 여성들의 정기 모임에 강제적으로 참여해야하고, 대출 상품인 그라민 폰이나 프랑스 유제품인 다농을 구입해야하며, 반강제적으로 양계업을 해야하는 등의 억압이 팽배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대출금을 사용하는 사람은 남성들로 규제가 없는 여러 NGO단체에 가입해 돈을 여기저기서 빌려놓고 도망을 가버리는 가정들도 생겨나고 돈을 갚지못한 가정에 NGO단체들이 찾아와 돈이 될만한 물건들을 몽땅(집을 뜯어가버려 집터만 남은 집도 상당했다)가져가버리는가 하면 공개적 처벌도 서슴없이 자행하는데, 그 처벌이라는 것이 태형, 몸에 송진 붓기, 머리카락 밀기, 마을 전체에서 따돌리기, 침뱉기등 온갖 모욕과 수치스러운 일들이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그로인해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마을 전체가 서로를 감시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40명이 센터 하나를 갖고 5명씩 8그룹으로 나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데 대출 상환능력이 되는지, 과소비는 없는지 동태를 살펴 보고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또 대출금의 0.5%는 집단 계좌에 넣는 의무 저축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해도 찾을 수 없는 금액이라고 한다.

 

 

 

' NGO에서 빌려온 돈을 쓴 것은 자신(남편)인데도 아내를 자신에게 모욕을 안겨준 외부인으로 만들어 여성/아내를 가정에서 분리시킨다 P160

 

 

'방글라데시의 펀딩 구조는 서로 얽힌 의존적인 사람들의 집단으로 이루워진 피라미드 구조로 되어 있는데, 각각이 자신의 위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존 하게 된다. 가장 높은 단계에는 원조자나 그라민 유누스 교수와 BRAC의 파즐 마베드 같은 사람과 연이 닿는 선택된 소수가 있다. 위계적이고 서로 다 알고 지내는 방글라데시의 사회구조에서 두 집단 연구자들 간의 관계는 후원-수혜 관계일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의존성이 NGO 기득권층에 대한 주요 비판을 막아준다'P292

 

 

내가 가장 주목하는 점은 이 책의 저자 라미아 카림이다. 라미아 카림은 방글라데시 출신이지만 현재 오리건 대학의 인류학 박사이며 조교수로 활동 중인데 자신의 나라에서 자행되는 억압과 착취를 외면하지 않고 직접 인터뷰하며 그들의 실상을 깊이 들여다보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라미아 카림 역시 여성이었기에 방글라데시 내에서는 남성들에게 억압과 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었고 위험한 고비들도 넘겼음에도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책의 서문에 한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감사한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한걸로보아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어렵고 힘들었음을 짐작 할 수 있어 그녀의 용기가 정말 멋지게 다가왔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님의 저서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이런 글을 읽게 되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결혼을 하고 신혼살림을 시작했을 당시만해도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활동은 취약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성활동가에 관한 한 권의 책을 읽고나서부터는 여성들에 대한 시각이 변화되었고, 또 자신의 아내를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있다. 그러니 어떤 사회적 변화는 큰 혁명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책 한 권에서 밀알처럼 시작된 생각이 널리 퍼지고 퍼져 하나의 혁명으로 자리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무하마드 유누스가 받은 노벨평화상 이면에는 이런 착취와 억압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시시때때로 온갖 모욕적인 일과 폭력에 노출되어 짓밟히고 공격 당하고 있는 이 현실에 눈을 뜬 지식인들이 많이 생겨나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그들의 착취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곡점이 되길 바래본다. 

 

페이지 221의 표는 222페이지 아래에서 일곱번째 줄 위로 들어가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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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13 1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권추심이 악날하죠.인격파괴..다 자본주의적 일탈들....유독 자본주의에 가장 나쁜 사례가 대한민국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요즘..산으로 가고 싶 ㄷㄷㄷ

해피북 2016-01-13 19:2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산으로 가시면 아니되어요 ㅋㅋ유레카님의 멋진 사진과 글을 계속 볼 수 있게 해주세용 네에? ㅎ 갑자기 `남쪽으로 튀어`가 생각나네요 ㅎ

살리미 2016-01-13 1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라민 은행의 이면에 대한 기사를 읽었었는데 이 책이 그걸 알려주고 있군요.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늘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야겠어요. 그게 시민감시단이 할 일이죠.
저자 라미아 카림처럼 그 사회의 지식인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명을 갖고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고 봐요. 그게 배운 사람들의 의무겠죠.
그런데 요즘의 과열된 공부경쟁을 뚫고서 세상에 나온 지식인들에게 과연 그걸 기대할 수 있을지... 그게 걱정입니다.

해피북 2016-01-13 19:30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댓글에서 유홍준 교수님이 오버랩 되었어요 ㅎ `지식인들의 역할이자 사명`이라던ㅎ 그런데 요즘은 지식을 하나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거 같아요. 윤리적인 의식도 사라져만 가고 말이죠ㅜㅜ

2016-01-13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1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새동구 2016-01-13 2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겉만 봐서 알 수 없군요. 분별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6-01-13 20:28   좋아요 0 | URL
일치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되셨다니 무척 기뻐요 ㅎ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2016-01-13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3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1-15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난한 것도 속상한데 여자란 이유로 이중의 고통속에 있는 방글라데시의 여성들이 너무 안타깝네요.
서로를 감시하게 하다니요, 이런 경우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을텐데...

해피북님 덕분에 책에 대해 좋은 소개를 받았네요.

해피북 2016-01-16 18:55   좋아요 0 | URL
남성중심사회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악용해서 착취와 폭력을 휘두르는게 정말 밉더라구요. 2016년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슬펐어요 ㅜㅜ
 
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지음 / 수필세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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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구 교보문고에 놀러 갔던 날 <앵두 0000>라는 책이 눈에 띄었고, 제목을 확실하게 알지 못 했던 터라 프레이야님 책인가 싶어 성큼 집어 프로필부터 들여다보았다. 늘 인터넷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떤 분이실까 하는 기대심과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필을 들여다보다가 화들짝 놀라 책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프레이야님이 여성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프로필 사진에는...

 

털이 부슬부슬한 임의진 목사님이라는 저자분의 사진이 보였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앵두 익는 마을>이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집으로 돌아와 서둘러 책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앵두'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가 입은 앵두 ><빨강 빨강 앵두><앵두><나의 별세에 핀 앵두나무는>등 탐스러운 '앵두' 열매가 떠오르는 제목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다 또 궁금증이 생겼다. 프레이야님의 '앵두'는 어떤 의미일까 하고. 수많은 추측이 난무할 무렵 책이 도착했다.

 

 

책을 받아들고 제일 먼저 한 일 역시 프로필을 들여다보던 일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펼쳐들자 정말 여성스럽고 여리여리하신 프레이야님이 보였다. 참 미인이셨다. ' 반갑습니다! 잘 읽을께요'라는 공허한 메아리와도 같은 인사를 나눈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앵두는 플래티(platy fish 멕시코 원산지 열대어)의 한 종으로 붉은 색을 띄고 있어 '앵두 플래티'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앵두'라고 부른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아이들의 애완 동물 키우기 성화에 못이겨 물고기를 키우게 되었는데 키우다보니 ' 초롱초롱한 눈''일정한 수면시간''적당한 식습관'이라는 앵두만의 특징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앵두의 모습에서 '자유'를 생각해내는 프레이야님의 눈썰미가 참 농염했다.

 

' 본능적 욕구에 집착하지 않고 과욕하지 않기란 진정한 자유를 구가하는 비결이다'p67

 

아마도 4년 전쯤의 일인듯싶다. 그저 '열대어'라는 종만 알고 지인에게서 받아와 어항을 채워 집에서 키우던 때가 있었다. 생애 처음 물고기를 키워보는 터라 큰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하루 돌보듯 지내던 어느 날, 어느 정도 어항에 익숙해진 녀석들의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양육강식보다 더 처참하게 서로가 서로를 공격했고 하루가 다르게 만신창이가 되어 죽어나는 녀석들이 속출했으며, 여자 물고기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남자 물고기들 때문에 매일 숨 가빠하는 처연한 모습과 만삭이 되어도 공격해대는 물고기들의 행태, 또 아기 물고기를 낳고도 잡아먹어버리는 습성이 내겐 지옥이 따로 없었다. 특단을 내릴 필요성에 수저를 들어 어항을 휘젓기 시작했다. 여자 물고기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녀석들을 분리시키고 아기 물고기가 태어나도 잡아먹지 못하게 밤을 새워가며 수저로 둘러막게 되었다. 서로가 스트레스가 생기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나에 간섭은 그들의 세계를 파괴하는 사탄의 모습이 되었다. 얼마 후 그들은 모두 하늘나라로 떠나게 되었고 나는 두 번 다시는 물고기를 키우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되었다. 그런데 프레이야님은 이런 상황을 모두 그들이 사는 세계로 인정하시며 그들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마치 인간군상의 참상에 어찌해볼 수 없는 무력감이 싫어 소설책을 읽지 않는 나를 프레이야님은 그 소설이 전달하고자 의미를 변형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며, 그 속에서 찾아낸 아름다움으로 삶에 덧데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도 열대어를 통해서!

 

 

" 앵두의 찬란한 몸놀림을 보고 있으면 입 안 가득 새콤한 맛이 퍼진다. 앵두는 울타리 안이 갑갑하다고 보채지도 세상을 탓하지도 않는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위를 살피고 도전 거리를 찾는다. 머리도 가슴도 거침없이 자유롭다. 주어진 삶을 완벽하게 누릴 줄 알고 품위와 절제를 아는 삶의 고수다. ' 앵두를 찾아라' 나태해지기 쉬운 날, 내게 내리는 특명이다'p68

 

 

프레이야님의 '앵두를 찾아라'는 내 일상의 나태함에게도 내려지는 특명과 같다. 집착과 과욕하지 말고,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바뀔 수 없는 삶일지라도 외면하거나 간섭하지 말고, 그 속에서 행복과 열정을 찾아 하루하루 살아갈 것을 다독이는 목소리와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생도처유상수'라는 말이 떠오른다. 더불어 겸손한 마음이 생긴다. 내 곁에도 인생의 고수로 살아내는 분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감사하다. 앞으로 그녀의 바람대로 그녀에게 난 작은 창문에 햇살이 비쳐 더 많은 얼룩이 투과되기를 소망해본다.

 

' 내 작은 창에 난 얼룩들이 사람을 보는 청안(靑眼)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월 가면 차츰 얼룩으로 흐려질 두 눈은 세상을 보는 혜안이 되면 더 없이 좋겠다.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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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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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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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8: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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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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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8: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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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9: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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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1-05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적인 문장들 때문에요 ..표현이 아름다워서 ^^..그랬어요 ~~ ㅋㅋㅋㅋ일상의 이야기에 흐르는 전류는 감전이란 짜릿함도 엿보였거든요..역시 산문집은 그래서 좋은가 봐요 ㅋ~~좋은 저녁 되시구요..아따 쬐리릿 합니다.소주 ㅋㅋ

해피북 2016-01-05 20:29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셨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쫘리릿한 좋은 기분으로 꿀밤 되시길 바랄께요^~^

2016-01-05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6 0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개미 2016-01-10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1페이지에 적혀 있는 문장 두 줄은 오늘 제 일기장에 적어두고 싶어져요..^^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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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한국 사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또 마스다 미리가 일본 사람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내가 느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 사람의 '정서적'인 측면을 조금 언급하고자 한다. (음.. 거창해지는 말투는 뭐지?)

 

사노 요코 할머니의 '사는게 뭐라고'에 보면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부분이 잠시 언급되는데 그때 한국 드라마의 특징은 '정(情)'이라고 했다. 정에 얽매여 벌어지는 각양각색 요소들이 사건을 만들고 결국 정에 호소하여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에 도달한다던 글을 읽으며 그때까지도 일본인들의 정서적인 측면이 우리와 다를 거라는 생각을 크게 해보진 못했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을 읽으며 나는 의아스런 부분을 보게 되었다.

 

마스다 미리가 처음 작가를 결심하고 집을 떠나 홀로 도쿄로 가기 위해 가족에게 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버지에게 알리던 장면에서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

 

' 아버지 - 너 도쿄 간다며?( 아버지가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습니다)

              젊을 때 뭐든 해보는 게 좋지. ('이해심 많은 아버지'로 내게 호감을 사고 싶은 것이 뻔히 보입니다.)

  마스다 - 칫. (외로우면서.)

 

 

우리나라에선 자식이 멀리 떨어져 생활하게 된다면 일단은 집에서 생활 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곤 한다. 그러다 정 되지 않을때는 열심히 하라 다독이며 용기를 주시곤 한다. 그런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이 그런 것이라고 느끼고 배운 삶이기 때문에.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아버지는 만류보다는 도리어 용기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런 모습이 뭉클하게 느껴졌는데 도리어 마스다 미리는 호감을 사려는 모습으로 이해하는 부분에서 조금 놀라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후에 이웃님과 이야기 나눌 일이 있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본심을 숨기며 다독이는 모습을 아마도 마스다 미리가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듯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 후 만화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았다. 그리고 마스다 미리의 간결한 만화는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으로 이뤄져 있음을 알게 되었고, 주인공 캐릭터의 표정이 항상 무표정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감정의 곡선, 사건의 복선에 대한 윤곽이 나타나지 않았음을 느낀다. 우리나라에선 보통 글로 풀어낼 수 없는 감정선을 깨알스러운 디테일(굵은 선, 화려한 표정 변화)로 만나게 되는데 이 만화책을 읽다 보면 우리나라에선 적재적소에 나왔을 표정들, 말투, 상상케하는 효과음들이 모두 배제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마스다 미리의 성격을 짐작게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타인의 이야기인 듯 담담하게 담아 감정선을 크게 노출시키지 않고, 그림과 글을 상호작용시킴으로써 과하거나 부족하게 내비치지 않는 스타일. 그게 바로 마스다 미리의 성격이자 일본인들의 한 정서적인 측면이 아닐까 하고.

 

 

그래서 한국인의 정서에 푹 빠져 지내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책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싶다. 그러나 일본 음식인 오니기리처럼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작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책에서 생뚱 맞게 정서적인 이야기를 해버렸지만, 그간 일본 영화나 만화책을 보면서 느꼈던 생소한 감정들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는 생각이들고, 마스다 미리가 어린 시절부터 노트에 기록하기를 좋아하고, 기록한 내용을 자주 들춰보며 생각하기를 좋아했다는 부분을 읽으며 꾸준한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다시 느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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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04 18: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는 속으로는 딸이 걱정되면서도 표현을 잘 안 해요. 마누라 구박이 심한 날에는 딸의 목소리가 그리워질 겁니다. 울 아버지가 그렇거든요. ^^

해피북 2016-01-05 16:15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버지들의 특성이신거 같아요. 아파도 슬퍼도 고통스러워도 잘 표현하지 않으시는 모습이요. 저희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겨울철이면 방에 불을 안때세요. 늘 자식들 방에만 떼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이제 연세도 있으시고 추우실텐데도 괜찮다하시는.. 그런 모습이.. 그게 `아버지`의 모습인가봐요 ㅠㅠ

달팽이개미 2016-01-04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노 요코 할머니가 한국 드라마의 특징을 언급한 부분을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나요. ^^ 저 역시도 우리와 일본인들의 정서적인 측면이 다를 거라는 생각을 크게 해보지 못했음을 깨달았었구요 ㅎㅎ 최근에 애장하여 읽고 있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경우엔 크게 다름을 못느끼며 읽고 있기는하지만말예요 ㅎㅎ 몇 권 읽었던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기억해보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담담함이 도드라지게 느껴졌었어요. 저는 그 부분이 좋았어요^^ㅋ

해피북 2016-01-05 16:19   좋아요 1 | URL
저도 그 부분 정말 즐겁게봤어요 ㅋㅋ 왜냐면 저도 드라마나 영화에 빠지면 무한 시청을 하거든요. 보고 또 보고 봤던 부분에도 또 깔깔거리며 웃고,, 그래서 신랑이 가끔 놀라기도 해요 ㅋㅋㅋ 저도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보고서 약간 다른 정서적 측면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요 `페루, 내영혼에 바람이 분다` 의 책에 손미나씨가 자신의 일본인 친구와 여행을 떠났던 이야기에서 `일본인 친구는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좀체 없다`라는 글을 읽고서야 일본 사람들과 정서가 좀 다르구나를 확인하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저도 크게 못느꼈어요. 깨알 재미가 담뿍 담겨져서 말이죠 ㅎㅎ 그러고보니 저는 한국적인 정서에 길들여진거 같아요. 슬플때 슬픈 감정을 확실히 표현해주고 화났을때 분노의 크기를 보여주는 ... 그런데 일본 영화 (카모메나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에서는 그런 부분이 빠지면서 담담하게 그려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ㅎㅎ 점차 그것에 익숙해지니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ㅎㅎ

서니데이 2016-01-04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다 미리 책은 조금은 담담하게 말하는 겨 같아요. 그림도 그런 느낌이고요.
잘 읽었습니다. 해피북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해피북 2016-01-05 16:21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ㅎ 아마도 일본인의 정서적인 측면보다 한 개인의 정서적인 측면일 수도 있을텐데 그런 마스다 미리의 과하지 않은 면들이 공감력을 더욱 키워주는 것 같아요 ㅋ 오후부터 정말 쌀쌀해지는 것 같아요. 열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랑 따라서 대구 병원에 다녀오던 날, 오랜만에 알라딘 샵에 들러 책을 찾아보다가 덜컥 최영미 시인의 시집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 읽기 시작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처음 알게 된건 <언니네 마당>vol.5 을 읽으면서 였는데 그때 이런 글을 읽었다.

 

 

 

 

 

 

 

 

 

 

 

 

' 스무 살에 끝나버린 서른의 잔치를 미리 엿보았고, 그로부터 다시 스무해가 흘러 지나간 서른의 잔치를 되새김질 한다. 가을의 시작은 그 어느 계절보다 찬란하나, 가을의 끝은 그 어느 계절보다 스산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인생에 가을을 통과하고있다.'

 

사랑과 인생,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저 글을 읽으며 이 시집을 꼭 읽고 싶었는데 알라딘 샵에서 우연스럽게 찾게 되었고 그렇게 읽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선운사'에서로 시작되는 시를 읽으며 사랑에 관련된 시려나 하는 마음을 잠시 갖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농밀해지는 언어를 느끼는 순간, 이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의 시인과 친밀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목욕>

 

한때 너를 위해

또 너를 위해

너희들을 위해

씻고 닦고 문지르던 몸

이제 거울처럼 단단하게 늙어가는구나

투명하게 두꺼워져

세탁하지 않아도 제 힘으로 빛나는 추억에 밀려

떨어져 앉은 쭈그렁 가슴아-

살 떨리게 화장하던 열망은 어디 가고

까칠한 껍질만 벗겨지는구나

헤프게 기억을 빗질하는 저녁

삶아먹어도 좋을 질긴 시간이여 p35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사랑, 이별, 가족, 일상, 도시의 풍경을 담은 시집인데 이 시집의 특징은 시인의 감성을 정제(精製)시키지 않고 그대로 투과하여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라딘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성적인 비유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녀의 표현처럼 이 한 권의 시집에는 과감하고 도발적인 시어가 가득했다. 그러메도 이 시집이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건 과감하고 도발적인 그녀의 표현이 응큼스럽지 않다던 김용택 시인의 표현처럼 자연스러운 순수한 인간 자체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던 만큼 출간 후 그녀의 파격적인 시어들이 많이 회자(膾炙)되었고 며칠 전 팟캐스 '노유진'에서도 진중권 교수님이 이 시집을 언급하며 그때의 파급성을 짧게 언급한 부분도 듣게되어 반가웠는데 알라딘 출판사 서평을 잠시 옮겨 그 부분을 살짝 살펴보자면,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네 몸 안에 이미 다른 피가 고여 / 녀석과 간음할 생각으로 /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어떤 게릴라」)
'아아 컴 - 퓨 - 터와 씹할 수만 있다면!'(「Persnal Computer」)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차와 동정」)
'어젯밤 / 꿈 속에서 / 그대와 / 그것을 했다 // 그 모습 그리며 실실 웃다 '(「꿈 속의 꿈」)
'발기한 눈알들로 술집은 거품일 듯 / 부글부글 취기가 욕망으로 발효하는 시간 / 밤공기 더 축축해졌지'(「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알라딘 출판사

 

그냥 이렇게 도발적인 부분만 엮어놓고 보자면 문제가 있을성 싶고, 이 시집 전체를 읽고 느껴야지 진정한 '최영미' 시인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녀도 까발리듯 자신을 뱉어낸 표현들에 조심스런 마음을 비춘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수렁에 대해, 내 위를 밟고 간 봄들, 바퀴자국조차 없이 스쳐 지나간 사람들에 대해, 팔자에 대해 운명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날 꼼짝 못하게 하는 이 더럽도록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애써 차린 화려한 감정의 밥상을 지금 마주 대하자니 얼마간 도로 물리고픈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고통은 이 시들처럼 줄을 맞춰 오지 않고, 아직도 나는 시 에게로 가는 길을 모르므로'p125~126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그녀. 최영미 시인이. 요즘처럼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를 시들이 많은때에 읽으면 읽는대로 감성이 느껴지는 시집이기에 사랑스럽다. 또 감정을 포장하기 위해 애쓰느라 뜻 모를 시어로 변색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그렇게 차려낸 감정의 밥상 앞에 한 번쯤 얼굴 붉힐 줄 아는 여성이라서 더 사랑스럽다. 그렇기에 도발스러우면서도 응큼스럽지 않은 그녀의 시가 계속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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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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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술술 읽히는 나머지 책을 덮고나서야 생각이라는걸 해보게되는 책. 살아가면서 무수히 생각하고 계획했던 일들, 실행시키지 못하고 망설였던 시간이 죽음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지를 느꼈다. 그러니 너무 고민스러워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그 시간에 차라리 행동 하라는 메세지를 전달받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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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0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해피북 2016-01-03 18: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두 맛있는 저녁 드시구 행복한 저녁 보내세요 ㅋ

살리미 2016-01-03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책방 초창기에 들으면서 읽어야지....하면서도 아직 못읽고 있던 책이네요^^

해피북 2016-01-04 15:36   좋아요 0 | URL
정말 얇고 작은 책이라 마음만 먹으시면 금방 읽으실꺼 같아요 ㅎㅎ 아주 술술 읽혔어요^^

달팽이개미 2016-01-0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술 읽힌다니 읽어보고 싶어져요 ㅎㅎ

해피북 2016-01-05 16:24   좋아요 0 | URL
넵! 아마도 금방 읽어내실 것 같으세요 ㅎㅎㅎ 정말 분량이 작고 얇고 또 가독성도 좋거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