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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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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우리나라 권장도서 목록에 반기를 든 적이 있다. 물론 서재에서 나 홀로 아무도 모르게. 그때 읽었던 책은 허균의 <홍길동 전>이었는데 어떻게 이 소설이 초중고 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에 담겨져있을까 의아했던 적이 있다. 물론 고등학생 정도의 연령층이라면 사회 각층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이해할 수 있으니 그래, 고등학생 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고치자. 그러나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축약본을 어찌 생각해야할까 의문스러웠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뉴스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나는 슬쩍 반감이 생긴다. 그러니까 그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비난만 쏟아내는 기사를 접할때마다 '글쎄,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가만히보면, 우리는 어릴적부터 무수히 많은 책들을 마주한다. 기본적인 교과서는 제처두고라도, 권장도서 목록과 독후감이라는 숙제때문에 읽어야했고 써야했던 그 기억들엔 행복함이 없다. 왜 그렇게나 어려운 책을 읽어야하는지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고 또 왜 꼭 써내야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그 시간들이 쌓이고쌓여 성인이 된 지금에도 책은 '어렵다'는 생각이 각인되어버린 듯 싶다.

 

 

왜 학창시절에 읽는 고전들은 어렵게만 느껴질까.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인물들과 배경에서 오는 공감의 부재가 아닐까. 아직은 성숙되지 못한 시선과 생각들이 등장인물을 탐색하고 이해하기엔 버거움을 느꼈으리라. 그렇지만 어린시절 읽던 책만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온전히 이해했다 말할 수 없다. 어떤 기회에 의해 어릴적 읽었던 책을 서른이 넘은 나이에 다시 펼쳐들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에는 베르디의 '레퀴엠(Requiem)이 시종일관 울려퍼지며 송곳같이 날카로운 히스클리프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바심을 냈던 기억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렇게 지독한 사랑도, 또 그 사랑에 침잠되어 죽음에 이르는 그의 모습도 온전히 이해하긴 어렵다 느꼈다.

 

" 그러나 고등학생 때나 심지어 중학생 때(덜덜덜!) 우리가 이 책을 읽게 된다는 사실은 나쁜 소식이다. 그때 우리는 너무 어리고,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고, 회한이 인생을 어떻게 일그러뜨리는지 알 길이 없다. 사슬에 줄줄이 묶인 죄수들마냥 발을 질질 끌며 <개츠비>의 세계로 처음 들어갈 때, 우리는 시험 준비를 하며 시간을 허비한다." (p13)

 

" 하지만, 먼저 우리는 똑똑해 져야 한다. 나이도 더 들어야 하고 일상의 슬픔과 사랑스러움 양쪽 모두에 상처 받을 수 있도록 민감해져야 한다"(p15)

 

이번에 읽게된 모린 코리건의 책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은 <위대한 개츠비>를 열렬히 사랑하는 작가가 피츠 제럴드의 생애와 함께 소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린은 우리가 어린시절 읽었던 개츠비는 진실이 아니며 마지막 문장을 마주했을때는 반드시 앞으로 되돌아와 펼쳐들게 된다는 이야기로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왜 이렇게나 열렬한 사랑에 빠져있는지, 왜 이 책이  '가장 위대한 개츠비' (모린의 표현이다) 가 될 수 밖에 없는지를 그녀의 이야기로 들어보자.

 

" 소설 다시 쓰기에 대한 예리하고 흥미로운 저서 <예술적 편집>을 쓴 수전 벨은 피츠제럴드의 교정에 두 장을 할애했다.(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이래로 <개츠비>를 읽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첫 장을 시작한다. 2002년, 마흔 세 살때 이 책을 다시 읽고 그녀는 " 놀라 기절할 뻔 했다. 모든 문장과 사건들이 필연이라고 느껴졌다")"(p250)

 

 

" 그러나 실제로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것은 머틀의 쇼핑 목록이다. 머틀이 사고 싶어 하는 강아지용 목걸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톰 뷰캐넌에게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보여주는 소재이고, 재떨이는 재에서 재로 떠나는 운명에 가까이 다가가는 그녀의 상황뿐 아니라 그녀가 재의 골짜기라는 하층 계급 출신임을 환기한다. 그리고 묘지 화환은 그녀의 죽음을 싸늘하게 예언한다. 상징을 쌓기 위해 상징을 쌓는 일은 지루하지만, <개츠비>는 다르다. 피츠제럴드는 낭만적인 이기주의자였고, 성당에 더 이상 나가지 않는 냉담자였고, 또 몽상가였다. 타고난 기질과 교육 덕분에 그는 세속의 세계에서 의미를 보았다. <개츠비>가 너무 기이해서 독특한 까닭은 무엇일까. 왜 이 소설을 기적과 같다고 하는가. 소설에 상징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녹색 불과 에클버그를 제외하고) 상징이 거의 없는 듯 읽히도록 썼기 때문이다"(p230)

 

 

이 소설의 배경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의 '재즈 시대(1차 세계대전의 종전부터 1929년 경제 대공황 이전까지)'다. 전쟁으로 불안하고 횡폐해진 사람들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상경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틈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신흥 부자들을 풍자한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요소들이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모린의 책을 읽고 도저히 <위대한 개츠비>를 읽지 않을 수 없어서 펼쳐들었는데 그녀의 말처럼  상징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했을때의 기쁨으로 그녀는 개츠비를 50번이나 읽게 되었고 무려 7시간 동안 <위대한 개츠비>을 읽어주는 연극 공연을 관람하며 온전하고 똑똑한 '닉'의 숨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나 역시 책을 무척 좋아한다 느꼈지만 모린을 보며 즐기며 사랑한다는게 무엇인지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의 부재 '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이라는 말을 온전히 느끼기엔 부족했다. 피츠 제럴드와 그의 저서에 관한 이야기 또 소설의 배경인 이스트 에그와 웨스트 에그를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다니고, 오래된 문서를 보기위해 도서관에 끊임없이 노크를 해대는 모린의 모습에서 고전을 즐기는 방법을 어렴풋이 깨닫게된다.

 

 

그것은 책을 온전히 즐기라는 것, 풍부한 경험과 감성을 쌓아올리고 일상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불만과 고민 들을 쌓아올려서 책과 맞닿는 것. 또한 작가를 이해하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 이해되지 못하는 고전을 거듭 읽어야 한다는 것, 꼭 곁에두고 불현듯 떠오를때 집어들 수 있어야 하며, 쉼표 하나, 단어 하나에 모든 감각을 일깨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므로 고전을 즐기는 것은 삶을 더 풍부하게 느끼고 들여다보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학생들의 권장도서 목록엔 반감을 표현한다. 독서는 억압하면 할수록 멀어질 수 밖에 없으므로. 진정한 문화부흥을 꿈꾸는 나라라면, 그렇다면 이런 권장 도서목록으로는 영원히 이뤄질 수 없으리라.

 

이 책을 읽다보니 에밀 파게의 구절이 떠올라 마지막 말로 장식한다.

 

" 읽기는 감미롭다. 그리고 거듭하여 읽기는 더더욱 감미롭다..........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읽는다"

( <단단한 독서> 에밀 파게 지음, 최성웅 옮김, 유유 출판사)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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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31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면서 절대로 잊지 못하는 책 한 권은 제2의 고향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예전 독서 감동이 그리워서 읽었던 책을 다시 보게 되니까요.

해피북 2016-04-08 21:13   좋아요 0 | URL
답글이 너무 많이 늦었네요 ㅜㅜ ㅎㅎ `절대 잊지 못할 제 2의 고향`이라는 표현이 참 좋네요 ㅎㅎ cyrus님께는 어떤 고향이 있으실지 궁금해지는 저녁입니다. 일교차가 큰 날씨이니 감기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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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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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신랑과 가까운 산을 다녀오곤 하는데 그날은 문경새재를 걷게 되었다. 화사한 봄날이었고 나무들은 초록색 잎사귀와 짙은 녹색 잎사귀들이 마치 물감을 뿌려 대비시켜 놓은 것처럼 멋드러졌다. 가지 끝마다 예쁜 꽃이 활짝 피어있기도 했지만, 미처 피지못하고 머금고 있는 모습이 멋져보이기도 했다.

 

' 오빠 이거봐봐. 어떻게 이 나무는 뿌리가 바깥으로 나와서 기울어졌는데도 살 수 있지?'

' 오빠 이거봐봐.  이 가지 끝마다 달린 꽃봉오리들을! 봄이 왔다고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해마다 예쁜 꽃봉오리를 내밀 수 있는 거냐고!"

' 오빠아 이거봐봐. 이 바위 좀 봐봐. 어떻게 떨어지지 않고 저 언덕 위에 붙어 있을 수 있는거야?'

 

봐도봐도 질리지않고 신기한 자연현상 앞에서 내 호기심은 끝도없이 생겨났다. 그럴때마다 신랑의 대답이라는 것은 이랬다.

 

' 이거 잣나무 보이지? 나 군대에 있었을때 말야 배가 너무 고파서 이런 잣나무가 보이면 일단 올라가서 막 따다 먹고 그랬어'

'야 이 돌 밭 보이지. 나 군대에 있었을때 이런 곳에서 야영을 하고 잠을 자는데 밤이되면 온통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요. 춥기는 얼마나 추운데. 너 그럴때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얼마나 곤욕인지 알아?'

' 나 군대에 있을때 말야. 이런 산길을 행군 했는데 그때 40킬로짜리 군장을 메고 행군을 했다고. 너 40킬로 멜 수 있겠어? 군화는 딱딱해서 발바닥이 아프다 못해 짓물이 생기고....'

 

 

남자와 여자가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안 것은 김미경 원장님의 책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를 읽은 후부터다. 좌뇌가 발달한 남성과 우뇌가 발달한 여성이 하루 소비하는 언어의 수는 남자는 7천 단어를 여자는 2만 단어이기 때문에 남녀사이의 말다툼이 어렵다고 한다. 아직까지 연구 중인 분야이긴 하지만 나는 남녀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부부의 연을 맺고도  한 공간에서 각기 다른 것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우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은 박연준 저자와 장석주 저자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으며 그때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인의 도움으로 두 달동안 시드니에 지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인데, 앞 부분에는 박연준 저자가 뒷 부분에는 장석주 저자의 글이 담겨있다. 그런데 한 공간 안에서 두 사람의 시선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먼저 박연준 저자의 글엔 시드니가 담뿍 담겨있는 일상이 있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레임. 낯설지만 낯설지않은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타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이니셜 JJ라고 부르는 장석주 저자와의 일상의 이야기까지 너무 마음에 드는 글들이 넘쳐나 포스트잇이 늘어만 갔다.

 

 

■삶은 현재형이다. 과거도 미래도 수면 아래 있다. 오직 현재만이 사실적으로작동한다. 잘사는 것에 대해서라면 관심이 없다. 다만 많은 것들을 충분히, 고루 느끼고 싶다. 상처는 두렵지 않다. 후회가 두렵다. 오라, 갖가지 경험들. 내가 느낄 감정들, 인생을 좌지우지할 천 가지 얼굴들이여! 나쁜 경험이란 없다. 겪지 말았더라면,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면 괜찮았다. 누군가 내 삶을 세탁해 입어보라고, ‘처음선물한 것 같다. 입어볼까? 오래된 처음처럼, 꼭 맞기를. (p19)

 

■ 시드니에 도착하고 6일 동안, 좀 심심했다. 시드니 외곽에 자리한 글레노리, 올드 노던 로드에서 벗어나지 않고 줄곧 머물렀다. 여독을 풀며 글레노리를 둘러보자는 계획도 있었고, 초반에 해야 할 일들(원고들!)을 처리하고 후반에 느긋하게 즐기겠다는 JJ의 고집 때문이기도 했다. JJ인간 타자기처럼 무언가를 쓰고 고치고 쓰기를 반복했다. 나는 가끔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이에 끼적였고, 청탁받은 월간지에 보낼 시 두 편을 쓴일 외에는 딱히 한 일이 없었다. 도착한 다음날, 침실 책꽂이에서 발견한 책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천천히 읽었고, 집에서 가져온 제임스 설터의 신작 올 댓 이즈를 여러 날에 걸쳐 읽었다. 3개월 전 타계한 제임스 설터의 마지막 작품이라 더 애틋했다. 여든이 넘은 제임스 설터가 이 두꺼운 책을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고, 비로소 탈고하기까지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원래 내 독서 습관은 대단히 느리고, 또 사색적인 편인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더욱 사색적이 되었다. 사색적이란 말은 잡생각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 p24~25)

 

 

 

■ 어리다는 것은 소위 좀 파닥일 줄 안다는 것이다. 파닥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생동이다. 살아 있다는 신호이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겠다는 선언이며, 지금 상태로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가만히’,‘잠자코있는 것은 어른들의 특기이다(세월호 사태 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한 유일한 말은 가만히 있으라는 거였다. 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만 좀 덜해도 아이들의 창의력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어릴 때 가장 많이 들었떤 말 중 하나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었다. 대관절, 살아 있는 것들이, 그것도 태어나서 얼마 안 돼 호기심으로 파닥이는 존재들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어른들은 한곳에 잠자코 앉아 신문이나 책을 읽을 수 있고, 여러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팔과 다리를 지느러미처럼 사용해 파닥이고 싶어한다. 얼마나 경이로운 움직임인지 오랫동안 봐도 질리지 않는다. ( 파닥이는 인류 중에서 p60)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스튜와 빵, 샐러드와 베이컨 등 음식을 잔뜩 시켰다. 롱블랙도 두 잔 시켰다. 롱블랙은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처음엔 이름이 근사해서 감탄했다. 내 멋대로 긴 긴 밤이라고 의역도 해봤다. 긴 긴 밤 한 잔이요! 얼마나 멋진가? 밤을 한 잔 마시는 시간이라니. 커피 속에서 기다란 검정도, 기다란 기차도, 기다란 밤도 넣어보며 홀짝였다. 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무엇이든 호명하고,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순간 빛나게 된다. 완전히 달라진다. (P70)

    

 

 

내게도 막히던 숨이 그녀에게도 똑같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더욱이 나와 같은 나이인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인지라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낡아가는 인생이지만 그 똑같지 않은 일상에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처음같은 하루를  선물 받는 기분으로 살아간다던 그녀. 그렇기때문에 같은 것을 바라봐도 새롭게 신기하고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게 아닐까.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함께 즐거워하고 그런 아이들에게 얼마 만큼 행복한지 묻는 시드니의 사람들에게서 묻어오는 평온함에서 우리네와는 다른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했다.

 

 

 그런데 장석주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큭큭거리며 읽게 되었다. 그 특유의 남자들의 습성(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므로 오해하지 마시기를!)으로 그 천혜의 자연인 시드니의 경관 앞에서 걷기예찬을 늘어놓는 모습이라니! 어쩌면 그렇게 달라도 너무 다르냐고 궁시렁거리기도 했다. 걷기라면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지 않냐며, 굳이 그곳 시드니까지 가서 걷기예찬을 늘어놓는 저자에게 부디 이니셜 P라 불리우는 박연준 저자처럼 본 그대로를 느끼고 생각할 수 없느냐고 묻고 싶었다.

 

■" 발바닥은 항상 옳다. 발바닥이 옳은 것이라면 발바닥을 써서 걷는 일도 옳은 일일 테다. 네발로 걷는 소나 당나귀나 낙타가 비도덕적으로 엇나간 경우를 보지 못했다. 게으름을 피운 적은 있어도 수뢰나 비리 따위에 연루된 적이 없다. 그들은 풀을 먹는다. 초식에 길들여진 이 정직한 식성은 항상 순결하고 옳다. 두발로 걷는 사람들도 그렇다. 시드니를 한 달 동안 걸어보기로 했다. 느리게, 해찰하며 천천히 걸어보기. 두 팔을 흔들고 두 발을 움직이며 전진하는 이 단순한 행위, 바람과 햇빛을 맞으며 육감적 복잡성 속으로 자신을 밀고 들어가기,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뛴다. P와 나는 그 옳은 일을 해보기로,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고결한 선택을 한것이다."(P 120)

 

니체, 알베르 카뮈, 로버트 그루딘등 온통 옳고도 옳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와서 눈 앞에 펼쳐진 현상을 굳이 해석하려드는 장석주저자의 모습이 우리 신랑의 모습과 오버랩되는건 우연만은 아닐꺼라 굳은 확신을 하게된다. 그래서 더 말해주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부디, 철학적인 해석일랑 거둬주시고 그곳, 그 시간, 그 자리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에 사람들에 시간에 더 깊이 빠져보면 안되겠는냐고 말이다.

 

봄이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두고 군대 이야기만 꺼내는 신랑이나, 시드니의 멋진 풍경을 눈앞에 두고서 걷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느라 수 많은 책들과 철학자들을 끄집어내며 시드니를 잠시 망각한 장석주 저자의 이야기나 왠지 둘의 모습이 같아보이는건 나의 착각인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남녀 동상이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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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2-2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라면 하루 종일 몇 날 며칠을 카메라 들고 쏘다녔을 겁니다.ㅎㅎㅎㅎ

해피북 2016-02-21 23:53   좋아요 1 | URL
ㅎㅎㅎ 제 생각에도 유레카님은 엄청난 사진들을 찍고 서재에 듬뿍 올려주셨을 것 같아요 ㅎㅎ 덕분에 제 눈은 호강하고 말이죠 ^~^ 댓글 감사합니다 유레카님! 꿀밤 되세욧~~

비로그인 2016-02-22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낯선 곳의 풍경을 만나면 그 풍경과 접속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것이 노마드적 여행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가 아니면 이질적인 것은 배제를 시키려고 하는 정착민들의 습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남성들은 익숙한 것에 정착하려는 정착민이고 반면에 여성은 낯설고 이질적인것과 접속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려는 유목민인 것 같네요. *^

해피북 2016-02-22 16:18   좋아요 0 | URL
우앗! 배익화 시인님 멋진 말씀이세요^^ 익숙한 것에 정착하려는 남성들과 새로움을 찾아 여행하는 유목민의 삶이 여성들이란 글을 읽고 또 읽었는데 어찌나 고개가 끄덕거려지던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6-02-22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상이몽 ㅎㅎ 다르기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겠죠?
우리 부부도 그림이 그려집니다. 저는 사진찍으면서 다니고 짝꿍은 휴대폰게임하면서 어슬렁 거릴듯 해요~ 그래도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부부다라는것을 느낄것 같아요~ ㅎㅎ

해피북 2016-02-22 16: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희 부부의 모습이 여기 또 있어요. 저도 휴대폰 들고 사진찍기 바쁜데요 신랑은 멀찌감치 서서 휴대폰 들여다보면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게임도 하면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지금행복자님 말씀처럼 서로 다르기때문에 티격태격하면서도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렇기때문에 더 재밌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거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6-02-2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집을 읽어본터라 문체가 어떨지 짐작하고도 남아요ㅋ
근데 해피북님과 신랑님의 문경새재 이야기는ㅋㅋ
헌데 더 좋은데요??^^
우리신랑 보는 듯하여서요ㅋㅋ

해피북 2016-02-22 16:29   좋아요 1 | URL
ㅎㅎㅎ 짐작하신다니 저는 그냥 웃기만하지요~~ ㅋㅋ
지금행복하자님의 말씀도 그렇고 책읽는 나무님의 말씀도 그렇고 신랑의 모습은 모두가 비슷한거 같아요. 그래서 즐겁다는? ㅎㅎㅎㅎ

달팽이개미 2016-02-2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의 대화 알콩달콩 보기 좋아요~^^ 다른 말속에 담긴 한마음이 들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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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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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 그 시작은...

 

어제는 무한도전에서 '못친소 페스티벌 2'를 했다. '못생김'이라는 외모를 주제로 모여든 게스트들과 게임이나 개인기 노래등으로 한바탕 어울어지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자신이 '못생겼다'는 이미지로 한 장소에 모였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 속에서 정이 쌓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더 오래 같이 있고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시 읽는 밤>의 하상욱씨가 이야기하는 소감에 울컥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일을 시작하게된 하상욱 저자는 하루하루 다른 사람들과 지내면서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고. 매일 메이크업을 하고 콤플렉스인 입을 가리고 웃던 시간 속에서 자신에게 진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던거 같다. 그런데 프로그램에 나와 메이크업을 모두 지워버리고 사람들과 신나게 어울리면서 비로소 '휴가'를 받았다며 홀가분해졌다는 이야기가 마음을 울렸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 그 사회적인 관계를 깨고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힘들어한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 놓여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잘못한 일을 지적받아 알 수 있지만,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꿈을 찾기 위해 스스로 박차고 나온 사람들에겐 누구도 자잘못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미래가 늘 두렵고 불안스럽기만 하다. 그런 답답함과 불안함을 벗어버리기 위해 사람들은 여행을 하는게 아닐까. 낯선 사람들과 낯선 땅이 주는 신선함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 삼십대에 사표를 쓰고 세계일주를 떠난 건 내가 세상에 태어나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혼자 20킬로그램이 넘는 배낭을 메고 사나흘에 한 번씩 잠자리를 바꿔야하는 유목민의 삶, 그 이상 내게 어울리는 삶은 없었다. 세상은 거대한 물음표였고,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질문을 멈추고 싶지 않았다. 나에게 늙음이란 더 이상 궁금한 게 없어지는 순간이다. 자신이 나는 것이 전부이자 진리라고 믿는 좁은 세계에 갇히고 싶지 않다. "(p4)

 

 

■ " 지독히 낯을 가리는 내가 여행지에서는 쉽게 마음을 열게 된다. 우리는 모두 바깥에서는 서로에게 느슨해진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슬쩍 열어버리는 순간, 삶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도 같다" (p69)

 

2. 내가 만나 본 김남희 작가.

 

처음 만나 본 김남희씨의 책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는 유난히 추위를 타는 저자가 따뜻한 나라인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그리고 태국을 여행했던 이야기가 담겼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엄마와 함께 여행했던 순간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각지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받게된 '온정' 이었다.

 

급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저자는 문득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발리 우붓 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떠났던 여행길에서 누구보다도 엄마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자연을 즐길 줄 알고, 독서를 사랑하며 소녀같은 감수성을 풍부한 '엄마'가 있었음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

 

■" 세상에 모든 엄마는 또 자신이 키운 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놓은, 욕망을 지닌 한 여성으로의 엄마를 나는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은 익숙했던 상대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내 안에 단단하게 굳어있던 상대에 대한 이미지를 녹여준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오다니, 참 잘했다" (p29)

 

2년 전 엄마의 생신에 맞춰 가족끼리 부산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우리 자매들이 모두 참여하는 여행이었기에 언니네 식구들까지 대 식구의 이동이었는데 그때마침 휴일을 맞아 부산항에 크루즈가 정박해있던터라 부산은 어느때보다 많은 인파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어느 길이나 도로는 정체가 되었기에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장소가 없어 아쉽게 돌아와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마는 용두산에 있는 절에도 다녀오고 싶어 하셨고 해수욕장의 한적한 길을 걷고 싶다셨는데 어느 것 하나 들어들이지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 책을 읽으며 뭉클하게 떠올랐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엄마와의 여행을 꿈꿀 수 있게 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다가 그저 나중으로 미룰 수 만은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 오늘은 그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이곳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이 카페의 매력은 창밖의 싱그러운 풍경, 커다란 반얀나무 한 그루가 창을 가득 채운다. 그 나무 아래에는 향과 공물이 놓여 있다. 이 카페에서 일하는 누군가가 아침마다 바치는 것일까.. 나무를 바라보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데도 내 일상의 평화에 균열이 갈까 두려워 이 책을 쉽게 열지 못했다. 이곳에 와서야 이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p281)

 

천혜의 자연경관을 마주하고 맛좋은 커피 한 잔 탁자에 두며 읽는 독서의 맛이란 세계여행을 한번도 다녀오지 못했던 나에게도 그 기쁨으로 충만했던 마음 만큼은 온전히 전달되어진다. 여행을 떠날때 가져왔던 책이 무려 15권이나 되었다고 하니 그녀가 얼마나 독서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지만 <와일드>와 같은 두께가 어마무시한 책까지 가방에 넣었다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오랜 시간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책을 쓴 작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여행길을 걷느라 늘 등에 지고 있던 배낭(몬스터라고 불렀다)때문에 허리가 아파 무척 힘들다던 토로가 이해가 되었다. 무엇보다 하루 일과 중 산책을 꼭 포함시키는 그녀가 걷는게 불편할 만큼 허리가 아프다던 이야기로 그녀의 기나긴 여행의 시간들이 책과 함께 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여행지마다 만났던 사람들이 대가없이 베풀던 온정들이란!

탁발을 구경하던 라오스에서 자신의 손에 공양물을 쥐어줬던 사람들의 인심과 자리가 없는 버스에서 자리를 만들어 주던 사람들 또 하치하이킹을 하며 얻어 탄 차량과 길을 묻기만 하면 오토바이를 끌고나와 꼭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던 사람들의 '인심'과 '온정'에 뭉클한 마음이 샘솟았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시골인심이라면 뒤지지 않는 '정'으로 넘쳐났지만 지금은 불신이 넘쳐나고 이웃과는 단절된 시간에서 살아가다보니, 선뜻 정을 베풀기 쉽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에 그 따스함이 배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3. 다시, 바람이 분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러 천천히 읽게 되었다. 나에 급한 성격을 누르면서 천천히. 읽고 난 책에 대해 쓸때 너무 감상적이 되지말자, 칠푼이처럼 혼자만의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떠벌리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매번 나에 다짐은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오늘도 반 칠푼이가 되어 주절주절 적어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 내 심리적인 상태는 '불안'이다. 앞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내가 읽고 있는 이 책들이 미래에 어떤 토양을 만들어줄지. 혹은 지금 지내고있는 시간들이 옳은 일인지. 누가 묻는 것도 아니건만 늘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생각을 해본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여행을 떠나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면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떤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그러다 베란다가 떠오른다. 주부라면 응당 주방이 제일 편한 공간이라고 하지만 나는 어떤 공간보다 베란다를 사랑한다. 햇살이 들어오고 여러 화초가 살아있는 공간. 늘 베란다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책을 보던 시간들이  내게 작은 즐거움이자 행복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흙과 화분을 정리하고 베란다 대 청소를 시작했다. 그리고 봄을 맞아 심을 식물들을 계획하고, 화원으로 달려가 온통 초록색인 베란다에 화사한 꽃을 피워줄 식물을 골라봤다. 그렇게 개나리 자스민과 함소화를  베란다 식구로 맞이하며 앞으로 이 공간에서 채소를 키우고 화초를 돌보며 그렇게 책을 읽으며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쁜 바람이 되어 한 줄기 불어오는 것만 같다. 그렇게 내 마음속엔 다시 산들 바람이 분다.

 

" 서치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

 넌 무슨 일을 해"?

"여행하고 글을 써"

서치가 다 알것 같다는 미소를 짓는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덧붙인다.

"한번 이런 삶을 살기 시작하니 네 나라 안에서만 살아갈 수 가 없지?"

그 말이 내 심장을 툭 건드린다.

그 또한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7~8개월 일해서 돈이 모이면 3~4개월 밖으로 나가 떠도는 삶.

여행에서 돌아오면 바로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는 일상.

조금이라도 돈이 모이면 비행기 표를 끊는 습관.

늘 저곳을 꿈꾸며 이곳에 머물 뿐인 날들.

우리는 나이 마흔을 훌쩍 넘기고도 아직 이런 삶을 살고 있다.

함께 세상을 떠돌던 친구들도 이제는 결혼을 하고, 취업을 하고, 집을 사고, 아이를 낳으며 정착했다. 우리는 아직까지 젊은 날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소수로 남았다. 철이 들지 않은, 여전히 이기적인 중년으로"(p175)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려버린 생각들을 다시 주워삼킬 수 없기에 앞으로도 나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과 불안으로 고통스러울 테지만, 내 인생 만큼은 누구보다도 내게 주는 즐거움을 찾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살아보리라 생각을 하게 된다. 김남희저자, 그녀의 멋진 인생 만큼이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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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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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미학적 재능이라고 부르는 이 능력은 둔중한 것에서 날카로운 것을 발견하고 단단한 것에서 무른것을 발견하며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의 질서를 바꾸는 힘이다p38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시가 참 어렵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장르의 문학이 있어 고르는 즐거움과 읽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중에서 시는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금단의 영역이기도 하다. 시인 랭보의 말을 빌어 시인들이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투사시켜 내놓은 언어들인지라 그 견고한 함축성 또 그 기호학적인 난해한 언어들을 풀어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갖곤 했다. 간혹 읽게되는 현대의 시들은 도통 어떤 의미로써 이야기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때가 많았다. 그렇기에 내게 시는 탐스럽지만 먹을 수 없는 황금의 열매와도 같았다.

 

 

처음 황현산 저자의 <우물에서 하늘 보기>라는 제목을 들었을때 그 적절한 표현력에 절로 무릎을치게 되었다. 물론 모든 읽는 행위가 개인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일테지만, 시야말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과 감성이 만나야만이, 다시말해 독자와 시인의 감성이 교차되는 그 지점에서만이 열리는 문이기 때문에 우물이라는 개인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게 시의 영역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내 자의적인 해석일뿐이지만.

 

문학평론가이자 '낭만가객'이라 불리우는 황현산 저자를 처음 접하며 이육사의<광야>부터 익숙한 백석, 만해, 황진희의 이야기속에는  영화와 문학 그리고 철학적인 장르를 아우르는 저자의 깊은 내공을 즐겁게 읽어내릴 수 있었지만, 유독 내 마음을 톡톡 건드렸던건 이 부분에서 한참을 멈춰 읽고 또 읽었다.

 

 

  

시인들은 속절없이 시를 썼다. 아들딸을 잃고 시를 썼고, 때로는 불행한 부모들을 대신해서도 시를 썼다. 그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애의 극한이 잊힐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정지용은 「유리창」을 썼고, 김현승은 「눈물」을 썼다. 김종삼은 더 많은 시를 썼다. 「음악」과 「배음」이, 「무슨 요일일까」가 모두 죽은 아이를 위한 시이며, 두 편의「아우스뷔츠」에도 그 중심에는 어린 생명의 죽음이 있다. 가장 처절한 시 「민간인」은 그의 사후 광릉 근처에 세운 그의 시비에 새겨졌다.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p93

 

노래 가삿말 같은 시구들을 읽을 때면 때론 애통하고 절망적이며 때론 분노의 고함소리 같아 한 편의 고해성사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마음 속 오물같은 고통들을 쏟아내면 이해받고 위로받으며 삭막한 타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아픔들이, 그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차마 잊혀질까 두려워 시를 쓴다던 글귀에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그렇기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던 저 깊고 깊은 바다를 향한 저자의 애통함을 필사하고 또 필사해보기도 했다.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으면서 어린 학생을 비롯한 300여명의 생명이 다른 세상으로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그들은 어떻게 보낼 것이며, 그 죽음을 잊지 않기 위해 어떤 말로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 것인가. 이 처참한 죽음을 어떻게 다른 죽음과 구분할 것인가. 질문에는 답이 없다. 함께 울자고 말할 수도 없고 편히 가라고 말할 수도 없다. 가슴에 묻자니 가슴이 좁고 하늘에 묻자니 하늘이 공허하다. 이 언어의 무능함과 마음의 무능함이 대 낮에 두 눈을뜨고 그  수 많은 생명을 잃어버린 한 나라의 무능함과 같다. 잘가라. 아니. 잘가지 말라. 이렇게 쓰는 만사(輓詞)가 참으로 무능하다. p112

 

아픈 마음이 아프게 다가오고 절망적인 마음이 절망적인 마음으로 다가오는게 시구일테지만, 저자의 길을 따라 차분하게 걸어간 길 끝머리에서도 나는 아직 시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날들의 기록이자, 아픔이자 절망이자 슬픔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 길위의 학교라면 시는 인생을 배우는 학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국일보에 실었던 칼럼 27편을 엮어놓은 책인지라 2014년 시기의 일들이 예고없이 드러나 마음을 참 아프게도 하지만, 점점 희미해져가는 마음에 두는 단단한 버팀목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한 권의 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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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6-01-1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행기를 기다리며 이 책을 읽고 있어요. 여행을 정리 하게하는 참 고마운 책이네요. 해피북님 서평 잘 읽었습니다.^^

해피북 2016-01-19 18:14   좋아요 0 | URL
앗. 이제 돌아오시는건가요? 아쉬우시겠어요 오후즈음님. 지금 가발을 날려버릴만큼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으니 옷 든든하게 입고 돌아오시길 바랄께요 ㅎㅎ

그리고 지난번 일본 여행기 숙소에서 이 책을 올려주셨던걸 봤어요 ㅎㅎ 오후즈음님께는 정리의 시간을 선사한다니 그 역시 참 멋진 시간입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살리미 2016-01-1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은 사놓고도 읽어버리기가 두려운게 있어요. 그래서 아껴가며 조금씩 읽지요. 페이지가 절대 끝나지 않았으면 하면서요.
이 책도 첫 페이지부터 나를 사로잡았어요. 아껴가며 읽는 중입니다^^

해피북 2016-01-19 18:17   좋아요 0 | URL
어머낫! 오로라님도 만나셨군요 ㅎㅎ 아껴가며 읽고 계신다는 마음을 설핏 이해할거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나중에 나이가 지긋해졌을때 그때 다시 꺼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ㅎㅎ 마음담아 담뿍 읽으시고 후에 소식 전해주세요^^

2016-01-19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19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도 신간평가단 하시는군요.
지원자경쟁률이 높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좋은 책 많이 만나시겠네요.
해피북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해피북 2016-01-19 18:19   좋아요 1 | URL
넵! 저도 두번째 신청했는데 두번만에 신간평가단이 되어서 기뻤어요 ㅎ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저녁 시간보내시고 매서운 칼바람 조심하세요~~ 너무 추워요 ㅜㅜ

2016-01-19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1-19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 교수님이 아폴리네르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황 교수님이 아폴리네르 작품 전집 같은 기획 번역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해피북 2016-01-20 23:52   좋아요 0 | URL
앗 cyrus님 덕분에 아폴리네르를 검색 해봤어요 ㅎ 프랑스 시인이자 소설가군요. 황현산저자님이 교수님이시기도 하고요 ㅎ 어쩐지 책을 읽으며 범상치 않은 내공이 뿜어져 나오더라고요 ㅋ

단발머리 2016-01-20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그렇듯 잘 읽고 갑니다.
저는 시도 어렵고, 황현산님도 어렵고.... ㅎㅎ

인용해주신 부분,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쏙 들어오네요. 그 사건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더 울고, 더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내실 정도의 분들이 이야기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황 선생님 용기에 박수를...

해피북님 리뷰 읽고 나니, 저도 신간평가단 하고 싶네요.
저도 작년에 에세이 분야 6개월간 했었는데 올해는 신청 안 했거든요.
이렇게 좋은 책들이 많다니요~~~~~~~~~~ 급 후회와 부러움 ^^

2016-01-20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20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오늘도 추운 날이지만,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해피북 2016-01-20 23:57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무지 추운날 이었어요 ㅎ 서니데이님두 이불 꼭 덮으시구 꿀밤되세요^~^

후애(厚愛) 2016-01-20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녁 맛있게 드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되세요.*^^*

해피북 2016-01-20 23:5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후애님^~^
꿀밤되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몇가지 사실을 밝혀야겠다. 그 첫번째는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이 책을 받고 읽게 되었는데 마음씨 고운분께 드릴 기회가 있어 책을 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드린후로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듯 허전한 마음이 들어 다시 구입하게 되었다는 것. 다시말하자면, 나는 손미나씨의 여행기를 무척 무지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두번째로는 이 책을 디테일하게 칭찬할 예정이다. 아주 세세하게. 혹여 나의 이런 지나친 애정이 징글맞은 분들이 계시다면 살포시 지나가셔도 좋다. 또는 나에 지나친 애정에 감염되어 이 책을 덜컥! 구입하시는 우를 범하지는 마시길! 다만 책 속에서 소개하는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사진 한 장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그럴때 구입을 권유하는 바다. 그게 바로, 이 책을 읽어야할 목적이니까!

 

 

 

이름도 생소했던 '페루'라는 나라를 알게 된 건 '꽃보다 청춘'의 유희열, 이적, 윤상씨 때문이었다. 마추픽추, 마야문명, 리마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나버린 세계처럼 21세기의 문명과는 너무 멀게 느껴지는 페루의 곳곳의 숨결이 원시적이어서 기억에 오래오래 남게 되었다. 그런데 손미나씨가 페루 여행기를 출간 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다. 거기에 신간평가단에서 덜컥 이 책이 선정 되었을때는 방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누군가 내게 왜 손미나씨를 그렇게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알랭 드 보통의 말을 빌어 들려줄테다.

 

" 이상적인 여행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기보다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고 물어볼 텐데"p7

 

 

그녀의 여행기는 단순히 여행을 목적으로 하지않는다. 다시말하자면, 그녀가 훌쩍 여행을 결심하게된 계기에는 나름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잘 나가던 아나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여행작가가 되어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는 것도,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를 한국에 자리잡게 한 것도 모두 그녀의 삶속에 직면된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변화를 찾아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와 그 용기를 가지고 돌아와 실천하는 실행력들이 나를 설래게 만들고 꿈꾸게 만들며 그녀의 열렬한 팬이되기에 충분했다.

 

 

표지를 살펴보면서 캬~하는 탄성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계단식 논밭의 품안에 풀썩 누워 광활한 하늘과 전설의 새 콘도르를 감상하고 있는 그녀의 밀집모자 마져도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마치 영화의 한 컷 처럼 시작될 이야기에 마음이 무척 설래였고 그녀를 따라 페루로 여행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이 여행의 목적은 '그리움' 인데, 그 그리움 속에는 전설의 새 콘도르가 중요한 존재다.

 

콘도르는 잉카말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을 자유' 라는 뜻으로 인간과 하늘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라고 하는데 역사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콘도르 칸키(튜팍 아마루 2세)에서 딴 이름으로 매의 일종인 새다. 1533년 잉카 문명이 스페인 프란치스코 피사로에게 멸망 하였는데 1780년 가브리엘 콘도르 칸키가 선두가 되어 농민 반란을 일으키고, 그 주범이 되어 잔혹하게 처형 당하면서 스페인 압제로부터 해방의 상징하는 징표가 되어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는 전설이 생겼다고 한다. 잉카의 토속 음악인 <엘 콘도르 피사>는 오페라타 <콘도르 칸키>의 테마음악으로 원래 가사가 없던 것이 후대로 전해지면서 염원을 담은 가사가 생겨났다고 한다.

 

 

' 오, 하늘의 주인이신 전능한 콘도르여,

우리를 안데스 산맥의 고행에 데려가 주오,

잉카 동포들과 함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것이 나의 간절한 바람 입니다. 전능하신 콘도르여,

잉카의 쿠스코 광장에서 나를 기다려 주오,

우리가 마추픽추와 와이나픽추를 거닐 수 있게 해주오'

 

 

 

 

하지만 지금 전해지는 사이먼 가 펑클의 가사 (나는 달팽이가 되기 보다는)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 손미나의 이번 여행기에서 콘도르를 중요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그녀의 아버지와 깊은 연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급하기 죄송하지만.. 3년전 혈액암으로 아버지를 갑작스럽게 잃었던 그녀가 하늘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콘도르를 만나 아버지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기에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되었고, 그렇게 그녀는 마법처럼, 만나기 어렵다는 콘도르를 만나 아버지와 깊은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내겐 어느 여행보다도 큰 의미가 되어주었다.

 

 

하늘, 구름, 산, 바람, 무지개, 잔디, 노을, 나무와 햇살, 맑은 공기와 별들, 그리고 안데스와 친구들이 함께 했던 이번 여행기는 손미나 저자가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던 선물같은 시간인듯 느껴졌다. 10년동안 함께 여행을 다녔던 일본인 친구와 티티카카에서 '알파카'를 두고 투닥거리며 싸우기도 했고, 쿠스코의 고산지대에서 커다란, 아주 커다란 산소통에 의지해 밤을 지새우기도 했으며, 마추픽추 절경 위에서는 <천공의 성 라푸타>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나는 '비에 사그라도'라는 마을의 절경 앞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멋진 풍경이 떠올라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 천공의 성 라푸타>가 떠오른 마추픽추의 절경

 

 

<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오른 비에 사그라도. 

 

 

이 책을 디테일하게 칭찬해 보자면 첫번째는 올 칼라라는 점. 두번째는 깨알같은 센스를 보여준다는 점인데 하단 페이지마다 예쁜 사진을 통해 여행하고 있는 장소를 표시하고 있다는 점,

 

 

세번째로 총 5장의 테마에 첫 장에는 지도를 담고 있어 쉽게 눈으로 볼 수 있게 배려했다는 점.

 

 

네번째로, 페이지 곳곳에 선물처럼 숨어있는 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어보면, 그녀가 아마존에서 담아온 비를 감상하거나, 전설의 새 콘도르 혹은 잉카인들의 생활모습들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여행기라는 점이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여행은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어떤 변화를 찾아서 훌쩍 떠나는 여행이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찾기 위해서. 때론 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사소하지만 무시 할 수 없는 문제들을 떠안고서 훌쩍 아주 훌쩍 떠나 나에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런 여행의 의미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사람이 내겐 손미나 저자다. 그래서 그녀의 여행기는 어떤 여행기보다 나를 행복하게 또 설래이게 그리고 가슴뛰게 만드는 거 같다.

나도 그녀처럼 내안에 고민을 떠받치고 있는 시간을 무너트리고 훌쩍 떠나고 싶다!

 

" 역사는 쉬지 않고 흐른다. 우리는 그 역사의 강을 따라 흘러가버리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인간들, 창틀에 소복하게 쌓였다가 바람 한번 불면 포로로 날아가버리는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짧은 여행길 같은 인생에서 욕심 따위는 버리고 걸어도 좋다. 죽음은 너무 두려워하거나 애석해하지 말지어다. 그것 또한 삶의 일부인 것이니'p155

 

'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예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p92

 

'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행자다.'

' 여행은 인간이 가슴에 품고 사는 우주를 확장 시키고 내면의 성장을 도와주는 '길 위의 학교'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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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esar 2016-01-14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있을 뿐, 실행할 용기가 없는 제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는 코드가 인상적입니다. 꼼꼼한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해피북 2016-01-14 17:35   좋아요 1 | URL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ㅎㅎ 저도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혼자하는 여행은 상상하거나 책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편이예요 ㅠㅠ 정말 언제가 이런 열정들이 모여 저나 caesar님도 훌쩍 떠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올때까지 함께 열심히 읽어보아요 ㅎㅎㅎ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6-01-14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해피북님 마음이 고스란이 느껴지는 애정 담뿍 담긴 리뷰...ㅎㅎ 두 발로 움직이는 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집에서 할 수 있는 책읽기를 더 다양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

해피북 2016-01-14 17:37   좋아요 0 | URL
ㅎㅎ 고쳐야하는데 잘 고쳐지지 않는 성격 중에 하나인거 같아요. 좋아하는 일에 마음을 너무 쏟아버려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말이죠. 조금만 내비칠려고 했는데 ㅎㅎㅎ 달팽이개미님은 지금 사랑스런 꼬맹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계셔서 그런 생각이 듬뿍 드실거 같아요 ㅎㅎ

2016-01-14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6-01-14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청춘 봤을때 저는 풍경보다 이적이랑 윤상만 보였는데... ㅋㅋ
너무 멀어 가라고 해도 못 가겠다고 생각한 곳이라 이런 간접경험이 되는 여행서적 좋아요 ㅎ 손미나씨는 이미 검증된 베스트셀러작가이기도 하고요~~^^
꿈속에서라도 페루로 가볼까요 ㅎㅎ
그전에 저는 먼저 스페인을 가보고요~~ ㅎㅎ

해피북 2016-01-14 17:41   좋아요 0 | URL
이적씨랑 윤상씨가 인상적이긴 했어요 ㅎㅎ 이적씨의 박식함이 어찌나 돋보이던지요 깜짝 놀랬어요. 그리고 뮤지션들이라서인지 감수성도 무지 풍부했고요 수다쟁이라는 것도 느꼈는걸요 ㅋㅋ 손미나님의 스페인 여행기도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 스페인들 다녀오시면 다른나라도 막 가보고싶어지실거 같아요 ㅎㅎㅎ

cyrus 2016-01-14 2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해피북님이 주신 기프티콘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 저도 보답하고 싶어요. 읽고 싶은 책 한 권 알려주세요. 당일배송으로 해피북님의 집으로 쏘겠습니다. ^^

해피북 2016-01-14 20:21   좋아요 0 | URL
오마낫! 제가 올 해 무슨 복이 있는지 책 선물을 많이 받는거 같아요.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님! 그때 제 청도 감사히 받아주셨기에 저도 아주 고맙고 귀하게 생각하며 받겠습니다 ㅎㅎ
그럼 다이허우잉의 `사람아 아! 사람아`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ㅎㅎ

cyrus 2016-01-14 20:33   좋아요 0 | URL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해피북님 주소 알려주세요. 답글 확인하는대로 책을 주문하겠습니다. ^^

2016-01-14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4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